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7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76화(276/320)
제이드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나이가 있지 않으냐. 개의치 말거라.”
오늘따라 평소와는 다르게 문도 열어 놓고, 안 하던 칭찬과 격려도 연달아서 하는 제이드의 모습도 낯설었다.
하나, 기운의 흐름이나 파동에도 이상이 없었다. 제이드의 말대로 신경 쓸 필요는 없었으니 유진은 더 캐묻지 않았다.
다만, 그는 조용히 경탄을 머금었다.
‘같은 10성임에도 제이드의 수준은 까마득해 보인다. 10성이라고 해도 그사이에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군.’
전엔 느낄 수 없었지만 10성에 올라 기감을 확장한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유진의 표정을 읽은 제이드가 입꼬리를 올렸다.
“10성에도 수많은 단계와 벽이 존재한다. 네가 건넌 각성의 다리와 같은 과정을 수차례 더 겪는다면, 조금 더 나은 기사가 될 것이야.”
“격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하자면.”
제이드가 감은 눈을 조용히 떠냈다.
“경지에 올랐다고 해서, 혼돈을 경계하는 것을 멈추지는 말거라.”
“……!”
유진의 얼굴에 당혹이 물들었다. 생각지 못한 단어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혼돈을…… 알고 계십니까?”
제이드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혼돈을 가지고 있으니까.”
유진은 할 말을 잃고 제이드를 응시했다.
하긴, 그래야 말이 되었다.
대륙 유일의 10성 기사.
홀로 태양신교를 감당해낸 존재.
북벽.
그 위대한 이명들과 명성을 거머쥔 제이드의 뒤에는, 혼돈이라는 미지의 것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랬기에 혼돈을 모으려는 태양신교가 전생에서 제이드를 노리고 살해했을 터.
다만 궁금한 점이 있었다.
“언제부터 혼돈의 존재를 알게 되신 겁니까?”
유진은 제이드에게서 조금 더 정보를 얻고 싶었다.
이 혼돈이라는 것의 정체를 광마와 그라시안에게 듣긴 했지만, 제이드라면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알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나.
“그건 중요치 않다. 그저 나와 네가 어떠한 이유로 선택을 받았고, 그에 따라 사명을 다하면 되는 것이지.”
제이드는 유진에게 혼돈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정말로 중요치 않기에 말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숨기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제이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혼돈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 혼돈을 가진 이는 광인이 되거나, 영웅이 된다는 건 알고 있겠지.”
“……네.”
“영웅의 길과 광인의 길은 한 끗 차이. 제멋대로 출렁이는 혼돈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한순간에 광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예.”
유진은 제이드의 눈동자를 마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혼돈을 이야기하는 제이드의 표정에 슬픔이 한 자락 묻어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제법 재밌는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제이드가 화제를 돌렸다.
이제 유진의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
“아시다시피, 기록의 탑 일원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들은 지쳐있지만, 여전히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굳건하기에, 펜첼의 세력으로 흡수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제이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제 영지에 외부인을 사전 통보도 없이 들였는데도 전혀 불쾌한 기색이 없었다.
아마 지금껏 유진의 판단이 일을 그르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기록의 탑 내부에 있는 기록의 저장소이자 기록 마법의 매개체인 ‘이야기의 탑’이 무너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기록 마법은 그 누구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감춰진 기록도 모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적은 누구였나?”
“흑탑주였습니다.”
기록 마법의 존재와 유래를 알고 있는 제이드는 곧바로 이해하고는 추측했다.
“그 이야기의 탑 속 기록을 노리고 흑탑주가 군대를 꾸려 기록의 탑에 쳐들어간 것이군.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패배한 걸로 모자라 영혼 조각도 하나를 제외하면 전부 잃었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째서 태양신교가 도움을 요청한 거지.”
“……어떤 도움을?”
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제이드가 왼편에 놓인 수정구슬에 오러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허공에 줄글들이 좌르륵 떠올랐다.
현재 흑지에서 태양신교의 대경전에 나오는 최대의 위협, 앙신이 탄생했소. 우리 태양신교 측에서 판단한바, 이는 곧 교지 전체의 안위를 위협할 만큼 커다란 위협이 될 게 자명하오.
앙신(殃神).
그는 태양신교의 대경전에 나온 세계를 파괴하는 신이었다.
그리고 이 앙신은 분명 흑탑주가 자신의 마지막 목숨 하나를 이용해 만들어 낸 존재임이 분명했다.
전설의 마수부터, 수백만의 키메라까지. 흑탑주는 만들고자 하는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만들어내곤 했으니까.
‘다만, 도대체 앙신을 어떻게 실현화한 건지는 모르겠어.’
유진은 우선 편지의 뒤 내용을 마저 읽었다.
힘을 합쳐 곧 있을 공격에 대비하지 않으면, 교지의 모든 선량한 시민들이 곤경에 처할 것이오.
……
자신들을 도와 흑지의 공격을 막아내자는 말이었다.
유진은 헛웃음을 흘렸다.
‘오로지 자기들 안위만 챙기는 놈들이, 교지의 안위니, 선량한 시민이니 들먹이는 꼴이라니.’
필시 이 편지는 테오스가 작성한 것일 터였다. 아주 교묘하고 야비하기 짝이 없는 속셈이 눈에 훤히 보였으니까.
물론 남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었으나, 테오스의 습관과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아는 유진에게는 달리 보였다.
제이드가 한 가지를 짚었다.
“평소 관심 없던 시민들까지 들먹이는 걸 보니 제법 급하긴 한 것 같구나.”
