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0화(30/320)
며칠 뒤.
“빠진 인원은 없나?”
“한 명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현무 기사단의 단장, 클라크와 함께 현무 기사단 단원 8명이 펜첼가의 정문에 일렬로 서 있다.
그 뒤에는 카인을 비롯한 4명의 상급반 훈련생도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차려자세를 하고 있었다.
기사단원들은 허리춤에 진검을 찬 상태로, 모두 당장이라도 싸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게 누구지?”
“참관인으로 선정된 유진 로베르입니다.”
“이 녀석은 어디에서 뭘…….”
그때.
저벅, 저벅.
펜첼가의 본관에서부터 유진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기사단원들은 유진을 이번에 처음 보았기에 저기서 걸어오는 남자가 유진이라는 걸 몰랐다.
그러나 이내 클라크의 말에 녀석의 정체를 알아챘다.
“유진 로베르, 빨리 와라! 이 녀석이 한량마냥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어.”
“아, 예.”
유진은 그제야 좀 뛰는 시늉을 하면서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참관인이라는 녀석이 제일 늦으면 어떡하나?”
“일찍 다니겠습니다.”
클라크는 말로는 질책하는 듯했으나, 표정에는 전혀 불쾌한 기색을 띠지 않았다. 이미 유진의 기행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기사단원들은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고작 참관인치고는 태도가 건방지군.’
‘들어보니 펜첼의 직계라고 하던데, 그걸 믿고 저러는 건가?’
‘신기하군. 들은 바로는 13살인가 한다던데, 체격이 왜 저렇게 장대하지? 게다가 뭐 저렇게 잘생겼어?’
유진이 늦게 나온 것은 사실, 의도된 행동이었다.
그럼으로써 유진은 자신의 입지와 혈통적 장점을 드러내어 기사단원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새길 요량이었다.
원래 처음부터 좋은 것보다는, 처음에는 나빴지만 나중에 점점 좋아지는 모습이 더욱 와닿는 법.
‘첫인상이 안 좋은 게 오히려 좋다. 후에는 나를 좋게 볼 거고,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만 친절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유진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인간관계와 기선제압의 기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었다.
짝!
유진을 자리로 보낸 클라크가 손뼉을 한 번 크게 쳤다.
“이번 임무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안내하겠다. 상급생들과 유진도 잘 들어라. 참관인이라고 해서 소풍 가는 게 아니니까.”
“예!”
“사건의 내용은 에막스 교관에게 안내받았겠지. 펜첼과 흑지 사이에 위치한 고대 유적지, ‘글람푸스탄’에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클라크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우리 펜첼 영토에 사는 영지민들도 글람푸스탄을 지나는 족족 사라진다는 거지. 혈흔을 남기고 말이야.”
설명을 듣던 상급생 중 하나가 물었다.
“글람푸스탄은 정확히 어떤 곳입니까?”
“고대에는 강성했던 어떤 제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제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이는 ‘무한한 마나’를 얻기 위해 주변 영지뿐 아니라…….”
클라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다.
“자국민까지 악신에게 인신 공양으로 바쳤다는 것이 밝혀진 후 자국민과 주변 국가들의 합공으로 죽임을 당했고 이후 제국은 멸망했지.”
기사단원들과 상급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러한 역사와도 관련이 있는지 조사해봐야겠지. 어쨌든, 가주님께서 맡기신 임무인 만큼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고 복귀해야 한다. 알겠나?”
“예!”
상급반은 임무를 막상 들으니 긴장이 되는지 표정이 한층 굳어졌고 현무 기사단 또한 최근 임무 중에 가장 기괴한 사건이기에 생각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유진은 달랐다.
‘악신의 저주 같은 게 아니라 마탑의 소행이야, 그것도 우릴 노린 게 아니라 마탑주의 사생아가 중심이었던 정치싸움.’
이후에는.
‘그리고 사건에 휘말린 펜첼에게 마탑주의 딸을 살인했다는 누명을 씌웠고, 펜첼과 마탑 간의 전쟁으로 이어졌었지.’
유진이 미래에 있을 사건을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하던 사이, 클라크가 유진의 허리춤으로 시선을 옮겼다.
“검은 쓸만한 걸로 차고 왔나? 이 맹랑한 녀석아?”
