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1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19화(319/320)
창성의 기운과 지금까지 얻은 모든 기술을 총동원했지만, 진한 혼돈이 서린 마신석의 공격을 피하기란 어려웠다.
저 사특한 돌에서 나오는 보랏빛 광선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였으니까.
단순한 9성, 혹은 10성 기사였다면 애저녁에 죽어 사라졌을 만큼 강력하고 빠른 공격들이었다.
-아아…… 유진……! 어깨가…….
「크흐흑, 으아아아!」
체첸과 지크가 절규했다.
유진은 일어설 힘도 남아있지 않아 무릎을 꿇은 채 몸 곳곳에도 치명상을 입은 데 반해, 교황은 너무나 멀쩡해 보였다.
이미 승패는 갈라져 있었다.
[……회귀를 다시 한번 할 수는 없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그건 우리의 권능을 넘어선…….]일곱 신 역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유진에게 미안한 감정과 더불어, 복수에 실패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한데.
“프흐, 프하하!”
유진은 어깨에서 핏물이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와중에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자꾸 웃어댔다.
-유진……! 실성한 게냐? 마지막이 아니다! 우리가 네놈을 이대로 둘 것 같아?!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빌어먹을, 불의 기운이 다 떨어졌어……! 화룡으로, 제발, 변신이…….」
교황도 실성한 듯한 유진을 보며 뭔가가 미심쩍은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미친 게냐? 나는 네놈의 시체에서 단 하나도 멀쩡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인데? 네놈의 몸에서 혼돈을 전부 빼내고, 피가 다 빠져 말라비틀어진 머리통은 네 어미에게로, 쪼그라든 몸통은 네 아비에게로 보낼 것인데? 응?”
그럼에도 유진은 웃었다. 교황이 뭔 위협을 해대도,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대도 피를 쏟으며 웃었다.
“……미친놈이군. 혼돈에 잡아먹히기라도 한 것인가.”
교황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신석을 쥔 손을 유진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대로 기운을 흘려보내면, 유진은 즉사하고 혼돈을 뿜어낼 것이다.
“뿜어져 나온 네놈의 혼돈은 우리의 성스러운 근원석으로 빨려 들어갈 테지. 크하하하하하!”
그렇게 되면, 태양신이 부활하여 이 세계를 집어삼키고-
“나만이 이 대륙의 왕이 되는 것이다! 병신같은 바할 놈이 그렇게 깔끔히 죽어주니 일도 한결 편해졌어. 하하하하!”
교황이 광소를 터뜨리며 마신석 안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잘 가게. 죽어서도 영원히 고통받겠지만. 크흐흐…….”
……마신석에서 보랏빛 기운이 솟아 유진의 머리로 향하려던 차.
“……?”
교황은 유진의 머리가 닿은 손가락 끝부분에서부터 손가락 마디, 손등, 팔, 어깨, 몸통, 다리, 발끝까지-
서서히 굳어져 오는 것을 감지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무, 무슨…… 이게 무엇……!”
“네 편이 있나?”
유진이 웃음기를 싹 지우며 물었다.
“이게…… 대체……!”
“나는 내 편이 있지.”
유진은 꿇은 무릎을 펴내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끄으으……!”
교황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유진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했을 때와는 아예 다른 감각이었다.
그때는 의지를 가지고 안간힘을 써서 마신석을 꺼내 반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마치 맹독이 온몸이 서서히 물드는 듯한 감각이면서도, 몸 곳곳의 신경은 아주 예민해져 유진의 손끝만 스쳐도 타는 듯 고통스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로 올라가신 가주님.”
“끄으아아아……!”
“저 위층에 있는 내 동료들.”
“네놈……!”
“흑지에 있는 우리 가족들까지.”
텁-
유진은 마신석을 쥔 교황의 오른손을 붙잡아, 제 왼쪽 흉부 위에 두었다.
“이게 그 사람들이 보낸 믿음이다.”
유진의 심장에서부터 순백색의 빛이 흘러나오더니, 마신석을 온통 하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아, 안……돼.”
