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3화(33/320)
“나는 주변에 또 수상한 자가 있는지 살펴볼 테니 너는 이 가엾은 소녀를 호위해라.”
“알겠습니다.”
날이 밝아 현무 기사단과 상급반들은 이번 연쇄 살인 사건의 원흉이라 지목되는 흑마법사를 찾아 떠났고, 유진과 줄리아는 야영지에 남았다.
클라크 역시 주변을 탐색하러 간 상태.
용의자인 흑마법사가 도주했으니 그가 죽어서 오기 전까지 이 임무는 끝나지 않을 터였다.
유진이 어제의 싸움을 복기했다.
‘나보다 낮은 경지의 상대는 아무리 다수라고 하더라도 상대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 심지어 같은 4성급이라도 묵광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도 없어.’
유진은 겉으로 보이는 오러의 수준은 4성급에 머물렀지만, 막상 전투를 해보면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상징검술을 쓰면서 느꼈어. 오러의 농도는 진하지만, 양이 부족하다. 그릇이 작아.’
묵광을 통해 효율적인 오러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그 양이 부족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상징검술은 대단히 많은 오러가 필요한 기술이었다.
아직 초기 수준의 상징검술인데도 이 정도로 양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상징검술의 수준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었다.
지금은 오러의 수준보다 양을 늘리는 수련에 초점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다가 상징검술의 시전 속도도 한참 부족하다.’
나이트급 좀비를 상대할 때, 나름대로 빠르게 시전한다고는 했으나 돌이켜보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놈의 칼이 내 머리에 닿기 직전에 시전에 성공했으니…….’
쉽게 말해 죽을 뻔한 것이다. 클라크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이번 사건 덕에 여러모로 깨달은 점이 많았다.
그리고.
유진이 저쪽 천막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줄리아를 쳐다봤다.
유진은 그녀에게 클라크가 무언가를 물어보면, 정체를 꾸며서 이야기하도록 시켰다.
고대 유적지의 신비로운 아티팩트를 찾아달라는 임무를 위해 온 마법사이자 용병이라고 둘러댄 것.
당시 클라크는 유진에게 ‘이 말이 사실 같으냐’라며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자, 유진은 오히려 줄리아에게 심문하듯 물었다.
-너, 마법을 쓰던데, 혹시 마탑 사람은 아니겠지?
줄리아는 연기 연습을 평소에 자주 했던 것인지, 혼신의 연기를 펼치며 그 사실을 부정했다.
-제 몰골을 보신다면 그런 건 절대 아님을 아시겠지요. 마탑은 흑지에만 존재하는데, 마탑 사람이 어찌 흑지에서 여기까지…… 그것도 혼자서 넘어와 이 고생을 하겠어요? 시종이라도 한두 명 데리고 왔겠죠.
클라크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말의 진위를 판단하려 했으나, 유진이 재빨리 먼저 나섰다.
‘제가 이 년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인지 아닌지 심문해보겠으니 저에게 맡겨달라’라고 말이다.
추가로 거짓말임이 밝혀지면 죽도록 고문을 하겠다는 첨언까지.
욕지거리가 섞인 유진의 매서운 말투에 클라크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끄덕였고, 유진은 줄리아가 마탑 사람이라는 사실을 감출 수 있었다.
“진짜, 진땀 뺐네…… 후.”
클라크의 의심을 피하느라 머리를 워낙 많이 굴려 유진은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13살이 될 때까지 쌓아둔 연기 실력을 여기에 다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다행이야.’
뭐, 사실 줄리아는 교지에서만 살아왔으니 오히려 의심할 부분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었다.
그 사이, 잠시 잠에서 깬 줄리아가 유진에게 살며시 다가왔다.
“저기…… 있잖아. 할 말이 있어서.”
유진이 보기에 줄리아는 원래 밝은 성격으로 보였으나, 이상하게 유진 앞에서는 그 점이 드러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냥 말해. 쭈뼛거리지 말고.”
“왜 나를 구해준 거야?”
