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9화(29/320)
유진과 상급반의 대결이 끝나고 두 달이 흘렀다.
한동안 펜첼 가문에서는 그 사건 덕분에 소란스러운 시간이 흘렀고, 유진의 가능성을 눈치챈 이들이 그를 이따금 찾아왔다.
하지만.
“훈련 끝나고 쉬는 시간이잖아요. 저 쉬게 좀 가세요.”
“하, 하지만…… 3일 내내 공자를 기다렸는데 만나주질 않으시니 어쩔 수 없이 찾아온 저희 사정도……!”
“내 시간을 그쪽한테 맡겨놓기라도 했습니까? 그 정도 거절했으면 눈치껏 가시라고!”
유진이 버럭 고함을 지르자 모 기사단에서 나온 스카우터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연무장 밖을 나섰다.
그 광경은 엘도라와 더불어 인스 형제, 라울러까지 모두 보게 되었다.
“야, 유진. 방금 그 사람 태산 기사단 사람 아니야? 그걸 그냥 단칼에 거절한다고?”
“태산이든 뭔 산이든 관심 없어. 내가 가고 싶은데는 따로 있으니까.”
“그게 어딘데?”
“비밀이야.”
“신비주의 진짜 지긋지긋해.”
철벽같은 유진의 태도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오늘만 해도 3개의 기사단에서 스카웃 제안을 받았으나, 죄다 한 방에 물려냈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쾅!
“쟤는 또 왜 저래?”
“몰라…… 여기 좀 이상해.”
엘도라는 그런 유진의 모습을 보며 더욱 열심히 허수아비를 두들겼다.
라울러와 인스 형제는 그사이에 그나마 좀 가까워진 것인지,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유진이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 엘도라를 응시했다.
쾅! 쾅! 쾅!
엘도라는 입을 굳게 다물고 펜첼의 기초 ‘내려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어느샌가 자리 잡은 감정은, 조바심이었다.
‘사자의 시험 전까지만 해도 유진은 내 안중에도 없었는데, 어느샌가 나를 훨씬 앞지르고 있어.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받아도 넘어서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야…….’
상급반을 단신으로 쳐부순 사건 이후로 유진의 입지는 완전히 올라갔고, 그만큼 엘도라는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 해야 해. 더 많이, 더 힘들게, 더 오래.’
라울러 또한 상급반에게 한 번 부상을 입은 것이 자극이 되었는지 근래에 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유진이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는 라울러에게 물었다.
“형, 카인 선배한테 사과는 받았어?”
“사과? 아, 한번 찾아와서 저번 일은 미안했고, 다시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하긴 했어.”
“응, 됐네. 그럼.”
“하…… 진짜 알면 알수록 놀랍다, 너는.”
“뭐가?”
“상급반 선배들을 찾아갈 생각을 한 것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싸운 데다가, 전부 이겨버린 것까지.”
유진이 생각해도 자신의 행동은 조금 무모했다.
강자존을 따르는 펜첼이라는 걸 철저히 생각하고 저지른 일이었지만, 만약에 단 한 번이라도 패배했다면, 모든 게 무너지게 되는 셈이었다.
하극상에 더해 무모함을 증명하는 꼴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물론 카인까지 압도해버린 덕분에 유진이 얻은 이득은 적지 않았다.
‘선배들은 처음에야 나를 인정하기 싫겠지만, 결국은 내 편으로 돌아설 거다.’
더불어.
‘클라크와 시리우스는 물론, 제이드에게도 다시 한번 내 무위를 증명했어. 내가 2년 안에 펜첼의 기사단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에 이번 사건은 도움이 될 거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상징검술의 기틀을 마련했다. 처음 사용했을 때야 오러의 양을 조절하지 못해 의식을 잃을 뻔했지만, 다시 그럴 일은 없어.’
위험을 감수한 대신, 여러모로 얻게 된 점이 많았다.
그때.
에막스 교관이 소리도 없이 유진에게 걸어왔다.
“유진 로베르, 명이 있다.”
“깜짝아…… 무슨 명이요?”
“너는 이번 현무 기사단의 임무에 참관인으로 선정되었다. 이는 현무의 기사단장이 너를 높이 평가하여 참석시키는 것이니 영광으로 알아라.”
