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8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89화(289/320)
-저 자식들, 도대체 어떻게 된……!
“각자 한 단계씩 성장했어. 신성력은 역시 쓸만한 힘이군.”
유진은 거센 바람에 머리칼을 휘날리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모두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던 태풍은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일대가 죽은 듯한 정적으로 물들었다.
“……몸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아.”
“마찬가지다……!”
뒤이어 그들이 유진이 말한 그 ‘태도’가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믿고, 동료를 믿고, 지휘관을 믿고 따르겠다는 태도.
설령 적이 너무 강하다는 걸 몸소 체감하더라도, 도망치거나 회피하지는 않겠다는 책임감까지.
유진은 이 모든 점을 통틀어 ‘지금과 같은 태도’라 말한 것이었다.
꽈아아악…….
대원들이 느슨해진 제 양 주먹을 다시금 움켜쥐었다.
초반에 두려움에 떨던 열댓 명의 대원들조차도, 이제는 단단한 눈빛으로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유진은 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제법 만족스러웠으나, 티 내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유니온이 이번 전쟁에 참여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신성한 불꽃을 받아서도 아니고, 태양신교의 보복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로써 모든 준비가 끝났다.
대원들의 합일된 표정을 보던 체첸이 쿡쿡 웃었다.
-두려움도 없앴고, 싸워야 하는 이유도 확실하게 박았군. 역시 회귀자 짬바가 있는 건가?
유진이 체첸을 무시하고 우렁차게 내뱉었다.
“출진!”
* * *
태양신교와 흑지의 접경지 가까이에 있는 한 커다란 마을.
휘이잉…….
그곳에는 공허하게 부는 바람과 비릿한 피 냄새만이 정처 없이 떠돌 뿐.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운은 단 한 톨도 느껴지지 않았다.
온 사방에 부서진 집과 성벽, 그리고 죽은 가축들과 더불어 처참하게 찢긴 시체들만이 가득했다.
그때.
“에잉,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죽였어야 했는데. 재미없어라.”
흑탑주의 목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려왔다.
툭, 툭!
그는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무슨 쓰레기라도 되는 듯 아무렇게나 걷어차며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이쯤 되면 유진, 그놈이 움직일 법도 한데…… 왜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오. 선량한 사람들이 다 죽어 나가도 모르는 척하겠다는 건가? 안 그래요?”
그가 노기가 담긴 목소리로 뇌까리자, 이내 그의 바로 옆에 한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연기의 형태로 나타났다.
“그렇습니다, 흑탑주시여.”
흑탑주에게 영혼을 빼앗겨 키메라로 변모한 불칸이었다.
“뭐가 그렇다는 거죠?”
“아직도 유진 로베르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음, 잘 듣고 있었군요. 기특해요 아주? 우리 불칸?”
우쭈쭈!
흑탑주는 키메라 불칸의 엉덩이를 통통 두드리면서 헤벌쭉 웃었다.
멀쩡한 불칸이었다면 치욕스러움에 당장이라도 흑탑주를 공격했겠지만, 이미 영혼까지 완전히 지배당한 그는 흑탑주의 손길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렇게 순한 불칸이라니, 진즉에 잡아먹었어야 했는데…….”
흑탑주는 불칸의 튼튼한 몸을 위아래로 뱀처럼 훑어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그가 깔고 앉은 이 사람들을 ‘선량한 사람들’이라고 칭하긴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걸 흑탑주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궤멸시킨 이 마을은 사실 말이 마을이지, 일종의 범죄자 수용소.
교지에서 각종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죄다 모아 놓은 것이다.
흑지와 전쟁이 일어나면 곧바로 피해를 입을 지역이었기에 교지 사람들은 이곳에 수용소를 지었다.
“……아마 이런 놈들은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거겠죠.”
그는 혀를 가볍게 차며 유진의 속내를 추측했다.
“그나저나, 백염은 어디까지 뒤로 갈 작정인 건지…… 앞으로 전황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불칸?”
