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8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82화(282/320)
그 단 한 사람은 당연히도 유진이었다.
금검은 연무장의 맨 뒤편에 나란히 앉아 있는 유진과 이레인을 응시했다.
‘유진이 벌써 10성이라니…… 게다가 그 옆에 여자도 10성.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10성 기사는 본래 대륙에 제이드뿐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유진이 기록의 탑에 다녀오더니 10성 기사가 3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그 셋은 모두 펜첼 소속.
게다가 주위에 있는 웬만한 기사들은 죄다 8성 초입 이상의 실력자이자 괴물들이었으니…….
“후후, 후후후!”
예전부터 펜첼 소속의 사람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오늘은 특히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휴식 시간!”
3시간을 연달아 진행하던 실전 전투 시간이 끝나고, 15분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후우, 후우……!”
“팔이, 안 움직여…….”
“나는 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
펜첼 연합원 대부분이 지쳐 쓰러졌다.
태양신교가 유진의 제안을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시기만 다를 뿐 펜첼은 결국 전쟁에 참전하게 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한 달간 특훈을 해왔다.
금검도 잠시 휴식을 취하려던 차, 누군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모두가 괴로운 신음을 흘리고 있을 때, 바닥에 주저앉지 않은 자들.
바로 기록의 탑 일원들이었다.
듀란을 중심으로 모든 일원이 가쁜 숨을 몰아쉴 뿐, 지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직 부족하다. 더 극한으로 몰아넣어야 해.”
“맞습니다. 저희만 휴식 시간을 이용해 따로 추가 훈련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러지.”
금검은 듀란과 일원들이 자리를 옮기는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처음에는 녀석들의 지치지 않는 체력과 정신력에 경악했고-
나중에는 펜첼 일원들의 반응을 마주하고는 경악했다.
“금검 교관님!”
그가 돌아본 곳에는, 방금까지 지쳐 쓰러져 있던 펜첼과 적탑의 일원들이 형형한 안광을 내뿜으며 꼿꼿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오……?”
금검이 놀란 눈을 뜨고 물었다.
그들은 휴식 시간마저 아까워 개별 훈련을 하러 가는 기록의 탑 일원들을 가리키며 씹어 내뱉었다.
“저희도 쉬지 않겠습니다.”
“아, 하지만, 최소한 휴식 시간에는 쉬어 주어야 효율적으로 훈련을-”
“모르겠고! 저희도 질 수 없다는 말입니다!”
어느새 펜첼과 적탑은 완전히 서로 동화되어 같은 표정과 같은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펜첼 특유의 드세고 억센 분위기마저 비슷했다.
“휴식 시간을 거부하겠습니다! 계속 훈련하겠습니다!”
“아니…… 하, 그래. 그렇게 진행하겠다고 유진 경에게 전달하겠네.”
그 평범하지 않은 요구에 금검이 별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어서 훈련 실시! 기록의 탑에게 뒤처질 수 없다!”
“실시!”
그 우렁찬 목소리에 듀란 일행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내가 제대로 된 선택을 했군.”
아주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금검은 그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유진, 네가 의도한 게 다 이런 모습이었구나.’
기록의 탑 일원과 펜첼 일원들이 부딪힐 수도 있다는 염려는 그저 기우였다.
두 단체는 결국 서로 자극을 주고받았고, 더욱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게 된 것이다.
그게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실제로 전쟁에 돌입하게 되었을 때 마주할 상황과 비슷할 정도로 고된 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이는 곧 실전에서의 전투력과 의지력, 인내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유진의 말대로만 하니 모든 훈련이 알아서 진행되고 있었다.
정작 그는 무슨 생각인지,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고 연합원들을 물끄러미 지켜만 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실전 전투 훈련은 10시간 내내 속행되었다.
* * *
“헉, 허억…….”
“끄으으…….”
