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1화(31/320)
유진이 바닥에 깔린 석문을 열어보기 5분 전.
한 소녀는 그 석문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녀는 추격자를 피해 이곳, 글람푸스탄의 우거진 수풀로 달려 급히 도망을 치던 와중 발을 헛디뎌 어딘가로 빠졌다.
간신히 일어나보니 웬 좁은 복도가 이어져 있었고.
그곳에서만 잠자코 있기엔 불안했던 소녀는 좁은 복도와 갈래길을 헤매며 더욱 멀리 도망쳤다.
이곳에 오던 와중 그를 지키던 호위기사 둘은 물론,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던 호위대장도 공격을 받아 행방불명의 상태가 되었으니.
소녀는 어린 마음에 눈물을 쏟으며 정신없이 지하를 헤매었다.
어두운 복도를 밝히는 건, 웬 물방울 하나였다.
그녀의 손에는 완드가 들려져 있었다. 소녀는 물을 다루는 마법사였던 것이다.
어둠 속을 걸어가며 소녀가 흐느꼈다.
“흑, 흑…….”
그녀가 알고 있는 거라곤 몇 가지 없었다.
‘아버지가 흑지로 건너오라며 호위들을 보내주셨고, 글람푸스탄에 도착하자마자 흑마법사의 기습을 받았어.’
그녀는 교지에서 10살이 다 되도록 평범한 가정집에서 자랐다.
단지 그녀가 아쉬웠던 건, 아버지를 생일 때만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과…….
‘마법, 결국 나는 이 마법을 이용해서 나를 지켜야 해.’
평범한 집안과는 다르게, 그녀의 마법적 능력이 기이할 정도로 천재적이라는 점이었다.
소녀에게 그런 특징은 곧 단점이었다. 그녀는 주목받기를 싫어했으니 말이다.
교지에서는 마법사가 흔치 않았으니, 덕분에 아이들로부터 괴물이라며 따돌림을 종종 받기도 했다.
이제는 아버지를 만나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행복의 문 앞에서 죽음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적, 청, 흑, 백 4개의 탑이 모여 만들어진 마탑.
‘듣기로 청탑과 흑탑의 사이가 안 좋다고 들었어. 그래서 나를 미워한 흑마법사들이 나를 해치려 한 것일까?’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 거대한 음모가 꾸며져 있었다.
그때였다.
위쪽에서부터 누군가가 문을 열려는 소음이 들려왔다.
“헉…….”
소녀는 겁에 질려 당장이라도 파이어 볼을 쏘아낼 준비를 했다.
그리고 드러난 사내의 얼굴에 줄리아가 기겁하며 불을 쏟아냈다.
* * *
유진이 잠시 소녀의 겉모습을 통해 그녀의 정체를 파악했다.
‘에메랄드빛 장발, 나이는 나보다 약간 어리다. 느껴지는 마력의 질감으로 보았을 때, 마탑 사람이야.’
유진의 발달한 기감으로 느껴보면 소녀는 마탑 소속 사람이 분명했다.
더불어.
‘얼굴에 핏자국과 먼지 자국이 드문드문 남아있고, 영양 상태도 안 좋아 보여.’
전형적인 도망자의 행색이었다. 덧붙이자면, 누군가의 습격을 이미 한 번 받은 상태이기도 했다.
유진의 전생의 기억이 맞고, 그 시기와 장소가 일치한다면…….
‘내가 찾던 그 소녀다. 청색 마탑주의 딸, 줄리아.’
소녀는 눈앞의 유진을 보면서도 주변을 살피기 바빴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
유진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저 소녀는 흑지에 위치한 청색 마탑주의 딸이자 사생아다.
아마 교지에서 흑지로 넘어가던 와중, 그녀를 노리던 누군가의 기습을 받아 홀로 남게 된 거겠지.
그녀를 호위하던 기사들은 그대로 절명했을 테고 말이다.
“일단 진정해. 나는 너를 쫓으러 온 게 아니다.”
“그, 그걸 어떻게 믿지?”
소녀는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오른손에 든 완드를 지켜 들고 있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쉽게 안 믿기겠지. 그러면, 이렇게 하면 믿을 수 있을까?”
“무슨……?”
스릉!
유진이 말을 마치자마자 검을 꺼내 들었다.
소녀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유진이 공격하려는 대상은 소녀가 아니었다.
“뒤는 살피기 어렵지?”
유진이 소녀의 뒤쪽으로 쏜살같이 이동하여 검을 휘둘렀다.
까아앙!
쇠붙이끼리 부딪치는 충격음이 크게 울렸다. 소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온몸이 누더기처럼 너덜거리는 좀비가 한 마리 덤벼들고 있었다.
“내가 얘네를 처치하면, 나를 믿을 수 있겠냐?”
“그건……!”
소녀가 멈칫거리는 사이, 사방에서 좀비들이 하나, 둘씩 더 나타나더니…….
마릿수가 계속 불어 총 마릿수는.
