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0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03화(303/320)
존재 자체가 인간 병기라 불리는 9성 후반 기사들로만 이뤄진 흑염의 기마부대가 전장을 까맣게 뒤덮었다.
유진과 제이드 일행에게 달려드는 놈들의 기세는 살벌하리만치 날카로웠고-
새카만 기운이 온 하늘과 땅을 휘감아 마치 검은 모래의 폭풍이 들이닥치는 듯했다.
“크윽……!”
“엘도라, 내 뒤에 서……!”
“같이 싸워야지, 뭔 소리야……!”
그에 반해 고작 오십여 명에 불과한 유니온 결사대원들은 엄습하는 공포감을 애써 억눌렀다.
어떻게든 싸워서, 이겨서, 돌아가야 했다.
물론, 그들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 있었다.
우우웅!
창성에 다다른 제이드의 기운이 사방에 뻗어져 황금빛의 파도를 형성, 흑염의 기운과 맞부딪혔다.
콰과과과-!
단순한 기운의 충돌이었음에도, 어마어마한 굉음이 고막을 찢으려는 듯 메아리쳤다.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흑염의 기운에 그대로 맞서 싸우고 있었다.
심지어.
쿵! 쿠궁……!
흑염의 기마부대가 어느 기점을 경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제이드가 형성한 거대한 오러 방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잠깐이면 됩니다, 가주님.”
“……그래.”
유진은 그사이를 놓치지 않고, 왼쪽 손을 하늘 위로 쳐들어 어떠한 마법 하나를 영창했다.
바로, 텔레포트 소환이었다.
이윽고.
지이잉!
유진이 있는 진형 쪽에서 환한 빛무리가 쏟아지더니 익숙한 얼굴의 두 사람이 등장했다.
“유진! 무사한 겐가!”
“난장판이구만……! 정말로 태양신교 놈들이 딴마음을 품을 줄이야!”
바로 적탑주와 청탑주였다.
이들은 유진의 지시를 받고 처음부터 대기 중이었던 것이다.
유진이 급히 외쳤다.
“탈출 포탈을 만들어 주십시오! 태양신교 놈들이 닿지 않을 정도로 먼 곳으로!”
“알겠네!”
제이드가 온 힘을 다해 흑염의 군대를 가로막아 주고 있으니, 그 틈을 타서 모두 탈출한 뒤에 역습의 기회를 엿볼 계획이었다.
한데.
적탑주와 청탑주가 힘을 모아 탈출 포탈을 형성하던 와중, 당황한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빌어먹을, 여기, 기운이 너무 뒤엉켜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 유진!”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유진은 여전히 전방을 주시하며 소리쳤다.
흑염의 기마부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제이드의 오러 방벽에 일격을 넣으며 당장이라도 밀려 들어올 것 같았다.
심지어, 제이드의 안색도 몹시 좋지 못했다.
제아무리 제이드라지만, 이미 가슴팍에 치명상을 입은 데다 창성의 기운도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못해도 5분 이상은 필요하다!”
적탑주와 청탑주가 힘을 합친다면 탈출 포탈은 길어도 10초 내외로 형성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 못한 변수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 저 수천의 흑염 기마대와 정면으로 맞붙었다가는 분명 패배한다.
유진은 자신을 믿었지만, 그렇다고 과신하지도 않았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빠질 때는 빠져야 한다는 걸 잘 알았다.
전생에 태양신교의 참모로서 늘 해오던 일이 그런 것이었으니까.
쿠오오……!
결국, 유진이 성치 못한 몸에 다시 기운을 끌어올렸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조금이나마 회복된 몸을 또다시 혹사해야 했다.
서서히 깨져가는 제이드의 오러 방벽에 유진의 오러가 덧대어졌다.
“크아아-!”
쾅! 콰광!
그러자 흑염의 기사들이 사람 같지 않은 소리를 내며 오러 방벽을 더욱 거세게 두들겼다.
“우리도 도와야 해……!”
라울러와 엘도라를 포함한 유니온 대원들 역시 오러 방벽 강화에 일조했다. 제롬 역시 마찬가지였다.
1분.
2분.
3분…….
시간이 간다.