불칸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태양신교의 백염이 전선을 제법 크게 물렸으니, 유니온이 곧 나타날 것입니다. 그때를 노려 흑탑주님의 위대한 힘을 다시 한번 드러내면 될 것 같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앙신이 직접 되어보니, 어째서 진즉에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이 힘만 있다면, 세상의 원하는 것들은 모두 빼앗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흑탑주가 혀를 날름거리며 태양신교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혼돈을 더 취하기만 한다면…… 이 모든 대륙이 새빨갛게 물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태양신교에는 흑탑주가 지금까지 모은 모든 혼돈을 다 합해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양의 혼돈이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놈들과 전면전을 불사하고, 앙신까지 되어가며 이 사달을 만드는 것이었다.
“자, 이제 가볼까요오~”
그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깔고 앉은 시체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스스스!
그의 뒤에 2, 3천에 달하는 키메라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불칸의 옆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기운을 머금은 3명의 인물이 추가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화아악!
흑탑주가 웅혼하리만치 짙은 흑색의 기운을 흩뿌리며 ‘앙신’으로 변모했고-
그의 귓가에 한 여자의 목소리가 잔잔히 메아리쳤다.
-혼돈이 더 필요하다…… 혼돈이 더…….
* * *
“후우, 후우……!”
태양신교의 여러 기사단 중 하나인 광휘기사단 단장이자, 8성 후반의 기사인 콜른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떻게 싸워야 하는 거야……!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게 말이나 되는 거냐고!”
“우리가 이대로 밀려나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우리는……! 태양신교의 군대라고!”
그들은 지금 앙신을 비롯한 흑탑의 키메라 군대와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백염은 이미 전선을 후퇴했고, 그 사이 시간을 벌기 위해 콜른이 소속된 일반 군대가 파견된 것이었다.
흑탑의 키메라들은 제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지, 키메라들은 싸움에 미친 놈들처럼 아가리를 쩍 벌리고 백염에게로 제 몸을 거침없이 들이밀었다.
키에에에엑!
께르르라라락!
괴상한 굉음을 뱉어대며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모습에, 콜른은 이들을 손쉽게 이기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부딪혀보니, 그 많은 수의 붉은 교도대가 어째서 전부 몰살당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죽어! 죽으라고오오오!”
“으아아아!”
백염의 기사들은 실핏줄이 다 터져나가리만치 거세게 소리를 지르며 전투에 몰입했다.
어떻게든 다시 힘을 내서 흑탑의 괴물들을 물리치려 해보았지만, 아무리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무한분열 키메라 앞에서 사기를 유지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촤아악!
몰아치는 키메라들을 간신히 베어내며 콜른이 소리쳤다.
“증원이 필요하다! 이대로는 안 돼!”
“빌어먹을, 증원 요청한 지는 이미 한참 됐다고!”
“도대체 언제 오는……!”
그때였다.
쿠구구궁…….
어둑어둑해진 하늘에서 웅혼한 마나의 유동이 일어나더니, 무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 저건……?”
룬문자를 휘감은 거대한 화염구였다.
“엘드리치……!”
이를 본 콜른이 누군가의 본능적으로 어떤 이름을 뇌까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저 화염구를 사용한 이의 이름은 ‘엘드리치’. 태양신교가 리올 지플을 두고 임의로 명명한 이름이었다.
저러한 메테오 마법을 쓰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전장에 투입되기 전에 전해 듣긴 했으나, 실제로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모두 후퇴하라……! 마법병들은 신성 마법을 사용해 우리를 보호하라!”
“이행하겠습니다……!”
일반 마법병 수십이 재빨리 지팡이를 들어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거대한 흙더미가 노면에서 솟구쳐 나오더니, 태양신교와 키메라들 사이를 가르는 커다란 흙의 장벽을 형성하였고-
추가로 병사들의 머리 위를 단단하게 감싸는 거대한 원형의 돔을 만들어냈다.
“머리를 숙여라!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전원 포복!!”