“예. 뭐, 쓸만하겠죠.”
“세상 편해서 좋겠구나.”
이번에는 단원들은 물론 상급반의 수련생들까지 놀란 눈을 떴다.
“……저거, 진검인가?”
“그런 것 같은데.”
“참관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맞……아.”
분명 참관인의 신분으로 임무에 참여하는 것인데, 검을 차고 온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와중.
클라크가 입을 열었다.
“이번 참관인, 유진 로베르는 펜첼에서 강자존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 그 공로를 인정받은바, 임무의 참관에 진검을 차고 싶다는 유진의 요구를 응했다. 참고해라. 질문 있으면 하도록.”
“그러면, 실제 전투에도 참가할 수도 있단 말입니까?”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기사단원들은 유진과 상급반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알 리가 없었으니, ‘강자존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라는 애매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클라크는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스며있는 단원들과 상급반의 수련생을 둘러보며 작게 웃었다.
‘놀랄 일이긴 하지. 펜첼 역사상 이런 건방진 녀석은 없었으니까. 아니, 건방지다고 표현하기엔 실력이 너무 뛰어난가.’
입가에 길게 흉터가 새겨진 한 단원이 질문했다.
“참관인에 대한 신상을 대략 알려주십시오. 그래야 만약에라도 일이 생겼을 때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분명 겉으로는 임무를 위한 발언이었지만, 유진에 대한 약간의 무시가 섞인 발언이었다.
클라크는 잠시 유진의 표정을 살폈다.
탁, 탁.
유진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옷매무새 정리에 삼매경이었다.
클라크는 헛웃음을 흘리며 유진의 신상정보를 알렸다.
유진의 신상정보를 요구한 단원은 유진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고.
카인을 제외한 상급반 소속의 수련생 셋이 작은 목소리로 투덜댔다.
“저 녀석은 끝까지 건방지군. 젠장.”
“상급반도 목검을 차고 가는데, 자기가 뭐라고…….”
카인은 그 말을 듣고 녀석들을 노려봤다.
“뭘 잘했다고 자꾸 중얼거리는 거냐?”
“아니, 그게.”
“약했기에 패배했다면 강해져서 다시 승부를 보면 된다. 열등감 비추지 마라.”
“……알겠어, 카인.”
쯧.
가볍게 혀를 찬 카인이 유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저 무덤덤한 표정인 유진이었지만, 카인만큼은 저 얼굴에 녹아있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카인의 가슴에 작은 불꽃이 타올랐다.
‘다음 승부에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결과를 보고 싶군.’
* * *
고대 유적지의 어느 어두운 공간 속.
“언제 오는 거야? 오늘 오는 게 확실한 정보인가?”
“두 번 말 하게 하지 마라. 맞으니까.”
“…….”
헤르켈은 동료의 의심을 묵살하고 조용히 단검을 매만졌다.
“이동 관문을 타고 놈들이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뒤를 밟는다. 그 사이에서 가장 어려 보이는 녀석이 우리의 표적이야.”
“기사단 놈들도 온다던데, 기척을 확실히 죽여야겠군.”
“그것도 그거지만, 마탑 사람 하나도 유적지에 온다고 했잖아. 조심한다면 그자부터 가장 조심해야 해.”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며 붉은 전갈은 꽤 거대한 암살집단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마탑’ 소속 인물에게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했다.
“만약 마주친다면?”
“곧바로 퇴각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마탑 놈들이 왜 갑자기 유적지에 온다고 하는 건지…….”
동료가 가볍게 혀를 차던 때였다.
헤르켈의 펜던트가 일순 번쩍였다.
“놈들이 왔다.”
* * *
클라크와 유진을 포함한 일행은 이동관문을 넘어선 뒤 고대 유적지, 글람푸스탄에 도착했다.
탓.
유진이 발을 내디딘 곳은 드넓은 평원 위.
숨을 들이켜자 곧바로 습하고 더운 공기가 느껴졌다. 펜첼과는 확연히 다른 날씨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고, 잘 다듬어진 회색 벽돌로 쌓아 올린 다양한 모양의 건축물들이 푸른 산을 타고 빼곡히 지어져 있었다.
