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0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06화(306/320)
콰아앙!
이레인과 듀란을 비롯한 전투조가 인퀴지터와 검을 맞댔다.
“이놈들, 백염 놈들보다 훨씬 강하다……!”
“시간만 끌면 되니까, 무리하지 마라!”
태양신교의 인체 개조로 만들어진 생체 골렘, 인퀴지터들의 무력 수준은 상상 이상이었다.
“크우우!”
놈들이 휘두르는 검격 하나하나는 마치 바윗덩어리를 메다꽂는 듯했고, 속도는 웬만한 9성 기사도 우습게 보일 지경이었다.
어두운 숲속을 가득 밝힐 만큼, 수없이 많이 번쩍이는 인퀴지터들의 붉은 안광은 일견 섬뜩했다.
“끝이 없어……! 빌어먹을 놈들!”
“이레인, 뒤를……!”
결국.
크직-!
이레인의 복부에 깊은 검흔이 새겨졌다.
“큽……!”
제아무리 10성에 다다른 기사라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상이었다.
앞서 유인대원들을 구출하고 오랜 시간 동안 거의 한숨도 자지 않고 움직였기에 체력이 동난 탓이었다.
“꺼, 져……!”
하나,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인퀴지터를 밀어내고 몸을 움직였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저 뒤편, 나무에 조심스럽게 기대 놓은 유진을 지키기 위해.
그에게 보호 방벽을 둘러 놓긴 했지만, 인퀴지터들이 유진을 노리고 달려든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투조 전체가 말이다.
척-
이레인과 듀란, 엘도라, 라울러, 인스 형제를 비롯한 전투원들이 유진을 등 뒤에 둔 채, 인퀴지터들을 노려보았다.
“……빠져나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 이상 싸웠다가는 항구까지 도착할 힘도 동날 거야.”
“빌어먹을, 하지만 이대로 도망갔다가는……!”
쿵, 쿵, 쿵.
시퍼런 날을 세운 채, 인퀴지터들이 이레인 일행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들의 표정은 이미 다 잡은 물고기를 먹기만 하면 된다는 듯, 너무나 여유로웠다.
실제로 이레인을 비롯한 모든 전투원은 이미 그로기 상태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나.
“……싸우다 죽는다.”
이레인은 복부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핏물조차도 무시하고, 검을 세로로 쳐들었다.
“도망가다 죽나, 싸우다 죽나, 죽는 건 매한가지라면, 후자가 낫겠지.”
그 결연한 선언에 엘도라와 라울러, 인스 형제 역시 이를 꽉 깨물었다.
“우리가 희생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살아서 나갈 수 있겠지?”
“……당연하지.”
인퀴지터들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제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간 즐거웠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모두가 서로의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표하며,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놈들에게 달려들려던 차.
번쩍-!
그들의 등 뒤에서 강렬한 광망이 터져 나오더니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간 즐거워, 즐겁기는.”
전투원들이 흠칫 몸을 떨며 돌아보니, 유진이 검을 든 채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유, 유진……!”
“깨어났어, 유진이!”
이레인 일행이 안도의 탄성을 터뜨리는 사이, 인퀴지터들이 본능적인 위협감을 느끼고 유진에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뒤로 물러서. 이제 내 차례니까.”
그에게서 이전에 없었던 수준의 기운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인퀴지터들이 유진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놈들의 움직임은 지금껏 유진이 보아온 어떤 기사나 마수보다도 빨랐고, 거칠었다.
‘태양신교가 숨기던 비장의 한 수가 이거였군. 아마 전생처럼 내가 만든 성화가 없으니, 새로운 비밀 병기를 만들어 낸 거겠지.’
라울러가 유진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유진, 저놈들은 수준이 달라……! 조심해야 한다!”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들어 올렸다.
이어 물 흐르는 듯한 검로를 따라-
콰과과!
인퀴지터들이 죄다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 * *
서거거걱-!
유진은 일 검에 인퀴지터 수십을 썰어내며 가볍게 혀를 찼다.
‘누네스 항구까지는 어떻게 왔는데, 결국 따라잡힌 거군.’