단 1분도 쉬지 않고 10시간 동안 지속한 실전 전투 훈련에 모든 연합원들이 손과 발에 핏물을 머금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부터는 초인적인 정신력도, 강인한 체력도 소용없었다. 근육이란 근육에는 전부 경련이 일어나고, 땀과 피를 바닥에 질척거릴 만큼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라시안의 모래시계 덕에 더욱 힘든 훈련이었을 텐데도 이들은 잘 버텨냈다.
서로 경쟁하는 듯, 의지하는 듯 오묘한 경계선을 오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을 고까운 얼굴로 보는 이가 딱 한 명 있었다.
유진이었다.
벌떡.
지금껏 간이 의자에 앉아 이들의 훈련을 관찰하던 유진이 뭔가 심통이 잔뜩 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난 거야?”
“허억, 허억…… 예……?”
“끝난 거냐고. 훈련. 한 달간 훈련의 마지막 날이라 좋았나?”
펜첼의 대표로 엘도라가 고개를 들었고, 기록의 탑 대표로 듀란이 갸웃거렸다.
“아니, 그……게.”
“그래, 뭐, 힘들겠지. 이해한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
“그래서 펜첼이랑 기록의 탑. 둘 중에 누가 이겼지? 지난 기간 동안 서열 정리라도 됐나?”
그가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애초에 대련 자체를 무작위로 섞어서 했기에 누가 이기고 자시고 할 게 없었다. 한데 누가 이겼냐고 물으니 엘도라와 듀란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어…… 그게…….”
“무슨 말 하는지 이해가 안 되나?”
유진은 동료들에게 두 가지 태도를 번갈아 보여주었다.
하나는 동료이자 같은 기사, 마법사로서 친근한 태도.
하나는 펜첼의 소가주이자 상급자로서 엄격한 태도였다.
그리고 지금은 후자였다. 연합원들 모두가 정신없는 와중에도 유진의 짙푸른 안광에 압도되어 긴장감을 머금었다.
그는 10성이 되고 난 이후에 가히 대단한 수준의 위압감을 원할 때마다 감추고 흩뿌릴 수 있었으니까.
이 자리에서 뭔가 메시지를 전하려는 모양이었다.
“……잘, 모르겠-”
“둘 다 졌다. 이 약해 빠진 머저리들아. 몰라? 이걸 몰랐다고?”
유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진심으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엘도라는 물론, 클라크부터 감스탄, 궁귀, 투귀,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유진은 나이와 성별, 지위와 혈연관계 따위 가리지 않고 독설을 내뿜기 시작했다.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훈련했다. 그래, 힘든 일이지. 근데 말이야. 힘들면 그냥 그만둬도 되나? 10시간 했으면 쉬어야 하는 훈련 법령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그게 이 세상의 법칙이야?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져야 하듯이, 훈련을 10시간 하고 나면 쉬어줘야 한다는 법칙이라도 있느냐고?”
“…….”
“…….”
“뭐, 이룬 게 있어야 쉴 수 있는 거 아닌가? 근데 한 달간 큰 발전도 보인 것 없이 힘들어 죽겠다는 티만 내고 있어? 내가 왜 너희 둘 모두가 졌다는 줄 알아? 왜냐면 너희는 지금이 전시상황을 대비한 훈련이라는 걸 알면서도 너희 자의적으로 훈련을 중단했거든.”
“그게…….”
“전쟁 와중에도 누가 휴식 시간이라면서 중재해주곤 하던가?”
“…….”
“……”
“내가 이 훈련의 이름을 ‘실전 전투’라고 지은 게 그냥 멋이나 한번 부려보려고 그러는 줄 아나?”
“…….”
아무도 그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치열하게 훈련했다면 조금이라도 쉬어 주는 게 맞건만, 유진은 이마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했다.
“지난 한 달간의 연합 훈련에서 너희는 입증한 것도 없고, 눈에 띄게 발전한 것도 없고, 서열을 정리해서 제대로 된 명령체계를 구축한 것도 아니다.”
“하, 하지만……!”
