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9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90화(290/320)
콜른이 질끈 감은 눈을 뜨고 마주한 인물은-
“아…… 다, 당신……!”
“파묻혀서 뭐 하고 있습니까? 빨리 안 나오고.”
유진이었다.
그의 발 옆에는 엘드리치의 팔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
붉은 교도대에 이어 백염까지, 태양신교는 지금껏 수많은 공격을 가하며 엘드리치의 털끝이라도 건드리려 했으나 실패했다.
애초에 놈이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기 힘들었기에 멸살암천화염옥에 얻어맞으며 이렇다 할 대응도 하지 못했다.
한데 유진은 단 한 번의 등장으로 엘드리치의 팔을 떨어트렸으니, 믿을 수가 없었다.
후두둑…….
유진의 손을 잡고 바닥에서 꺼내진 콜른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엘드리치가……!”
리올 지플은 바닥에 떨어진 제 팔을 내버려 두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콜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춤거렸다.
이미 그를 제외한 광휘의 모든 이들이 전멸당했고, 지원군으로 나타난 유진에게 놈을 잡으라 지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우선 놈들을 물리는 데에서 만족합시다.”
“하지만……!”
“놈들의 진영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 답도 없으니까 내 말 들으세요.”
너무도 침착한 음성에 콜른이 유진의 얼굴을 홱 돌아보았다.
한쪽 팔을 잃은 엘드리치를 당장 뒤쫓는다면 놈을 처치할 수도 있을 터. 콜른이 보았을 때 이는 분명한 기회였다.
한데도 유진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기다려야 합니다. 다 생각이 있으니 일단 대기하세요. 근데…….”
그의 눈동자가 주변을 가득 뒤덮은 흙더미를 훑었다.
* * *
“유니온이 도착하여 전선 후퇴를 막았다고 합니다.”
마르틴 추기경은 알현실에 도착해 황급히 소식을 전달했다.
만약 유니온의 지원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그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래. 알겠다.”
그럼에도 교황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이미 붉은 교도대라는 핵심 전력이 궤멸당했고, 일반 군대 중에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광휘까지 모두 당했으며, 백염도 열에서 스무 명가량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만약 유니온에서 조금만 더 빨리 지원을 해왔다면 이러한 전력 손실은 없어도 되는 일이었다.
하나 유진이 머리를 쓴 덕분에 그에 당한 태양신교는 제법 많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하.”
거기다 신성한 불꽃까지 일부 빼앗기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잃은 것만 있는 것이다.
교황의 씁쓸한 표정을 본 마르틴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유니온이 등장하자 엘드리치가 꽁무니 빠지게 도망갔으니, 그 틈을 이용해 저희도 전력을 회복하고 숨을 가다듬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때, 교황이 물었다.
“유니온이 전장에서 내뺄 염려는 없겠지?”
이 물음은 일종의 압박이었다.
유니온의 원조를 얻어내는 협상의 모든 책임자는 마르틴 추기경이었으니, 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네가 책임지라는 말과 같았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제 모든 것을 걸고 막겠습니다.”
마르틴이 입술을 뿌득 깨물었다.
태양신교에서 이러한 맹세는 단순한 충성심의 표현이 아니다.
정말로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그래…… 나도 자네를 괴물로 만들면서까지 태양신교를 지키고 싶진 않네. 웬만하면 다른 놈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아끼는 추기경을 이용하고 싶지 않아.”
마르틴 추기경은 두려움에 몸을 흠칫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드릭이 사라졌고, 토마스도 모습을 감추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었으나, 태양신교에 수십 년을 몸담아온 추기경은 당연히도 눈치챌 수 있었다.
‘모두 인체 개조 시술을 받고 괴물이 되어 지하 감옥에 틀어박혀 있겠지.’
혹여라도 유니온의 헛짓거리를 막지 못한다면, 그땐 마르틴이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고드릭과 토마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가보아라.”
