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9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98화(298/320)
하나, 기사들은 엘드리치가 몰아치는 화염 마법을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근접전을 유도해 마법을 시전할 거리를 주지 않고 그사이에 리안이 결정타를 먹이는 그림을 생각했으나, 이를 엘드리치는 훤히 꿰고 있었다.
화르르륵!
“크윽……!”
“놈의 몸에서 불길이 치솟습니다……! 거리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사들은 갑옷 사이로 파고드는 열풍에 다가가지도, 도망가지도 못한 채 주춤거렸다.
“크읏…….”
엘드리치 공략조의 책임자 리안이 이를 으득 깨물었다. 엘드리치는 그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건지 더욱 강해진 것 같았다.
심지어는.
콰아앙!
바로 옆쪽, 데스 워리어를 상대하고 있는 라울러와 엘도라 측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엘도라……! 안 돼!”
“일단 후퇴해야 합니다……!”
“빌어먹을, 후퇴는 곧 죽음이다! 물러서면 안 돼!”
라울러가 절규하는 소리, 조원들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소리…….
점점 나빠져 가는 전황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던 리안이, 결국 내뱉었다.
“……엘드리치 공략조 전원은 데스 워리어에게로 가라. 나 혼자 엘드리치를 맡겠다.”
그 말에 사투를 벌이던 기사들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예?! 하, 하지만……!”
“어서!”
리안의 눈동자에 깃든 강렬한 결의는 그 누구도 쓰러트릴 것처럼 진하게 타올랐다.
“데스 워리어 공략조를 도와라! 리안 님의 명령이다!”
그에 그대로 압도된 엘드리치 공략조 기사들이 방향을 틀었다.
“……허?”
한창 즐거운 표정으로 기사들을 불태우고 있던 엘드리치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리안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지, 어린 마법사여.”
기사들의 필사적인 도움을 받아도 열세이던 주제에, 리안은 아예 그 도움마저도 내팽개쳐 쳐버렸다.
하나, 어찌 된 일인지 리안은 그 어떤 때보다도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앙신의 권속이 되면, 큰 힘을 가질 수 있습니까.”
그 물음에 엘드리치의 입꼬리가 주욱 찢어져 올라갔다.
“그래, 물론이다. 앙신께서 선사하신 이 암흑 속이 얼마나 안락하고 따스한지, 우리 후손께서도 누릴 기회를 내 기꺼이 주겠-”
“그럼 그 따스한 곳에 영영 있으십시오.”
“……?”
리안이 오른손에 쥐어든 스태프를 비장하게 들어 올렸다.
“조상이라고 안 봐줍니다.”
* * *
“열심히 싸워주고 있군. 나 대신 말이야.”
하하!
테오스는 수정구슬을 통해 타격대가 앙신의 군대를 상대로 벌이는 전투를 편안하게 바라보았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훌륭한 아군들이야. 그렇지 않나? 바할?”
흑교황의 본명은 바할.
테오스는 기분이 제법 좋은지, 평소에 잘 부르지도 않던 흑교황의 이름까지 불러가며 웃어댔다.
“유인대는 잘 떨어트려 놓았나?”
“당연한 소릴. 우리 백염 기사들과 소꿉놀이하느라 정신없더군.”
“……크흐흐, 계획이 틀어지는 게 더 힘들겠어.”
“그간 지독하게 우리 말을 안 듣던 유니온 놈들, 그리고 더러운 흑탑놈들까지. 생각보다 쉽게 싹쓸이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 우리가 이 대륙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겠군…….”
그들은 흘러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4개의 마탑, 기록의 탑, 전사의 요람까지.
본래라면 정면으로 상대해 꺾었어야 할 흑지의 세력들이 어찌 된 일인지 저들끼리 분란을 일으켜 와해하였다.
게다가 유니온의 대장을 맡은 유진은 고맙게도 신성한 불꽃, 그것을 조금 가져간 대신 전쟁을 대신 치러주고 있다.
