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0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00화(300/320)
앙신은 짜증이 한가득 묻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10성 기사 대우 좀 해드리려고 했더니, 이 할아버지가 자꾸 신경을 건드리네.”
슬쩍 옆을 돌아보니, 권속들 대부분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리올 할아버지, 결국 제 후손한테 당하셨네요. 하이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까마득한 후손 놈이 제 조상을 죽여?”
불칸도 마찬가지였다.
“크어어어! 크아아아……!”
“죽여라! 거의 다 왔다!”
서걱-!
라울러와 엘도라는 불칸의 목을 결국 썰어냈다.
“쯧.”
그럼에도 앙신은 가볍게 혀만 한 번 찰 뿐이었다.
이미 타격대의 9할 이상이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찬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하물며 제이드마저 피가래를 내뿜고 있었으니.
“빨리 보내드릴게요. 아, 물론 하늘나라가 아니라, 나의 품속이지요오.”
꾸우우웅……!
놈이 그렇게 말하며 오른손에 진한 흑색의 기운을 잔뜩 뭉쳤다.
어마어마한 양의 기운이 모여들자 일대의 온 공간이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앙신(殃神).
그 이름에 걸맞게, 그가 뻗는 공격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웠다.
그나마 제이드였기에 지금껏 1대1로 싸우며 시간을 끌었던 것이지, 다른 이였다면 수백 번은 가루가 되었을 터.
척!
모든 기운의 응집을 마친 앙신이 오른손을 가슴 앞으로 뻗었다.
흑참타멸공탄(黑慘打滅攻彈).
세상의 어떤 것도 부숴버릴 흑색의 탄환이었다. 앙신이 되어야만 시전할 수 있는 극강의 흑마법이었다.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는 제이드의 이마 정중앙을 향해, 흑참타멸공탄이 겨누어졌다.
“내 곁에서 평생 칼질하게 해 줄게요.”
그가 미련 없이 탄환을 쏘아냈다.
이미 발사된 흑참타멸공탄은 그 어떤 누구도 막지 못한다.
날아가는 탄환을 보며 앙신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가 귀까지 닿던 그때였다.
“……!”
앙신이 갑작스레 섬뜩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제 모가지에 가장 높은 수준의 마법 방벽을 둘렀다.
그러자마자.
꽈아앙!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방금 생성해낸 마법 방벽이 산산조각나며 부서짐과 함께, 앙신의 목덜미에 깊은 검흔이 새겨졌다.
핏줄기가 솟구치며 앙신이 이를 악물었다.
“무, 무슨……!”
게다가.
서걱-!
제이드의 명을 끊으려 질주하던 흑참타멸공탄이 허공에서 반으로 쪼개지더니, 제이드의 머리를 빗겨나가며 애먼 땅바닥에 두 갈래로 처박혔다.
“어떻게!”
앙신이 뒤늦게 주위를 돌아보았으나, 쓰러진 타격대원들과 모습을 잃어가는 권속들만이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하나.
이내 앙신은 알아챘다.
“……유진. 또 너냐. 또 네 녀석이!”
그가 ‘흑투안’을 발동하자, 보이지 않던 유진의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지?”
유진은 무릎을 꿇은 제이드의 바로 앞에 우뚝 서 있었다. 막 투명화 마법을 해제한 그가 피식 웃었다.
“네가 그 시꺼먼 총알을 만들어 낼 때부터.”
앙신은 유진의 두 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흑참타멸공탄을 벤 것도, 앙신의 목을 노린 것도 전부…….
“심검. 그놈의 심검!!!”
치이익……!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한 앙신이 분기를 이기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일전에, 흑탑주의 그 많던 영혼들이 전부 파괴된 것도 유진의 심검 탓이었다.
한데, 이번에도 역시 그 빌어먹을 심검이 앞길을 막아서니 약이 오를 수밖에.
“어디 한 번 또 해보지 그러세요?! 눈 감는 순간 대갈통을 통째로 뽑아서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니까요오!!”
