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8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81화(281/320)
앙신.
태양신교의 대경전에 나와 있는 전설의 신.
이를 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명문가와 중소가문의 중역들은 제이드의 그 한마디에 잠시 여러 반응을 보였다.
“앙신……? 그게 실제로 있는 거였나?”
“말도 안 돼. 만약에 내가 아는 그 앙신이 진짜로 나타난다면, 대륙은 이대로 끝이다.”
“에이, 설마 진짜로 앙신이겠어?”
“그건 모르는 거지! 태양신교가 도와달라고 한 적이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있었나?”
혼돈이었다.
“태양신교에 협조할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
웅성거리는 가주들을 향해 제이드가 한 번 더 질문하자 한 사람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협조해야 합니다.”
실린 가문의 에드뮬 실린이었다.
그녀는 그사이에 제법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본래 가주의 위치에 있던 제롬 실린은 수련 중이었기에 자리를 비운 상태.
“협조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 단순합니다. 태양신교가 비록 우리와 견제하는 관계라고 하지만, 그들이 혹여라도 앙신에게 패배한다면 교지의 미래는 없습니다.”
실린 가문은 태양신교의 첩자 노릇을 하긴 했으나, 제롬 실린이 유진에게 압도당한 뒤에는 완전히 유진의 편으로 돌아선 상황이긴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태양신교의 전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태양신교가 그간 교지 통치와 안보를 이유로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걷어가긴 했지만, 어쨌든 교지의 안녕에 크게 기여한 것도 맞았으니까.
“태양신교는 강하지만, 앙신의 전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니, 우리가 태양신교를 도와 확실한 승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에드뮬이 자리에 앉았다.
사실, 이 의견은 거의 대다수의 이들이 생각하던 바였다.
도울 때는 돕고, 견제할 때는 견제해야 하는 게 맞다. 어쨌든 같은 교지 소속의 단체라면 말이다.
명문가와 중소 가문들의 중역들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협력은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데, 지금이 적기입니다. 태양신교를 돕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태양신교도 우리의 적이라면 적이지만, 진짜 적은 흑지 놈들이 아니겠소? 조금 더 멀리 볼 필요가 있소이다.”
여론은 이미 기울었다.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하나, 그때.
유진이 에솔을 향해 질문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솔 아힌 경.”
그는 일부러 아힌가의 가주인 라트비가 아닌, 에솔에게 물었다.
에솔 역시도 실린 가문과 마찬가지로 태양신교에게 포섭당했었던 녀석.
그러나 유진은 에솔의 마음을 돌려놓았고, 그 마음이 여전한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저는 반대입니다.”
에솔의 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돌아갔다.
“뭔 소리야, 또?”
크로센 젤칸이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에솔의 판단력에 대한 믿음은 애초부터 없었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하나, 뒤이어 나오는 에솔의 설명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우리가 태양신교를 도와 교지의 승리로 끝났고, 흑지를 통째로 삼켰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태양신교에게 남은 적은 누굴까요?”
남은 적.
태양신교가 흑지의 세력을 물리쳐내고 나면 ‘남은 적’이라곤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바로 우리입니다.”
“……!”
가문의 중역들이 눈을 크게 떴다.
유니온은 태양신교와 엄연한 견제 관계로, 태양신교에 대항하여 독자적인 군대를 형성하고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 낸 곳이 바로 유니온이었으니…….
“태양신교는 당연히도 유니온을 처리하려 들 겁니다. 그 엄청난 명예와 부를 굳이 둘로 나누어서 가져갈 놈들은 아니잖습니까?”
죄다 맞는 말이었다.
한데, 나름 괜찮은 주장을 펼친 에솔이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무언가 심적으로 힘든 기색이었다.
유진이 피식 웃었다.
‘제법 그럴듯하게 포장했네. 태양신교에 협조하지 않아야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겠지만.’
에솔은 유진과 태양신교 사이에 껴서 유진을 돕는 이중 첩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데 태양신교가 멸망해 준다면 신경 써야 할 곳이 2곳에서 1곳으로 줄어드는 것이니, 그렇게 주장할 수밖에.
