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1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16화(316/320)
유진이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교황이 또 수작을 부린다면, 작전을 달리해야 한다.’
휙-
그는 몸을 돌려 다시 올라온 계단으로 향했다.
-뭐 하는 거냐? 교황은 맨 꼭대기에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작전이 있나 보군. 맞아…… 교황은 쉽사리 잡힐 리가 없다.]교황의 간교함을 유진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신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믿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유진이 도착한 곳은, 1층도 아닌 지하층.
휘잉…….
여기에는 오히려 태양신교의 신도들이나 기사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진은 계속 어두운 복도를 걷고 계단을 내려갔다.
-정말로 여기가 맞는 거냐……?
체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아래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는 상황인데도, 유진은 덤덤한 얼굴로 계속 내려가기만 했다.
[……근데, 근거가 있는 움직임인지는 궁금하군.]탐욕의 신, 갈란이 물었다. 그를 믿기로 하긴 했지만, 살짝 불안하긴 한 모양이었다.
유진이 간단히 설명했다.
‘……제가 전생에서 죽어 회귀했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죠.’
신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첫 만남에서 굳이 얘기하진 않았지만, 당연히 아는 사실이었다.
‘태양신교의 참모로 지내면서, 모든 구역을 다 들락날락해봤지만, 딱 한 곳은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습니다.’
그곳은 바로 유진이 죽음을 맞이했던 태양신교의 지하감옥, ‘무간옥’이었다.
[……설마.] [그곳에 비밀이 숨겨져 있겠군.]신들은 각자 뭔가를 추측하면서 미간을 좁혔다.
무간옥은 태양신교에 반기를 들었던 모든 이들을 잡아 가두는 감옥이자, 무저갱과도 같은 깊이를 지닌 곳이었다.
‘예. 이 지하 아래에 교황이 있을 겁니다. 혼돈을 추출하고 있겠죠.’
[교황이 네 동선을 일부러 꼬이게 한 거군……!]그 말이 정확했다.
‘교황은 일부러 저를 꼭대기로 유도한 다음, 거기에 몰려있는 기사들을 한꺼번에 몰아 붓고선 놈들과 싸우는 사이에 지하에서 올라와 1층으로 빠져나갈 생각이었을 겁니다.’
유진이 이렇게 추측할 수 있던 이유는 간단했다.
‘교황은 혼돈에 죽고 못 산다. 그런데 전생에 혼돈을 가진 광마와 내가 무간옥에 있었지. 그러면 당연히 다급히 지하로 가서 혼돈을 챙기고 있을 거다.’
그래서 유진은 기척을 숨기고, 모든 기운을 갈무리하고, 귀신처럼 지하를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중간중간마다 10성에 달하는 마법 방벽이 그를 가로막았으나, 한 자락의 소음도 내지 않고 깔끔히 베어버린 뒤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 도착한 곳은-
‘……그때 봤던 그 계단이군.’
교황이 준 독약을 마시고, 두 기사에게 팔을 붙잡힌 채 내려가던 그 계단이었다.
유진은 씁쓸하면서도 살기를 띤 웃음을 지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끼익…….
그렇게 문을 열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그를 맞이했다.
“태양의 기운과 태양의 시간과 태양의 눈부심으로 우리를 구원하시옵……!”
교황, 테오스였다.
“네놈이…… 어떻게.”
괴이한 주문을 외우던 테오스가 당황한 얼굴을 한 채 유진과 눈을 마주쳤다.
“다시 보네, 테오스.”
유진은 차갑게 웃으며 교황과 주위 풍경을 한 차례 훑었다.
이미 감옥에는 수없이 많은 시체가 뼈만 남은 채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혼돈을 추출하고 나서 버려진 이들이었다.
[테오스, 저 개자식……! 당장 찢어버리자!] [진정하게! 섣불리 움직였다가 유진이 당할 수도 있어!] [크윽…….]그리고 테오스의 뒤편.
쿠구구구…….
웬만한 사람 몸체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사특한 기운을 품은 보랏빛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근원석이다……! 확실해!]‘……확실히 불길하군.’
저게 근원석이고 파괴해야 할 목표라는 걸 확실하게 깨달은 유진이 펜첼을 꺼내 들었다.
스릉-!
[저걸 없애지 않으면, 태양신이 부활하고 말 거다……!]분노의 신이 애써 화를 삭이며 차분히 말했다. 유진도 생각 같아선 당장 교황을 없애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
“……쌍둥이가 있었나.”
유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교황의 그림자 속을 들여다보았다.
“후후! 역시, 눈치가 빠른 꼬맹이군.”
그제야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제 모습을 드러냈다.
흑교황, 바할이었다.
둘은 각기 경계 섞인 표정을 한 채 유진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자신들이 가장 아끼는 근원석을 옆에 두고, 창성의 기사인 유진을 상대하려니 제법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만났구나. 여기까지 올 수 있을 줄이야. 의외야. 정말 의외군…… 내가 여기 있을 줄은 어떻게 알았느냐?”
교황은 의문을 드러냈다. 뭔가 짐작하는 바가 있는 걸까.
하나, 유진은 친절히 놈이 묻는 말에 대답할 생각이 없었다.
“왠지 일 처리가 빠르더라니, 쌍둥이 형제끼리 우애 좋게 도와가면서 개 같은 짓거리를 벌여온 거군.”
“개 같은 짓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군. 하하!”
흑교황이 호탕하게 웃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모두 대업을 위한 과정일 뿐이네, 소년이여. 그나저나…….”
흑교황의 눈빛에 탐욕스러움이 가득 물들었다.
“자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자리 잡고 있는 줄 알면서도…… 그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혼돈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도…… 그놈의 혼돈만 눈에 들어오나?”