왼쪽에는 거대한 산이, 오른쪽에는 어슴푸레한 안개가 건축물들 사이를 비집으며 지나고 있다.
사람이라고는 지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곳에서 벌어진 많은 살인사건이 벌어졌다고 하니.
클라크가 검 위에 손을 올려놓은 채 설명했다.
“말했다시피, 이곳에 남아있을 범인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피 냄새가 나는 곳 부근을 주위로 머리카락이나 발자국을 찾아라. 놈의 동선과 탈출 방향을 추측하는 것도 중요하니 잊지 말고.”
“예.”
“일단 글람푸스탄 중앙 신전에 가서 사방으로 퍼지는 식으로 진행하겠다. 이동.”
단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윙- 윙-
언제부턴가 웬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벌레들이 이빨을 잘그락거리며 유진 일행을 둘러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굴과 눈을 위주로 자꾸 몰려드는 놈들 덕분에 탐색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유진이 벌레들과 기사단원들의 복장을 번갈아 쳐다보며 혀를 가볍게 찼다.
‘땀 냄새를 맡고 몰려왔군. 저렇게 두꺼운 가죽을 입고 오면 땀 냄새에 가죽 냄새까지 겹치니 스피우가 몰려올 수밖에.’
유진은 이 벌레들의 이름이 ‘스피우’라는 것과 놈들의 특징도 알고 있었다.
놈들은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개체가 늘어 집단을 이루면 정말로 전투를 벌여야 할 지경이 된다.
“혹시나 해서 준비해온 게 있습니다.”
현무단원 중 하나가 허리춤에서 유리병 하나를 꺼내 자신과 동료들의 겉옷에 뿌렸다.
그러자 약간 시큼한 냄새와 함께 스피우들이 주춤거렸다.
일행들은 그제야 표정이 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살겠네.”
“무슨 향수야, 이거? 냄새가 참, 그렇군.”
명색이 펜첼의 현무 기사단인데, 이런 간단한 조사와 준비조차 하지 않았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내.
윙! 윙!
스피우들이 더욱 사나워져 유진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준비한 향수가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에잇……! 뭐야……!”
단원들은 그냥 이 벌레들을 오러로 다 쓸어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성급히 대처했다가 혹여 이목을 끌 수 있었기에 오러 사용을 자제했다.
그러던 차.
유진이 안주머니에서 웬 풀잎 같은 걸 몇 장을 꺼내더니 손바닥으로 풀잎들을 비비기 시작했다.
궁귀에게서 몇 장 건네받은 희귀한 약초였다.
“뭐 하는 거냐? 유진.”
“잠시만요.”
클라크는 아주 미세한 오러를 이용해 몸에 강기를 두른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풀잎에서 진물이 조금 삐져나오면서 향긋한 냄새가 퍼지자마자 스피우들이 달아나는 것이다.
“오, 뭐야?”
“이번에는 좀 제대로 된 거구만.”
벌레들이 모두 물러가고 나자 기사단원들 중 몇이 투덜거렸다.
“그런 게 있으면 진즉에 쓸 것이지.”
유진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는 걸 참았다.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불평을 하고 있다니.
그 점을 클라크도 불편하게 생각했는지, 그는 기사단원들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한번 쏘아보다가 유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진검을 들고 올 자격이 있군.”
이 말에 기사단원들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흘리고, 카인을 제외한 상급생들은 유진을 시샘 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다.
유진은 그 시선들을 느끼며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내가 싫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거다. 어려서 그런지 참, 귀엽군.’
툭하면 시기, 질투를 일삼는 상급생들을 보니 참 골치 아프단 생각도 들었다.
아니, 가만 생각해보니 그 점은 다 큰 어른인 기사단원들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냥 다 똑같은 건가.’
어쨌든.
주위를 살피며 글람푸스탄의 중앙 신전에 도착했다.
그리고 유진 일행은 곧바로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이, 이게…….”
“글람푸스탄 중앙 신전에 인신 공양을 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미신이 있다. 그래서 이 지경인 거야.”
“우욱…….”
상급생들이 헛구역질을 한다.
중앙 신전의 한가운데, 피라미드형으로 쌓아 올려진 제단 위에 웬 시체 수십 구가 겹겹이 놓여있었기 때문.
