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8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84화(284/320)
“기어이…….”
테오스가 전선에 파견된 전서구의 시야를 다급히 공유받아 허공에 띄웠다.
앙신으로 변모한 흑탑주의 힘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1, 2천에 달하는 키메라들과 더불어, 불길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인물 하나가 전선을 천천히 누비는 모습이 보였다.
앙신으로 진화한 흑탑주였다.
-저, 저놈이 앙신…….
그저 화면을 공유받아 관찰하는 입장이었음에도, 테오스와 흑교황은 앙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파괴적인 기세를 피부로 느끼는 듯했다.
흑교황과 테오스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단과 괴물을 보아왔지만, 앙신은 그 수준이 달랐다.
“……생각보다 더 귀찮아지겠어.”
테오스가 이를 뿌득 갈았다.
이미 붉은 교도대는 거의 전멸하여 전장은 붉은 피와 붉은 의복으로 잔뜩 물들어 있었으니까.
물론 태양신교의 진짜 전력은 붉은 교도대가 아니긴 했지만, 두 교황은 교도대가 모두 말살당한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대로 가면 태양신교의 본진까지 오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을 터.
“백염을 파견해야겠군. 본때를 보여줘야 물러나겠지.”
-……만약, 백염까지 모두 당한다면?
“…….”
흑교황의 질문에 테오스는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흑교황의 의문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요치 않은 의문도 아니었다.
정말 만약, 태양신교 101인의 최정예 군대인 백염까지 당한다면.
“……흑염을 파견해야지.”
태양신교에서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 모든 대륙에서 가장 강한 집단일지도 모르는 군대-
흑염(黑炎).
그 전무후무한 최종병기를 꺼내야 할 수도 있었다.
흑염을 파견한 일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이었다.
그 정도로 태양신교가 위급했던 적은 흔치 않았고, 그만큼 흑염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집단이었다.
웬만해서는 잘 꺼내지 않아야 하는 비장의 한 수란 말이었다.
그 말에 흑교황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흑염은 안돼.
“그러면 어떡하자는 말이냐. 내가 직접 나서기라도 하란 말이냐? 이 몸이?”
-그건 아니지만, 흑염은 없다고 생각하고 싸워야 한다. 흑염의 전력 노출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손해야. 그러니…….
“……차라리 신성한 불꽃을 내어주고 유니온을 데려오자는 말이냐.”
-그렇다. 그게 현명한 선택이야.
솔직히 말해서 아직 백염이 전멸당하지도 않은 상황이었기에 흑교황의 염려는 그저 기우에 불과해 보였으나, 백교황 테오스는 흑교황의 직감을 믿었다.
“백염도 앙신을 당해내지 못하리라 보는 게 맞나?”
-……그래. 인정하기 싫지만 그게 맞다.
“……이것까지 놈들이 예상한 건 아니겠지만, 분하군. 알고도 당해야만 한다니.”
분한 표정을 짓던 테오스가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고위 사제를 호출하여 명령했다.
“부르셨습니까, 교황이시여.”
“유니온에 추기경을 파견해라. 그리고 신성한 불꽃을…… 이만큼 분할하여 가져다주어라. 그러면 놈들이 협조할 것이야.”
“예…… 예?”
고위 사제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 번째로 ‘추기경’을 파견하라는 명령 자체가 의아했고, 두 번째로는 신성한 불꽃을 가져다주라는 것에 크게 놀랐다.
“듣지 못하였느냐?”
“아, 그, 그러니까…….”
지금껏 이 고위 사제는 수십 년을 태양신교에 몸담아 일하면서 테오스가 이런 지시를 하는 건 처음 보았다.
추기경이란 태양신교 내에도 고작 3명밖에 안 되는 교황 바로 아랫급인 최고위 직급의 인물을 말했다.
그들은 테오스의 곁에서 중대사를 도맡았다. 그만큼 주어지는 권한도 커서, 그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테오스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파급력을 지닐 정도였다.
그랬기에 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태양신교 밖을 벗어나는 일이 잘 없었다.
한데, 그런 세 추기경 중 한 명을 겨우 사자(使者)라는 역할로 보내라니.
더불어 신성한 불꽃을 떼어주라는 지시 또한 난생처음 접했다.
그래서 고위 사제는 자신이 들은 것이 맞는 것인지 다시 물어보았다.
“아, 추기경 파견과 신성한 불꽃의 일부 양도. 맞습니까……?”
“그래, 제대로 들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전달하라. 꾸물거리지 말고!”
테오스가 호통을 치자, 알현실 내부가 크게 떨리며 고위 사제의 무릎이 휘청였다.
“아, 알겠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고위 사제는 뒷걸음질로 물러나며 테오스의 옆에 떠 있는 전시 상황 화면을 흘긋 살폈다.
전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사각 화면 속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설마, 붉은 교도대가 전멸한 것인가……?’
고위 사제는 테오스에게 전황에 대해서 정확히 전달받은 바가 없었으니 그저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테오스는 태양신교에게 좋지 못한 소식을 함부로 공유하거나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전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태양신교 내부 교인들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 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전황이 정말로 안 좋은 것 같군. 이 정도로 이례적인 명령을 내리시는 걸 보면 아주 급박한 상황인 모양이야.’
고위 사제는 제 머릿속 생각이 들킬까 두려워 얼른 알현실에서 벗어났다.
쿵…….
알현실의 문이 닫히고, 테오스가 왕좌에 몸을 기대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유진 로베르…… 네놈이, 그 몇 년 사이에 호랑이가 되었다는 말이지. 감히 은혜도 모르고 교지의 주인을 물려고 들어. 하하…….”
