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7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73화(273/320)
우뚝.
흑탑주가 그 자리에 굳어 섰다.
심검의 발현은 어떠한 소음도, 어떠한 움직임도 나타내지 않았지만, 흑탑주는 직감했다.
“이거…… 설마.”
심검의 표적이 된 이상, 상대는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애초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무형의 것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니까.
프스스…….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킬 기세로 일대를 흠뻑 뒤덮던 흑폭열파검동은 흑탑주의 움직임이 멈춤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번쩍.
심검으로 일격을 날린 유진이 눈을 뜨며 흑탑주에게로 뚜벅뚜벅 다가갔다.
놈은 발끝부터 서서히 올라가며 검은 입자가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네, 네 녀석, 내 영혼을……?”
“기록을 지키려는 의로운 가문을 박살 내고.”
“감히, 너 따위 놈이……!”
“남의 선조를 억지로 되살려서 수족처럼 부리고.”
“내 영혼을, 두 번씩이나!”
“내 동료, 지크를 하늘로 보낸 것까지. 모든 죗값을 받아라.”
유진이 군말 않고 흑탑주의 목을 그었다.
스걱!
이미 심검에 당해 놈의 영혼은 망가진 뒤였으나, 놈이 무어라 지껄이는 꼴을 보는 것 자체가 역했다.
놈의 몸체가 소멸되는 사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통이 사라지며 마지막 말이 흘러나왔다.
“이게 끝일 것 같으냐…….”
모든 싸움이 끝났으나, 유진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슥.
유진은 놈의 시체가 있던 자리 위, 심검으로 인해 두 동강 난 흑탑주의 ‘영혼 구슬’을 집어 들었다.
“……지크, 내가 반드시 널 다시 살릴 거다.”
유진은 왼손에 넣어둔 악성의 권능을 살폈다.
자이언트 몹의 몸 안에 담겨있던 악성의 권능은 흑탑주가 가진 권능의 일부에 불과했기에 그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그 때문일까, 오러 10성 각성에 이를 한 번 이용하고 나자 악성의 권능은 기운을 다 해 빈 그릇만이 남았다.
하지만.
‘이 영혼 구슬 안에 분명 흑탑주의 능력과 기운이 담겨있을 것이다. 더러운 기운을 빼내기만 한다면, 지크를 되살릴 수 있어.’
화아악.
각양각색의 환경으로 눈을 어지럽히던 공간이 흑탑주의 죽음으로 다시 되돌아왔다.
-유진……! 괜찮은 거냐! 어엉?!
체첸이 뒤늦게 다가와 유진의 몸을 살폈다.
흑탑주가 마지막 순간에 시전한 흑폭열파검동의 위력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으니까.
-다친 데는 없군, 후우……! 이 빌어먹을 흑탑주 놈, 이제 영원히 볼 일 없으면 좋겠는데.
“이제 놈의 영혼 9개 중 2개를 부쉈을 뿐이야.”
-……이게 말이 되는 거냐? 이 고생을 했는데, 또 7개나 남았다고? 언제 다 죽여 없애……?
체첸의 말에 유진이 툭, 대답했다.
“지금, 조금 더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조금 더 죽인다니?
유진은 제 손에 올려진 흑탑주의 영혼 구슬에서, 기묘한 인력이 작용함을 감지했다.
‘이 인력은, 분명.’
그가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심검을 꺼냈다.
* * *
드넓은 흑지의 어딘가, 음습한 지하.
흑탑주는 9개의 영혼 중 일전에 9번째 영혼을 잃은 것에 더해, 이번에는 8번째 영혼을 유진에게 소멸당하여 7번째 영혼으로 환생했다.
“크아악! 쳐죽일 자식! 갈기갈기 찢어서 분쇄기에 쳐넣고 갈아 마실 놈! 영혼까지 죄다 씹어 삼킬 놈!!”
그는 제 영혼이 또 한 번 유진에게 베였다는 사실에 분기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이번 작전에 들인 노력이 도대체 얼마나 컸던가.
무려 백만이 넘는 키메라를 만들어 내고, 희귀한 역사서를 훔쳐 전설의 마수를 재창조하고, 리올 지플이란 대마법사를 강제로 일으키고-
흑기가 수속성 기운에 약하다는 것을 알아내어 보완하고, 이세계의 조력자에게서 그 귀중하다는 검은 심장까지 받아 섭취해 힘을 모았다.
그런데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기록 마법도 얻지 못했고, 예스커나 이레인을 키메라로 만들지도 못했고, 온통 실패뿐이었으니…….
