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8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86화(286/320)
“……그렇습니다.”
추기경이 애써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서 위축된 태도나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말로 교황에게 끝장날 수도 있다.
그간 오랜 세월을 교황의 밑에서 일하면서 터득한 일종의 처세술이었다.
-도대체 말을 어떻게 했길래 놈이 협조를 거부하지? 신성한 불꽃까지 가져다 바쳤다. 그 발칙한 꼬맹이가 원하던 그 크기 그대로 말이다! 응? 대답해 보아라!
교황이 생각했을 때 유진이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러니 추기경이 뭔가 말실수를 했고, 그 일이 변수로 작용한 게 분명하다고 여기는 듯했다.
추기경은 억울함에 입술을 질끈 깨물며 대답했다.
“녀석이 지금보다 3배나 더 큰 신성한 불꽃을 원합니다.”
-…….
교황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놈은 자신들이 유리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이미 너무도 잘 아는 모양입니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으나 눈치가 빠른 놈입니다.”
교황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
놈이 어째서 그렇게 신성한 불꽃에 달려드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뭔가, 이 불꽃에 대한 정보를 더 알고 있는 걸까.
마침 추기경이 그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유진 로베르 놈이 화핵에 대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뭐라?
교황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교황과 세 추기경만이 알고 있는 화핵이란 존재를, 태양신교의 관계자도 아닌 유진이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설마, 정말로 태양신교 내부 깊숙이에 끄나풀이라도 심어둔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말이 안 되었다.
최소 추기경급에 그 끄나풀이 있어야 유진이 화핵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는데, 추기경들은 모두 유진의 나이보다도 긴 시간 동안 근속한 베테랑들이었기 때문.
유진이 제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지시를 내리지 않은 이상,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진은 이미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전에도 말씀하셨던 것처럼, 유진은 저희 태양신교의 특징이나 비밀 따위에 훤합니다. 마치 태양신교에 오랫동안 머물러왔던 것처럼요.”
가만히 듣던 교황이 툭 물었다.
-……설마, 죽은 신들의 힘과 관련된 사실도 알고 있어 보이더냐.
“그것까지는 알아내기 어려웠습니다. 직접 이야기를 꺼내거나, 관련된 대화가 오간 것도 아니라서…….”
-그건 다행이긴 하나, 후우.
이미 이런 비슷한 상황을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니 교황조차도 불안감이 엄습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더 급한 건 그게 아니었다.
쿵, 쿠궁……!
수정구슬 너머에서 끔찍한 굉음이 전해 들렸다.
“괘, 괜찮으십니까, 교황이시여!”
-……백염이 밀리고 있다.
“우리 백염이 말입니까……? 아니, 그럴 리가……!”
유진이 뭘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후에 생각할 문제.
-신성한 불꽃을 추가로 내어주겠다 하여라. 지금 그곳으로 추가 인력을 보내마. 6시간 정도 걸릴 거야.
“하,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전력 손실을 최대한 막는 것이다. 그깟 불꽃 정도 내어주어도 다시 회복하면 그만이다. 소탐대실하지 말아라.
“크윽…….”
추기경은 차라리 신성한 불꽃을 직접 백염에 이용하여 앙신을 막아내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으나.
어차피 전력 손실은 불가피한 일이니, 백염을 잃는 것보다 유니온이 대신 싸워주는 것이 태양신교에게는 이득이었다.
그랬기에 테오스가 이토록 원조에 집착하는 것.
-대신.
“……?”
-불순물을 잔뜩 넣어 화핵의 크기를 부풀린 불꽃을 보낼 것이다. 이것까지는 유진 그놈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현명한 생각이십니다!”
테오스도 호락호락하게 당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 * *
추기경이 신성한 불꽃을 기다리는 사이.
“드르렁.”
유진은 유니온 회의실 한편에 마련된 라뚜라뚜 침대에 누워 쿨쿨 잤다.
가주들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지금 전쟁이 난 상황인데 저렇게 여유롭게 잔다니.”
만약 태양신교에서 교지를 버리고 뿔뿔이 흩어져 버리거나, 자신들의 힘으로 앙신을 물리쳐내고 난다면 유니온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보복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한데 그런 시나리오는 유진의 머릿속에 한 톨도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5시간 55분 지났소.”
“6시간 뒤에 태양신교가 다시 접선해 올 거라고 호언장담 하셨잖나. 근데 5분밖에 남지 않았어…….”
크로센과 라이언, 창왕과 라트비는 코를 골며 자는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미 태양신교는 유진이 요구한 조건을 충족시켜서 주었음에도 더한 것을 요구했다.
솔직히 너무 무리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드르렁~!”
자신감 있게 쿨쿨 자는 저 유진 더 데빌 로베르를 믿는 수밖에.
“……몇 분 남았나?”
“3분.”
똑, 딱. 똑, 딱.
초침이 갈 때마다 가주들은 더욱 불안한 기색이 되었다.
그냥 추기경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신성한 불꽃을 쉽게 얻을 수 있었는데, 괜히 일을 그르치게 될까 싶어서였다.
“쿨쿨.”
……딱 한 명, 유진만 제외하고 말이다.
“2분.”
“……지금이라도 다시 추기경을 불러서 주려던 신성한 불꽃을 받아 오는 게 어떻겠나?”
라이언의 말에 크로센이 고개를 저었다.
“일단 좀 더 지켜보자고.”
“2분 더 지켜보자고?”
“그래, 이 양반아. 우리가 유진 경을 안 믿으면 누굴 믿겠나?”
