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8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85화(285/320)
무슨 의도인지는 몰라도, 유진은 평소와 다르게 거드름을 잔뜩 피우는 걸음걸이를 구사하며 저 멀리에서 느릿느릿 걸어왔다.
“흐음, 보자, 보자~”
약이 오를 정도로 느린 걸음걸이에 보는 사람 속이 터질 정도였으나, 희한하게도 추기경 빼고는 아무도 표정을 일그러뜨리지 않았다.
“……급한 사안이니, 빨리 좀 오셔서 확인을-”
“어허, 유진 경은 우리 유니온의 중추를 맡은 중요한 인물이오. 한데 말을 함부로 하시는 겐가? 그냥 협상 결렬 때려버려?”
“아니 그게 아니라…… 하아…….”
추기경은 자신이 완전한 을의 입장에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저쪽에서부터 콧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유진의 비위를 맞춰야만 하는 건 분명했다.
“읏차.”
드디어 신성한 불꽃의 앞으로 다가온 유진이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놓인 황금빛 상자 속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 눈이 부시고 뜨거울 텐데, 유진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이리저리 자세히도 살펴본다.
‘듣던 대로 수준이 남다르긴 한가 보군. 보통내기들과는 기운부터 달라. 뭔가, 단순히 강하다기보다는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랄까.’
한데 유진의 관찰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분.
2분.
3분…….
“…….”
추기경은 입술이 마르고 애간장이 탔다.
태양신교는 현재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
애초에 태양신교가 보낸 서신에 유니온은 무려 한 달이나 지나 답했으니, 그 사이에 태양신교는 훨씬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더불어 추기경은 교황에게 직접 들은 말도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협조를 얻어내서, 만난 당일에 군대를 파견해오도록 만들어라.
교황이 이 정도로 간절해 보인 적은 없었다.
만약 추기경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유니온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제 목숨이 위험해질 터.
그렇기에 반드시 유니온, 그중에서도 유진의 마음을 사야 했다.
한데.
“흐으으으음…….”
이 미친 꼬맹이는 신성한 불꽃과 교감이라도 나누려는 건지 몰라도, 거의 20분가량을 아무 말도 없이 살피고 있었다.
오러도 한 번 일으켜 불꽃 근처에 대보고, 마력도 일으켜 감싸보고, 좀 있으면 맛이라도 볼 태세였다.
‘뭘 알고 이 지랄을 하는 건가? 신성한 불꽃을 직접 보는 것도 처음일 텐데? 아니면 우리가 엉뚱한 걸 들고 온 게 아닌지 의심하는 건가?’
참다못한 추기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
“확인은 이쯤 하시고, 이제 군대 파견 협상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살짝 아쉬운데.”
“……예?”
추기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살짝 아쉽다고요. 아니, 좀 많이 아쉬워요.”
“뭐가 말입니까?”
“내가 분명히 답신에 적어놨거든요. 최소 이 정도 크기로 달라고요.”
유진이 두 손으로 화염의 크기를 묘사하자 추기경은 경악했다.
“아니, 답신에 언급하신 크기와 지금 말하는 크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분명 이 정도 크기라고 하셨는데!”
“실제로 보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열기가 더 뜨겁고 거칠어야 해요. 그러려면 크기가 더 커야겠죠.”
“이보시오, 유진 경!”
“그리고 말입니다.”
유진이 추기경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가 속삭였다.
“‘화핵’이 이렇게 작은데, 제대로 된 열기가 나오기나 하겠습니까?”
“화핵을 어떻게……?”
추기경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핵(火核).
불의 이루는 핵심 부위를 일컫는 말로, 단순한 불이 아닌 신성한 불꽃에만 존재하는 일종의 심장 같은 부위였다.
지금 보이는 신성한 불꽃은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커다래 보였으나, 유진의 말대로 화핵 자체는 아주 조그만 크기였다.