녀석이 고함을 칠 때마다 일대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흑기가 온 공기를 검게 물들였다.
이를 들이마시기라도 하면 큰일이 날 터.
유진이 흑기를 물려내며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괜찮으십니까, 가주님.”
제이드는 눈에 띄게 수척해진 얼굴로 피식 웃었다.
“쿨럭…… 돕지, 말라 했거늘.”
“가문으로 돌아가 명령 불이행으로 달게 벌 받겠습니다.”
“크흐흐…… 끝까지…… 녀석.”
유진은 이미 모든 상황을 파악한 뒤였다.
루터 기사단장이 배신자였고, 놈이 웬 기이한 형태의 돌 모양을 이용하여 제이드를 공격한 것.
분명 교황이 모든 일을 지시했을 터였다.
‘다행히 크로센과 라이언 경까지…… 유인대는 무사한 것 같다.’
기록의 탑 일원들이 유인대원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을 테니까.
다만.
‘루터가 배신자임을 진즉에 알아채지 못한 건 뼈아픈 실책이다.’
태양신교가 배신하리란 건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그에 맞는 대비책도 생각해 두었다.
하지만 놈들이 이 정신없는 와중에 배신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적어도 앙신을 처치한 다음에야 본색을 드러내리라 생각한 것이다.
‘……아마, 앙신이 가져간 그 보랏빛 돌을 믿은 거겠지. 저게 제이드와 앙신까지 모두 처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야.’
그 사이.
-가주님이, 가주님이……! 끄으윽……! 유진! 어서 나를 밖으로 꺼내다오! 가주님을 보필해야 한다!
유진은 체첸의 뜻대로 녀석을 불의 정령의 형태로 소환했다.
“가주님! 가주님, 정신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저, 체첸을 믿으십시오……!”
“흐흐, 체첸…… 오랜만이구나, 그간 살만하더냐.”
“유진 놈 때문에 죽겠습니다! 그러니 가문으로 함께 돌아가 저놈을 호되게 벌하셔야지요!”
“혼쭐을, 내, 줘야…… 하겠군…….”
체첸이 제이드를 어떻게든 일으켜보려 안간힘을 쓰는 사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가족애네요! 잘난 손주 놈 때문에 목숨 한 번 건진 건 축하드려요. 근데 있잖아요?”
쿵…….
정말 마지막이라는 듯, 앙신이 네 몸에 있던 모든 기운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러자 저물어 가는 해가 발하던 주황 빛무리도, 피비린내를 품고 이리저리 떠돌던 바람도, 세상모르고 평화로이 떠다니던 구름도…….
모두 흑색으로 서서히 물들기 시작했다.
유진은 직감했다.
‘이 모든 것들에 흑기가 침투하고 나면, 이 싸움에 승산은 없다.’
놈이 사용한 기술은 대흑화(大黑化).
이는 정확히 말해 기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신능(神能)이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초월적인 영역의 능력.
대흑화가 완성되고 나면, 이 전장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앙신의 것이 된다.
“유진!! 시간이 없다……!”
체첸 역시 이를 직감하고는 고함쳤다.
“쳇……!”
유진이 곧바로 앙신에게 달려들었다.
펜첼의 기본 검술부터 시작하여 심검, 탐식, 멸살암천화염옥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배우고 익혔던 모든 것들을 총동원해서라도 놈을 막아야 했다.
* * *
털썩…….
유진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흐, 빌어먹을.”
그러나 앙신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후우! 재밌었어요. 유진님. 나름 필사적인 얼굴 보는 것도 즐거웠고요. 잘생긴 얼굴에 상처 낸 건 좀 미안하고요. 효효효!”
유진은 이미 어비스 나이트와의 전투에서 많은 상처를 입은 데다, 심검까지 세 차례 사용한 뒤였기에 전력을 다할 수 없었다.
하나.
“……전력을 다했다고 해도.”
앙신은 이기지 못했을 것 같다…….
