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7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71화(271/320)
흑탑주는 공간을 제멋대로 변형하는 능력을 이용, 이번에는 뜨거운 사막보다 더 까다로운 환경을 만들어 냈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날카로운 눈보라와 더불어 뼛속까지 얼릴 듯한 추위는 실시간으로 유진의 발걸음을 방해했다.
단순한 추위가 아니었다.
콰자작, 콰작!
눈 한 송이 한 송이에 맺힌 기운은 웬만한 9성 기사의 일격이라도 되는 듯 매서웠기에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안 되었다.
그러니 당연히도 오러 방벽을 겹겹이 둘러야만 했지만.
타다닷!
어떤 이유에선지 유진은 방벽을 두르지 않고 달리기에 집중했다.
그 사이, 어느새 유진의 어깨 위로 돌아온 체첸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뭐 하는 거냐? 오러 방벽을 사용해라! 불필요한 부상을 입을 필요가 없는데?
‘아니. 그 기술을 깨닫기 위해서는 오러를 최대한 아껴놔야 해.’
-그 기술……? 그게 뭔데!
‘극후반의 오러 10성만이 가질 수 있는 특혜.’
-오러 10성의 특혜……?
체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이 무얼 말하는지 알 듯 말 듯했다.
유진은 대답할 시간이 없었다. 눈앞을 찌르는 강대한 눈보라가 곧, 거짓말처럼 형상을 갖춰 거대한 설인으로 변모하고 있었으니까.
-저, 저게 무슨……?!
설인은 총 세 마리로, 검과 창, 그리고 주먹을 쓰는 녀석들이었다.
각 개체는 냉기뿐만 아니라 흑탑주의 흑기도 머금고 있어 생전 마주해보지 못했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유진보다 두 배는 더 커다란 크기에, 회색의 털로 뒤덮인 피부와 심연보다도 깊어 보이는 눈동자가 특징이었다.
뭔가 특별한 ‘시각적 능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주 위험한 놈들이다! 저놈들에게 흑탑주의 기운 일부가 담겨있어!
유진은 놈들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놈들은 각각 ‘나시오’, ‘레볼라’, ‘다이모스’라는 전설 속 존재로-
그들은 삼설악(三雪惡)이라는 이름으로 수천 년도 더 된 대륙의 역사를 담은 역사서 중간에 기재된 존재로서.
등장 자체가 자연재해와 같아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던 재앙급 마수였다.
“효효효효! 2단계예요! 단순한 모래 벽 하나 제쳤다고 우쭐하다가는 그대로 저승행입니다! 어떻게 상대할지 너무 궁금한데요?”
자이언트 키메라에 이어 스파이더 몹까지, 흑탑주는 어디선가 고대의 역사서를 구해 소환체들의 모티브를 얻은 모양.
삼설악은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웠다.
애초에 역사서에도 대응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서술되어 후대의 사람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여겨지던 놈들이었으니까.
‘키메라도 그렇고 호메라도 그랬듯이 흑탑주는 생명을 제멋대로 죽이고 살리는 기이한 능력이 있다. 심지어는 무생물에도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어. 아마 그걸 이용해서 이런 놈들을 만들어 낸 거겠지.’
삼설악의 등장은 유진에게 분명 좋지 않은 신호였으나.
“……재밌겠는데.”
유진의 입꼬리는 되려 크게 올라갔다.
제로 스테이트를 얻어 전무후무한 적응력과 패기를 가진 유진은, 파훼법이 없는 상대를 보자 오히려 흥분감이 치솟아 올랐다.
-우, 웃어? 웃기냐! 흑탑주가 오늘 아주 단단히 벼른 것 같은데, 긴장을 해도 모자랄 판에……!
‘대응법은 내가 만들면 되잖아.’
-대응법을 만든다고?
어려운 적을 상대해 꺾으면 늘 확실한 보상이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웅!
전설의 설인 셋이 두 눈에 형형한 흑색의 살기를 띤 채 유진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빛과 같은 속도로 다가온 검과 창, 주먹이 유진의 몸과 머리를 깨부수려 한다.
과연 놈들은 전설 속 일화에 나온 대로 상상 이상의 무위를 자랑했다.
발을 내빼는 곳에는 어김없이 검날이 치닫고, 고개를 젖히면 한 발자국 더 내디뎌 유진의 목을 노렸다.
‘마치 한 수 앞을 더 내다보고 있는 느낌이다.’
이것이 놈들의 눈동자에 담긴 능력일 터였다.
결국.
스극! 콰악!