“그 빌어먹을 탑만 통째로 가져왔어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왜 나를 자꾸 괴롭게 만드는 거냐구요오오!!”
지금껏 웬만한 일에는 화 한번 내지 않던 흑탑주가 길길이 날뛰었다.
원인을 찾아야 했다.
이 사달을 만든 괘씸한 놈이 누구인가?
흑탑주는 자신이 충분히 강하지 못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유진…… 유진 로베르! 이 썅놈!”
단연코 유진이 원인이었다.
녀석이 무럭무럭 성장하여 몸집이 커지면, 그대로 잡아먹어 아주 희귀하고 강력한 키메라로 만들어 온 대륙을 누비며 피로 물들일 계획이었는데-
생각보다 유진은 너무 강했다.
“왜 나를 자꾸 밀어내는 거냐구요! 왜! 왜! 왜!!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구요! 내 아래에서 영원히 노예처럼 부려지는 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데!”
미친 소리를 하며 주변에 온갖 집기들을 때려 부수던 흑탑주가 간신히 진정했다.
“후우, 그래요…… 어차피 남은 영혼도 7개나 되니, 어디 한 번 또, 또, 또 죽여보세요. 계속 다시 살아나면 그만이니까.”
언제부턴가 흑탑주는 살상과 살육보다도 유진을 꺾어서 소유하는 데에 더 집착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가지고자 하는 건 반드시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게 흑탑주였으니까.
“효효, 효효효! 과연, 나의 다음 영혼도 벨 수 있을까요? 그 전에 내가 반드시-”
그가 음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차.
피잉……!
흑탑주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전 흑지를 통틀어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을 만한 곳에 나머지 영혼 구슬을 꽁꽁 감춰두었는데, 그중 6번째 구슬이 알 수 없는 살기를 느낀 것이다.
“누, 누가……!”
흑탑주는 다급히 그 영혼 구슬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을 펼쳤으나, 이미 늦었다.
서걱-!
6번째 영혼 구슬이 처참하게 갈라지며 흑탑주의 인식 범위에서 사라졌다.
방금, 그는 제 목숨 하나를 잃은 것이다.
“어어……?”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기에, 흑탑주가 당황한 사이.
피잉!
이번에는 5번째 영혼 구슬에 위협이 감지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피잉! 피잉! 피잉, 피잉……!
4번째, 3번째, 2번째, 1번째 구슬까지 어떤 정체불명의 살기를 느끼고는 흑탑주에게 신호를 보냈다.
흑지 곳곳에 흩어진 영혼 구슬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반응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숨겨놓은 영혼 구슬의 위치를 어떻게 알아낸 건지도 알기 어려웠다.
‘설마, 유진이……!’
영혼 구슬 사이에는 일종의 인력이 작용한다. 만에 하나 분실할 수도 있기에 걸어놓은 일종의 위치 탐지 마법이었다.
이것을 알아차린 유진이 무언가 수를 써서 영혼 구슬들을 베는 게 분명했다.
그 수는 아마 ‘심검’일 터.
“아, 아, 안 돼!!!!”
뒤늦게 정신을 차린 흑탑주가 얼른 탐지 마법을 해제하려 했지만-
콰자자작자작……!
5번째부터 1번째까지, 총 다섯 개의 구슬들이 한 번에 모조리 터져나갔다.
“……아.”
흑탑주는 공중에 멍청하게 손을 뻗은 채 얼어붙었다.
그는 방금, 여벌로 들고 다니던 자신의 목숨을 모두 잃었다.
이쯤 되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웠다.
“내…… 나머지 영혼들이…… 전부……?”
이제 흑탑주는 제 뒷배로 삼던 다수의 영혼들을 모두 잃었으니, 지금 몸을 담은 이 6번째 영혼이 마지막 영혼이 된 셈이었다.
처음에는 강한 의문이 들었고, 그다음에는 현실을 자각했으며, 그 자각은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바뀌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완전히 구석으로 내몰린 처지가 아직도 믿기 어려웠지만.
“효효효…….”
흑탑주가 웃었다. 그가 정말로 화가 났을 때는, 오히려 조용히 웃으며 차분히 계획을 짜는 습관이 있었다.
“유진.”
그가 머릿속에 유진의 모습을 생생히 떠올렸다. 그리고 베고, 찢고, 뭉개는 상상을 반복했다.
“당신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가장 맛있게 조리해서 우리 키메라들의 밥으로 먹일 거예요.”