태양신교가 지금껏 교지에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가 곧 기록 마법이라는 강력한 한 수 덕분이었을 텐데, 이것이 없어져 버리는 바람에 힘이 약화한 것일 터.
그게 이어 흑탑주가 수를 써서 앙신으로 변모하고 있었으니, 태양신교는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어쨌든, 우리에게 나쁜 상황은 아니야. 어차피 흑탑주는 언젠가 깨부숴야 하는 적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다만, 그 오해를 이용한다면 굳이 저희 손을 더럽히지 않고 흑탑주를 쳐낼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유진이 고민에 잠겼다. 태양신교를 도울 것인가, 말 것인가.
현재 그의 적은 태양신교와 흑탑, 전사의 요람으로 딱 세 곳이다.
한데, 마침 흑탑이 힘을 키워 태양신교와 맞붙을 작정이라니, 얼마나 잘된 일인가.
그러니 가볍게 생각했을 때는 태양신교를 도울 이유가 없으나-
‘아니야. 지금이 태양신교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 안으로 깊숙이 침투할 기회다.’
유진은 전생을 태양신교의 참모로 보냈으니, 당연히도 녀석들의 저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흑탑주가 앙신이 된다고 하더라도, 태양신교는 분명 그보다도 훨씬 강력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터였다.
‘그건 아마 혼돈을 모아 만든 존재겠지.’
다만 그 혼돈의 융합체가 아직 미완성의 상태이기에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닐까, 싶었다.
결론적으로 흑탑주를 쓰러트리기 위해서든, 태양신교의 비밀병기를 알아내기 위해서든 협조를 하는 게 유진에게 이득이었다.
“네 판단에 맡기마.”
제이드가 유진에게 선택권을 넘겼다. 지금껏 유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일을 자신의 주도하에 치러왔으니까.
“협조하도록 하죠. 유니온에도 협조 요청을 전달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겠지만, 설득이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제이드는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신기하군.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너는 태양신교가 멸망하길 간절히 바라는 것 같던데.”
“……그건 어떻게.”
이번엔 유진이 당황했다. 태양신교에 대한 적의는 완벽하게 감추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제이드는 이미 유진의 속내를 알고 있었다.
“하하. 그게 뭐가 중요하더냐. 어쨌든, 네 뜻은 알겠다. 태양신교 놈들은 영 찝찝하게 굴어서 좋아하진 않지만.”
“그냥 협조하진 않을 겁니다.”
“……음?”
“우리가 그냥 자원봉사를 해줘야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유진은 태양신교를 돕는 조건으로 그들에게서 무엇을 요구할지에 대한 계획을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제이드가 한 차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야무진 녀석. 시도해보지 못할 것도 없구나. 알겠다.”
유진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방을 나서려던 차였다.
“많이 바쁘다 하더라도, 네 어머니와 아버지를 잘 챙기거라.”
릴리안과 리처드를 말하는 것이었다.
매번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에 제 몸을 밀어 넣는 유진은 그 덕에 성장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가족과의 시간을 등한시했다.
제이드는 그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잠시 반성하듯 뜸을 들이던 유진이 대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탁…….
문이 닫히고, 제이드의 집무실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내.
우웅, 우우웅……!
고르게 흐르던 제이드의 기운이, 돌연 뒤죽박죽 엉키며 불규칙한 흐름으로 변모했다.
쿨럭!
동시에 그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하하, 그래도 내 자리를 지켜줄 기특한 손자가 있으니 다행이군.”
* * *
다음날.
짜악!
유진은 릴리안에게 정말 오랜만에 등짝을 맞았다.
“흑지에 가서 조용히 숨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 미친놈이랑 대판 싸우고 왔다고? 응? 으응!?”
“아이고 나 죽네. 일단 진정 좀 하시죠, 릴여사님.”
유진은 화가 잔뜩 난 어머니를 능청스럽게 꼭 껴안았다.
“으휴, 진짜…… 하나밖에 없는 아들한테 내가, 화를 내면 죄인이고, 칭찬하면 미친 여자가 되는데, 뭐 어떻게 해야 하니?”
목숨을 걸고 적진에 뛰어드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되어 밤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
그런데 유진은 그 짓을 거의 10년 내내 하고 있었으니, 화가 날 수밖에.
하지만 이는 유진이 아무 의미 없이 뛰어드는 게 아니라 제 성장을 위한 돌진이었다.
그러니 화를 내기도, 기특하다며 칭찬을 하기도 어려웠다.
그때 옆에서 애매한 표정으로 있던 리처드가 한 마디를 건넸다.
“여보, 그래도 우리 유진이 기어이 10성까지 올랐…….”
“휴우…….”
릴리안은 아무 말 없이 유진을 한참 동안 올려다보다가, 한 마디 내뱉었다.
“그래. 유진. 그러면 약속 하나만 하자.”
“예, 무슨 약속을 할까요. 다시는 전장에 나가지 않는다거나 하는 건 좀 어려울-”
“끝까지 가.”
“……예?”
릴리안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완전히 정상으로 올라가라고.”
전혀 뜻밖의 말이었다.
“어차피 너는 끝장을 보는 성격이잖니. 그동안 나도 부모로서 본 게 있는데, 그걸 모르진 않을 거 아니니. 아들 앞길을 막는 것도 부모 노릇은 아닌 것 같고. 그러니까 아예 더 높이 가버려.”
유진은 릴리안의 속이 얼마나 타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장을 멈출 수 없었다.
태양신교에 복수하겠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그때였다.
“유진. 연무장에 잠시 가봐야 할 것 같아.”
이레인이 유진을 불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