“예……!”
마르틴 추기경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자리를 떠났다.
쿵…….
닫힌 알현실의 문을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던 교황이, 돌연 표정을 바꿔 쿡쿡 웃었다.
아무도 없는 알현실을 울리는 웃음소리는 묘하게 기이하고도 섬뜩했다.
그때, 공간을 가르고 흑교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성공했군…… 크흐흐.
“그래. 어떻게든 끌어들였다. 이제 모든 게 마무리되겠어.”
모두 그가 철저하게 짜 놓은 계획이었다.
신성한 불꽃까지 내어주면서 유니온의 협조를 구한 것.
추기경을 압박하면서까지 유니온의 이탈을 막도록 지시한 것까지 말이다.
* * *
유니온이 전선에 투입된 지 2주가량이 지났다.
한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흑지와 교지의 접경지를 따라 쭉 이어진 캠프 행렬은 사뭇 굳세어 보였다.
휘유웅…….
휘날리는 바람에 실린 옅은 피비린내와 쇳내, 흙먼지.
전선 이곳저곳에 널브러진 이름 모를 괴물의 신체 조각과 팔다리.
불에 잔뜩 그슬려 일그러진 괴물의 머리통, 길을 잃고 떠돌아다니는 흑색의 기운까지.
이 와중에도, 전장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쾅!
“물러서지 마라! 전선을 유지해야 한다!!”
“왼쪽에서 온다! 경계!!”
“선 방어 후 역습이다! 뭉쳐라!!”
라울러와 엘도라, 인스 형제를 필두로 한 1조가 전장의 중심에서 진두지휘를 맡았다.
어느새 늘어난 키메라들의 행렬이 버거울 법도 했으나, 유니온은 어떻게든 밀리지 않고 제 목숨을 건재했다.
하나, 변수가 있었다.
크직……!
라울러의 어깻죽지에 깊은 자상이 남았다. 반응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른 공격이었다.
“윽……! 어디……!”
“저, 저거……!”
라울러와 엘도라가 목격한 것은, 다름 아닌 전사의 요람의 수장, 불칸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놈은 흑탑주의 권속이 되어 있었다.
“탑주님께 충성을…….”
놈은 홀로 무어라 중얼거리며 키메라 무리 사이를 가로질러 라울러와 엘도라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놈에게서 풍기는 어마어마한 기운에 라울러와 엘도라는 압도되어 눈동자를 떨었다.
“엘도라……! 도망쳐라! 우선 내가 시간을 끌 테니!”
“헛소리하지 마! 죽어도 같이 죽어.”
“크윽……!”
눈이 어지럽도록 복잡한 전장 사이, 두 남녀가 목숨을 건 사투를 준비했다.
크하하하하!
불칸은 그 결연한 모습이 우습다는 듯 광소를 터뜨리며 둘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놈은 순간 짙은 연기로 변모하더니, 일순간에 라울러의 지척까지 다다라 검을 휘둘렀다.
“읏……?!”
반응하기조차도 힘든 속도에 라울러가 외마디 의문사만 내뱉었다. 직감할 수 있었다. 여기서 그는 죽는다.
죽음이라는 건 원래 한순간이다…….
그 말을 익히 들어왔으나, 정작 본인이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다.
“라울러!!!”
엘도라가 뒤늦게 절규하며 손을 뻗던 그때였다.
꽈아앙!
귀가 멍멍할 정도로 커다란 굉음과 함께, 불칸이 땅을 두르며 저 멀리 튕겨 나가버렸다.
“유, 유…….”
“유진이다. 그래.”
원래 전장 정 반대편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어야 했던 유진이 어떻게 된 일인지 홀연히 나타나 라울러를 구한 것이다.
유진은 전혀 지친 기색도 없이 주위를 둘러보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했으면 됐어. 이제 뒤로 빠져. 나머지 견제는 백염이 대신할 거니까.”