주위에 있던 아이들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만큼 기사단 임무의 참관 기회는 흔치 않고, 펜첼의 신임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까.
그에 유진이 답했다.
“음, 싫습니다.”
“그래, 정확한 날짜는…… 뭐라고? 싫다고?”
“예.”
예상치 못한 대답에 이번에는 에막스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참관인으로 선정되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거냐?”
“아는데요, 그 시간에 여기서 교관님과 훈련을 더 하는 게 전 더 좋습니다.”
“말은 고맙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허…….”
엘도라가 저 멀리서 미간을 좁힌 채 유진을 응시하고, 라울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으며, 인스 형제는 헛기침만 흘리고 있었다.
“그게 진짜 이유냐?”
“예. 제가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임무의 참관인으로 간다는 것은 명예롭고,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긴 했으나.
‘들러리처럼 따라다녀서 뭐 해. 그 시간에 상징검술을 한 번 더 써보는 게 낫지.’
에막스는 유진의 진지한 표정에 담긴 진심을 읽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맹랑한 건지, 아니면 현명한 건지…….
지금까지 보여온 유진의 행보를 보면 후자가 더 맞겠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기에 에막스는 한 가지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은 한 번에 명을 받들지 않을 것이다. 만에 하나 거절한다면, 이 방법을 써보아라.
에막스의 눈동자가 유진의 오른손에 끼워진 반지로 살며시 옮겨갔다.
푸른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적당한 굵기의 반지.
이것은 얼음동굴에서 ‘어린 제이드의 환영체’를 처치하고 습득한 물건이었다.
하나, 느껴지는 오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떠한 효과도 없어 보였다. 에막스는 직감할 수 있었다.
유진은 에막스의 시선을 보고 눈치챘다.
‘이 반지를 쳐다보고 있네. 나를 보내려는 임무가 이 반지에 대한 비밀과 관련이 있는 거겠지.’
에막스는 제이드가 알려준 대로 유진에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임무에 가면, 네가 궁금해하던 어떤…… 것을 알아낼 수도 있다. 그래도 가지 않겠느냐?”
“……임무의 내용이 정확히 뭡니까?”
“교지 북부와 흑지 사이에 위치한 고대 유적지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범인에 대한 정보를 찾고, 가능하다면 사살하는 것이 목표다.”
유진은 기억을 되짚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펜첼과 마탑 간의 싸움을 불러왔던 그 임무구나.’
유진은 에막스의 제안에 대해 다시 한번 답을 해야 했다.
“좋습니다. 가죠.”
“그래, 정확한 날짜는-”
“그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유진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참관하는 대신, 진검을 소지한 채로 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펜첼 가문의 수련생이 검을 가지고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쉽게 말해 펜첼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명이자 표식이었다.
그만큼 당사자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보이는 일종의 상징인 것이다.
하지만.
“……수련생이 기사단의 임무에 참관하는 일 자체도 드문 일인데, 진검까지 차고 가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어야 하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다만…….”
“그리고, 명이라고 하긴 하셨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요.”
유진은 칼자루가 누구에게 있는지 가늠하고 있었고, 확신했다.
‘칼자루는 나에게 있다. 아쉬운 건 제이드고, 선택은 내가 하는 거야.’
“일단,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그때, 에막스의 머릿속에 한 줄기 전음이 들려왔다.
-허한다.
제이드의 목소리였다.
에막스는 제이드가 집무실에 있다는 걸 알았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먼 거리에서도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다는 말이니, 놀랄 수밖에.
이내 놀란 마음을 감춘 에막스가 말을 수정했다.
“……내 선에서 어떻게든 가능하도록 해보마. 정말, 너는…….”
“예?”
“아니다.”
어떻게 그 까다로운 가주님의 총애를 이토록 한 몸에 받을 수 있냐는 뒷말을 삼킨 에막스가 뒤를 돌았다.
‘가주님이 유진에게 거는 기대가 크시군. 하지만 그만큼 녀석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큰 셈이야.’
또한 드는 생각은.
‘로베르 가문 아니랄까 봐, 협상하는 실력이 아주…… 영리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군.’
과연, 유진은 제이드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 * *
훈련이 모두 끝난 뒤, 유진은 곧장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궁귀가 있는 약제당을 먼저 찾았다.