테오스가 말했다.
“기회를 한 번 주겠네.”
“무슨 기회.”
“지금 우리에게 협조하고, 혼돈만 내놓고 살아서 나갈 텐가.”
“싫다면?”
“이 자리에서 네 외조부에게로 가는 하늘길을 걸을 텐가.”
유진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 솟아났다.
“……가주님을 입에 함부로 올리지 마라.”
유진은 지금껏 매번 침착하게 적을 상대해왔다. 어떤 도발에도 화가 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묘하게 달랐다.
“쯧, 크로센과 라이언, 그놈들도 저 위에서 제이드 놈과 짝짜꿍하며 재밌게 놀고 있겠군. 하하.”
“…….”
“뭐, 어차피 다 늙어서 곧 죽을 녀석들이었는데 상관없지 않나?”
꽈아악…….
유진은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움켜쥔 주먹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길지도 않은 손톱이 손바닥을 찢은 탓이었다.
교황은 유진의 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
유진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묵광이 있는 단전도, 뇌가 있는 머리통도, 급소도 아니었다.
진짜 약점은, 그가 아끼던 사람을 모욕하고 다치게 하는 일이었다.
-유진……! 흥분하면 안 된다. 분노해서도 안 돼! 저거 다 얕은 도발인 걸 알잖느냐?!
‘그래.’
물론.
‘최대한 잔인하게 죽이기로 했다.’
유진은 이내 감정을 가라앉히고, 펜첼을 고쳐 들었다.
“……쯧. 역시 귀찮은 녀석이야.”
교황과 흑교황도 가볍게 혀를 차며 유진과의 싸움을 준비했다.
* * *
촤아악!
라울러와 인스 형제가 태양신교의 기사 하나를 베며 옅게 웃었다.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아니, 유진 덕에 우리가 강해진 탓도 있지만 말이야!”
“더 들어와 봐라, 이 찌꺼기 같은 새끼들아!”
놈들은 그저 본관의 경비를 맡던 잔존 세력이라 그런지 무력이 강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레인과 적탑주, 백탑주와 같은 절대 강자들이 합공하니, 싸움이 훨씬 쉬웠다.
아직 태양신교의 본대는 해안이나 멸지에서 돌아오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 전에 유진이 끝내기만 한다면……!”
라울러가 희망에 찬 목소리로 외치던 차.
“아니다.”
적탑주가 말을 끊어냈다.
“이미 놈들은 도착했다.”
“예……?”
정말이었다.
두두두두두……!
본관 바깥에서부터, 어마어마한 말발굽 소리와 소음이 밀려들어 왔다.
“……놈들은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어서.”
“그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복귀할 수 있던 거다.”
라울러 일행의 앞에 태양신교의 정예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한데, 놈들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크르르르……!
전에 보았던 인퀴지터와 비슷한 기운을 뿜어내는 놈들이 수 천이었는데, 그들의 뒤…….
쿵! 쿵! 쿵!
보통 성인 남성보다 20배는 커 보이는 ‘거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게…….”
“뭐야……?”
라울러와 엘도라가 입을 벌리고 놈들을 올려다보았다.
묘지 거인이었다.
* * *
유진은 교황의 무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백교황은 더러운 검술을 사용한다. 펜첼이나 룬칸델의 검술과 완전히 상극이야. 게다가 무투에도 능하다.’
유진이 펜첼을 앞세우고 생각을 정리했다.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바깥에 있는 동료들이 많이 다친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해.’
놈들과의 싸움은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어야 했다. 확실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조급히 굴 필요는 없었다.
‘시간제한을 두려면.’
유진이 판단을 마치고는 화룡검을 소환, 벽에 붙어있던 전등에 화룡검을 휘둘러 깨트려버렸다. 그러자 바닥에 불이 붙어 번지기 시작했다.
화르륵!
교황과 흑교황은 눈살을 와락 좁히며 유진을 노려보았다.
“……간특한 놈. 마음이 급하긴 한가 보구나. 제 목숨을 걸고 시간제한을 두다니.”
교황은 유진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하나.
“마무리하지, 우리도.”
유진은 표정에 변동 하나 없이 교황에게 달려들었다.
쾅!
교황은 어느새 오른손에 순백색의 장검을 소환하여 유진과 부딪혔다.
한데.
“……!”
표정이 굳은 쪽은 교황이 아닌 유진이었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교황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창성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고……?’
유진은 자신의 성취에 단 한 번도 자만한 적이 없었으나, 교황이 이 정도로 강한 힘을 가졌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테오스는 아무런 기운도 내뿜지 않고 유진을 맨 검으로 상대했다.
성취가 극한에 달하면 오히려 기운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현상.
제로 스테이트의 상위 버전이었다.
꽈아앙!
그럼에도 유진은 지지 않아야 했다.
묵광의 오러 효율을 최대치로 높여 몸을 뜨겁게 달구고, 신앙의 불빛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데 더해, 곧바로 문신화를 중첩으로 사용한다.
화아악!
유진의 몸에서 그야말로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기운이 뻗어져 사방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그 단단하고 두꺼운 무간옥의 철창이 꺾이고, 우그러진다.
불에 타올라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연기는 더욱 자욱해지고, 유진이 움직이는 그림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미, 미친……! 유진, 괜찮으냐……! 너무 무리하면…….
‘무리해야 한다! 이 자식들은 지금 없애야 해!’
그러나.
테오스는 그저 백발이 무성한 한낱 노인네처럼 보여도, 교활한 능구렁이처럼 움직이며 유진의 공격을 흘려냈다.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으며.
“크흐흐! 오랜만에 몸 좀 푸니 제법 재밌구나!”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