예측하기 힘든 궤도로 파고드는 공격에 유진의 어깻죽지와 정강이, 복부에 깊은 검흔과 타박상이 생겼다.
자신만만하던 태도와는 달리, 제법 심한 부상을 입은 것이다.
쿨럭!
보법을 밟아 뒤로 빠진 유진이 새빨간 선혈을 내뱉었다.
“유진……!”
“빌어먹을! 내가 돕겠다!”
체첸을 따라 뒤늦게 도착한 리안과 듀란이 도움을 자처했으나, 유진은 손을 들어 그들을 멈춰 세웠다.
“방해되니까 옆으로 물러나 있어.”
“하지만!”
“일단 기다려!”
시시각각으로 살을 파고드는 차가운 눈보라에 야금야금 피해를 입고 있는 데다, 설인의 맹공도 피하지 못한 주제에 유진은 여유로웠다.
-크윽! 내가 말했잖아! 최소한의 오러 방벽은 만들어야 한다고!
‘그딴 거 필요 없다니까.’
유진의 눈동자가 확신으로 번들거렸다.
‘어떻게 움직이는 놈들인지 파악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
-뭘 파악은, 고집 좀 부리지 말라니……!
소리치던 체첸의 눈이 일순 휘둥그레졌다.
-상처가, 멎고 있어……?
제로 스테이트의 여러 특징 중 하나는, 무서울 정도로 빠른 ‘회복력’이었다.
어린아이의 특징처럼, 제로 스테이트가 선사하는 빠른 회복력은 유진의 어깻죽지와 복부의 상처를 신속하게 치유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치명상이 아닌 이상, 유진은 오러를 일부 사용해 자가 치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타앗!
이번에는 그가 되려 달려들어 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물론 이미 유진의 움직임보다 저들이 더 빠르다는 것을 인지한 삼설악은 심연의 눈동자를 이용, ‘한 수’를 더 내다보며 호기롭게 맞받아치려 했으나-
쉭, 스걱……!
나시오의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분명 유진의 검격 이후 밟을 수밖에 없는 노면의 바로 위를 가로로 그어 그의 발목을 가르려 했는데, 오히려 당한 것이다.
이어.
스걱, 스걱!
레볼라와 다이모스의 왼팔과 오른쪽 어깨도 절단되었다.
“크어엉……?!”
놈들이 의문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단 1분 전까지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어, 어떻게……! 그 사이에 설인놈들의 특성을 파악했다고?
녀석들이 한 수를 더 내보았다면, 유진은 두 수를 건너보았다. 녀석들의 전투방식에 곧바로 ‘적응’한 것이다.
하나, 흑탑주는 믿는 구석이 있는지 여전히 여유로웠다.
“호오~ 팔도 자르고, 어깨도 자르고, 열심이시네요! 더 열심히 애써보세요!”
뿌드드득!
놈들이 잘린 팔과 어깨를 재생시켰다. 흑탑주의 작품답게 키메라의 특성을 머금어 자가 재생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무한히 재생되는 녀석들을 상대로 이대로 계속해서 싸워서는 답이 없을 게 뻔했다.
“크르르, 크흐흐!”
놈들이 당황한 기색을 지우고 다시 유진에게 달려들던 차.
쉭…….
유진이 짙게 불어닥치는 눈보라에 뛰어들더니, 거짓말처럼 모습을 감췄다.
“크응?!”
삼설악이 동시에 의문 섞인 탄성을 내뱉었다.
기감을 끌어올려 유진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했으나, 느껴지는 기운이라고는 흑탑주가 생성해낸 눈보라에 실린 마력뿐이었다.
“크으우우! 크르루!”
그래봤자 곧 형체를 드러내 공격해 올 것은 뻔하니, 놈들이 재빨리 신호를 주고받았다. 사주 경계만 확실히 한다면 역습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형체를 아예 없애버려도, 재생이 가능할까?”
어딘가에서 유진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눈보라 사이를 뚫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무한 재생하는 세 전설의 설인을 없애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음성에는 묘한 기쁨과 더불어 기대감이 스며있었다.
‘하늘에서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이용한다면.’
유진은 흑탑주가 형성한 환경 덕분에, 오히려 영감을 얻었다.
<룬칸델 제4 결전기, 낙화(落華)>
일대가 순간 황금빛 광망으로 물들었다.
이야기의 탑이 무너지면서 룬□□로 읽히던 가문은 원래 이름인 검술명가, ‘룬칸델’로 되돌아왔다.
‘그 덕에 룬칸델의 검술은 본질을 되찾아 더욱 강화되었을 터.’
불칸이 유진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때와 비슷했다.