그는 아직도 기억했다.
초신성의 파티에 처음 보았던 유진의 모습을 말이다.
그때는 고작 6, 7성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긴 했으나, 테오스는 녀석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았었다.
그랬기에 후에 기록의 탑 탐사 임무에 함께 해줄 수 있는지 제안도 한 것이고-
비밀 공간에 있는 화룡의 알을 훔쳐 갔을 때도 오히려 기특해했다.
놈이 가진 혼돈이 더더욱 커지고, 그에 따라 강해진 녀석을 한 번에 사로잡는다면…….
태양신교의 숙명이자 가장 큰 프로젝트인 ‘그것’의 실체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상상도 되지 않았으니까.
한데, 생각보다 녀석이 너무도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와 버렸다.
고작 17살에 10성에 다다를 수 있다고 그 누가 예상할 수 있겠는가.
“이제 쉽사리 놈을 잡아먹을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말이야.”
-구세력과의 전쟁 이후로, 우리 태양신교가 맞이하는 두 번째 위기라 볼 수 있겠군.
적기를 놓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하나, 흑교황은 유진을 잡아 죽이자는 전과 달리 오히려 차분해진 상태였다.
-후회할 필요 없다. 그래봤자 놈은 10성 안팎이다. 제이드, 그 노인네도 오래 살지는 못할 테니 눈치 볼 필요 없어. 시기만 잘 노린다면 유진이 가장 잘 익었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다.
“……그렇겠지.”
테오스는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짓다, 이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말았다.
기록 마법도 쓰지 못하게 되었고, 붉은 교도대도 죄다 밀린 상황에다 신성한 불꽃까지 내줄 판국이 되었지만-
만약에라도 끝까지 가게 된다면,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그가 가진 최후의 한 수, ‘그것’에 대적할 이는 대륙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 * *
유니온 본부, 대회의실.
유니온의 주축을 이루는 명문 육가의 가주들과 중소 가문들의 장(長)들만이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들 모두의 시선은 단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처음 뵙겠소이다. 추기경 마르틴이라 합니다.”
태양신교에서 사자로 파견해 온 ‘마르틴 추기경’이었다.
수십 명의 유니온 중역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는 그의 감정은 조금 복잡했다.
테오스의 직접 지시로 유니온에 오긴 했지만 조금 치욕스러웠고, 불만스럽기도 했으며, 걱정스럽기도 했다.
‘아무리 유니온의 중역들이라고는 하지만, 추기경인 내가 이곳까지 발걸음해야 하다니.’
그와 동시에.
‘그 말인즉슨, 내가 직접 나서서 협상해야 할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이야기겠지. 도대체 전황이 어떻기에 교황께선 말씀조차 않으시는 거지?’
한숨이 절로 나왔으나, 일단 이곳에 온 이상 목표를 이루어야 했다.
“요구한 물건은 들고 오셨나?”
크로센 젤칸이 그렇게 물으며 팔짱을 끼어 보였다. 상대가 태양신교의 추기경이건 뭐건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마르틴은 그 점이 아주 못마땅했으나, 태양신교가 현재로서는 ‘을’의 입장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애써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예, 가져왔습니다. 다만, 이 황금의 상자 안에 들어있는 존재는 ‘물건’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태양신교가 만들어질 적부터 서서히 커져 온 저희의 존재 이유이자-”
“아, 됐고! 물건이나 좀 봅시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예.”
추기경은 치욕스러운 표정을 간신히 감추며 황금빛의 커다란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 보였다.
“이 상자 역시 저희 태양신교에서 오랜 시간과 자본을 들여 특수 제작한 것으로, 신성한 불꽃이 영구적으로 유지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점 감안하여 저희에게 꼭 협조해 주시길-”
“아아, 알겠고! 좀 활짝 열어보시게! 무슨 소개팅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낯을 가립니까? 활짝 열어보시오, 활짝!”
“크윽…….”
결국 추기경이 신성한 불꽃을 전부 공개해 보였다.
그와 동시에.
화아아아!
순간 눈을 찌를 정도로 짙은 빛무리가 온 대회의실을 가득 적셨다.
“우옷……!”
“이 양반아! 그렇게 갑자기 열어젖히면 어떡하나! 하여간 늙은이들이란……!”
붉은빛과 더불어 황금빛, 그리고 새하얀 색깔이 오묘하게 뒤섞인 신비로운 형태의 불꽃이 황금빛 상자 안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방금은 활짝 열라고 하셨잖소!”
“눈이 이렇게 부실 줄 낸들 알았나! 으잉?!”
추기경은 잔뜩 투덜거리는 유니온의 중역들을 확 쓸어버리고 싶었으나, 애써 분을 가라앉혔다.
살을 녹일 듯한 화기는 그다음에야 느껴졌다.
“앗, 뜨거워!”
“에이씨, 뜨거울 거라고 얘기를 해 줬어야지! 마르틴 추기경 양반!”
“아니, 불꽃인데 당연히 뜨겁지요!”
“어어? 말대꾸?”
“아니, 그게 아니라……! 후우…….”
어찌 됐건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추기경은 유니온에 빌빌 기어야 했다.
하나, 빌빌 기다 못해 머리까지 땅에 박아야 하는 순간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유진 경! 이리 와 보시오! 물건 상태 좀 봐야 할 것 같은데?!”
신성한 불꽃을 살피던 크로센과 더불어 가주들이 드디어 그를 불렀다.
유진 로베르.
이 모든 사달을 만든 장본인이자, 태양신교가 가장 탐내하는 잘 익은 열매.
“한 번 볼까요?”
그가 뒷짐을 지고 거만하게 걸어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