라울러와 엘도라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불칸이 저렇게 나가떨어져 버릴 정도라면, 유진의 힘은 이미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다. 그런데 왜…… 불칸을 쫓지 않는 거지?’
심지어 불칸조차도 유진을 잠시 노려보다가 자리를 피했다. 유진의 기운에 압도된 것이다.
결국 라울러가 물었다.
“지금 놈을 쫓으면 되지 않을까……? 네가 나선다면 승산은 차고 넘친다고! 불칸이 겁먹고 도망가는데……!”
“아직 아니야.”
“……?”
그는 도대체 뭐가 아직 아니라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유진이 고개를 번쩍 추켜올렸다.
“……리안.”
리안에게 연결된 신궐의 실이 거세게 요동친 까닭이었다.
잠시 호흡을 고른 유진이 자리를 박차고 리안이 있는 전장으로 내달렸다.
라울러는 바람처럼 사라지는 유진의 뒷모습을 황망히 바라볼 뿐이었다.
* * *
유니온이 전장에 투입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
지난 기간 내내 리안과 유진, 라울러를 비롯한 유니온 무력대 전원은 악전고투를 반복했다.
그러다 잠시 소강상태가 되어 유니온 무력대원들은 캠프에서 다음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와중.
“빌어먹을 리올 놈! 잡히기만 해 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 태워서 구이를 해 먹어버릴 거니까!”
리안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진정해, 리안.”
“후우…… 진짜…… 약이 올라서, 내가……!”
유진이 덤덤한 표정으로 리안을 다독였다.
지난 한 달간 유니온 무력결사대와 백염이 힘을 합쳐 전선을 제법 많이 위로 끌어올리긴 했으나, 그 과정에서 입은 피해도 적지 않았다.
개중에는 당연히 적탑의 마법사들도 여럿 섞여 있었다. 모두 엘드리치의 소행이었다.
“끄윽…….”
“죄송합니다, 리안님, 유진 경…….”
이틀 전에도 엘드리치의 군대가 홀연히 나타나 캠프를 급습했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적탑의 마법사 수십이 대항하다 큰 부상을 입어 병상에 눕게 되었다.
“죄송하기는, 무슨……! 살아서 나갈 생각이나 해라! 약한 소리 하지 말고!”
리안이 속상한 마음에 동료들에게 일갈했다. 이들은 유진과 훈련을 거듭하며 마검사로서 상당한 기량을 갖추었다.
그렇기에 호기롭게 전장에 뛰어들었으나, 엘드리치를 비롯한 흑탑의 군대는 과연 만만치 않았다.
“리올, 그 개자식은 내 손으로 반드시 죽일 거니까! 영혼이고 뭐고 싹 쓸어버릴 거라고!”
리안이 한 번 더 성을 냈다.
처음에야 리올 지플이 제 선조임을 알았기에 입을 조심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선조고 뭐고 다 개자식으로 보였다.
“나쁜 후손을 두셨군, 리올 지플께서. 하하.”
유진은 잔뜩 흥분한 리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
그는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투지도, 인내도 아닌 평정심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어차피 죽어서 민폐나 주고 있는데, 선조고 뭐고 알 바냐.”
그러자 그의 옆, 머리에 붕대를 둘둘 감은 글루토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선조님인데…… 욕을 하더라도 리올이라 하지 말고 엘드리치라 부르는 게 어떨-”
“조용히 하세요, 선배님. 맞기 싫으면.”
“그럴까…….”
글루토 입장에서는 나름 농담이었으나 리안은 정색했다.
“후우…….”
“하아…….”
리안과 라울러가 한숨을 푹 내쉬며 바깥의 난장판이 된 황야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들이 상대해야 했던 강적은 비단 엘드리치뿐만이 아닌…….
“엘드리치부터 데스 워리어, 어비스 나이트, 둠 피스트까지…….”
총 네 명이나 되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