이는 죽은 신의 힘을 사용하는 태양신교의 기술 중 하나로, 과거 흙의 신이었던 존재가 부리던 권능의 일부였다.
그렇기에 그 효과는 장담할 수 있었다.
“우리, 살 수 있겠지……?”
콜른의 동료가 엎드린 자세로 덜덜 떨며 물었다.
제아무리 8성에 다다른 용맹한 기사라 하더라도, 목숨이 곧 떨어질지 모르는 위기에서는 그들 역시 한낱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야 당연-”
쿠구구구구궁!
콜른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 그들이 형성한 모든 흙의 장벽과 보호벽이 화염구에 파괴되었다.
일순간에 거의 모든 태양신교의 일반 병사와 기사들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이후로도 엘드리치가 생성해 낸 멸살암천화염옥은 계속해서 태양신교의 군대가 있는 지면을 때렸다.
쾅! 콰광!
그들이 불로 달아올라 뜨거워진 흙 속에 파묻혀 천천히 죽어가는 사이.
스슥…….
지금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리올 지플이 홀연히 나타났다.
“음…….”
그는 기록의 탑에서 리안 지플과 듀란, 그리고 체첸의 합공으로 멸살암천화염옥을 얻어맞고 사지까지 내몰렸으나, 흑탑주가 간신히 살려내 영혼만큼은 건질 수 있었다.
“흑탑주님께……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가 무어라 중얼거리며 흙바닥을 걸었다. 혹시라도 살아있는 자가 있다면 즉살할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도 여전히 화염구는 일대를 강타하며 귀가 먹먹할 정도로 커다란 굉음을 내었다.
한데.
“……음?”
리올 지플이 고개를 돌려 어느 흙바닥 한 곳을 노려보았다.
그곳에는, 심각한 화상을 입고 잔뜩 녹아버린 누군가의 오른손가락 몇 개가 애처롭게 튀어나와 움직이고 있었다.
“……생존자인가.”
리올 지플이 표정 없는 얼굴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손가락 근처를 흙바닥을 발끝으로 대충 퍼 올려 보니, 한 태양신교의 기사가 괴로운 표정으로 산소를 갈급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다름 아닌 콜론이었다.
“……끈질기군.”
리올 지플은 콜른을 무슨 꿈틀거리는 지렁이라도 보듯 내려다보았다.
“네놈……!”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인물이 리올 지플…… 그러니까 엘드리치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눈치챘다.
엘드리치는 전쟁이 시작된 후, 종횡무진 전선을 누비며 태양신교의 기사들을 잔혹하게 학살해 왔다.
특히 다인전에 특화된 저 화염 마법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붉은 교도대 역시 이 마법에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을 정도.
심지어 태양신교의 최정상을 차지하는 백염조차 저 화염구에 크게 후퇴했어야 했다.
콜른이 내뱉었다.
“반드시……! 반드시 네놈은 죽을 것이다……!”
“…….”
“천벌을 받게 될 것이다! 태양신이 네놈을 가만히 두지 않을거라고……!”
리올 지플은 콜른이 무어라 지껄이는 것을 무시하고, 오른손을 하늘 위로 들어 거대한 화염구를 뭉쳤다.
태엄령화전극(太嚴囹火戰極).
커다란 화염을 감옥의 형태로 만들어, 피시전자를 영원한 불지옥에 가두는 마법으로-
흑탑주가 리올 지플을 다시 되살려내며 추가로 집어넣은 신기술이자, 비기였다.
멸살암천화염옥이 시전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전범위 타격을 하는 대신 정밀 타격이 불가능하다면.
태엄령화전극은 한 명 한 명을 잔혹하게 죽일 수 있는 대인용 기술이었다.
“아, 아…….”
제 죽음을 직감한 콜른은 의미 없는 탄성을 흘리다, 눈을 질끈 감았다.
화아악!
태엄령화전극의 불길이 치달아 그를 억겁의 불지옥으로 집어넣으려던 차.
스걱……!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리올 지플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