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0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08화(308/320)
유진 일행이 아이젠시움과 가장 가까운 해안가에 도착했다.
저벅, 저벅…….
어슴푸레한 달빛이 비추는 모래사장에 유진 일행이 발을 내디뎠다.
“후우…… 며칠을 바다 위에서 있던 거지?”
라울러가 육지를 어색해하며 중얼거렸다. 항해만 거의 1달을 넘게 하여 육지에 닿았으니까.
“우욱…….”
엘도라는 계속해서 흔들리는 배 위에 있다가 고정된 육지에 오니 오히려 속이 울렁거리는지 헛구역질을 했다.
라울러가 등을 두드려 주는 사이, 리안이 밝은 얼굴로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안 걸어도 되겠지. 태양신교놈들이 이곳까지 텔레포트 방해 마법을 쓸 수 있을 리 없으니까.”
하나.
유진이 얼굴을 굳히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도 텔레포트가 먹히질 않는 것 같은데.”
“……?”
리안과 청탑주, 적탑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한데, 정말로 텔레포트 소환 마법이 거짓말처럼 먹히지 않았다.
“이, 이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설마, 태양신교가?”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마 백탑이 해 놓은 마법같아.”
일행들의 표정이 바싹 굳었다. 그들이 한 달이 넘게 항해하며 달려온 이유가 바로 백탑과의 교섭에 있었는데, 놈들이 만약 적의 위치에 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배를 돌리는 게-”
“아니. 일단 정찰해 본다.”
유진이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백탑이 만약 유진 일행의 존재를 알아채고 해코지를 하고자 했다면 진즉에 움직였을 것이다.
단순히 텔레포트 차단 같은 거로 훼방을 마치진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
그러니 일단 백탑이 있는 곳에 도달한 다음 놈들과 대화를 나눠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앞장설 테니, 혹시 모를 함정에 대비해라. 다들 기감을 끌어올려.”
유진이 거침없이 모래사장을 밟으며 나아갔다. 바로 앞에는 으스스한 검은 숲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기이한 기운이 물씬 풍겼다.
“……일단 가주님을 따른다.”
클라크와 뮬의 주도하에 일행이 유진의 뒤를 따르던 그때.
우뚝!
유진이 돌연 발걸음을 멈추고는 검은 숲의 어느 한 군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누군가가 걸어 나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
“일단정지!”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일행 역시 검 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한참 기다렸네. 유진 경.”
백발의 머리칼을 하고, 백색의 로브를 몸에 두른 대마법사…….
백탑주가 우뚝 서 있었다.
“……백탑주님.”
유진은 사뭇 덤덤한 얼굴로 백탑주를 맞이했다. 딱히 검을 빼 들어 혹시 모를 전투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백탑주는 다른 마법사들은 대동조차 하지 않았고, 손에 지팡이나 완드도 들고 있지 않았으니까.
“하하! 이렇게 직접 보니 참으로 반갑군. 대체 누가 이 대륙을 바꿀지 궁금했는데, 그대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확신하게 되었어.”
백탑주에게 악의는 없어 보였다.
다만.
“예, 그래서…….”
“그래서 내가 이곳까지 오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지. 이를테면 자네가 만약 나에게 적대감을 품으면 어떻게 대해야 하나부터 시작해서…….”
백탑주는 말이 너무 많았다.
옆에 바로 적탑주와 청탑주가 있었는데, 그들의 표정이 뭔가 이상했다.
“백탑주가 원래 저렇게 말이 많았던가……?”
“원래 맨날 신이니, 말씀이니, 그따위 말만 중얼거리던 녀석인데?”
“엄청 신난 표정이란 말이지.”
그들의 속닥거림에도 유진을 향해 무어라 자신의 감상을 쉴 새 없이 떠들어대던 백탑주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 그래서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일단 대화를 좀 해보지 않겠나?”
백탑주가 제 등 뒤에 펼쳐진 검은 숲을 가리켰다. 누가 봐도 수상한 공간이었으나, 유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 아직 믿을 수 있는 녀석이 아니다!”
라울러는 유진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렸지만, 정작 당사자인 유진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의 손을 잡아내렸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일단 좀 기다려봐. 금방 돌아올 테니.”
“하지만…….”
“청탑주님. 만약 수상하다 싶다면, 곧바로 배에 타 방향을 돌리십시오. 저는 곧 따라가겠습니다.”
“……알겠다.”
만류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유진이 홀연히 검은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괜찮은 거 맞느냐……? 백탑주가 정확히 어떤 인물인지도 잘 모르는데!
‘무슨 일이 생겨도 감당해 낼 수 있다.’
유진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물론 유진이란 자는 원래 자신감 하나 빼면 시체였지만, 지금은 너무나 과감했다.
이는 창성에 올랐거나, 펜첼의 가주가 되었기에 생긴 자신감이라기보다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군.
‘그래. 해야 하는 일이야.’
체첸은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백탑주와의 대화는 반드시 필요했다.
* * *
유진은 백탑주의 뒤를 따라 검은 숲에 들어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숲은 더욱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사이에서도 백탑주의 옷은 희한하게도 밝게 빛나 보였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한참을 걸어가던 유진이 툭 물었다.
백탑주를 적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신뢰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경계하는 듯한 질문에도 백탑주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신이 닿아야 할 곳으로.”
듣던 대로 백탑주는 머릿속에 ‘신’밖에 없는 듯했다.
