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29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299화(299/320)
크라우드 펜첼의 이도류는 상상 이상의 수준이었다.
10성급에 이르며 제로 스테이트 특성까지 갖추어 자기 제한이나 형식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진마저도 고전을 면치 못할 정도였으니까.
심지어 이미 크라우드식 이도류나 룬칸델의 검술, 심상 검술 등을 토대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유진의 검술과도 맞먹을 수준.
닿을 것 같은데도 닿지 않는 기묘한 궤적의 움직임에 유진은 계속 한 박자씩 놓쳤다.
“하하, 앙신께서 네놈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네가 나의 후손이라지, 아마?”
“닥쳐라……!”
심검을 사용할 틈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가는 곧바로 목이 날아갈 테니까.
“크윽……!”
유진의 온몸이 피칠갑이 되어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안도했다.
‘나 혼자서 어비스 나이트를 상대하길 잘했어. 만약 도움을 받았다면 그들 모두 죽었을 거다.’
체첸이 역정을 냈다.
-이 와중에 뭔 미친 소리냐! 지금 당장 도움을 청하라고 하려 했는데! 네 몸이……!
‘걱정하지 마.’
-……?
유진은 사방을 휘감으며 몰아치는 어비스 나이트의 폭풍 같은 검술에 간신히 목숨만 건재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묘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무슨…… 어?
체첸은 그 자신감의 근거를 찾다가 이내 발견했다.
프스스……!
유진의 머리에서 얕은 김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너, 설마, 신궐을……?!
신궐의 효능은 중 하나, 근방에 존재하는 모든 움직임과 변화를 속속들이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유진은 이를 어비스 나이트의 검술을 관찰하는 데 이용하여, 크라우드의 모든 움직임을 파악하고 정보를 쌓고 있던 것이다.
-믿고 있었다, 유진 더 데빌, 아니, 더 갓 로베르!
희망을 찾은 체첸이 기뻐 날뛰는 사이, 어비스 나이트가 다시 한번 치달았다.
“내 후손치고는 실망스러운데.”
상처투성이가 되어 서서히 움직임이 느려진 유진의 상태를 곧장 파악한 녀석이 이번에 노리는 것은, 유진의 목이었다.
쉬이익……!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오는 어비스 나이트의 쌍검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피하기란 더더욱 불가능했다.
“잘 가거라. 형편없는 나의 후손아.”
하지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어비스 나이트의 근본은 펜첼의 초대 가주인 크라우드다. 하지만 엄연히 말해 놈은 크라우드가 아니다. 그저 모조품이지.’
그 말인즉슨.
‘놈에게 뛰어난 검술이 있을지언정, 검을 진정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검의(劍意)는 없다.’
그러니 놈에게 대항할 방법은 단 하나였다.
보이지도 않는 각도에서 치달아 오는 어비스 나이트의 두 칼날이 유진의 목에 닿기 직전.
스걱…….
두 동강이 나버렸다.
“……?”
동시에 어비스 나이트의 몸체가, 반으로 갈라졌다.
유진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팔 한 번도 젓지 않았지만.
어비스 나이트는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이해하지 못하겠단 얼굴로, 그렇게 절명했다.
단순히 몸만이 반으로 갈라진 게 아니라, 훼손된 신체가 무한히 재생되는 특성마저도 제 효과를 발하지 못했다.
영혼까지 베어진 것이다.
“아, 아아……!”
어비스 나이트가 절규하던 끝에 입자의 형태로 사라져 갔다.
-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방금은 신궐을 이용할 것처럼 해놓고, 갑자기 심검을……!
체첸이 경악에 찬 탄성을 내뱉었다. 방금 광경만 보면 어비스 나이트는 ‘심검’에 의해 죽은 게 분명하건만, 심검을 시전할 틈이 전혀 없었다. 한데 어떻게 이를 이용한 것인가.
‘쌍검에서 나오는 다양한 형식의 변화가 크라우드식 이도류의 핵심 묘리인데, 어비스 나이트는 껍데기만 그럴듯할 뿐이었어.’
진정한 검의가 담기지 않은 공격에는 필연적으로 빈틈이 존재한다.