“벌써 훈련이 끝났소이까? 원래 저녁까지 하지 않소?”
“나는 잠깐 뺐어. 반차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펜첼에서 반차라니요. 그것도 수련생 신분이…….”
궁귀는 유진이 펜첼에서의 입지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이때 확실히 느꼈다.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열었다.
“나한테 할 말 있지?”
“그건 또 어떻게 아셨소이까? 이따 밤에 훈련 끝나시면 조용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수상한 게 있나?”
궁귀는 유진의 귀신같은 눈치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본론을 꺼냈다.
“공자님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무리가 있는 것 같소.”
“붉은 전갈인가?”
“확실치는 않지만, 정황상 그렇소.”
궁귀는 최근 붉은 전갈의 아지트 내 자객들이 바삐 움직이고, 북부로 향하는 동향이 포착된 점.
이어 펜첼 가문 인근의 지역에서 유진에 대한 정보가 계속 오간다는 점을 연결하면 한 가지밖에 없었다.
“물론, 최근에 공자님이 상급반 아이들을 때려눕혔다는 점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녀석들의 기운이 스산한 건 별개의 문제니…….”
“일단 알겠어. 계속 지켜봐.”
“그런데 왜 그 아지트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인지 궁금하오.”
유진이 작게 웃었다.
“지금은 그 녀석들을 굳이 처리할 필요가 없고, 조금 더 기다리면 좋을 것 같아서.”
“뭐가 좋을 것 같단 말이오?”
“그런 게 있어.”
항상 뭔가 다 계획은 해놓았지만, 알려주지는 않는 유진의 모습에 궁귀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물론 그래도 궁금하긴 했다.
“아, 진짜.”
“뭘 진짜야, 다 알게 될 거니까 보채지 마. 그건 그렇고, 약은 다 만들어졌어?”
“후, 이거 만드느라 고생한 궁귀에게 박수 한 번 쳐주시오.”
“너 금검이 되도 않는 농담하면 내가 어떻게 하는 줄 알지. 그걸 꼭 다시 봐야겠니?”
“지금 보여드리겠소이다.”
궁귀가 두 개의 상자를 내밀었다.
하나를 열자, 작은 유리병 안에 보라색 액체가 가득 차 있었다.
“효과는 확실하지?”
“그거 실험해 보느라 마수를 몇이나 잡아 족쳤는지 모르겠소.”
“어쩐지 요즘 주변이 조용하더라. 그리고 또?”
궁귀가 상자 하나를 더 내밀었다.
안에는 조그맣고 하얀 알약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내가 들어보니 임무의 참관인은 안전 그 자체라는데 뭐 하러 이렇게 바리바리 챙기는 것이오? 검까지 챙겨가겠다고 폭탄선언을 하시고.”
“이번에 얻을 게 많거든.”
유진은 속으로 앞으로 있을 일과 그 보상을 계획했다.
첫째로, 반지의 비밀을 풀 수 있다.
유진이 일전에 조사해본 결과, 이 반지의 효능은 오러의 순환과 효율을 조금 더 높이는 데에 있었다.
하지만 제이드가 자신의 환영체를 처치하고 나서야 겨우 얻을 수 있게 만든 이 반지의 비밀을 푼다면, 어떤 추가 효과를 가져올지 몰랐다.
‘제이드의 성격은 신상필벌이 확실한 편인데, 나를 임무에까지 보내서 반지의 비밀을 풀게 하려는 건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다.’
둘째로, 임무에서 활약을 보일 기회가 있다면 직접 나서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펜첼의 가솔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더욱 견고해진다.’
셋째로, 붉은 전갈.
‘내가 외부로 나간다는 소식은 붉은 전갈에게 좋은 소식이겠지. 펜첼내부에 있을 때는 나를 공격하기가 어려웠을 테니까.’
붉은 전갈은 이번 임무를 노리고 유진의 꼬리를 잡으려 할 터이고, 유진은 오히려 그것을 노려 놈들을 역추적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이 임무를 통해 혹여나 그 소녀를 구해낸다면, 여태껏 익히지 못했던 마법을 배울 수도 있을 거야.’
이번 임무는 여러모로 유진에게 기회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