유진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펜첼은 원래 그래.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건 예비 기사의 당연한 임무이자 의무야.”
“하지만, 내가 만약에 네 말대로, 마탑 사람일 수도 있잖아.”
유진은 피식 웃었다.
“너 마탑 사람 맞잖아.”
“……!”
줄리아는 순간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유진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의심 좀 그만해라. 내가 널 해치려면 진즉에…… 아휴, 됐다. 짜증 날라 그런다.”
“내, 내가 마탑…….”
“마탑 사람인 거 어떻게 알았냐고? 네 마력 사용법이 특이해서 알았다. 흑마법사는 누군 줄 알고 공격했냐고? 그건 내 알 바 아니야. 딱 봐도 나쁜 놈 같아 보여서 상대했어.”
“그러면…….”
“그러면 너한테 너는 왜 여기 숨었는지, 어디 소속인지 왜 안 물어보냐고? 지금은 임무 중인데, 그 범인으로 추정되는 흑마법사를 포착했으니 임무는 다 끝난 셈이니까. 뭘 더 해?”
“굳이…….”
“굳이 흑지이자 마탑 사람인 너를 왜 구해줬냐고? 말했듯이 그게 펜첼이니까. 우리는 붙으려면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죽이지, 너처럼 몇 살 되지도 않은 애까지 죽일 만큼 우리는 쫌팽이가 아니니까. 음, 아닌가? 싹을 잘라놔야 하나?”
유진이 대뜸 줄리아를 노려보자 줄리아는 몸을 흠칫 떨다가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이제 의심 안 할게. 그러니까 무서운 얼굴 하지 마.”
“……뭐야, 그 표정은. 어쨌든 넌 나한테 은혜나 갚아. 나 궁금한 거 있으니까.”
유진은 줄리아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이거 알아? 이 문양. 네가 숨어 있던 곳 바로 위에 새겨진 문양이기도 하고, 내 반지에 새겨진 문양, 이거.”
유진이 반지를 보여주자 줄리아는 그것을 유심히 보며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거기에 우연히 들어간 거라 잘 모르겠어. 그런 문양이 있는 줄도 몰랐어. 그러다가 널 만난 거고.”
“도움이 안 되는구나. 그러면, 거기 안에 뭐, 특별한 건 본 거 없어?”
줄리아가 손가락을 튕겼다.
“문을 봤어. 그 안에 검은 문이 있었어.”
“이건 도움이 되네.”
유진은 그 문 안에 반지의 비밀이 있을 거라 직감했다.
줄리아는 괜히 아련한 눈빛으로 생각에 잠긴 유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털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더 물어볼 거 없으면 나 조금만 더 잘게.”
“그래라.”
유진의 머릿속에 수많은 계획이 오갔다.
‘지금까지도 붉은 전갈의 암살 위협이 없었다. 클라크와 현무 기사단은 붉은 전갈에게도 부담이었을 테니까. 아마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겠지.’
그렇다면 암살에 대한 위협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들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유진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았다.
‘붉은 전갈은 나를 노리고, 펜첼의 배신자는 줄리아를 노린다. 그리고 서로 그 사실을 모르는 상황. 역시 그 방법이 가장 좋겠어.’
유진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 * *
그 시각.
흑마법사를 죽이러 간 현무 단원 중 한 명이 음습한 수풀 사이에서 검을 들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검에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네가 왜…… 나를…….”
흑마법사가 바닥에 쓰러져 망연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흑마법사는 펜첼에서 줄리아의 암살을 도와주기 위해 온 기사단원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서로 간 신호를 주고받아 비밀 장소로 나온 상황이었다.
그러나 흑마법사는 죽어서 돌아갈 처지가 되었다.
“이미 임무에 실패한 녀석이 말이 많군. 괜히 네 녀석이 잡혀서 내 존재까지 밝혀지면 곤란하잖아?”
입가에 흉터가 진하게 남은 남자가 흑마법사의 심장에 마지막으로 칼을 꽂았다.