유진이 보낸 답신에는 ‘화핵’에 관련한 내용은 없었기에 대충 화염이 겉으로만 크게 보이게끔 하여 가져가면 되리라 생각했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한데, 화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니? 이는 오로지 교황님과 우리 추기경들만이 볼 수 있는데……?’
화핵을 관찰하려면 태양신교만의 특별한 관찰기술이 필요하거나, 아니면 대단히 높은 기감을 소유하면 된다.
한데 유진은 화핵의 존재를 알고 있을뿐더러 이를 관찰까지 할 수도 있다니.
‘도대체 이 꼬맹이의 능력은 어디까지인 거지? 화핵의 존재를 알아낼 내는 정도의 정보력, 그리고 월등한 수준의 기감…….’
유진이 태양신교의 관계자일 리는 없으니, 추기경은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 유진의 요구에 일일이 다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기경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귀신같이 감추며 입을 열었다.
“화핵을 어떻게 알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신성한 불꽃을 내어준다는 것 자체가 우리 태양신교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배려입니다.”
추기경은 반드시 오늘 유니온의 협조를 받아내되, 무리한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 단호함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원하던 신성한 불꽃을 눈앞에 대놓고 보여주었으니, 이제 놈들도 마음이 동하겠지. 강하게 나가야 할 때야. 우리가 을이라는 사실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
유진이 그저 빤히 바라만 보고 있자 추기경은 제 전략이 먹혔다 싶었는지 연이어 말을 꺼냈다.
“저희도 이 정도까지는 어렵게 맞추어 드리겠지만, 만약 더 무리한 요구를 하신다면 신성한 불꽃은 단 한 자락도 내어줄 수 없습니다. 마지막 기회라는 뜻입니다.”
“…….”
“이게 필요하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유니온의 군대를 전선에 파견하십시오. 그러면 곧바로 이 상자를 통째로 내어드리겠습니다. 그게 저희가 내거는 조건입니다.”
유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마지막으로 제안하는 겁니다. 더 이상 저희도 아량을 베풀 수는 없-”
“그러면 아량 베풀지 마시고, 그냥 이거 가지고 가세요.”
“……예?”
“가지고 가시라고요. 협상 조건이 서로 안 맞는데 무슨 이야기를 더 합니까?”
“하하. 유진 경. 제가 그냥 하는 말인 줄 아시는가 본데-”
추기경은 유진이 블러핑을 하는 거라 판단하고 여유롭게 웃어 보였으나, 그는 진심이었다.
“태양신교 추기경님께서 집으로 돌아가십니다! 입구까지 안내해드리세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유니온의 군사들이 우르르 달려와 추기경의 양팔을 잡아끌었다.
“아……? 이보시오, 유진 경, 아직 대화 다 안 끝났소. 이보시오!”
“자꾸 간이나 보려고 하지 말고 제가 요구하는 것 그대로 다시 들고 오세요. 안녕히 가십시오.”
“아니, 진짜로 내보내는 거…….”
유진은 끌려가는 추기경의 당황한 표정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마르틴 추기경, 당신도 참 여전하군.’
유진은 전생에서 태양신교의 참모로 지냈으니, 당연히도 오랜 시간 동안 근속한 마르틴 추기경과 화핵에 대해 알고 있었다.
마르틴은 베테랑답게 경험이 많다.
그만큼 자신의 지위와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더불어, 중요한 협상 건이 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머리를 굴려 상대를 설득해낸다.
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화려한 언변과 그럴듯한 궤변을 늘어놓아 상대방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 점을 잘 아는 유진은 마르틴의 특성을 역이용하기 위해 유니온의 가주들과 말을 맞춰 마르틴을 하대하고, 중간에 내쫓아버린 것이다.
추가적인 요구까지 하면서 말이다.
유진은 마르틴이 생각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다면 판단력이 흐려져 더 큰 불꽃을 가져오리라 확신했다.
“유진 경……! 잠시만, 기다려보시오! 이것 좀 놔보란……!”
