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1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10화(310/320)
칠죄종의 전말을 모두 알게 된 건 좋았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점이 있었다.
“한데…… 암흑마법회는, 아니, 태양신교는 대체 왜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요.”
물론 유진은 전생에 태양신교의 참모로 지내며 교황의 성정에 대해 잘 알았다.
끝도 없는 탐욕과 욕심, 욕구…….
하나를 얻으면 둘을 얻고 싶고, 둘을 얻으면 셋을 얻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고, 교황은 병적으로 정복욕이 강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감히 인간이 ‘신’을 죽일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질문에 지배의 신, ‘가반’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
“놈들의 목적을 이루려면, 우리가 만든…… ‘근원석’이란 게 필요했을 테니까.”
오래전 과거부터, 이 대륙을 아낀 신들은 언젠가 있을지도 모르는 대륙의 멸망을 막기 위해 각자 힘을 모아 ‘근원석’이라는 힘의 집약체를 만들었다.
불이 나면 물을 부어 꺼트려야 하듯이, 재앙이 들이닥치면 이를 잠재울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줄은 몰랐지.”
생각보다 근원석은 그 힘이 너무나도 강하고 날카로웠기에, 자칫하면 되려 안전하던 대륙조차도 멸망시킬 수 있을 만큼 위험한 물건이었다.
예상치 못한 위험에 신들은 결국 이 근원석을 다시 파괴해 버렸다.
그렇게 근원석을 부수던 와중, 근원석의 파편이 알 수 없는 변화를 거치다 무형의 존재가 탄생했는데…….
그것이 바로 ‘혼돈’이었다.
이 혼돈의 존재와 효용을 눈치챈 태양신교는 혼돈을 모으던 것에서 더 나아가 신들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결국 근원석의 존재까지 알아차린 것이다.
“아마 근원석을 복구한다면 우리마저도 발아래에 두고 대륙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
유진은 그제야 태양신교의 전력과 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를 그렇게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던 거군…… 제이드도 마찬가지고.’
태양신교는 지금까지 혼돈의 양이 부족해 근원석을 완전히 복구시키진 못했지만, 전쟁을 통해 유진을 끌어들이고자 했고-
말미엔 많은 혼돈을 가진 유진을 잡아 이용해 근원석을 완성하고자 했다.
‘근원석이란 게 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길래.’
그때, 유진이 문득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냈다.
스윽-
제이드의 가슴에 커다란 관통상을 남긴, 보랏빛 돌멩이였다.
신들이 그것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그래. 그것은 ‘마신석’이라 한다. 근원석과 비슷한 물건이지.”
‘비슷한’ 물건이라니.
근원석의 파편이면 파편인 거고, 가짜면 가짜인 거지, 비슷하다는 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일종의 모조품이다. 놈들이 근원석을 완벽히 구현해내지는 못했으나, 비슷하게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지.”
“하지만 아직 혼돈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부족하다면 끽해봐야 비슷한 모조품 이상의 물건을 만들 수는 없잖습니까.”
애초에 혼돈이 모자라면 근원석을 완성할 수 없는데, 혼돈을 빼앗기지만 않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나, 탐욕의 신은 고개를 저었다.
“마신석 정도를 만들 수 있는 걸 보면, 아마 놈들이 근원석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혼돈의 80%는 가진 것 같다.”
분노의 신도 덧붙였다.
“이미 수백의 신들이 가졌던 신성과 혼돈이 들어갔으니, 불완전하더라도 근원석을 만들 수는 있을 거야. 빌어먹을 개잡종 새끼들…….”
“다만, 아직 세계가 멀쩡한 걸로 보아 근원석이 완성되지는 않았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유진이 이를 뿌득 깨물었다.
이제 신들을 더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방금의 대화를 통해 모든 전말이 드러났고, 모든 의문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 제가 온 이유는.”
“……자네의 힘이 필요하네.”
일곱 신의 표정이 어둡게 물들었다.
아무리 그들이 지금껏 살아남아 신으로서의 힘을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이미 태양신교는 그 사이에 몸집을 불릴 대로 불려 거대해진 상태였다.
심지어는 세상에 존재하던 그 많은 신성과 혼돈을 흡수해 이미 일곱 신의 힘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백염, 흑염, 인퀴지터 따위보다도 훨씬 더 강한 힘을 품속에 숨기고 있단 말이었다.
“……창성의 힘. 그것만이 유일하게 근원석과 혼돈을 파괴할 수 있다. 우리를 구원하고 대륙을 평온히 만드는 유일한 수지.”
유진은 이미 이런 비슷한 부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광마.
그 역시도 교황을 없애기 위해 애쓰다 결국 존재하지 않는 역사의 뒤안길로 들어섰다. 그의 마지막 부탁이 태양신교를 없애달란 것이었다.
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태양신교가 모든 문제의 원흉이야.’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유진은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태양신교에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은 회귀할 때부터 정해져 있었지만, 근원석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된 이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태양신교에 맞대응하기엔 위험이 있습니다. 아무리 제가 창성에 이른 자라 해도요.”
늘 그랬듯, 유진은 자신을 과신하지 않았다.
원한다면 무엇이라도 벨 수 있겠지만, 수많은 신들마저 멸살한 태양신교를 만만히 봐서도 안 되었다.