교황은 이 빛줄기가 단순한 기운이나 마법이 아니라는 것은 눈치챘다.
하나,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혼돈도, 오러도 아니었다.
유진이 덤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태양신 같은 거 믿지 말고.”
“무……어……?”
“가족을 믿고, 동료를 믿고…… 너 자신을 믿었어야지.”
교황을 굳혀버린 힘은, 유진이 그간 차곡차곡 쌓아둔 가족과 동료들의 믿음이자 신뢰…… ‘신앙’이었다.
스릉.
유진이 펜첼을 빼 들었다.
그리고 그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교황은 유진이 뭘 하려는지 곧장 눈치챘다.
“아, 안……!”
“네 욕심으로 인해 사라진 사람들을 위해, 영원히 속죄해라.”
“안돼……!”
치잉-!
심검(心劍).
교황의 몸과 영혼, 이 세상의 모든 교황의 끄나풀들이-
갈가리 찢겨나가기 시작했다.
“유, 진…… 이…… 쳐, 죽일…….”
“사냥개를 키우지 말았어야지.”
파스슥…….
테오스는 한 줌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
유진은 지난 17년간, 이 복수의 순간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지난날들을 말없이 잠시 회상했다.
‘복수를 마치고 나면,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시원할 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건 필요 없어.’
이 순간에 와보니, 그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동료들과…… 가족.’
힘을 다한 유진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 *
짹짹!
귓가에 웬 새소리가 들린다.
코끝에는 갓 세탁한 침구류에서 나는 포근한 향기.
피부에는 부드러운 면 소재가 닿는 느낌이다.
부드러운 햇살이 눈가를 간지럽힌다.
짹짹!
또다시 새소리가 들린다.
잠에서 천천히 깨어나며, 유진이 무거운 눈꺼풀을 떠냈다.
“여기가…….”
그리고 발견했다.
“유진……? 유, 유진이……!”
“어……? 일어났, 일어났습니다! 유진이 일어났어요!”
“유지이이인!”
눈물을 쏟아내는 줄리아.
유진 걱정에 얼굴이 핼쑥해진 라울러.
이마에 흉터가 남은 엘도라.
그 사이에 몸이 더 커진 인스 형제.
서로 손을 잡고 잠들어 있던 릴리안과 리처드…….
이어서.
벌컥!
문을 열고 수많은 사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유진……!”
그 사이에 주름이 더 깊어진 금검과 궁귀, 투귀.
붉고 화려한 로브 대신, 정갈한 차림으로 환복한 적탑주와 청탑주, 백탑주를 비롯한 마탑의 마법사들.
밖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다 뛰어 들어온 듀란.
요양 중인 유진을 위해 요리와 청소를 도맡아 하던 명문육가의 자제, 발타르, 에드뮬, 루한, 레나, 에솔.
유진이 일어나지 않아 심란한 마음으로 펜첼의 대정원을 쓸고 닦던 라트비와 창왕.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변모한 감스탄, 발란트와 카인 외 펜첼의 기사들.
유진을 위한 약재를 구하러 나갔다가 막 들어온 클라크와 뮬, 에막스.
많이 늙었지만, 여전히 단단한 인상의 마커슨 기사단장.
오스틴 왕국에서 한걸음에 달려 온 오스틴 1왕자와 페드로.
유진이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은 청탑의 마법사, 알펜.
왜인지 모르겠지만 서로 손깍지를 낀 채 들어오는 이레인과 리안.
그리고.
“이 녀석, 지금에서야 일어났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내가, 크헝헝!”
“계약자님, 춥지는 않으십니까……! 제가 제 몸을 불태워서라도 따듯하게 만들어드리게-”
“무리수 두지 말고 조용히 해라! 지크!”
모든 순간을 함께하던 체첸과 지크도 하얀 토끼와 새끼 용의 형태로 유진의 가슴팍에 앉아 있었다.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
“유진!”
모든 고마운 사람들의 품에, 유진이 와락 안겼다.