유진은 이를 노려 심검을 시전할 틈을 찾았고, 놈을 쓰러트린 것이다.
-신궐을 이용해 어비스 나이트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결국 공격과 공격 사이에 틈을 찾아서…… 심검을 사용했다…….
고수들 사이에서의 싸움은 찰나의 순간이 생사를 가른다고 하였다.
그리고 방금, 유진과 어비스 나이트의 싸움이 그 말을 증명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싸움이 끝나버린 것이다.
하나, 유진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홱!
눈 앞을 가리는 핏줄기를 털어낸 유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가주님이……!’
-저, 저거……!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유진과 체첸이 경악했다.
* * *
둠 피스트를 맡은 타격대원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하나.
쿵! 쿠웅! 쿠과광!
놈이 내지르는 번개 같은 주먹에 그들은 바닥을 나뒹굴고 피를 토해야만 했다.
“컥……!”
“루터 경……! 작전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들을 도와 직접 전투를 벌이던 루터 기사단장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탓-!
루터가 잠시 뒤로 빠져 둠 피스트를 노려보았다.
‘놈의 전력은 최소 9성 최후반에서 10성. 경시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이는 이미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한데도 루터는 단순 지휘만이 아닌 싸움에 직접 뛰어들었고, 타격대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썼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들 싸우느라 정신없군. 이쯤이면 이걸 꺼내도 되겠어.’
루터가 슬그머니 안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무언가를 꺼냈다.
사람의 얼굴 형상이 뚜렷이 드러난, 미증유의 힘을 품은 보랏빛의 돌이었다.
“크하하! 크하하……?”
둠 피스트는 마치 어린아이들을 쥐어패듯 타격대원들을 농락하다 말고, 황급히 고개를 쳐들었다.
놈의 시선이 루터의 손에 들린 돌조각에 단단히 틀어박혔다.
“이상한 기운이다…… 놈! 그것을 내려놓아라!”
콰아앙!
둠 피스트는 타격대원들을 한 방에 밀쳐내고는 루터에게 달려들었다. 저 돌이 지닌 아주 불길한 힘을 직감했기 때문이리라.
하나.
“그건 안 될 일이지.”
루터는 비릿하게 웃으며 곧바로 돌조각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마자 돌에서 진한 파동이 일더니, 쏜살같이 달려드는 둠 피스트의 머리통에 보랏빛 광선을 쏘아냈다.
피잉!
커다란 이펙트가 있던 것도 아니고, 지천이 뒤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조그만 돌에서 나온 힘은 실로 대단했다.
“컥…….”
평균 9성의 타격대원 수십을 유린하던 둠 피스트가 허망하게 쓰러졌다.
루터는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엎어져 가루가 되어가는 둠 피스트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야말로 마신과도 같은 힘이군…… 지플이 역시 대단한 가문이긴 해.”
이것은 과거 지플이 쓰던 아티팩트를 겨우 복원한 것이었다.
“끄으윽…….”
“다리가…….”
타격대원들은 루터가 둠 피스트를 처치한 줄도 모르고 바닥에 엎어져 고통스러운 신음만 흘렸다. 부상이 대부분 심각했다.
하나, 루터는 그런 건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꽝! 꽈아앙!
이 전장 한가운데에서도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두 인물.
제이드와 앙신이었다.
흑색의 기운과 황금빛 오러가 부딪히며 발생하는 거대한 파동은 맨몸으로 감당하기에 힘겨울 정도로 커다란 규모였다.
저대로 놔두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을 터.
“……어서 죽여야지.”
한데, 그렇게 말하는 루터의 눈동자는 앙신이 아닌 제이드를 향해 있었다.
불과 며칠 전, 교황과 했던 대화를 되짚어보았다.
-루터 기사단장, 제이드를 처치하여라. 네게 내리는 특별 임무다.
-예……? 하지만, 그자가 없다면 앙신을 처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더군다나 북벽을 없애기엔 저의 능력이…….
-이것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는 교황이 루터에게 특별히 하사한 아티팩트이자, 바로 ‘마신석’이라 불리는 신비로운 돌이었다.