‘못해도 백 마리 내외, 느껴지는바 2성급 수준의 좀비니까, 내가 처리할 수 있다.’
좀비는 날카로운 이빨과 기다란 손톱을 드러내며 소녀를 습격하려던 와중, 유진에게 가로막혀 적잖이 언짢은 모습이었다.
“크아아아!”
놈들이 ‘상관없는 놈은 빠지라’라며 소리를 질러댔지만, 유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러를 흩뿌렸다.
화아악!
유진이 오러로 소녀의 몸을 감싼 뒤에 좀비들을 노려보았다.
‘마탑에서 만든 좀비들이 마탑주의 딸을 노린다. 전생의 사건과 일치하는군.’
이미 유진의 머릿속에는 마탑 내부의 정치싸움이 불 보듯 훤히 그려졌다.
‘내가 줄리아를 발견하면서 저 녀석들도 쫓아온 건가? 추적을 돕는 향을 묻혀놓았거나, 그게 아니면 마나의 흐름을 쫓았겠지.’
무엇이 됐건 간에, 중요한 건 유진으로 인해 사건의 흐름이 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너, 저, 정말, 나를 도와주는 거야?”
“몸이나 조심해.”
유진은 이대로 소녀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로, 소녀가 죽게 놔두면 펜첼과 마탑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유진은 그 구체적인 이유는 나중에 떠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둘째로, 소녀에게 은혜를 만들어 둠으로써 나중에 마법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캬아아악!”
수십 마리의 좀비들이 유진에게 지체 없이 달려들었다.
놈들은 지능이 있는지, 오러가 씌워진 소녀를 직접 공격하는 것보다 유진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좋지.”
실전 전투는 많을수록 유진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니.
유진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보법을 밟았다.
쉭! 쉭!
좀비들의 날카로운 손톱이 유진의 몸과 목을 베려 달려들었다.
하지만 유진은 유령곡예보를 밟아 귀신과 같은 움직임으로 공격들을 흘렸고-
쾅! 쾅! 쾅! 쾅!
지난 6개월의 시간 동안 갈고 닦은 펜첼의 기초 ‘내려치기’를 사용했다.
일반적인 내려치기보다 곱절은 매서운 내려치기. 엘도라가 그렇게 수련을 해대던 것이기도 했다.
게다가 유진의 강화된 오러가 실리니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좀비들의 머리와 어깨가 장작이 패어 지듯 갈라졌고, 열 놈이 순식간에 절명했다.
과연 오러의 차이는 절대적인 힘의 차이라는 걸까, 좀비들은 분명 강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으나 유진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모습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줄리아가 뒤에서 조그맣게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많은 좀비들이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한 사내아이의 손에 죄다 썰려 나가고 있으니 놀랄 법도 했다.
하지만 이내.
“크워어어어어!”
남은 20마리의 좀비들은 상황이 불리해질수록 강해지는 것인지, 그 사이에 몸집이 더욱 부풀고 기괴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자식들, 그냥 좀비가 아니다. 강화 좀비야.’
강화 좀비란 유진이 태양신교의 참모로 있을 적 흑지와의 전투에서 자주 만났던…….
일반 좀비와는 다르게 비정상적인 모습과 빠른 속도를 뽐내던 좀비를 일컬었다.
좀비의 단계가 폰-솔저-나이트로 세 단계가 있다면, 강화 좀비는 폰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속했다.
전장에서 죽은 기사를 매개체로 만들었을 때는 검술마저 사용할 수 있었기에 그 악명이 높았다.
“카악!”
“카아악!”
강화 좀비들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유진을 몰아쳤다.
심지어는.
척. 척.
몸이 반으로 갈라져 절명했다고 생각했던 반쪽짜리 좀비도 한 발로 껑충거리며 뛰어오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조종이라도 하듯 말이다.
“어후, 씨.”
유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오는 다리들을 쳐냈다.
놈들은 썰어도 썰어도 계속 일어났다.
고작 발목 하나만 남은 상태가 되어야 이내 잠잠해지곤 했으니,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진은 지칠 줄 모르고 좀비들을 기계처럼 베어냈다.
만약 임무에 진검을 들고 오지 않았더라면, 싸움이 더욱 힘들어졌을 수도 있었다.
그 와중에, 유진은 한 가지를 더 신경 썼다.
서걱! 서걱!
처음에는 내려치기로 놈들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놓았지만, 좀비의 수가 많아지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전략을 바꾼 것이다.
그가 택한 것은 바로, 좀비의 머리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남기고 상대하는 방식이었다.
어차피 머리를 자르더라도 좀비들은 제각기 살아 움직여 다가오기 때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이유는…….
그 이유를 소녀도 알고 있었는지, 크게 소리쳤다.
“야, 조심해……! 저, 머리……! 머리를 베어야 하는데!”
“알아!”
“아는 애가 그걸 그대로 남겨두면!”
유진은 피식 웃으며 좀비들의 머리를 하나씩 소녀가 있는 쪽으로 차버렸다.