“저깟 방벽 하나 부수지 못해 뭣들 하는 게냐! 이 멍청한 놈들……! 비켜라!”
테오스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방벽 앞으로 와락 달려들었다.
백발의 머리털에 주름이 서글서글한 테오스는 외양만 보았을 땐 나약해 보였으나.
꽈아앙-!
그가 한 번 내지른 검격에 오러 방벽에 커다란 금이 갔다.
“크윽……!”
“힘이, 빠지고 있어……!”
라울러, 엘도라, 리안, 클라크를 비롯한 이들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유진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만큼, 그들 역시 죽을힘으로 모든 기운을 다 끌어 쓰고 있었으니까.
설상가상으로.
“크윽…… 라울러, 엘도라, 포기해선 안- 쿨럭……!”
유진 역시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핏덩어리를 울컥 뱉어낼 정도였으니까.
“빌어먹, 을…….”
유니온 대원들이 진력을 모두 소모해 하나둘씩 정신을 잃어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노면에 엎어지는 줄도 모른 채 쓰러졌다.
결국.
“유, 진, 미안하다…….”
털썩…….
라울러와 엘도라, 리안마저 입가에 선혈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엘도라, 내, 딸……!”
클라크만이 간신히 정신줄만 붙잡고 바닥 위에 서 있었다.
“크으으……! 얼마나 남았습니까!!”
유진이 얼굴의 구멍이랑 모든 구멍에서 시뻘건 피를 흘리며 소리쳤다.
그 역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으나, 차마 제이드를 옆에 두고 쓰러질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탈출 포탈이 완성되었다! 모두 오러를 풀고 몸을 웅크려라! 곧바로 이 포탈로 빨려 들어갈 테니……! 쓰러진 녀석들도 모두 끌어당기겠다!”
바닥에 엎어진 대원들과 더불어, 비틀거리던 클라크도 탈출 포탈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유진이 황급히 제이드에게 말했다.
“가주님! 이제 오러를 거두어들이십시오! 포탈로-”
“유진, 나의 손주야.”
제이드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오러를 거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가주님……?”
“그간 고생이 많았다. 못난 외조부를 만나 고생이 참 많았어.”
유진은 엄습하는 불길함을 느끼고는 버럭 소리쳤다.
“뭐 하시는 겁니까……! 다 같이 살아서 나가야죠! 가주님!! 지금 당장-”
“오늘부로 펜첼의 가주는 너다. 안타깝게도 승계식은 치르지 못할 것 같군. 하하.”
“가주님!!!”
유진은 눈가에 눈물이 가득 차오른 채 절규하듯 소리쳤다.
그가 강제로라도 제이드의 몸을 움직여 탈출 포탈로 데려가려 해도, 제이드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나는 여기까지다. 살아서 돌아가 봐야 의미가 없어.”
-가주님!! 제이드 경!!! 장난치지 마시고 어서……!
체첸 역시 억지로 불의 정령의 모습을 갖추어 제이드의 어깨를 거세게 흔들었다.
그러나.
제이드가 지금까지 감추어 온 뒤엉킨 기운을 드러냈다.
크드드득!
그를 둘러싼 공간이 일그러지며, 균일하게 흐르던 기운의 파동이 지진이라도 난 듯 균열했다.
“아, 아……!”
그제야 유진은 제이드의 몸이 이미 완전히 망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슴에 뚫린 구멍도 어떻게든 치유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이미 구멍은 메울 수 없으리만치 심각하게 썩어들어가 있었다.
-이, 이게…… 이게 다…….
“체첸, 펜첼의 든든한 정령. 나의 친구. 자네도 그동안 욕봤네.”
-사, 살릴 수 있다! 어떻게든 할 수 있으니까……!
“유진. 부디 펜첼과…… 나의 자식들을 부탁한다.”
“이렇게 혼자 다 마무리 짓는 게 어디 있……!”
탁-!
제이드가 유진의 뒷목을 쳐 기절시켰다. 반응할 수 없으리만치 빠른 속도였다.
“안……돼…….”
그와 동시에 체첸 역시 강제로 쿠란의 검으로 흡수되었고-
그 틈을 노려 제이드가 유진의 이마에 손을 얹더니, 어떤 무형의 기운을 흘려보냈다.