-이, 이건…….
-앙신과 제이드가 지칠 대로 지쳐있을 때를 노려라. 그때 마신석을 이용해 제이드부터 없애라.
루터는 거사를 마친 뒤 교황에게서 받을 커다란 보상을 생각하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마신석의 기운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제이드에게로 향했다.
* * *
쿨럭!
제이드의 가슴께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렸다. 그 덕에 목구멍에선 진한 핏물이 한가득 솟구쳐 나왔다.
“끼어들지 말라 했거늘…….”
그가 인상을 가볍게 찌푸리며 검신에 묻은 핏물을 털어냈다. 그 핏물의 주인은 앙신이 아닌, 루터 기사단장의 것이었다.
데구르르…….
루터의 머리통이 바닥을 외롭게 굴렀다.
“……깜짝 놀랐잖아요오.”
한창 제이드와 대격전을 벌이던 앙신이 멀찌감치 물러서 휘청거리는 제이드와 루터의 머리통을 번갈아 보았다.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은 어이가 없기도 했거니와 우스웠다.
“그 기사단장 나으리가, 갑자기…….”
앙신은 제 뱃가죽에 뚫린 검상을 급히 치료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루터 기사단장이 요상한 돌멩이를 꺼내 둠 피스트를 죽이는 것까진 눈치챘다.
‘그러니 기사단장 놈은 당연히 북벽을 도와 나를 공격할 줄 알았는데.’
보랏빛 돌조각에서 일렁이는 사특한 기운은 앙신조차도 경계해야 할 만큼 불길했기에 방어 태세를 취했는데, 돌연 제이드가 당한 것이다.
그는 보랏빛 돌멩이의 기운에 치명상을 입은 와중이었음에도, 앙신을 밀쳐낸 뒤 루터를 단칼에 썰어버렸다.
“북벽 할아버지, 역시 강한 할아버지!”
앙신은 히죽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에는 제이드를 공격했던 그 보랏빛 돌멩이가 쥐어져 있었다.
“이게 뭔진 몰라도, 일단 먼저 챙긴 사람이 임자! 맞지요오?”
연신 핏덩어리를 쏟아내고 있는 제이드를 향해 앙신이 농락을 거듭했다.
비록 권속들이 거의 다 죽어가고 있었지만, 제이드만 처치하고 난 다음에는 전부 한 번에 쓸어버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보랏빛 돌은 나중에 조금만 연구해 보면 그 정체를 알 수 있을 터였다. 연구와 분석이야말로 흑탑주의 장기니까.
“이제 슬슬 그만하시고, 저의 새로운 권속이 되어 주시죠오! 북벽 할아버지!”
앙신이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분명 북벽은 강했다. 앙신이 제힘을 죄다 쏟아내도 치명상만큼은 피해가며 나름 시간을 끌었으니까.
하나, 웬 배신자 덕분에 일이 너무 쉬워졌다.
“북벽 할아버지는 제가 특별히, 이지는 남겨둔 채로 둘게요! 말하고 생각하는 건 제법 자유로울 거에요오~!”
제이드가 무어라 떠들어대기 바쁜 앙신을 향해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다.
“좋은 능력이군…… 죽은 사람도 살려낼 수 있다니.”
“오오……?! 할아버지! 말이 좀 통하는 분이었군요오?! 저 기뻐요! 정말로 기쁩니다아!”
앙신이 제이드에게 점점 가까워져 갔다.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잖아요. 그렇지요오?”
앙신은 진심으로 흥분한 모습이었다.
제이드가 피식 웃었다.
“그래, 있지…… 있다만.”
“있다만? 살리기 어려울 것 같나요? 아니요! 저라면 가능해요! 저의 권속이 되어 주신다면, 1000년 전에 죽은 뽀삐도 살려낼 수 있-”
쿨럭……!
제이드가 피를 한 움큼 뱉어내고는 옅게 웃었다.
“네 그 더러운 손에 맡기고 싶지는 않군.”
앙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더럽다니요. 왜 다들 나만 보면 더럽다고 지랄인 거죠?”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