“준비물 잘 챙겨서 다시 오시던가, 그냥 그대로 멸망하시던가. 선택은 추기경님 몫이겠죠?”
쿵…….
대회의실의 문이 모두 닫히고, 주위를 빙 둘러싸 있던 가주들이 입을 열었다.
“아니, 유진 경……?”
“도대체 왜 저놈을 돌려보낸 겁니까? 다 된 밥 아니었습니까?”
충분히 의아할 만했다.
솔직히 유진이 추기경에게 화핵을 들먹이긴 했지만, 방금 가져간 그 정도 크기도 충분히 괜찮았다.
태양신교는 처음 유진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부족해. 욕심을 좀 더 부려도 괜찮다.’
심지어 신성한 불꽃의 성능은 그저 저주 면역과 축복을 내려주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생에 온 유진은 그라시안과 광마에게서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얻은 바 있었다.
‘사실, 신성한 불꽃은 과거 200년 전까지만 해도 이 세상을 군림하던 신(神)을 담은 매개체이다.’
200년 전의 전쟁에서, 암흑마법학회는 지플, 룬칸델뿐만 아니라 그들이 모시는 신을 제외한 다른 신들을 모두 쓰러뜨리는 기염을 토했었다.
그리고 태양신교로 변모한 암흑마법학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들의 핵심 개념과 신성만을 모아 신성한 불꽃이라는 형태로 만든 것이다.
다른 곳에 옮겨붙이면, 그만큼 더욱 크게 타오르도록 성질을 변화시킨 것.
그러므로 신성한 불꽃은 작은 불씨만 되더라도 실로 어마어마한 가치라 볼 수 있었다.
이 사실들을 알고 있는 유진으로서는 눈앞에 둔 신성한 불꽃에 눈이 돌아갈 법도 했으나, 만족하지 않았다.
체첸이 혀를 내둘렀다.
-설마 또 유진 더 데빌 로베르가 골수까지 탈탈 털어먹기를 시전한 것인가?
유니온이 얻게 되는 불꽃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유진에게는 이득이고, 태양신교의 전력은 약화될 터이니.
‘우리가 철저히 갑인데, 한 번에 오케이하면 너무 아쉽잖아?’
-갑질의 대가답다. 유진! 크흐흐!
그 사이.
“불꽃의 크기는 충분해 보였는데……? 어째서 또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겁니까?”
“만약에 놈들이 유니온의 도움이 필요 없다며 돌아서 버리면 우리만 너무 아쉽게 되는 것 아닙니까?”
연달아 터져 나오는 의문사에 유진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6시간.”
“……?”
“예?”
유진이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정확히 6시간 뒤, 추기경이 다시 여기로 올 겁니다. 제가 장담하죠.”
가주들이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추기경이 나간 문 쪽을 바라보았다.
* * *
마르틴 추기경은 유니온의 정문까지 쫓겨나왔다.
그는 치욕스러움과 더불어 제 안위가 걱정되어 떨리는 손을 부여잡았다.
“교황님께서 반드시 오늘 해결을 보라 하셨는데……!”
만약 이렇게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털레털레 교황에게 돌아간다면, 그는 분명 목숨으로 대가를 치를 터였다.
‘유진 로베르, 이 약삭빠른 놈이 우리가 얼마나 급한지 이미 모두 파악했으니 이렇게 나오는 거야!’
하나, 이제는 별수가 없었다. 머리싸움도 걸어봤지만 이미 유진은 추기경의 머리 위에 있었다.
그러니 유진이 요구하는 대로 들어주는 수밖에.
“하아아…….”
추기경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수정구슬을 꺼냈다. 교황에게 직통으로 가는 통화 장치였다.
“교황이시여.”
-당연히 성공했겠지? 군대는 언제 보낸다고 하더냐? 늦어도 내일은 와야 한다.
“지금, 그러니까…… 상황이 조금 어렵게 됐습니다…….”
추기경이 곤란함에 말을 잇지 못하자 테오스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뭘 더 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