“……부디 이 선물이 만족스러웠으면 좋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가 유진을 안아 들어 탈출 포탈을 향해 흐르는 기운에 실어 보냈다.
“제, 제이드 경……!”
그 광경을 뒤늦게 목격한 적탑주와 청탑주가 경악했으나, 더 이상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꽈아아앙!
오러 방벽이 부서짐과 동시에, 제이드가 흑염의 기마부대 사이로 몸을 던졌으니까.
* * *
“……도대체.”
교황 테오스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제이드는 혼돈에 온몸이 잠식되어 9할은 죽은 몸이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심지어 루터의 공격이 정통으로 들어갔으니, 그 자리에서 즉사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까지 살아남아서는-
콰과과과!
“교황이시여……!! 놈을, 막을 수가……!”
“남은 병력이 고작 1백이 조금 안 됩니다……! 지시를!”
전무후무 극강의 최종 병기인 흑염 기마부대를 죄다 썰어내고 있는가.
흑염의 검은 갑주가 산산조각이 나며 허공을 날아다니고, 머리통이 온 바닥을 빼곡히 채우는 광경을 두 눈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창성에 다다른 제이드는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닌, ‘신’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전장 전체를 유린하고 있었다.
탈출 포탈로 넘어가는 유진 일행을 추격하기도 했으나, 제이드는 추격조를 귀신같이 요격해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제이드의 검격 한 번에 산과 바다가, 지형이 뒤바뀌고 있었다.
문득 교황의 머릿속에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제이드.’
전장을 제멋대로 휘젓고 있는 제이드의 모습에서, 테오스는 자신의 이상향을 겹쳐본 것이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하!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래! 허, 헛소리라고……!”
테오스가 고개를 세차게 털어 잡념을 떨쳐냈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테오스와 흑교황이 수백 년에 걸쳐 노력하여 구축하고자 했던 ‘신’의 모습을, 제이드가 이미 가지고 있었다.
교황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짙은 패배감이 가슴 속 깊이까지 스며든다. 시기와 질투, 열등감이 머릿속에 들어차며 불쾌한 소름이 쫘아악 올라왔다.
테오스가 이를 으득 깨물며 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 내가 직접 마무리하지.”
* * *
제이드는 무아지경의 상태에 빠져 전장을 휘저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유진을 포함한 모든 일행이 탈출 포탈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모두 무사히 빠져나갔군.”
그 사이로 클라크의 눈물 젖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일부러 쳐다보지 않았다.
번쩍!
환한 빛무리가 번쩍였고, 탈출 포탈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제야 제이드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나의 자식들.’
뮬, 시리우스, 클라크, 릴리안까지.
제이드는 제 자식들에게 커다란 미안함을 느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식들을 자식이 아닌 가문의 일원으로만 대했다.
사랑하는 아내, 메리안이 죽은 이후부터 자신에게는 가족이란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누구에게도 사랑을 줄 수 없었다. 그럴 심적 여유가 없었다.
자식들마저 오직 메리안이 사랑한 펜첼을 지키고 부강하게 만들기 위한 존재들에 불과했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건, 클라크와 뮬이 잘 자라주었다는 점이다.
부모의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했음에도, 녀석들은 심지어 펜첼을 위해 유진에게 소가주 자리를 양보하기까지 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리우스.’
미운 자식의 얼굴도 떠올랐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시리우스에게도 참 미안했다.
녀석이 진정으로 원했던 건 가주의 자리보단 아버지의 관심과 애정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만약 내가 녀석을 잘 보살폈다면, 그런 길을 택하진 않았을까.’
만약에라도 다시 만난다면, 시리우스마저도 따듯한 애정으로 보살피리라.
촤아악!
달려오는 흑염의 기사들을 베어내며 제이드가 헛웃음을 흘렸다.
“죽을 때가 되어서 그런가, 별생각이 다 드는군.”
힘이 점점 빠진다. 그에 따라 상념도 늘어만 간다.
“놈을 죽여라-!!!”
그 와중, 저 멀리서부터 울린 교황의 고함이 귓가를 강하게 때렸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