“이제 1분 남았네. 무슨 유진 경이 신도 아니고, 딱 6시간 뒤에 오리란 걸 어떻게 알겠나? 내 생각엔 이미 협상을 그르친 것 같은데……!”
찰칵.
추기경이 내쫓긴 지 정확히 6시간이 지난 그때.
덜컥!
유니온 대회의실의 문이 열리더니.
“헉, 허억…….”
마르틴 추기경과 양옆에 또 다른 태양신교의 두 관계자가 커다란 황금빛 상자를 수레에 끌고 나타났다.
“어……?”
“설마?”
가주들은 놀란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거, 설마 신성한 불꽃이오?”
“허억, 허억, 가져오라고 하지 않으셨소!”
가주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솔직히 아무리 유진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협상 시도는 너무 무리수였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그가 예상한 6시간 만에 말이다. 모든 것이 유진의 뜻대로 이루어졌다.
“미친…… 이거 이 정도면 종교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오?”
“유진 신에게 찬양을……!”
그러던 차.
“한 번 볼까요?”
어느새 침대에서 빠져나온 유진이 뒷짐을 지고 설렁설렁 걸어왔다.
* * *
한밤중이었음에도, 유니온 본부가 자리한 도시는 축제라도 벌이는 것인지 눈부시게 밝았다.
화르르륵!
유니온 본부의 꼭대기에 신성한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오……! 그냥 불이랑 달라! 자네도 느껴지는가?”
“진짜잖아……? 기운이 차오른다! 뭔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충만해지고 있다고!”
유니온 본부에서 대기 중이던 모든 명문육가와 중소세력의 기사들, 이외 업무를 맡은 수많은 인원이 신성한 불꽃을 올려다보았다.
이는 그들의 말대로 단순한 화염이 아닌, 마음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만드는 어떠한 경건함을 선사했다.
유진과 더불어 모든 명문 육가의 가주들, 마르틴도 마찬가지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마르틴 추기경은 씁쓸한 표정으로 유진에게 물었다.
이 17살의 건방진 청년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건지는 몰라도, 오십 넘게 정글과도 같은 태양신교에서 살아남아 온 마르틴을 쥐락펴락했다.
그 결과 마르틴은 신성한 불꽃을 3배나 더 내어주어야 했다.
이는 유진에게야 좋은 일이겠지만, 태양신교에게는 뼈아픈 협상이었다.
한데.
“아뇨, 별로요.”
“……예?”
유진의 대답에 마르틴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솔직히 말씀드려요?”
유진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마르틴을 쳐다보았다.
“무, 무얼 솔직히-”
“불꽃에 쓸데없는 장난 친 거, 다 아는데 그냥 넘어가 드릴게요.”
“……!”
유진이 추기경만 들리게끔 잔잔히 속삭였다.
“불꽃에 찌꺼기가 너무 많네요. 테오스 교황님에게 전하세요. 자꾸 머리 쓰려고 하지 마시고, 서로 협력적으로 가자고요. 진실한 관계로. 알겠죠?”
“아…….”
싱긋 웃는 유진의 얼굴에 마르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테오스가 분명 불꽃에 불순물을 넣은 것까지는 유진이 알아챌 수 없으리라 장담했는데, 그마저도 들킨 것이다.
이쯤 되니 마르틴은 슬슬 유진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나와 교황님과의 통화를 엿들은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 이게 도대체……?’
혼란스러운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는 마르틴을 옆에 두고 유진은 피식 웃었다.
‘불순물을 신성한 불꽃에 넣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렇게 정직하게 움직이다니, 테오스도 참 여전하군.’
유진은 테오스가 불순물을 넣어주기를 오히려 바랐다.
만약에 그가 이런 장난질을 치지 않았다면 유진이 아쉬울 뻔할 정도로 말이다.
‘신성한 불꽃이 3배나 커져 버린 이상, 축복과 저주 면역의 강도는 생각보다 훨씬 커진다. 그 신성력을 유니온 대원들이 갑작스럽게 받아들이면 오히려 신체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한데 교황이 손수 불순물을 넣어 신성력의 강도를 줄여주었으니, 이는 유니온에게 이득인 것이다.
“힘이 솟아난다……!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발타르는 물론.
“정의감이 더 강해진 것 같아…… 어쩌면 이 세상의 구원자가 바로 내가 될지도?!”
루한도 미쳐 날뛰며.
“으하하하하! 역시 유진 경 말만 따르면 없던 쌀도 생긴다니까! 펜첼 만세! 유진 만세!”
크로센은 펜첼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져 숭배라도 할 지경이 되었다.
하나, 이 중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이는 바로 유진이었다.
스스스……!
요란을 떠는 유니온 대원들과는 다르게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유진, 자냐? 불꽃이 아주 따땃~하니 졸리느냐?
‘묵광이 각성을 앞두고 있어.’
-……뭐라고?
체첸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묵광 6성.
이에 도달한 지가 제법 되어 이제 더 이상 성장할 틈이 없나, 싶었는데…….
유진의 묵광 7성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체첸은 놀라움 반, 기쁨 반으로 물든 표정으로 유진의 몸을 뛰어다녔다.
-아니, 도대체 어디가? 뭔가 변화가 있다면 내가 알아챌 수 있을 텐데?
‘아직 너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몸 안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그만 돌아다니고 어깨 위로 올라와.’
-이럴 때 지크가 있어야 하는데…….
유진이 체첸의 목덜미를 집어 올리고는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지크를 그냥 그렇게 두겠어?’
-……믿어도 되겠느냐?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다시 집중했다.
그러자.
화아악…….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