“기록의 탑 일원들이 들어옴으로써 분명 서로가 시너지를 내서 서로 크게 발전하는 면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내 생각보다 너희는 너무 나약했다.”
“…….”
“……예.”
유진은 착잡한 얼굴로 피와 땀으로 얼룩진 연무장 바닥을 밟으며 천천히 걸어갔다.
“이걸 봐라.”
그가 안주머니에서 수정 구슬 하나를 꺼내 올려 보였다. 그러자 허공에 흑지와 교지의 경계선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전투 장면이 사각의 형태로 떠올랐다.
태양신교와 흑탑의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유진은 기록 마법을 이용해 이미 전황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태양신교에서는 일반 교도군 10만과 더불어 백염 기사단 일부까지 동원해 이미 흑탑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
“생각보다 전쟁에 훨씬 더 빨리 투입될 거라는 말이야. 전략과 전술은 모두 생각해 두었으나, 너희들의 역량이 부족해 따라오지 못할까 싶어 걱정스럽다.”
그제야 연합원 전원이 깨달았다. 유진은 그냥 앉아서 훈련을 구경하던 게 아니라, 전략과 전술을 구상해온 것이다.
곧바로 전쟁에 돌입할 터인데, 이들이 생각보다 큰 성취를 보이지 못하는 모습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 것이다.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너희 목숨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전쟁에 정말로 참여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어.”
유진은 그렇게 연무장을 터덜터덜 걸어 나갔다. 마음이 무거운 것 같았다.
“……후우.”
“하, 제기랄, 제기랄……!”
“어째서 이것밖에……!”
기록의 탑을 포함한 모든 펜첼 연합원들이 괴로운 한숨을 쉬었다.
손과 발에서 피가 나서 괴로운 게 아니라.
근육이 찢어지고 쥐가 나서 괴로운 게 아니라.
자신들의 능력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들어서였다.
연무장 내의 분위기는 너무나도 어두웠다. 곧 전쟁에 돌입할 텐데, 유진의 말대로 그들은 너무도 나약했다.
물론 펜첼 연합은 웬만한 기사단은 씹어먹을 정도로 강했으나, 유진과 그들의 기준치는 그 정도 수준에서 머물러 있지 않았다.
더 강해야 하고, 더 오래 싸울 수 있어야 하고, 더 빨라야 했다.
그리고 이 광경을 이레인이 물끄러미 관찰하고 있었다.
* * *
한밤중의 펜첼 영지를 걷는 유진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전생에서 태양신교의 참모로 있을 적,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권모술수와 암투가 난무하는 신교 내에서, 유진은 결국 2인자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 덕분에 여러 부하와 추종자들을 거느리기도 했다.
개중에는 유진이 진심으로 아끼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완전기억 능력과 천재적인 전략 전술 능력을 갖추긴 했으나, 높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서는 외롭고 고독한 삶을 자처할 수밖에 없었다.
살면서 처음 받는 그 관심과 존경의 표현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하지만 그들을 잃기도 많이 잃었다.
흑지를 상대로 더러 있는 소규모 전투와 더불어 대륙 통일을 위해 벌인 마지막 전쟁에 이르기까지.
유진이 아끼는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꼴을 그는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절대적인 ‘무력’이 없었으니까.
그들을 위기에서 구출해줄 능력이 없으니, 유진은 그저 저 뒤편에서 지휘봉만을 휘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이후 유진은 자신이 나약하다는 것에 이골이 나 있었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능력을 반드시 기르리라 다짐했다.
한데.
‘10성에 다다른 지금에서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구나.’
라울러.
인스 형제.
엘도라.
그 밖에 유진을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
아직 누군가를 잃은 건 아니지만, 유진의 어깨에는 이들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실려 있었다.
그래서 조금 전, 이들을 그렇게 모진 말로 다그치고 화 아닌 화를 냈던 것이다.
‘……동료들이 죽는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나. 전생에도 그랬던 것처럼.’
복잡한 머릿속이 유진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던 그때였다.
“유진.”
이레인이 그를 불러 세웠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