‘아직까지는 나름 나에게 충성한다고 봐도 되겠지.’
녀석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아마 태양신교에서 에솔이 돌아선 것을 눈치채고 보복하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 때문일 터.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유진이 시선을 돌려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실린 가문의 말도 맞고, 에솔의 말도 맞았다.
다만.
두 상반된 주장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유니온은 어찌 되었건 누군가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
“도와주든, 안 도와주든 결국 나중에는 문제잖아.”
결국 이들의 고개는 제이드 쪽으로 돌아갔다. 판단이 쉽지 않다면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는 우두머리의 지시가 필요했으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이드 경?”
제이드가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원래 우리 펜첼에서는 태양신교에 협조를 하기로 생각하고 이 자리에 왔소.”
그에 중역들이 또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 태양신교에 협조하는 겁니까……?”
“아니, 그러면 결국 우리가 잡아먹힐 거라니까! 흑지만 적당히 물리친 다음에 태양신교를 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때 우리 전력이 태양신교보다 떨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요?”
“그, 그건…….”
답이 계속해서 나오지 않는다. 결국 제이드가 묘안을 꺼내 들었다.
“유진 소가주의 생각은 어떤가?”
그 질문에 모든 가문의 사람들이 일제히 유진에게 시선을 모았다.
분명 펜첼의 가주는 아직까지 제이드인데도, 그는 유진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그만큼 제이드가 유진을 신뢰한다는 말이기도 했고, 뜻하는 바가 다양했다.
이들의 눈길이 유진의 안면에 죄다 꽂혔을 때, 그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도와줘야죠.”
“도와준다고……?”
“우리가 원하는 걸 준다면.”
가주들은 유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해석을 시도했다.
“뭔가 요구하자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아, 아니, 금방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분위기인데, 여기서 협상을 요구하면 태양신교에서 우리를 좋게 볼 리가 없…….”
“좋게 보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니까요.”
“이긴다니?”
유진이 설명을 이었다.
“태양신교를 돕든, 돕지 않든 어쨌든 우리는 결국 누군가와 싸우게 됩니다. 승자는 오로지 하나뿐이어야 하니까요.”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이왕 싸워야 한다면, 상대방을 약하게 만들고, 우리는 강해진 상태에서 싸우면 좋지 않겠습니까.”
가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진이 회의실 테이블 위에 놓인 수정 구슬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수정 구슬 위에 태양의 형태를 띤 커다란 불꽃의 구체가 생성되어 나타났다.
“저, 저건…….”
“태양신교의…….”
“예, 맞습니다. ‘신성한 불꽃’입니다.”
신성한 불꽃.
태양신이 자신의 몸을 떼어 태양신교의 초대 교황에게 직접 내려줬다던 불로-
태양신교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과 저주 면역을 선사해주는 신물(神物)이었다.
그리고 그런 효능을 차치하고서라도 신성한 불은 태양신의 일부, 신의 육체와 같았다.
“이것을 일부 떼어 준다면,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말하죠. 그러면 됩니다.”
가주들이 그제야 하나 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저걸 떼어 와서 우리 유니온의 군대에 적용한다면……?”
“나중에 있을 싸움에도 대비할 수 있고, 당장 있을 전쟁에도 적용할 수 있겠어.”
다만, 가주들에게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만약, 놈들이 신성한 불꽃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에 유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짙게 웃었다.
“그럴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너무나도 굳건한 확언에 가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유진의 판단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그저 따르면 될 일이었다.
“단.”
유진이 한 마디를 더했다.
“딱 한 달 뒤에 서신을 보내죠.”
“응……? 어째서?”
가주들의 의구심을 유진이 곧바로 해소해주었다.
“태양신교는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는 입장입니다. 곧바로 답을 해 준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니, 시간을 끌면서 더 애가 타게 한 뒤 조건을 내건다면 거부할 수 없을 겁니다.”