“상황이 너무 쉬워졌어. 하하하!”
대륙을 집어삼키고, 혼돈을 끌어모아 그들이 모시는 ‘태양신’을 부활시키는 데에 10년 이상이 걸리리라 보았다.
한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한데, 정말로 이변은 없나.”
테오스가 뇌리에 스치는 일말의 의문을 제기하자 흑교황도 표정을 가라앉혔다.
“무엇이 걱정이냐.”
“엄밀히 말해 유니온에는 10성 기사가 둘이다. 북벽과 검룡.”
“뭘, 갑자기 그 오글거리는 이명을 꺼내고 그러느냐? 놈들은 그저 일개 칼잡이일 뿐이거늘. 게다가 그마저도 곧 ‘그것’에 의해 놈들도 갈가리 찢겨 죽을 것이다.”
흑교황이 피식 웃어버렸지만, 테오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만약, 10성이 아니라면?”
“……무슨 말이지.”
“‘창성’이 나타난다면.”
흑교황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왔다.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었다는 듯, 눈빛마저 무겁게 가라앉았다.
창성.
10성, 그 위에 존재하는 마지막 경지.
이는 인외의 존재라 부르기에도 모자라 ‘신의 영역’에 닿아있다고 볼 수 있었다.
“……창성은 그렇게 쉽게 이룰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우리가 무너뜨렸던 룬칸델, 지플, 하이란가를 전부 통틀어 보아도 창성에 이른 자는 몇 되지도 않아.”
“몇 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지.”
테오스는 철두철미했다.
산을 바다로 만들고, 하늘을 바닥으로 끌어 내린다는 자들이 창성에 다다른 자들이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제이드나 유진이 각성하여 창성에 이른다면.
“그때는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어.”
“테오스, 너는 걱정이 너무 많-”
“걱정이 아니다. 이 또한 계획이지. 굳이 위험부담을 남겨둘 이유가 있나?”
“…….”
흑교황은 이런 테오스의 면모가 지겨우면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창성의 탄생이라는 이변이 생기면, 그때는 정말로 걷잡을 수 없게 될 테니까.
“……그러면, 대비책을 마련해보지.”
흑교황과 테오스가 집무실의 어느 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닫혀 있는 비밀의 방이었다.
* * *
번쩍!
유리가 눈을 떴다.
‘……여기는.’
아니, 정확히 말해 제정신을 차렸다고 보아야 했다.
이곳은 날붙이가 사방을 날아다니는 전장 한가운데.
“으아압!”
자신을 향해 시퍼런 검을 들고 형형한 살기를 띠고 달려드는 수십의 기사들이 눈에 들어온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젖히고 허리를 내빼며 공격을 회피한다.
가만 보니, 제법 익숙한 얼굴이었다.
‘이 녀석들은…… 유진, 그 녀석의 동료들 아닌가?’
자신의 몸을 흘겨보니, 온통 새까맣게 물든 데다가 제 몸 같은 감각도 없었다.
옆을 보니, 제가 몸담던 전사의 요람 수장이자 스승인 불칸이 영혼 없는 얼굴로 검을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었다.
프흐흐…….
그 혼란스러운 전황 와중에도 유리는 피식 웃어버렸다.
‘나도 스승님처럼 흑탑주에게 당한 거군. 영혼을 빼앗겼어.’
다만, 어째서인지 정신을 조금이나마 차려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었다.
‘……스승님이 내게 남겨주신 혈석 때문인가.’
혈석에는 수많은 이들의 영혼이 농축되어 있고, 이를 간직한 유리가 흑탑주에게 흡수되는 과정에서 무언가 이변이 일어난 게 아닐까, 싶었다.
어찌 되었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내게.”
타격대원들의 맹공을 귀신같이 피해내던 유리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게 남은 건.”
동료도, 스승도, 가족도, 집도 모두 잃었다.
애초부터 그렇게 훌륭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유리도 그 나름대로 삶에 애착이 있었다.
