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9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93화(293/320)
“마르틴 그놈이 은근히 날카로운 구석이 있어. 에잉, 멱살이라도 한 번 잡았으면 더 감쪽같이 속았을 텐데. 건방진 놈.”
“그쯤이면 충분합니다, 크로센 경.”
유니온과 백염의 연합군은 흑탑의 군대에 맞서 싸우며 실제로 위기를 겪었다.
그 와중에 리안과 라울러가 죽을 뻔하기도 했듯이 백염의 기사들도 큰 위기에 여러 번 빠진 것이다.
하나, 유진은 오로지 유니온 무력결사대원들만 쏙쏙 골라서 구해주며 성장을 도왔고, 백염은 죽든 말든 돕지 않았다.
이 점을 이상하게 여긴 마르틴이 작전 회의에서 의문을 제기했으나, 크로센과 가주들이 말을 맞춰 의문을 잠식시킨 것이다.
“그래서 우리 대원들은 그사이에 많이 달라졌습니까?”
라트비가 유진에게 넌지시 물었다.
가주들은 유진이 그들에게 전달한 신성력을 제대로 흡수시키려고 일부러 위험에 빠트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예, 충분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도 됩니다.”
유진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한 달간 목숨을 걸고 대원들을 성장시킨 덕분에 그가 얻은 신성력과 더불어, 신궐의 효과를 발휘하기에 충분한 상태가 되었다.
‘앙신과 네 권속을 상대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이제 정말로 본때를 보여줄 타이밍이야.’
다만, 염려되는 점이 있다면.
‘교황, 네가 준비하고 있는 건 무엇이냐.’
추측할 수는 있으나 확신하기엔 어려웠다.
물론 놈이 어떤 큰 한 방을 준비한다고 해도 유진은 감당해낼 자신은 있었다.
그때.
그가 무심코 창밖, 북쪽에 뜬 보름달을 건너보았다.
‘……가주님이 생각보다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시는데.’
* * *
만월이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밤.
제이드는 태양신교가 마련해준 숙소를 이용하지 않고, 근처에 자리한 개인 별채에 있었다.
“후우우…….”
내내 침실에 틀어박혀 있다가 잠시 바깥에 나와 마시는 밤공기는 제법 상쾌했다.
그러나 제이드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사무치게 슬퍼 보였다.
저 짙은 하늘 위에 홀로 둥둥 떠 있는 새하얀 만월이, 갑자기 그에게 무어라 말을 걸었다.
……오래된 기억 속에 머물러 있던 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우습군.”
제이드는 이 음성이 그저 환청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곧바로 자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저 새하얀 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메리안.”
그녀가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진 날도 만월이었다.
그래서일까, 꽉 찬 보름달을 지그시 보고 있으면 오래전에 운명한 아내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우습다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홀린 듯이 보름달에 얼굴을 마주 댔다.
“아직 일러.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어라. 녀석이 잘 해내고 있으니, 곧 그쪽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제이드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유진.
처음에는 그저 평범치 않은 손주 중 하나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제이드의 하나뿐인 희망이 된 녀석이었다.
“메리안, 당신도 모두 지켜보았나? 유진이 얼마나 기특한 녀석인지 말이야. 그래, 그 녀석.”
제이드는 메리안과 대화했다.
펜첼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가 녀석이라고, 나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이 바로 유진이라며 자랑했다.
고작 17살짜리 청년임에도, 녀석은 추기경과 명문육가의 가주들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겉으로 티 내진 않았지만, 제이드는 유진의 성장이 너무도 뿌듯했고 기뻤다.
“비록 내가 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기특한 건 기특한 것 아니겠나? 하하.”
제이드가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유니온으로 돌아간다면, 녀석을 소가주가 아닌 가주 대리로 임명하면 좋겠다 싶어.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아이야.”
그렇게 제이드는 한참을 메리안과 대화하다, 돌연 말을 멈췄다.
“쿨럭……!”
흙바닥에 짙은 선혈이 흩뿌려졌다. 그는 피식 웃으며 제 몸을 점검해 보았다.