아마 태양신교에서 맹공을 펼쳤고, 이를 피하고자 누네스 항구에서 배를 타 흑지로 넘어갈 생각인 것 같았다.
‘텔레포트도 막혔어. 그 사이에 텔레포트 훼방 마법을 교지 전역에 뿌린 것 같아.’
기감에 걸리는 미세한 교란 신호가 있었다.
전생에 테오스가 매번 유진에게 시키던, 이미 잘 알고 있는 짓거리였다.
“크르르르!”
인간의 형태이면서 인간의 힘을 아득히 초월하는 인퀴지터들이 유진을 향해 새까맣게 몰려와도, 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놈들의 머리통을 따는 데에만 집중했다.
검이 한 번 움직이면, 인퀴지터 머리통 수십 개가 허공을 가르는 신기한 마술.
사실, 검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지조차 보이지도 않았다.
심검을 쓴 것도 아니었다. 그저, 창성의 기사가 부리는 검술일 뿐이었다.
“유, 유진이…….”
“미쳐 날뛰고 있어……?”
이레인 일행이 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마주하며 입을 떡 벌렸다.
귀신(鬼神).
유진은 차라리 그렇게 불려야만 했다.
허공에 날아다니는 그의 두 도깨비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오로지 인퀴지터의 시체만이 남아 있었다.
이레인만이 유진의 속도를 아주 간신히 눈으로 좇으며 추측할 따름이었다.
“창성에…… 오른 건가.”
인퀴지터의 머리가 바닥에 수북이 쌓여 발에 거치적거릴 정도가 되었을 즈음.
쉬익……!
어느새 이레인의 바로 옆에 다가온 유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얼추 정리됐으니, 서쪽으로 통로를 만들어 줄게. 쭉 달리면 항구가 나올 거다. 사람들과 합류해.”
“너는……?”
“나는 마저 청소해야지.”
그 말만을 남기고, 유진이 서쪽을 향해 검을 내뻗었다.
그러자.
콰과과과과과!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뒤집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 충격음이 사방을 뒤집어 쌌다.
이어,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나듯 빽빽이 메워져 있던 인퀴지터들이 갈라지며 커다란 길이 생겼다.
놈들은 형태도 남기지 못하고 죄다 폭사하여 먼지가 되었다.
“이, 이게…….”
“뭐해? 안 가고.”
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굳어있는 이레인의 등을 떠밀었다. 그러고 나서야 녀석들은 황급히 발을 박차고 나섰다.
“이제 남은 놈들이…….”
유진은 덤덤한 얼굴로 주위를 슥 돌아보았다.
-너, 방금 좀 멋있었다. 너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지? 크하하하하!
체첸이 호탕하게 웃으며 유진의 어깨 위를 방방 뛰었다.
-창성 기사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신났네.’
유진이 피식 웃으며 검을 들었다.
두려움 따위는 애초에 내재되어 있지도 않은 생명체가 인퀴지터이건만.
“크르르……!”
“크륵…….”
녀석들마저도 몸을 떨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유진은 이제 누가 와도 질 자신이 없었다.
* * *
“뭐라?”
태양신교 본관.
제이드에게서 당한 부상을 회복 중이던 교황 테오스가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인……퀴지터 군대가…….”
“추격조가 전멸했다고?”
“……예.”
“정확한 정보이더냐? 네놈, 그냥 수정 구슬로 몇 군데 쳐다보고 말하는 것이라면, 갈기갈기 찢어서 개먹이로 줄 것이다.”
“정말이옵니다, 교황이시여…….”
테오스가 이를 으득 깨물었다.
“분명 그놈들 대부분이 중상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텔레포트도 막아두었으니 몇 주 내내 잠도 못 자고 걸어야 했을 것이다. 식량은 애저녁에 다 떨어졌을 것이고, 직전 전투의 부상도 있었을 거야.”
“……예.”
“게다가 제이드, 그 영감탱이도 죽어서 없는 상황이다.”
“예……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우리 비밀 병기가 그렇게 쉽게 죽는다는 말이냐!”
쾅!