유진은 그저 피식 웃으며 계속 걸었다. 많은 대화는 필요치 않았다.
창성 기사와 백탑주.
이미 정점에 있는 두 사람은 말보다 행동이 더 빠른 이들이었으니까.
* * *
청탑주와 적탑주, 살아남은 명문육가 가주들과 이레인, 듀란…….
선함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든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데, 청탑주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우리 마법사들이 연락이 안 된다. 아이젠시움에서 신호가 계속 끊기고 있어.”
“예? 여기서 그렇게 멀지도 않을 터인데?”
교지에서야 청탑의 아이젠시움과 거리가 제법 되기에 그랬다고는 해도, 지금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이 역시도 혹시, 백탑이 뭔가 훼방을 놓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적탑주 역시 이야기를 꺼냈다. 적탑에 남아있는 마법사들과 통신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 지역에서 밖으로 뻗어 나가는 통신 자체가 전부 막힌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는.
“유진과의 통신도 끊겼다. 뭔가 이상하다…… 이거,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닌가?”
“유진이, 왜……!”
릴리안이 놀란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미 창성인 유진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혹시 몰랐다.
“백탑주가 설마, 태양신교와 손을 잡은 건…….”
“유진 경이 숲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지?”
“……대략 1시간가량 되었습니다.”
라울러가 제 검을 챙겨 들었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합니다.”
청탑주는 유진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분명히 기억했다.
만약 수상하다 싶으면, 곧바로 배를 타 방향을 돌리라…….
그 말을 따라야 했지만.
청탑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진 경이 없다면, 전쟁을 끝낼 수 없으니.”
청탑주를 비롯한 모든 기사와 마법사들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났다.
“아이젠시움으로 간다.”
* * *
검은 숲을 가로질러 한참을 걸어 들어가던 와중, 백탑주가 손을 움직였다.
지이잉!
그와 동시에 타원형의 텔레포트 입구가 생성되었다.
“……어떻게.”
“함께 들어가지. 이제 자네도 신들을 만나야 할 때가 되었으니.”
유진은 백탑주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분명 이 지역 전체에서 텔레포트는 차단되어 있었다.
한데 갑자기 텔레포트를 소환해 신들을 만나러 가자고 하다니.
-신들을 만나러 가자고? 저 영감탱이, 뭔가 이상한 놈이다. 여기서 해결을 보는 것도 아니고, 다짜고짜 텔레포트에 같이 들어가자니! 절대 안 된다!
체첸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유진을 만류했다.
아무리 유진이 창성의 기사라지만, 대체 어떤 함정이 있을 줄 알고 함부로 텔레포트에 들어간단 말인가.
하나.
“그러죠.”
유진은 간단히 대답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유, 유진!
‘이상한 점이 없어. 그러니 들어가도 된다.’
-놓친 게 있을 수도……!
‘일단 들어가야 대화가 되는 것 같으니, 그다음에 생각할 문제야. 위험을 감수해야 해. 내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잖아.’
체첸은 할 말을 잃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유진의 어깨 위에서 백탑주를 노려보았다.
-……만약 놈이 헛짓거리하면 내가 바로 불살라버리겠다.
‘듬직하군.’
백탑주가 먼저 텔레포트에 들어갔고, 그 뒤를 유진이 따랐다.
슈우욱!
그와 동시에 환한 빛무리가 시야를 와락 적셨다.
유진이 눈을 떴을 때, 그들은 이미 다른 공간에 있었다.
“우리 백탑에 온 걸 환영하네.”
백탑주가 옅게 웃으며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유진도 그 시선에 따라 주위를 보았다.
하얀 벽과, 하얀 전등과, 하얀 바닥, 대단히 높은 층고…….
마탑이라기보다는, 태양신교에서 본 대형 수도원에 가까운 느낌이 강했다.
특히.
“저 석상들은…….”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의 커다란 석상이 공간 곳곳에 마련되어 있었다.
-저 석상들이 설마, ‘신’이라는 존재들은 아니겠지?
마침 백탑주가 이에 관한 말을 꺼냈다.
“신들에 관해 알고 있나?”
유진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백탑주는 만날 때부터 신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으나, 이제는 의문이 들었다.
“신‘들’이라. 현시대에는 신이라는 존재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인데, 그 신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 있다는 말입니까?”
“후후. 한 번 보러 가보세.”
백탑주가 발걸음을 옮겼다. 유진은 토를 달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백탑주를 따라가는 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으나, 그 역시 강한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 신이라는 게 아직도 남아있다면.’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태양신교와의 전쟁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다.
탓…….
백탑주와 유진이 도착한 곳은, 어떠한 커다란 문 앞이었다. 백탑주가 말을 꺼냈다.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만났어야 했지.”
“신을 대면해야 하기 때문입니까.”
“그래.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네.”
백탑주가 문을 열려던 순간, 유진이 하나를 물었다.
“혹시, 그 신이 태양신교에서 말하는 태양신입니까.”
우뚝.
문을 열려던 백탑주의 손이 멈춰 섰다. 여태껏 평온해 보이던 그의 표정에 균열이 일었다.
“……직접 보면 알지 않겠나.”
상당히 불쾌해 보이는 표정.
순간 백탑주에게서 묘한 기운이 느껴져 검병에 손을 얹던 차.
화아악!
커다란 문이 열리며 형형색색의 빛무리가 유진을 가득 감싸 안았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