뒷말은 삼킨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아직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살가죽이 다 찢겨 근육이 드러난 손바닥으로는 쿠란의 검을 움켜쥘 힘도 없었다.
“가주님!! 유진!! 지금이라도 도망가라! 놈은 내가 어떻게든 붙잡을 테니까! 어서!!”
그나마 유진에 비해 덜 공격받은 체첸이 사력을 다해 앙신에게 달려들고 있었으나.
“어서 도망- 컥……!”
흑색의 칼날에 복부를 깊게 베인 체첸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후우…….”
제이드는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뭐라도 해서 유진과 체첸을 구하고 싶었으나, 그럴 힘이 없었다.
주먹만 하게 뚫린 가슴의 구멍에서는 이미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나와 정신을 차리는 것도 어려웠다.
“육시럴, 크흐흐…….”
북부지방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를 써대던 그 어린 시절에나 하던 욕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그만큼, 오늘은 제이드에게 인상 깊은 날이었다.
체내의 혼돈을 없애는 과정에서 얻은 부작용으로 입게 된 내상이 그를 지금껏 계속 갉아 먹은 데다가, 예상치 못한 루터의 공격까지.
이미 그의 몸 상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나마 자신이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역시도 혼돈 때문이었다.
이 혼돈이 선사한 불길한 생명력이 아직도 그의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메리안.’
사랑했던 아내.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그 심한 사투리까지 뜯어고쳤던 일이 돌연 주마등에 스친다.
‘그랬었지. 그 당시의 나도 참 순수했어. 표준어가 좋다고, 지나가며 한 말이었는데도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났어.’
더불어, 그녀가 사랑하던 땅, 펜첼.
그곳을 지키기 위해 제이드는 그간 최선을 다 해왔다.
하나, 이제 너무도 늙고 지쳤다.
아끼던 손자 하나조차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아,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가요! 다 뒈져서 시체로 수놓은 꽃밭!”
저 멀리서 다가오는 앙신의 발이 보인다.
제아무리 제이드라 할지라도,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유진마저도 어쩔 수 없…….’
제이드가 표정을 굳혔다.
“아직, 안, 끝났다고……!”
유진이 피투성이가 되어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으로 노면을 짚고 일어섰다.
“응?”
앙신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유진을 보았다.
“제가 봤을 땐 이미 끝난 지 한참 됐는데요? 뭘 또 사서 고생을-”
“그건, 네, 생각이고……!”
유진은 기어이 노면에 두 발을 딛고 바르게 섰다. 얼굴은 물론 온몸이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했지만, 그의 두 눈은 살아있었다.
제이드는 그 처절한 모습을 두 눈으로 생생히 지켜보았다.
“유진, 나의…… 손주.”
유진은 나이가 한참 어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도 성숙했다.
포기라는 것도 몰랐다. 반백 년을 넘게 살아오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제이드마저도 마음이 꺾인 순간이었지만, 유진은 다시 일어섰다.
심지어 개인의 능력뿐만이 아닌 남들을 아우르는 리더십 또한 훌륭했다.
펜첼의 모든 기사는 물론, 교지의 전 가주들과 흑지에서 온 이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유진을 따르고 있었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유진이 여기에서 살아나가기만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유진이 펜첼의 가주가 되어도 될 것 같았다.
메리안과의 모든 기억이 담겨 있는 고향, 펜첼.
“그곳을, 너에게 맡겨도 될 것 같구나…….”
그 생각이 제이드의 머릿속에 닿은 순간이었다.
프스스……!
무언가가 흩어지는 소리와 함께, 시리도록 차갑던 몸이 다시금 끓어오르고-
느려지던 심장박동이 격렬하게 요동쳤으며-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던 얕은 호흡이 거짓말처럼 거세졌다.
탁……!
제이드가 청명해진 눈동자를 뜬 채, 노면 위에 바로 섰다.
그와 동시에.
우우웅-!
전장의 모든 검들이 울기 시작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