“……하. 이건, 뭐, 협상을 한 두 번 해본 게 아니군.”
가주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유진은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 오기라도 했다는 듯 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으니까.
그가 보장한 덕분에 이번 토의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회의실에는 대부분의 가주들이 퇴실하여 제이드와 유진, 크로센만이 남았다.
“유진 경, 잠시 제이드 경과 이야기 좀 하고 나가겠네.”
“예, 알겠습니다. 나가 있겠습니다, 가주님.”
“그러거라.”
유진이 자리를 비우고, 크로센이 다소 걱정스러운 얼굴로 제이드에게 물었다.
“아니, 제이드 경…… 그, 좀, 괜찮으신가?”
“무엇이 말이오.”
“유진 경도 그랬지만, 이, 느낌적인 느낌이 뭔가 좀 달라서.”
크로센은 제이드에게서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다만, 그 변화가 무엇인지 감이 안 온다는 게 문제.
“이상하게도 소가주인 유진 경이 최종 결정을 하게 놔두시고…… 그냥,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외다.”
그 질문에 제이드는 간만에 유진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빙긋 웃어 보였다.
“크로센 젤칸, 나의 고마운 동료.”
“……!”
크로센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제이드가 누군가에게 ‘동료’라 부르는 건 생전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 바로 자신이 그렇게 불리고 있었으니까.
“제, 제이드 경…….”
“지금껏 말하진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펜첼에 도움 준 사실을 알고 있소. 더불어 나의 선택과 의견에 늘 응원해주었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었구려…….”
크로센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쩔 줄 몰라 했다.
제이드가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미래의 펜첼 역시, 지금처럼 응원해주길 바라겠소.”
“미래의 펜첼…… 이라면.”
“나도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고, 여유롭게 어디 좋은 데에서 위스키나 한 잔씩 하고 살아야 하지 않겠소? 하하.”
크로센은 제이드의 웃는 얼굴 한편에 스민 한 자락의 슬픔을 보았다.
그랬기에 쉽사리 함께 웃어 보일 수 없었다.
* * *
딱, 한 달 뒤.
유진은 유니온을 대표하여 태양신교에 답신을 보냈다.
신성한 불꽃을 일정 크기 이상 내어 보내준다면, 흔쾌히 협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저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니까.
그 한 달 동안 유진은 펜첼과 적탑, 기록의 탑까지 모인 ‘펜첼 연합’을 조직하여 함께 훈련에 임했다.
그사이 공동 연무장은 확장하여 전보다 5배 이상 크게 지었으며-
적탑과 기록의 탑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아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개조하여 훈련 효율을 극대화했다.
한 달 내내 해온 훈련의 내용은 하나.
‘실전 전투’였다.
쾅! 콰아앙!
서로가 부딪히며 발생하는 굉음으로 연무장이 가득 메워졌다.
라울러, 인스 형제, 엘도라, 리안 카인, 발란트, 감스탄은 물론.
단장급 위치에 있던 뮬, 클라크, 그 외 부단장들.
심지어는 금검, 궁귀, 투귀까지.
웬만한 경지에 이른 모든 이들은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실전 전투 훈련에 몰입해 있었다.
그저 치열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이들은 피땀을 흘려가며 훈련했다.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한 시도 게을리해선 안 되오-!”
금검은 유진의 지시를 받아 깔때기에 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연무장 사이를 돌아다녔다.
“후우, 이 정도로 큰 대규모 합동 훈련은…… 본 적이 없어.”
금검이 주변을 한 번 슥 훑었다.
고작 네 기사단으로 구성되어 있던 펜첼의 전력은, 이제 궤를 달리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기존의 기사들은 근 몇 년 사이에 수준이 2배, 3배 이상 올라갔다.
초고성급 마법사 연합, 적탑이 합류했으며.
그에 더해 흑지의 3대 세력이던 기록의 탑 일원들마저 펜첼에 흡수되었다.
그 덕에 펜첼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이유의 중심에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