“……당신에게 갈 날이 머지않았군.”
예전에는 펜첼을 놔두고 떠날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다.
메리안과의 모든 추억과 기억이 담긴 이곳을 어떻게 떠난단 말인가.
“하지만, 녀석이라면…….”
그 소중하고도 시려운 북쪽의 땅을, 끝까지 지켜내지 않을까.
부디 그전까지 유진이 더욱 강인해져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날, 타격대 출진 당일.
총 백 명의 태양신교와 유니온의 정예 연합원들이 한자리에 도열하여 대기했다.
개중에는 라울러와 엘도라, 리안, 클라크, 카인, 발란트와 명문가의 초신성들, 그리고 백염의 최상급 기사들까지 죄다 포진되어 있었다.
유진이 그들을 가만히 훑어보았다.
‘……나쁘지 않다. 아니, 훌륭해.’
-지금까지 본 어떤 군대보다도 강성해 보인다. 고작 100명인데도 말이야.
유진의 시야에 담긴 이들의 수준은 최소 9성 초중반.
비록 유니온의 전략 전술을 책임지고 있는 가주급 인물인 크로센과 창왕, 라이언, 라트비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최정예 수준의 인재들이었다.
하나.
“…….”
“……후우.”
그들조차도 스며 올라오는 긴장감을 애써 무시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아무리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걸고 어딘가로 뛰어드는 일은 부담스러울 테니까.
물론 이 정도는 유진도 예상하였다.
“긴장됩니까.”
이들의 맞은편에 홀로 우뚝 서 있던 그가 단단한 음성으로 물었다.
비록 급하게 소집되었기에 합동 훈련 따위도 한 번 하지 못했지만, 그들 모두 교지의 운명이 달린 중역을 맡았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전부 똑같은 표정이었다.
“……해내겠습니다.”
“이겨내겠습니다.”
결의.
과연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이기에 쉽사리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타격대에 내가 들어갔어야 했는데, 후우…….”
“나의 창이 운다. 어찌 우리를 빼놓았을꼬? 유진……!”
그들을 바라보던 크로센과 창왕, 라이언, 라트비가 얼굴을 감싸 쥐었다.
분명 무력으로는 최상위 수준에 속했으나, 유진은 네 권속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해 그들을 ‘유인대’로 배치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타격대가 몰살당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타격대의 핵심 구성 인물 중에는 유진과 더불어-
“북벽…….”
“당신만 믿겠소……!”
제이드가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픽-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윳빛깔 제이드……!”
단순히 그뿐이었는데도 크로센은 눈에서 존경심을 뚝뚝 흘리며 바라보았다.
마르틴 추기경도 결연한 표정으로 맨 앞줄, 제이드의 바로 옆에 있는 백염 기사단장인 루터에게 말을 건넸다.
“꼭 돌아오게. 루터 기사단장.”
“……충!”
유진은 그 광경들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흑염은 아직까지도 내놓지 않는군. 교황은 흑염을 일부러 꺼내지 않는 거야.’
체첸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교황 놈이 뭔가 다른 계획이 있는 건가?
‘사실 상관없어. 이미 대책은 다 준비해 뒀으니까.’
그 사이 제이드가 덤덤한 얼굴로 유진에게 말했다.
“각 군대의 임무를 자세히 알려주시게, 유진 경.”
유진이 이번 타격대의 우두머리를 맡은 만큼, 제이드는 높임말을 썼다.
“이번 타격대가 맡은 임무는 간단히 말해 앙신의 직접 타격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타격대가 월등하다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가 발걸음을 옮겨 타격대를 둘러싸고 있는 유인대원들의 면면을 지나쳐갔다.
“앙신의 네 권속이 타격대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시선을 끌어야 하고.”
그의 음성이 묘하게 고조되었다.
“전황이 유리하다 해도 침착하게 타격대의 임무 완수를 기다려야 하며, 마지막으로…….”
유진이 한 마디를 더했다.
“때에 따라선 타격대를 과감히 버리고 후퇴할 줄 알아야 합니다.”
