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0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07화(307/320)
“어떻게든 다 처리하고 왔습니다.”
유진이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이들은 모두 그에게서 느껴지는 웅혼한 기운의 파동을 눈치챘다.
이전과는 아예 다른 수준.
창성에 올랐다는 사실도 몇몇 이들은 이미 깨달은 모양이었다.
“아마 태양신교에서 비밀 병기를 만든 것 같아요. 오로지 전투만을 위해 만들어진 놈들이죠.”
이레인을 비롯한 공격 조원들은 서로 등을 기대고 누워 푸흐흐 웃었다.
10성에 달한 이레인마저도 고전을 면치 못했을 정도라니, 방금 겪은 전투가 꿈같았다.
죽다 살아난 지금 이 상황이 감사하기도, 얼떨떨하기도 했다.
“근데,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얼마나 걸린 거지. 접경지에서 누네스 항구까지…… 텔레포트도 차단됐는데.”
유진이 고개를 돌려 공격조원들을 보았다. 아마도 가장 고생한 이들이 이레인 일행일 터.
거의 대륙의 절반을 텔레포트 없이 어떻게 이동한 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태양신교에서 청탑주와 적탑주가 마련한 텔레포트를 타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중간에 도착지가 바뀌어버린 거군.”
“……그래.”
유니온은 급하게 그들 가문의 가솔들을 이끌고 피난을 시작했고, 공간 이동이 막힌 걸 알게 된 후엔 바로 누네스로 행군하기 시작했다.
유니온에 가입한 누네스 가주의 말에 의하면, 항구도시엔 유니온 전부를 태울 수 있는 선박들이 존재했고 이를 타면 흑지로 갈 수 있던 것이다.
“몇 주간 계속 걸었다. 걷고, 또 걷고…… 또 걸었지.”
이레인이 피식 웃었다. 그간 그녀는 계속 유진을 업고 다녔으니, 유진의 심장 박동이 몇 초에 한 번씩 뛰는지도 알 수 있었다.
라울러도 한 마디 꺼냈다.
“그래도 어떻게든 누네스 항구 쪽으로 걷는 와중에, 그 미친 괴물 놈들이 우리를 추격한다는 걸 깨달았지.”
붉은 갑주를 입고 인외의 힘을 가진 괴물들은 추격조를 지치는 기색도 없이 쉴 새 없이 추적해 왔다.
밤이고, 낮이고, 전혀 쉬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따라잡히다, 결국 마지막에 와서 붙잡힌 것이다.
물론 유진 덕분에 어떻게든 이겨내긴 했지만, 하마터면 전부 뼈도 남기지 못할 뻔했다.
“……그랬군.”
유진은 안타까운 얼굴로 이레인과 라울러 일행을 보았다.
온몸에 깊고 얕은 상처가 가득했다. 그간 겪은 어려움을 저 상처들이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흐흐, 그래도 애먼 사람들은 안 다쳐서 다행이지.”
라울러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공격조는 피난을 가는 와중에도 태양신교로부터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고생했다.”
유진은 이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
제 목숨 하나 기꺼이 바쳐 남들을 위해 희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한 번도 아니고, 전쟁을 치르며 몇 번씩 목숨을 걸었으니…….
“그래서, 아버지는…….”
릴리안이 중얼거렸다.
유진이 마지막 탑승자였는데, 제이드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마 클라크는 제이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지금껏 일부러 공유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유진이야 광마를 통해 꿈속에서 제이드의 죽음을 전해 들었다고는 하지만, 릴리안과 대부분의 이들은 하염없이 제이드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
“설마…….”
“가주님께서……?”
릴리안을 비롯한 펜첼의 가솔들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유진의 말만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가주님의 마지막 심득을, 제가 이어받았습니다.”
그는 그렇게 제이드의 죽음을 말했다.
“아버지가…….”
“가주님께선, 마지막까지 우리들을 지키려 하셨습니다.”
“……아.”
릴리안은 힘없는 눈동자를 허공에 띄워 보냈다.
갑판 위, 유니온을 비롯한 펜첼의 가솔들까지 모든 피난민이 숙연해졌다.
누구도 울지는 않았다.
아니, 울어서는 안 되었다.
그것이 펜첼인의 정신이었으니까.
숭고한 희생은 슬픈 것이 아니라, 존경받아야 한다…….
그가 희생함으로써 수많은 이들이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 이는 슬픈 일이 아니다…….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릴리안이 옅은 미소를 띠었다.
“……우리 엄마, 만날 수 있겠네.”
메리안.
제이드가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만큼, 릴리안 역시 어머니를 사무치게 보고 싶어 했다.
물론, 고인을 입에 올리는 일 자체가 서로 마음이 불편했기에 그리운 마음을 티 내지는 않았지만-
릴리안도 마음 깊숙한 곳에 어머니를 묻어두고 있었다.
휘이잉…….
살짝 차가운 해풍만이 갑판 위 피난민들의 피부를 때리고, 경건한 분위기마저 감도는 사이.
“……가주님의 명에 따라, 오늘부로.”
뮬이 고요한 표정으로 유진에게 천천히 걸어오더니 입을 열었다.
“펜첼의 가주는, 유진 로베르다.”
척-
그와 동시에, 뮬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유진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마도 그 정신없는 사이, 제이드가 제 뜻을 뮬에게 전음으로 전달한 듯했다.
뒤이어.
탓…….
라울러와 엘도라, 감스탄, 에막스, 클라크, 금검, 궁귀, 투귀…….
주작기사단, 청룡기사단, 현무기사단…….
펜첼의 가솔들과 더불어, 유니온 소속 타 가문의 일원들과 기록의 탑 일원들, 적탑의 마법사들까지.