그를 위한 계획으로는.
“……잔챙이 말고, 쓸만한 놈들만 모아서 다시 군대를 짜야겠죠.”
흑탑주는 평범한 생명들을 모아 만든 키메라들이나, 역사서 속 전설의 마수만으로는 유진을 잡아먹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한 강자를 사로잡아야 했고, 그중 가장 가까운 인물은-
“……불칸이 좋겠군요.”
* * *
유진이 감은 눈을 떴다.
어느새 리안과 듀란도 그에게 다가와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리안은 유진이 조금 전 무언가 일을 벌였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의 표정에 급격히 짙은 피로가 드리운 것이다,
“……흑탑주의 영혼을 추가로 베었다.”
유진의 대답에 리안과 듀란, 그리고 체첸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설마, 너, 심검을……?”
흑탑주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지만, 무엇이 그를 죽인 건지는 아리송했다.
애초에 어떠한 기척도, 기운도 발하지 않고 상대를 격살하는 기술이 심검이었으니 눈치채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긴 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모든 전말을 알게 되었다.
-심검은 가주님의 경지는 되어야 얻을 수 있지만, 너는 제로 스테이트를 이용해 그 간극을 메꿔 심검을 얻은 거군. 이 괴물…… 아니, 자랑스러운 녀석.
어느새 유진의 어깨 위, 환영체로 돌아간 체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심검을 습득했다는 게 말이야 쉽지, 전 대륙의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난 업적일 터였다.
유진도 이번에는 제법 만족스러웠다.
“이제 흑탑주의 목숨은 딱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
일전에 벤 영혼 하나를 포함해 총 9개 영혼 중 8개를 베었으니까.
“그, 그 영혼들을 모두 없앴다고? 녀석한테는 7개가 더 남아 있던 거 아니냐?”
유진이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챈 리안과 듀란이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네가, 결국 해냈구나……!”
“흑탑주를 궁지로 몰았어!”
녀석들이 유진을 부둥켜안고 방방 뛰며 기뻐하는 와중.
-그런데 잠시만, 불칸이 뒤를 지키고 있는 거 아니었느냐……?
체첸이 뒤쪽을 홱 돌아보았다. 언제 놈이 또 공격해올지 몰라서였다.
하나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놈은 도망갔을 거다. 아니, 어쩌면 죽었을 수도 있어.’
-죽었다고? 그게 뭔 소리…… 돌부리에라도 걸려 넘어져 죽었다는 말이냐? 그놈이 뭘 하다 죽어?
‘놈이야 죽든 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다만…….’
유진의 고개가 장로와 이레인이 있는 곳을 향했다.
“장로님……! 장로님…….”
이레인은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장로를 끌어안은 채 통곡하고 있었다.
* * *
“……이쯤이면 따라잡힐 일 없겠지.”
불칸과 전사의 요람 일원들이 심야의 숲에서 멀리 달아나며 숨을 몰아쉬었다.
불칸은 흑탑주와 유진의 싸움을 아주 먼 곳에서 지켜보다, 승기가 유진에게로 넘어가자 곧바로 포탈을 빠져나왔다.
‘유진 로베르, 정말로 네놈이 흑탑주를 베다니.’
불칸은 이제야 유진의 저력을 확실히 확인했다.
“유진은 이미 우리의 수준을 넘어섰다. 놈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돼.”
그는 제 수준과 분수를 확실히 알았고, 어느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판단할 줄 알았다.
“하지만, 놈의 몸에 혈석의 기운이 남아 있을……!”
“그거 하나 노리고 달려들었다가는 전부 끝장이다. 흑탑주가 그렇게 당하는 꼴을 보고도 아직 모르겠느냐?”
유진의 급성장은 예상치 못했지만, 시류가 그렇다면 그 위에 올라타야 한다.
어떻게 유진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추후에 고민하기로 했다.
“지금 그보다 중요한 건, 흑탑주와의 관계다.”
불칸은 당연히도 흑탑주가 여러 개의 영혼을 가지고 있음을 안다.
“놈은 어디서 또 새 몸뚱어리로 다시 나타나겠지. 그리고 유진을 놓친 걸 이유로 우리에게 무어라 책망할 거야. 그게 아니면…….”
“정말, 놈이 배신할까요?”
“분명히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번엔 계산하지 말고, 놈을 만나면 곧바로 죽여-”
불칸이 이를 뿌득 깨물며 대답하던 와중이었다.
“이럴 줄 알았어요. 버러지같은 불칸.”
익숙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