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0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01화(301/320)
앙신, 파넬로는 노면 위에 꼿꼿이 선 제이드를 보며 흠칫 몸을 떨었다.
“무, 무슨…….”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가슴에 구멍이 뚫려 연신 피 뭉텅이만 뱉어내던 노인네가, 갑자기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며 다시 일어서다니.
제아무리 북벽이라 하더라도 절대 회복되지 못할 수준의 치명상이었다.
만에 하나 루터의 공격에 제이드가 당하지 않았다 한들 앙신은 충분히 제이드를 꺾을 자신이 있었다.
제이드의 힘은 묘하게 밑 빠진 독처럼 빠르게 새어나가고 있었으니까.
하나, 지금은 어떠한가.
“……무슨 짓을 한 거죠?”
마치 고양이 앞의 쥐가 된 듯, 앙신은 본능적인 공포심을 애써 억눌렀다.
이 드넓은 전장 곳곳에 흩어진 수많은 검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도 된 듯 허공 위로 떠올라 예기를 발하고 있었다.
저 형형한 검들의 표적은 곧 앙신 자신이 될 터.
앙신은 차분히 눈을 굴려 상황을 파악했다.
‘유진은 이미 다 죽어가고, 다른 녀석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제이드, 저 노인네만 죽여 없애면 된다!’
앙신은 제이드의 눈을 직시했다.
푸르게 빛나는 놈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앙신을 뚫어버릴 듯 강렬했으나, 자세히 보니…….
‘전장의 검들을 일으켜 최종 일격을 준비하고 있다……! 정작 자신의 방어는 신경 쓰지 못하는 상태이니, 지금이 기회다!’
앙신은 곧바로 판단을 마치고 주저함이 없이 오른손에 커다란 흑색의 기운을 생성했다.
이미 일대를 집어삼키고 있는 대흑화는 절반 이상 진행된 상태.
북벽이 무슨 최종 일격을 가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앙신은 지금 당장 제이드를 끝내야 했다.
쿠구구……!
눈 깜짝할 사이, 오른손에 뭉친 흑색의 구체가 섬뜩한 외양의 ‘뱀’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태만파흑염사(太萬嶓黑炎蛇).
검은 화염으로 일렁이는 집채만 한 뱀.
지금껏 수많은 키메라와 전설 속 마수, 그리고 권속들을 부려왔지만 지금 앙신의 오른손에서 똬리를 풀어내고 있는 놈만큼 불길한 기운은 없었다.
대흑화의 버프를 받은 태만파흑염사는 그 어떤 방패라도 뚫어낼 듯 날카로웠고, 빙산도 단숨에 녹일 만큼 뜨거웠다.
앙신이 제 모든 힘을 다 끌어모아 생성해 낸 마지막 한 수였다.
“……!”
유진과 체첸 역시 제이드와 앙신을 번갈아 보며 눈을 부릅떴다.
-가주님께서 각성하셨다……! 이, 이 느낌은, 창성에 오르신 것 같아! 한데, 왜 안 움직이시는 거지……?
“아직 각성이 완벽히 끝나지 않은 거야! 가주님을 지켜야 한다!”
이윽고.
태만파흑염사가 완전한 뱀의 형태를 갖추어 아가리를 쩍 벌린 채 제이드에게 쇄도했다.
캬아아아!
그리고 유진은 다 무너져 가는 몸에서 억지로 오러를 쥐어짜 태만파흑염사를 가로막았다.
꽈아앙!
유진의 오러와 태만파흑염사가 접하는 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의 파동은 주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갈아버리기라도 할 듯 매서웠다.
돌바닥이 깊게 패고, 대기가 강하게 진동하며, 눈앞을 가릴 정도로 강렬한 빛무리가 솟구쳤다.
“크으윽……!”
유진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온몸에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 있지도 않은 기운을 억지로 끌어다 쓰고 있었으니까.
-유진……! 내가, 내가, 도우러 가겠…… 크윽……!
체첸은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유진을 도우려 했으나, 이내 입에서 선혈을 뿜으며 바닥에 엎어졌다.
유진이 힘겹게 뒤를 흘긋 돌아보아 제이드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그는 창성의 경지에 이르러 자신의 몸에서 솟구치는 무한한 오러의 파도에 아직 적응 중인 듯했다.
하지만 그가 모든 준비를 마치면, 전장 위에 수놓은 이 검들이 앙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리라.
“그때까지, 조금만 더……!”
하나.
태만파흑염사는 유진이 제 생명력을 끌어다 사용해도 막아내기 어려울 만큼 강력했다.
드드드, 드드드!
그가 뒤로 서서히 밀려났다. 바닥에는 깊은 크레이터가 새겨졌다.
그에 따라 유진도 점점 힘을 잃어갔다.
제이드의 최종 일격이 이 자리에서 취소된다면, 더 이상 대륙에 미래는 없다.
아니, 대륙이든 뭐든 간에 유진은 제 가족과 동료들을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버티긴 했지만.
“끄으…….”
눈앞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더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5초 안팎. 그 안에 제이드가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제 다 끝났으니,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요오. 여러분. 지푸라기는 지푸라기일 뿐이랍니다.”
앙신은 여유로운 얼굴로 태만파흑염사에 기운을 계속해서 불어넣었다.
태만파흑염사가 유진을 집어삼키기 직전이고, 대흑화가 전장의 90%를 덮은 이상, 이미 이 전쟁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나.
어째서인지, 유진은 피식 웃었다.
“프흐흐, 끝난 것 같나……?”
“……!”
앙신은 그 얼굴을 보고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꼈다. 아무리 유진이라지만, 이 상황에서는 블러핑같은 게 통할 리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웃을 수 있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
으직-!