싸움에 미치고, 피에 미쳐 혈귀라는 이명을 얻었을 때는 나름 성취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남은 건…….
-유리? 또 이상하게 움직임이 느려지네?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다 쓸어버려. 지금 나도 바쁘니까!
흑탑주의 명령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시꺼먼 몸뚱어리뿐이었다.
‘내가 왜…….’
반발심이 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그의 몸은 타격대원들의 공격을 피하고 밀쳐내고 있었다.
‘멈춰…….’
동료도, 스승도, 가족도, 집도 모두 빼앗아 간 범인은 다름 아닌 흑탑주, 파넬로였다.
‘복수해야 한다…….’
몸은 흑탑주의 명령대로 움직였으나, 반발심은 계속해서 커졌다.
그러던 와중.
“끄으윽……!”
유리는 갑작스럽게 형용할 수 없으리만치 커다란 격통을 느껴 몸을 와락 수그렸다.
곧이어 그의 등에서 수십 개의 기다란 팔이 뻗어 나왔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유리는 그 팔들을 본능적으로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흑탑주가 심어놓은 본능이었다.
다만, 그 공격의 대상은 어떻게든 조절할 수 있었다.
“으어억……!”
“물러서라! 물러…… 크억……!”
유리는 정신력을 쥐어 짜내 일부러 하얀 제복을 갖춰 입은 백염을 기사들만을 노렸다.
‘유진, 네가 나의 복수를 도울 수 있겠지. 너와 네 동료가 흑탑주를 죽일 수 있을 거야.’
유리는 백염의 기사들보다 유니온 무력결사대원들의 수준이 더 높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때문에 백염의 기사들을 노린 것이었다.
그러나 다시금 흑탑주의 지배력이 유리의 몸을 통제하려 들었다.
‘이렇게 당할 순 없다……!’
유리가 제 몸을 좀먹는 지배력에 저항하며 간신히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디뎠다.
흑탑주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으로.
* * *
꽈아앙!
유진은 쿠란의 검과 화룡검을 교차해 어비스 나이트를 밀어냈다.
“……빌어먹을 흑탑주놈이, 감히.”
그가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어비스 나이트는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대담했으며, 교묘했다.
그러나 그런 점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죽여 없애면 그만이니까.
한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유진이 분기에 가득 찬 얼굴로 어비스 나이트를 보았다.
녀석은 처음엔 하나의 검만을 들고 유진을 상대하다가, 전세가 밀리자 돌연 검을 하나 더 꺼내 들었다.
이도류.
그러자마자 어비스 나이트는 급격하게 뛰어난 검술을 선보이며 유진을 몰아세웠다.
익숙한 검로와 움직임, 스텝까지.
아무리 봐도 어딘가의 검술과 닮아있었고, 그건 바로…….
“우리 조상을 훔쳐 가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고.”
펜첼의 검술이었다.
유진이 반쯤 찢어져 얼굴의 일부가 드러난 어비스 나이트를 노려보았다.
펜첼의 가문 기록서에서 보았던 바로 그 얼굴.
북방의 지배자, 펜첼을 세운 초대 가주…….
크라우드 펜첼이었다.
“흑탑주, 네놈이 도대체 어떻게.”
제아무리 전설 속 마수까지 부활시키는 놈이 흑탑주라지만, 지플에 이어 펜첼의 조상까지 훔쳐 가 재생해내다니,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쉬이익!
어비스 나이트는 표정 없는 얼굴로 유진에게 달려들었다. 단순히 쇄도한 게 아닌-
크직!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당도하여 유진의 허벅지를 베었다.
“크읏……!”
애초에 유진이 펜첼에 들어온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크라우드식 이도류를 배우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 검술의 창안자를 직접 만났고, 합을 겨루고 있었다. 비록 가짜일지라도, 이도류의 수준은 실로 굉장했다.
“흡……!”
유진이 반사적으로 반응하여 검을 찔렀으나, 크라우드는 이미 자리를 빠져나간 뒤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