“……!”
“그, 그건…….”
다르게 말하면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라는 거였다.
이는 협동을 중요시하는 기사들에게 미친 소리로 들리겠으나, 유진은 전생에 이러한 상황을 워낙 많이 겪었기에 꺼낸 말이었다.
“백 명이 죽고 끝날 문제를, 굳이 이 이백, 삼백 명…… 아니, 천 명이 죽게 만들 이유는 없습니다. 답이 없다고 판단되면 문제를 넘겨야 하듯이, 버려야 할 때는 버리세요.”
“아…….”
가주들과 태양신교의 고위급 사제들이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벙긋거렸다.
분명 맞는 말이긴 했으나, 너무나도 덤덤한 표정으로 하는 말치고는 너무 차가운 뜻이었다.
대체 이 청년은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이리도 냉정히 말할 수 있는가.
“그렇기에 타격대뿐만 아닌, 유인대 역시 똑같이 중요한 역할입니다. 권속들을 단단히 묶어두고, 끝까지 버티셔야 합니다.”
“…….”
크로센이 침통한 얼굴로 바닥을 내려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우리 여섯 가주 중 제이드 경은 타격대에 충분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소.”
“무엇입니까?”
“제롬 경은 타격대보단 유인대에 어울리는 인물 아닌가……?”
그 의문에 모든 유인대와 타격대 인원들이 제롬 실린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가문의 영주성에 틀어박혀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제롬은 작전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았었다.
한데 갑자기 타격대 소집 인원에 포함되어 ‘짠’하고 나타나니 가주들은 의아한 기색이었다.
“……저라고 타격대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제롬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직전 만남에서 그는 유진에게 인정받지 못하여 자존심 상한 얼굴로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그 이후 유진과의 첫 만남이었다.
“아니, 아직 9성 후반도 못 된 녀석이 타격대라는 게 나는 좀…… 읍! 읍읍!”
“크로센! 또 저 양반 삐질라……! 말조심하게!”
크로센이 구시렁거리자 라이언이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중요한 시기인데 굳이 갈등 빚을 필요는 없었다.
“…….”
제롬이 무슨 이유에선지 그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자, 마르틴이 나서 이야기했다.
“이는 유진 경과 이미 합의된 사항입니다. 제롬 경은 연검이라는 특수한 무기를 사용하기에 타격대가 자리에서 빠져나갈 때 시선을 끌기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진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이를 가만히 듣던 크로센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시선을 끄는 거라면 오히려 유인대가 맡은 역할이다. 게다가 도주 목적으로 제롬을 써먹는다는 말에 정작 녀석은 아무런 반응도 없어. 제롬답지 않은데……?’
결정적으로 제롬의 성취는 명문육가의 여섯 가주 중 가장 낮다.
마음 같아선 타격대의 인물 구성을 결정한 교황에게 따져 묻고 싶었으나,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냥 그러려니 하시면 됩니다, 크로센 경.]유진의 전음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만약 제롬의 참전에 구린 의도가 섞여 있다면, 이는 유진이 가장 먼저 알아챌 터.
-……알겠네, 유진 경. 믿고 있겠네.
한데 그가 직접 괜찮다고 하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 후, 출진하겠습니다.”
유진이 각 타격대원들 사이를 누비며 그들을 꼼꼼히 살피던 와중이었다.
[유진!]이번에는 라울러의 전음이 유진에게 전해졌다.
[타격대에 추가 지원은 없는 거야? 기록의 탑 녀석들이랑, 적탑 녀석들은 뭐 한다냐?!]지금껏 유진이 피땀 흘려가며 훈련시킨 녀석들이 정작 코빼기도 안 보이니 의아한 모양이었다.
사실 이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태양신교는 우리가 흑지의 세력을 흡수했다는 걸 모르고 있으니 일단 숨겨놔야 해.] [어디서 자빠져 노는 건 아니겠지?!]라울러가 분하다는 얼굴로 따져 묻자 유진이 피식 웃었다.
[잘 지켜봐. 다 빛을 발할 거니까.]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