유진은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설인들을 빙 둘러싸는 얇은 오러막을 형성했고, 놈들은 반사적으로 병장기를 휘둘렀다.
콰자작!
그와 동시에 오러막이 깨어져 무수히 많은 날카로운 오러의 파편들이 되더니, 녀석들을 향해 날을 세웠다.
흑탑주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하하! 그깟 몰락한 가문이 만든 비기가 우리 아가들에게 통할 것 같……?”
“끝난 것 같으냐.”
유진의 기술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기술을 연계했다.
<장미 검술>
번쩍!
오러의 파편들은 단순한 오러가 아닌, 유진의 고유 기운을 머금은 붉은 색의 장미꽃들로 변모했다.
-서, 설마, 놈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체첸이 예상하는 대로였다.
일대를 한가득 차지한 장미잎들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비웃기라도 하듯,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세 설인에게 일직선으로 쏟아졌다.
“크우우……!”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놈들이 다급히 오러 방벽을 형성하여 장미의 파도를 막아내려 했으나.
원조 검술명가인 룬칸델의 묘리에 더불어 유진의 상징 검술이 합쳐진 새로운 결전기를 감당해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츠즈즈즈즈!
장미잎들은 녀석들의 몸체 곳곳에 파고드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이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꽈광! 꽈과광!
제아무리 전설의 마수로서 위명을 떨치던 설인들이라지만, 유진의 결전기 앞에서는 한낱 눈사람일 뿐.
이윽고…….
놈들이 바닥 위에 한 줌의 눈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유진, 너 이 녀석, 어떻게……?!
체첸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룬칸델의 결전기는 본래 고대의 검술인 만큼, 그 형식이 너무도 올곧고 단단해 타 기술과 섞이기엔 불가능한 구조였다.
하지만 유진은 제로 스테이트에 다다르며 ‘불가능’이란 것은 일종의 자기 제한임을 깨달았고, 이를 깨어 기술의 융합을 가능케 만든 것이다.
더불어 이 순간, 유진은 제 몸속에 숨겨져 있던 어떠한 ‘한계’가 부서지는 것을 직감했다.
“……슬슬 짜증 나려고 하네요.”
흑탑주가 뇌까렸다.
상징 검술을 쓰는 펜첼의 고위급 기사들은 전부 현무나 청룡, 백호처럼 좀 있어 보이는 녀석들을 가져다 쓰던데.
“웬 근본도 없는 장미 검술 같은 걸 가져와서 내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갈기갈기……!”
장미 같은 걸 상징으로 여긴 유진의 속내도 그렇고, 그깟 기술에 무려 삼설악이 저리도 허무하게 당했다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그딴 게 뭐가 중요할까.
결국, 흑탑주가 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다.
“굳이 내가 나서야 한다니, 쯧…….전설의 마수고 뭐고 다 쓰레기일 뿐이라니까.”
놈이 오른손바닥을 들어 올리자, 지금까지 보아왔던 어떤 공간 마법보다도 신비한 일이 벌어졌다.
척! 척! 척! 척!
유진이 밟은 노면 위는 심각한 독성을 머금 악취가 풍기는 음산한 늪지대로 변모하고.
왼쪽을 돌아보니 울창한 나무와 풀이 우거진 숲이 벽면처럼 세로로 넓게 세워졌다.
오른쪽에는 새빨간 용암이 들끓는 험지가 벽을 이루었고, 고개를 올려다보니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심해가 천장을 이루며 넘실거렸다.
각기 다른 환경이 네 벽면을 이루어 유진을 둘러싸 눈을 어지럽혔다.
이어.
늪지대와 숲. 용암지대와 심해에서 각기 다른 기운을 뿜어내는 전설 속 마수들이 모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늪의 괴물, 스웜프 번들(Swamp Bundle).
용암 마수, 라바 스네이크(Lava Snake).
미지의 나무인간, 괴기형목(怪奇形木).
심해 귀신, 유령어인(幽靈魚人)까지.
모두 스파이더 몹과 삼설악처럼 유진이 역사서 중간에서나 보았던 자연 재해급 마수들이었다.
-이건…… 도대체.
체첸은 제 눈을 믿지 못하고 주변을 경계했다.
“무슨 개수작을 부린지 모르겠지만, 마치 답안지라도 보고 있는 것처럼 제 아가들을 너무 쉽게 해치우고 있단 말이죠.”
게다가 정면에서는 흑탑주가 어느새 새까만 흑기를 모아 긴 칼날을 만들어 다가오고 있었다.
사막과 설산을 거치면서 두 개의 장애물을 파훼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네 개의 장애물과 더불어 흑탑주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