수가 백이 넘는 모든 이들이 뮬을 따라 조용히 그와 같은 자세로 목례했다. 약속하기라도 한 듯한 의식이었다.
뮬의 주도 아래에 간소하게나마 가주 임명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고요하게 흔들리는 선함 위, 유진은 아무 말 없이 서서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들을 내려보았다.
“…….”
가주가 되어 기쁘냐 묻는다면, 기쁘지 않다.
창성에 올라 기쁘냐 묻는다고 해도, 기쁘지 않다.
지난 17년의 세월 간, 유진은 무력으로서나 지위로서나 계속해서 상승을 거듭해왔다.
북벽에게 미움받는 딸아이의 자식에서, 가주의 자리까지 이르렀고-
오러도 가지지 못한 불구의 몸에서, 대륙 유일의 마검사이자 창성 기사가 되었다.
하나, 그에 따라 유진의 어깨는 계속해서 무거워져 갔다.
지켜야 할 이들이,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진은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모두, 자신을 위해 싸우십시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싸운다면, 반드시 지치고 맙니다.”
조금 전, 꿈속에서 만난 제이드에게도 말했던 것처럼.
유진은 딱 하나의 생각만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 싸운다면, 지치지 않습니다. 그래야만 오히려 가족을 지킬 수 있고, 동료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유진 역시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게 제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점입니다.”
가주가 가솔들을 향해 무릎을 꿇는 광경은 흔치 않았다. 하나, 유진은 기꺼이 이들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했다.
크로센과 라이언을 비롯해 이미 많은 이가 하늘로 떠났으나, 남은 이들은 반드시 지켜야만 했다.
그때.
척…….
뮬이 제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생소한 검을 하나 유진에게 건넸다.
“……이건.”
“아버지께서 흑룡을 처치할 당시 사용하셨던 검이다.”
유진은 무릎을 꿇은 채로 그 쭉 뻗은 은빛 장검을 내려다보았다. 이 검의 이름은 뮬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펜첼.
검의 이름은 ‘펜첼’이었다.
초대 가주인 크라우드때부터, 직전 가주인 제이드까지 대대로 내려온 전설의 명검.
검의 이름이 가문의 이름과 일치하는 만큼, 펜첼은 대륙에서도 제일가는 검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우우웅…….
펜첼을 받아 든 유진 손끝에 검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마치 제 주인을 만난 명마(名馬)가 반가움에 거친 투레질을 하듯, 펜첼이 유진의 손에서 격하게 울었다.
“……제가, 모든 싸움을 끝내겠습니다.”
뮬에게.
릴리안에게.
그리고 태양신교 덕에 가족을 잃고 상처를 입은 모든 사람을 위해, 유진이 선언했다.
“충……!”
“충-!”
유진을 보는 모든 이들의 눈빛에 존경과 충성의 기색이 감돌았다.
이로써 새로운 가주의 탄생을 알리는 의식이 끝났다.
* * *
선함은 계속해서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비록 제이드의 죽음으로 분위기는 밝을 수가 없었지만, 이들은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무엇보다도, 유진이 의지를 가지고 계속해서 일원들을 격려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항해가 이어진 지 며칠 뒤.
유진은 새벽 해풍을 맞으며 선수에 우두커니 섰다.
-가주님. 무슨 생각을 그리하십니까.
‘가주님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어색해.’
-그래도 가주를 가주님이라 불러야지요…….
체첸이 애써 장난을 치며 웃었다. 제이드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침통해 있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니었으니까.
‘이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야.’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놈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언제 또 맞부딪혀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네가 창성인데, 뭐가 두려우냐? 이제 네가 이기지 못할 상대는 없을 터인데?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창성에 이르렀다 한들, 세상에는 더 강한 적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태양신교에서 어떤 한 수를 꺼내더라도, 그에 확실히 맞설 수 있는 무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자신을 과신해서는 안 되었다.
그에 관한 고민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와중.
“유진 가주님.”
라트비 아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옆에는 적탑주도 함께였다.
“……예. 라트비경. 적탑주님.”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둘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선함이 바다를 가르고는 있었으나, 정확한 방향은 없이 최대한 교지에서 멀리 떨어져 가고만 있었으니까.
유진이 입을 열었다.
“백탑으로 가죠.”
유진은 청탑과 적탑과 동맹 관계를 맺었고, 흑탑은 이미 처리했다.
기록의 탑과도 동맹을 맺었고, 전사의 요람은 멸망했다.
그러니 남은 세력은 딱 하나, 백탑이었다.
“……백탑은 믿을 수 없습니다.”
하나, 적탑주가 고개를 얕게 저었다.
유진도 전생에는 백탑에 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했다. 그 정도로 백탑의 인물들은 비밀스럽고 수상했다.
마탑주들이 이리 오래 아이젠시움을 비우고, 전쟁이 일어났음에도 연락 한 번 오지 않은 것만 해도 그랬다.
적탑이 무너졌을 때도 백탑은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백탑주가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말이 가장 수상합니다.”
신의 말씀.
항상 백탑주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신이 도대체 무슨 신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 태양신교에서 모시는 태양신을 말하는 것인지, 그들만이 모시는 어떤 존재가 있는 것인지 알 노릇이 없었다.
그랬기에 적탑주는 이에 반대했지만-
“그러니 한 번 걸어봐야죠. 만약 백탑이 태양신교의 편이라면 지금이라도 잘라내야 하고,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자들이라면 힘을 합쳐야 하니까요.”
놈들이 어떤 놈들이건 간에 백탑과의 교섭은 반드시 필요했다.
쉬이이…….
백탑이 있는 아이젠시움을 향해, 함선이 검은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