펜첼의 배신자는 흑마법사의 주머니를 뒤지다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꽤 많은 골드가 손에 잡힌 까닭이었다.
“마탑 녀석들이 역시 돈이 많아. 짭짤한데.”
펜첼의 특성상, 전투와 명예만 중시하기에 금전적인 부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아무리 북부의 제일인 가문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금전적 보상이 주어질 뿐인 것이다.
그러한 풍조는 기사단에도 내려와 몇몇 기사단원들의 불만을 샀고, 그중 하나가 펜첼을 배신하여 첩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돈이 중하지, 명예가 중한가? 싸움밖에 모르는 바보 같은 놈들.’
클라크의 앞에서는 충직해 보였던 얼굴에서 비열한 웃음꽃이 피어난다.
서걱.
흑마법사의 머리를 잘라든 배신자가 히죽 웃었다.
‘흑마법사를 죽여서 온 공로까지 내 것이다. 한동안 재미 좀 보겠는데.’
그가 야영지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흑마법사가 처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현무 단원들과 클라크, 줄리아가 다시 야영지로 모였다.
“이 자가 널 습격한 자가 맞느냐?”
“……네.”
줄리아의 대답에 클라크가 설명을 이었다.
“피해자들이 몸에 입은 상처들은 지금까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상흔을 보면, 칼도, 창도 아닌 것이 목과 급소를 베고 찌른 흔적이 있었으니, 이게 인간의 소행인가 싶기도 했었지. 하지만.”
클라크가 혀를 가볍게 찼다.
“마법이라면 가능하다. 마력의 잔재가 없는지에 중점을 둬서 다시 피해자들의 시신을 조사해보니 마법사의 짓이 맞다고 하더군. 이게 오늘 전서구를 통해 받은 보고서다.”
흑마법사의 머리에서 느껴지는 마력과 보고된 마력의 잔재에 대한 보고서를 각 단원들에게 보여주었다.
유진은 그 보고서를 보는 척 마는 척하며 입가에 흉터가 남은 기사단원을 힐긋 쳐다보았다.
‘꼬리 자르기까지 하다니, 생각보다 독하군.’
유진의 발달한 기감으로 느껴지기에, 녀석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돌연 의식적으로 멈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거짓말을 숨기려는 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역시, 맞다. 틀림없어.’
확신에 확신을 더한 유진이 그 와중에 묘한 시선을 느꼈다.
“……왜?”
“아니, 그냥…….”
줄리아가 이상하게도 유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단둘이서 야영지에 있을 때 유진이 한 부탁을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유진이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여 보이자 줄리아는 이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사건은 종결이다. 우리는 글람푸스탄에서의 연쇄 살인 사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했고, 추가적인 피해자가 있는지 탐색 후에 내일 복귀한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유진은 오늘 바로 그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 * *
깊은 밤.
유진이 궁귀에게서 받은 독약과 영약을 챙겨 줄리아의 천막으로 갔다.
“줄리아.”
“응. 준비됐어.”
줄리아는 이미 준비를 마친 듯, 둘은 조심스럽게 천막 밖을 나섰다.
“혹시 들키면 어떻게 해?”
“들키면?”
클라크와 현무 단원들의 기감은 예사롭지 않다.
그렇기에 유진은 줄리아를 안아 들어야 했다.
“실례 좀 할게.”
“앗…….”
줄리아는 유진의 두 팔 위에 안겼고, 유진은 유령보를 밟아 기척을 숨겼다.
그러자 정말 귀신같이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유진은 쓸데없는 잡념들을 모두 물려내 기감을 더욱 예민하게 확장했다.
클라크에게 혹여나 들켰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
가서 그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얘는 생각보다 가볍구나, 하는 감각까지.
그러자.
화아악…….
이제는 자연스럽게 명경지수의 마음이 나오면서 기감이 한층 더 확장되었다.
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이 느낌은 명경지수를 사용할 때마다 신비스러웠다.
그리고.
두 명의 사내가 유진의 탐지망에 걸려들었다.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볼까?’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