오늘은 반년간 누워만 있던 유진이 다시 일어난, 기념적인 날이었다.
* * *
유진과 모든 일원들은 3일 내내 축제를 벌였다.
그리고 오늘 밤은, 체첸과 지크의 라이브 토크쇼 시간이었다.
“그가 마지막 순간에 심검을 이용하여, 이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태양신교의 관련인들을 겨누었지.”
“검룡, 그가 눈을 뜬 순간에는…….”
일원들 전부가 의자에 앉아 체첸과 지크의 목격담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왜 말을 하다 말아, 토끼 양반!”
“쉿! 쉿쉿! 안 들려!”
유진은 체첸과 지크를 비롯한 사람들의 모습을 저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옅게 웃었다.
“체첸이랑 지크가 저렇게 사이가 좋았던가…….”
이 평화로운 나날들이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하나.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유진이 머릿속에서 울리는 일곱 신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미안하군…… 모처럼 만의 휴식일 텐데.]“괜찮습니다. 마무리는 지어야죠.”
유진이 고개를 돌려, 정원 한 편에 놓인 커다란 철함을 보았다.
[근원석을 파괴해야만 해. 그래야 모든 일이 끝난다.] [유진, 너만이 이 일을 할 수 있다.]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올 게 왔구만. 다들 준비합시다.”
“오늘이 그날이야.”
모든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펜첼의 바깥, 아주 넓은 공터로 걸어 나갔다.
이미 근원석이란 것의 유래와 정체, 그리고 오늘 중으로 이를 파괴할 거란 소식을 들은 것이다.
뮬과 클라크가 이 철함을 끌어 공터 한가운데에 놓은 뒤, 근원석을 꺼냈다.
쿠오오오…….
근원석은 보기만 해도 섬찟할 만큼 기괴한 기운을 뿜어냈다.
“……저 안에 혼돈이 얼마나 많이 담긴 걸까.”
이레인과 리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저걸 부숴버리기만 한다면 모든 게 끝나잖아.”
“유진이라면 할 수 있어. 늘 그랬듯이.”
라울러와 엘도라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모든 나쁜 기운이 사라지고, 세상이 완전히 평화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유진이 근원석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모든 일이 이 바윗덩어리 하나 때문에 생긴 거죠.”
사람들은 숙연한 얼굴로 그의 말을 경청했다.
“세상의 혼돈 중 80%가 이 안에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제 안에 20%가 있고요.”
유진이 씁쓸한 얼굴로 덧붙였다.
“사실, 제가 지금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 혼돈 때문이었습니다. 혼돈은 악이면서도, 저에게는 선이었죠. 하지만…….”
유진이 근원석 위에 오른손을 얹었다.
“이제 혼돈을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이걸 다 버려야 합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서서히 불안감으로 물들었다.
“혼돈을 버린다고요……?”
“그 혼돈을 이용해서 저 근원석이란 걸 파괴하는 것 아니었어?”
유진의 머릿속, 신들이 씁쓸하게 웃었다.
[혼돈은 분명 매력적인 존재지만, 어떻게 변모해서 너를 잡아먹을지 모른다.] [저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게 옳은 결정이야.] [혹시 모를 태양신의 부활을 막기 위해선 이 방법뿐이다.]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저의 모든 혼돈을 이 근원석 안에 흘려보낼 겁니다.”
“……?”
“무슨, 그러면 태양신이 부활하는 거 아닌가?!”
“대체 무슨 말이야, 유진!”
유진이 그에 덧붙여 말했다.
“동시에, 여러분들이 저에게 준 신앙도 이곳에 함께 넣을 겁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이 근원석은 파괴됩니다.”
다시 말해, 유진이 모든 힘을 잃어야 근원석을 파괴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 이게…….”
“유진, 네가 결국…… 또 희생해야 하는 거잖아…….”
사람들은 이 상황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없어 멈칫거렸다.
그들 말대로, 결국 유진이 희생하는 것이었으니까.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