내리친 탁자가 으스러지며 살벌한 살기가 사방을 확 적셨다.
“크읏……!”
수하가 몸을 떨며 한쪽 무릎을 저도 모르게 꿇었다.
일부러 말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결국 밝혀야 할 것 같았다.
“유진, 그놈이…… 창성에 오른 것 같습니다.”
“……유진이?”
교황은 말을 듣고도 제 귀를 의심했다.
분명 직전 전투에서도 제이드가 창성에 오르며 흑염을 전부 도륙 내버렸다.
하지만 그 정도는 예상했다. 제이드의 무위가 인외의 수준이란 건 일찍이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 노인네라면 일을 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데.
“유진이, 그 17살짜리 꼬맹이가, 창성에 올랐다고……?”
제이드를 따라 죽지는 못할망정, 놈마저 창성에 올라 추격조를 전멸시켰다니…….
“……내 눈으로 봐야 믿겠다.”
인퀴지터 군대를 보낸다면 모든 상황이 일단락되리라 확신했기에 교황은 그간 수정 구슬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하나, 지금은 욱신거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라도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미친, 자식이…….”
교황이 수정 구슬을 통해 펼쳐진 누네스 항구 근처 일대를 보며 경악을 삼켰다.
“여기부터는 분명 숲 지대인데, 숲이…… 전부 다 사라졌다고……?”
인퀴지터의 시체는 고사하고, 어디가 무슨 지형이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거의 지진급 자연재해가 한 번 왔다가 간 게 아닐까, 싶은 수준.
“크흐흐…… 크하하!”
테오스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리다 돌연 표정을 싹 바꾸었다.
“나가보아라.”
“예……!”
수하가 겁을 집어먹은 채 얼른 자리를 비우자, 테오스가 공간의 한 지점에 손가락을 내리그었다.
쫘아악-!
그곳에서 흑교황, 바할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데, 그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분명 회심의 한 수였던 인퀴지터 군대가 전멸당했다면, 당황스러운 기색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했다.
“……그날이 결국 오는군.”
테오스는 태양신교의 본관 아래에서 기묘한 존재감을 발하는 ‘혼돈’을 느꼈다.
기운도, 에너지도, 그 무엇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지만…….
분명하게 살아 움직이는 무형의 존재, 혼돈.
태양신교는 지금까지 수많은 혼돈의 보유자들을 추적해 잡아 죽여 혼돈을 탈취해왔다.
지금껏 모은 혼돈은 80% 정도로 목적을 이루기엔 충분치 않아 유진을 잡아 혼돈을 마지막으로 보충하려 했지만.
“어차피 놈을 놓치게 되었으니…….”
“지금 가진 혼돈이라도 이용하여 신을 부활시키는 수밖에 없어.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다.”
테오스와 바할의 얼굴에 고조된 흥분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 * *
흑지 안쪽에 위치한 백탑의 맨 꼭대기 층.
“때가 되었도다…….”
백탑주는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신이 나타나는 때가, 이리도 일찍이 올 줄이야…….”
그가 뒷짐을 진 채, 바스러져 가는 주황빛으로 서서히 일몰하고 있는 해를 바라보았다.
“부르셨습니까, 탑주님.”
백탑주가 부하 마법사에게 말했다.
“신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
“……예? 신을……?”
백탑주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감돌았다.
* * *
천천히 흔들리는 함선 위.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유진…… 내 아들……!”
“이 아비 마음도 모르고 그냥 가는 건가, 싶었다!”
릴리안과 리처드가 이제 막 흑지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 유진을 껴안고 구슬프게 울었다.
여태껏 숱하게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오늘 일은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했다. 애초에 정신을 잃은 상태로 몇 주를 잠만 자고 있었으니까.
그랬기에 릴리안과 리처드는 정말로 오늘은 일이 터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
유진은 조용히 제 어머니와 아버지를 토닥였다. 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릴리안과 리처드 역시 태양신교와의 전투 덕에 몸에 잔상처가 가득했다. 그 와중에 아들 걱정을 하느라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그놈들은 다 죽은 거니?”
조금 진정이 된 이후, 릴리안의 질문에 유진이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