“당신들이 저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저도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일곱 신이 각자 오른손을 뻗어 유진의 앞에 하얀 빛줄기를 모았다.
“우리와 계약을 하자.”
* * *
청탑주와 적탑주를 선두로 한 일행이 검은 숲을 지나 백탑의 성벽 앞에 섰다.
다행히 숲 안에서 습격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유진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이 성벽을 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
“그래도 들어가야 합니다.”
라울러가 결연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유진과 함께 크고 작은 전투를 해온 라울러는, 이미 유진의 목숨을 제 목숨과 똑같이 생각했다.
그는 유진을 구할 수 있다면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어디든 들어갈 생각이었다.
“……좋다. 준비는 끝났나? 소란조!”
소란조라 불린 이들은 제롬과 더불어 명문 육가의 자제들과 가주들이었다.
백탑의 두꺼운 성벽은 단순한 공격으로 뚫거나 쉽사리 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호 방벽이 둘려 있기 때문.
그러니 우선 소란조가 정문을 공격해 백탑 마법사들의 시선을 끌고, 따로 선별한 침투조가 백탑의 후문을 통해 들어가 유진과 청, 적탑의 마법사들을 구할 계획이었다.
휙, 휙……!
청탑주의 지시에 따라 정문 쪽으로 소란조가 움직였고, 침투조는 기척을 줄인 채 후문으로 다가갔다.
리안은 완드를 꺼내 멸살암천화염옥을 위한 마력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후문 쪽으로, 정확히 조준하겠습니다.”
청탑주가 긴장된 표정으로 리안을 응시했다.
만약 멸살암천화염옥이 불발되거나, 백탑의 후문을 뚫지 못한다면 모든 일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쉽게 말해 리안에게 유진의 목숨이 달려 있다 봐도 무방한 것이다.
“리안…… 긴장하지 말고, 제발…….”
라울러가 이를 으득 깨물며 주먹을 쥐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리안, 내가 하마.”
적탑주의 목소리였다.
한참 마력을 응집하던 리안이 당황한 표정으로 제 스승을 돌아보았다.
“예……? 무슨, 스승님.”
“내가 멸살암천화염옥을 시전하겠다.”
믿을 수 없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음에도 적탑주는 멸살옥을 구현하지 못했다.
그동안 리안은 유진의 도움을 받아 멸살옥을 시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적탑주는 그 도움마저도 거절했었다.
“가능하신 겁니까……?”
피식.
적탑주는 대답 없이 옅게 웃으며 지팡이를 머리 위로 들었다.
그와 동시에, 리안이 뭉치던 마력과 아주 유사한 형태로 기운이 뭉쳤다.
“저, 정말로……!”
“자네! 멸살옥을 재생해낸 건가!”
리안과 적탑주를 비롯한 모든 일원이 놀라 입을 떡 벌렸다.
한데, 뭔가가 조금 달랐다.
“오러가…… 섞이지 않았다고……?”
현시점에서 멸살암천화염옥을 시전하려면 오러와 마력의 반발력을 이용해야 한다.
하나, 지금 적탑주가 보이는 멸살옥은 오러도, 반발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우우웅-!
리안이 부리던 멸살옥의 기운보다 더하면 더했지, 단 한 치도 약하지 않았다.
꿀꺽…….
적탑주가 집중하는 걸 방해하지 않기 위해, 추격조 전체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결국.
“……이제 떨어트리겠네.”
저 새까만 밤하늘 위에서부터, 조그마한 화구가 조금씩 불타며 반짝거렸다. 시전에 성공한 것이다.
리안의 표정이 감격과 경탄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으로 일그러졌다.
“스승님, 정말…… 정말로, 해내신 거군요…….”
“푸흐흐, 왜 우느냐. 리안. 나의 하나밖에 없는 제자.”
리안은 그간 제 스승이 멸살옥의 재생을 위해 얼마나 고생해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적탑주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결국 멸살옥을 재생해냈다.
그렇게 많던 수제자들에게 모두 배신을 당하고, 마탑이 무너지고, 조상의 유해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고도…….
끝끝내 해내었다.
쿠르르르르……!
하늘에서 커다란 화염구가 서서히 떨어져 온다.
아직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청탑주는 화염구의 크기와 기운을 가늠하다 다급히 소리쳤다.
“근데, 저거……! 후문만 부술 것 같지가 않은데……?!”
추격조가 고개를 홱 돌려 다시 화염구를 올려다보았다.
청탑주의 말대로, 저 화염구들은 백탑의 후문만 부술 게 아니라, 아예 백탑 자체를 무너뜨릴 것 같았다.
그만큼 기운의 세기가 웅혼하리만치 드셌으니까.
“만약, 저것들이 백탑을 아예 가루로 만들어버린다면……!”
“유진도 구하기 힘들어진다……!”
적탑주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멸살옥을 재현할 수 있었음에 벅차오른 나머지, 마력을 너무 많이 실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되돌릴 수는 없잖나……!”
“그야 그런데, 아니, 이게…….”
이미 시전된 멸살옥은 되돌릴 수가 없었으니, 그저 저 화염구들이 너무 강하지 않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다들 엎드려라……!”
쿠과과과과광!
귀가 멍멍할 정도로 커다란 굉음과 함께, 화염구들이 백탑의 보호벽을 강타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