노인과 어린아이를 제외한 남녀의 시체들은 부패가 시작되어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기사단원들은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굳이 시체 썩는 냄새를 맡기는 싫었는지 헝겊으로 코를 감쌌다.
그러나.
인상을 찡그리지도, 코를 막지도 않은 채 제단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유진이었다.
뭔가를 찾는 듯, 유진은 제단 주위를 살피고 시체 가까이에도 다가가 눈동자나 신발과 같은 곳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전쟁이라도 벌어지면 사방팔방이 피바다에 구더기 천지였으니,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참관인의 자격으로 왔기에 함부로 뭔가를 건드리거나 훼손해서는 안 됐지만, 관찰 정도는 괜찮았다.
클라크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유진에게 물었다.
“무얼 찾는 것이냐?”
“그냥 좀 보고 있어요. 뭐라도 있을까 해서요.”
찔러나 본다는 어투였지만, 클라크는 유진의 말에서 묘한 자신감을 느꼈다.
무슨 일이 됐든 간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풍기는 것이다.
“……그렇군.”
클라크는 속으로 작은 웃음을 흘리며 뒤를 돌았다.
“위 시체들이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인지 아닌지도 밝혀내야 하는 점이다. 시체들을 다 끄집어내고, 조사가 끝나면 2인 1조로 흩어져라!”
* * *
글람푸스탄은 넓고, 또 복잡했다.
어떤 곳은 깊은 지하층까지 이어져 있어 시간이 지체되고, 어떤 곳은 무성한 수풀로 감추어져 있어 탐색이 어려웠다.
게다가 썩어가는 시체를 하나하나 헤집어 보는 것도 고역이었다.
물론 덕분에 소득이 있었다면, 제단의 시체들은 살인범에게 당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과 범인의 발 사이즈가 270정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낮 시간을 모두 소요하고 깊은 밤이 되어 중앙 신전의 한쪽 구석에서 야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유진은 쉬지 않고 횃불을 들고 주변을 탐색하는 중.
혹여나 글람푸스탄에 오기 전에 계획하던 ‘그 소녀’를 만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과 반지의 비밀을 풀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텐트를 치던 상급생들이 홀로 저 멀리서 횃불을 들고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유진을 힐긋거렸다.
그들은 입 밖으로 ‘유난 떤다’라며 욕을 하고 싶었지만, 카인의 시선이 느껴져 그냥 조용히 텐트를 설치했다.
유진이 중앙 신전을 다시 한번 둘러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낮에는 몰랐는데, 횃불에 비치니 보이는 문양이 있어.’
게다가.
‘어느 지점을 지날 때마다 반지가 진동한다. 이 반지의 비밀이 감추어져 있는 곳이 근처에 있다는 의미겠지.’
고대제국과 반지, 그 연관 관계를 생각하며 횃불로 주변을 밝혀보던 유진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었다.
제단을 중심으로 동쪽에 있는 신전의 바닥에 무언가 희미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원과 세모, 그리고 네모를 엮어놓은 듯한 모양.
유진은 그곳으로 다가가 천천히 문양을 살폈다.
그러자.
우우웅……!
반지가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하게 진동했다.
이 안에 반지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문양, 반지에 있는 문양과 비슷하잖아.’
반지에 새겨진 문양은 워낙 작고, 바닥에 새겨진 문양은 그보다 훨씬 커다랬기에 알아채지 못할뻔했지만, 유진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일전에 반지를 유심히 관찰했었기 때문이다.
유진이 반지를 낀 손으로 문양을 더듬었다.
‘여기서 이 반지를 발견한 걸까? 아니면 반지는 애초에 만들었고, 이 문양을 따라 새긴 걸까? 이곳에 반지의 비밀이 있다는 건 분명한데.’
그러던 와중.
“음?”
하나의 문양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유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 문양 위에 먼지를 털어내던 때였다.
스스슥.
유진의 손길이 닿자, 일그러져 있던 문양이 마법처럼 움직여 돌연 제 모양을 되찾았다.
그와 동시에, 돌연…….
화르르륵!
“읏……!”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쏟아지듯 나오는 불길에 유진이 재빨리 보법을 밟아 뒤쪽으로 빠졌다.
그리고 발견했다.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빛내고 있는 한 소녀를.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