“꺄악……! 뭐 하는 거야! 너 나 도와주는 거 아니었……?”
“맞으니까 조용히 좀 해!”
유진은 타이밍을 노렸다.
크워어어어!
죽여도 죽여도 줄어들질 않는 좀비들.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유진은 이들 자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 방법은 바로.
지이이잉…….
좀비의 머리통 속에서 무언가 얇은 느낌의 마력이 새어 나옴이 느껴졌다.
유진이 숫자를 셌다.
셋.
좀비의 머리통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줄기가 점점 더 세진다.
둘.
강해진 마력의 줄기가 거의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쯤, 놈들의 손톱과 발톱을 피하며 소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고.
하나.
마지막 카운트를 세기 전, 유진이 소녀를 안아 든 채로 강한 오러를 분출하며 바닥을 세게 찼다.
콰앙!
그러자.
파바바박!
좀비들의 머리통이 소녀가 있던 곳에서 사방으로 퍼지더니, 이내.
콰앙!
콰아앙!
콰아아앙!
머리통이 죄다 폭발해나가면서 주변에 있던 좀비들도 모두 으스러져 버렸다.
바로, 강화 좀비의 특징 중 하나인 시체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와……!”
방금 유진의 대처에 소녀가 진한 감탄을 터뜨렸다.
소녀는 자신을 호위해주던 기사들과 유진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아저씨들도 4성급이라고 했는데, 이 녀석은 그보다도 훨씬 더 강해 보여……!’
4성급을 넘어서는 수준의 기사가 눈앞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처음인 건지, 멍하니 유진의 무위에 넋이 나간 모습이다.
유진이 좀비를 10마리가량 남겨놓고 소녀에게 넌지시 말했다.
“너도 가만히만 있지 말고 좀 돕지?”
유진은 체력이 달려서 도움을 요구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한 가지 의도가 있었던 것.
“응……? 아, 응!”
소녀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완드를 들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파이어 볼을 사용, 반의반이 되었음에도 날카로운 발톱을 잘그락거리며 다가오던 다리들을 불태워버렸다.
시전하는 속도와 마력의 정도를 보았을 때, 마법의 파워가 불가사의하게 강했다.
‘확실히 마탑주의 딸이라 그런지, 재능이 엄청나다. 천재성이 엿보이는군. 이래서 청마탑주가 이 녀석을 데려오려고 하는 거겠어.’
유진의 눈매는 유난히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좀비들을 상대하면서도 묵광을 이용, 아톰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며 기감을 확장했다.
그럼으로써 그는 한 가지를 얻어내고자 했다.
‘역시, 마탑 사람이 사용하는 마법은 그 방법부터 다르구나. 서클에서 마나를 한 번 더 빠르게 회전한 뒤에 마법을 시전하는 식이야. 근데 그게 가능한가?’
소녀가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며 마나의 흐름을 알아내고자 한 것이다.
마탑은 흑지에 속해 있고, 마탑인은 소수이기에 교지인들에게 무시당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유진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다시 보니 마치 기사들의 연공법 같은데? 나도 충분히 따라 하고 활용할 수 있겠어.’
콰아앙!
파이어 볼이 다시 한번 폭발했다.
유진은 저 소녀가 사용하는 마탑의 마법을 차용해 와서 후에 자신이 마법을 사용할 생각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그런데 지금 보면, 소녀는 이렇게 강한 힘이 있으면서 왜 숨어 있었는지 의아한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후우, 후우, 하아…….”
소녀는 금세 지쳐버렸는지, 식은땀을 비 오듯 흘리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아마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던 모양.
유진은 혀를 가볍게 차며 소녀를 등 뒤에 두었다.
“좀 쉬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고마워…….”
소녀는 말을 할 힘도 없는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남은 좀비는 6마리가량. 나머지 다리 한쪽씩만 남아 뛰어오는 좀비들은 통구이가 되어 뼈만 남은 상태가 되었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처리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유진이 오러를 더욱 진하게 꺼내 들어 마지막 처리를 하려던 순간.
콰아앙!
유진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젖혀 무언가를 피해내자마자 충격음이 크게 울렸다.
그곳에는 벽에 박힌 웬 녹슨 대검이 있었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날아왔던 것인지, 그 충격파로 인해 사방에 있던 좀비들의 시체가 한 번 뒤집힐 정도였다.
유진이 좁힌 눈으로 대검을 응시하다, 그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쿵. 쿵. 쿵.
발끝부터 얼굴까지 풀 플레이트 갑옷으로 무장한 거구의 기사가 유진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갑옷을 입긴 했지만, 사이사이로 보이는 헤진 몸을 보니 같은 강화 좀비다. 하지만…… 급이 달라.’
폰급 보다 강한 솔저급?
아니, 그보다 강한 나이트급에 가까운 좀비였다.
‘쉽지 않겠는데.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하지만.
씨익.
생각과는 다르게, 유진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지워지질 않았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