돌연, 앙신이 본능적으로 뒤로 홱 돌아 누군가가 내지른 기다란 검날을 잡아챘다.
“네놈이……!”
“파넬로, 크흐흐……! 이, 더러운 똥가래같은 놈!”
키메라가 된 혈귀, 유리였다.
“어떻게, 어떻게 키메라 놈이 나를 공격해……?! 감히, 주인을 물려-”
“이왕 죽을 거, 한 번 물어뜯고 죽어야 하지 않겠나?! 크하하하하!”
유리는 몸에 난 구멍이라는 구멍에선 전부 시뻘건 피를 흘리며 검을 들이밀었고, 검날은 앙신의 손바닥을 찢었다.
대체 어떻게 놈이 속박을 이겨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놈을 죽여야 했다.
“우리 스승님을 죽이고, 잘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느-”
“버러지는 버러지답게 굴어야지, 건방지게.”
앙신은 무섭도록 차분한 표정을 한 채 유리의 목을 썰어버렸다. 이미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흑기는 한 올 한 올이 살아 움직이는 칼 같았으므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툭…….
유리의 머리통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크흐, 유진…… 제발, 복, 수를…….”
앙신은 사라져가는 유리가 뭐라고 하든 간에 깡그리 무시한 채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 유리의 습격은 비록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나, 유진을 상대하는 데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한데.
프스스…….
유진과 제이드를 집어삼키려 달려들던 태만파흑염사가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어?”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앙신이 다급히 고개를 들어보니, 유진은 숨을 고르며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고-
제이드가 오른손을 들어 전장의 검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각 검은 하나하나가 10성 기사가 내리치는 혼신의 일격과 같은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끝낼 때가 되었다.”
“할아버지, 잠깐만, 키잇……!”
앙신은 다시 뒤늦게 기술을 구사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수천의 검들이 그에게 일제히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 * *
털썩…….
“효, 효효, 이게, 이렇게, 되나요…….”
두 무릎을 꿇은 앙신은 제 몸에 빼곡히 박힌 수천 개의 검을 내려다보며 힘없이 웃었다.
제이드가 움직인 전장의 검들을 어떻게든 쳐내고 또 막아냈으나.
이미 심장과 더불어 온 장기가 창성에 다다른 오러에 파괴되었고, 그나마 지금도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심지어 제3의 공간에서 그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이던 목소리조차 종적을 감춘 상태.
도르륵.
앙신이 꺼져가는 눈동자를 억지로 굴려 제이드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앙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굴, 살리고, 싶었나요…….”
앙신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감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북벽에게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니.
앙신은 자신의 생이 여기서 끝나리란 걸 잘 알았으나, 그거 하나만큼은 알고 가고 싶었다.
순전한 궁금증이었다. 오로지 궁금증과 재미, 쾌락으로만 삶을 사는 흑탑주, 그다운 질문이었다.
하나, 제이드는 그저 피식 웃었다.
“네놈 같은 종류의 인간은 영영 알 수 없을 거다.”
그게 끝이었다.
서걱!
앙신의 목이 바닥에 떨어지자, 세상을 점멸하던 모든 대흑화의 어둠이 거짓말처럼 걷혔다.
숨이 붙어 있던 키메라들과 그의 권속들, 세상에 뿌려놓은 불길한 흑기들까지 전부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후우우…….”
제이드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조용히 젖혔다.
‘메리안.’
그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드리웠다.
대체 어떻게 각성을 이루어 앙신을 벨 수 있었는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오로지 제이드 본인만이 알고 있었다.
‘……나의 가문, 펜첼.’
그는 지금껏 가문을 지키는 데에 온 신경을 다 쏟았다. 그것이 메리안과의 기억을 지키는 길이었고,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아니, 그는 단순히 지키는 데에서 끝내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가문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그는 펜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무력을 길렀으며, 펜첼의 명성을 위해 흑룡을 무찔렀다.
또한 펜첼을 위해 태양신교에 굴복하지 않았고, 그 수많은 교지의 가문들 사이에서도 지금껏 굳건한 1위의 자리를 유지했다.
나이가 들어 후계자를 찾아야 했던 때에도, 첫째 아들인 시리우스와 더불어 여러 인재가 호기롭게 가주의 자리를 노렸을 때에도 제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 펜첼이 무너진다면, 아내와의 모든 기억이 사라질까 두려워서였다.
이러한 염려는 곧 제이드의 한계를 결정짓는 단단한 족쇄로 작용했다.
하지만.
‘유진, 너라면 이 펜첼을 온전히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그 확신이 곧 족쇄를 부수는 망치가 되었고, 결국 그는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경지로 도약했다.
푸흐흐.
제이드는 헛웃음을 흘렸다.
지금껏 10성에서 창성으로 올라가지 못해 십수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듭하였던가.
한데 그 사소한 생각의 차이로 인해 한계가 부서지다니, 허탈하면서도 우스웠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생명력이 다 할 때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창성에 오르며 일시적으로 기운을 폭발시키긴 하였으나, 이미 크게 훼손된 생명력은 다시 복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이잉…….
앙신이 가루로 흩어져 사라진 바닥 위, 보랏빛 돌이 홀로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태양신교…….”
제이드도 태양신교가 배신하리란 걸 예상치 못한 건 아니었다.
하나, 이렇게 사특한 기운을 이용한 아티팩트가 있을 줄은 몰랐다.
“……가주님.”
제이드의 기운을 일부 나눠 받아 몸을 크게 회복한 유진이 제이드에게 다가갔다.
대체 어떻게 창성에 이르렀는지는 묻지 않았다. 제이드도 구태여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유진.”
“……예,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고개를 돌려 교지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두두두…….
개개인이 9성 후반의 기운을 뿜어내는, 수천에 달하는 흑색의 기마부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흑염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