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4화(34/320)
두 사람은 줄리아가 숨어 있었던 그 공간의 입구에 섰다.
유진은 바닥에 새겨져 있는 찌그러진 세모와 네모, 그리고 동그라미 모양 앞에 반지를 가져다 댔다.
그러자 그때처럼, 찌그러진 모양이 펴지고, 바닥이 열리며 지하실 내부 비밀공간이 드러났다.
둘은 주변을 잠깐 살핀 후 공간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줄리아가 머무를 당시 새겨진 발자국이 군데군데 있었다.
달빛이 비추지 않는 공간까지 들어오자, 새카만 어둠만이 두 사람을 뒤덮었다.
“여긴 도대체 어떻게 들어왔던 거야?”
“도망치다가 발을 헛디뎌서 굴러떨어졌는데, 눈떠보니 지하였어.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여기에 있던 거였지.”
줄리아의 말대로 공간의 중간중간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의 틈이 몇 군데 나 있었다.
“저기 사이를 지나온 거야?”
“응.”
유진은 줄리아의 사정이 알면 알수록 딱하다고 생각했다.
이 어린 게 무슨 죄라고 흑마법사며, 좀비들의 추격을 받아야 했단 말인가.
고개를 끄덕인 유진이 오러를 써서 주위를 밝힐 생각으로 오른손을 들던 때.
뽀륵.
줄리아가 완드를 꺼내 들어 조그맣고 파란 물방울을 완드 끝에 떠올렸다. 그러자 주변에 푸른빛으로 확 밝아지면서 시야가 트였다.
“오.”
줄리아가 눈웃음을 찡긋해 보인다.
유진은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지상으로 향하는 지하실의 문은 사용자가 닫지 않는 이상 닫히지 않는 구조인지, 계속 열린 상태였다.
유진은 그 문을 일부러 닫지 않았다.
‘묵광으로 높아진 내 기감 수준에도 걸리지 않은 공간이니, 웬만한 함정이나 마법, 혹은 약품 같은 걸 흩뿌려도 티가 나지 않겠어. 직접 들어와 보고 나서야 알아챌 수 있겠지.’
그렇게 판단한 유진이 안주머니에 있는 유리병 하나와 하얀 알약 하나를 꺼냈다.
이곳에 오기 전에 궁귀에게 부탁하여 받아놓은 것들이었다.
작은 유리병 안에 들어있는 보라색의 액체는, 일정량 이상 마시게 되면 체내의 오러가 흩어져 사용할 수 없어지는 독약.
즉, ‘산공독’이었다.
또한 하얀 알약 안에는 추적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묻혀놓는다면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추종향’도 있었다.
유진은 이 약품들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모두 계획해 놓았다.
탓.
유진과 줄리아가 안쪽으로 계속 발길을 옮겨 기괴한 그림이 그려진 벽에 다다랐다.
아니, 그 벽은 줄리아의 말대로 ‘문’이었다.
“여기야. 여기는 내가 아는 마법적 지식으로는 열리지 않았어. 물리적으로 부서질 것 같지도 않고.”
문에 그려진 그림은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향해 절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과 하늘에 어떠한 빨간 줄이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들의 혈액이 빨려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줄리아도 이 그림을 자세히 본 건 처음인지 인상을 찌푸린 채 뒤로 물러섰다.
유진은 대략 추측할 수 있었다.
‘이곳의 배경은 고대 유적지, 그리고 하늘은 황제로 비유되곤 한다. 그렇다면 이 반지는 고대제국의 황제와 연관되어있는 건가?’
이내 고개를 털어낸 유진이 현 상황을 다시 되짚었다. 머릿속이 약간 복잡하다.
“무슨 생각 해? 좋은 방법이라도 떠올랐어?”
“나를 죽이려는 암살자와 펜첼의 배신자를 엮어서 함께 죽이고, 반지의 비밀까지 풀어야 해서. 할 일이 많아.”
“엮어서 죽인다니, 난 그게 제일 걱정 돼. 우리가 힘을 합치면 그냥 따로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안 돼.”
단호하게 말하긴 했지만, 줄리아의 입장에서 목숨을 건 계획이 유진에게, 즉 타인의 손에 달린 셈이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작전을 그대로 수용한다는 건, 그만큼 줄리아가 유진을 믿는다는 말이기도 했다.
“고마워, 줄리아.”
“응? 뭐가……?”
“믿고 따라와 줘서.”
줄리아는 희미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줄리아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좀비와 좀비 나이트를 상대했던 유진의 뒷모습이 그만큼 깊게 각인된 것 같았다.
유진은 책임감을 느꼈다.
차근차근히 해내야 했다. 일의 순서부터 정하면…….
‘우선 놈들을 죽이고, 그다음 반지의 비밀을 푼다. 그게 맞아.’
솔직히 약간 긴장이 되긴 했다.
궁귀에게 듣기로는 암살자의 수준은 1급. 기사도 죽여본 적 있는 실력이며, 펜첼의 배신자와 암살자가 유진의 뜻대로 움직여줄지도 의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해내야지.
“이제 마법진을 그려줘. 최대한 빨리.”
줄리아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마법진의 효과는 단순했다.
“물안개는 짙을수록 좋아. 시야를 가려도 좋으니 최대한 짙게 해.”
“알겠어.”
줄리아에게 물안개를 만들도록 시킨 이유는 유진만이 알고 있었다.
“미리 퍼뜨려놔야 해. 놈들이 오기 전까지.”
“그런데, 너도 쫓기는 입장이었다니, 그놈들은 왜 너를 쫓는 걸까?”
“그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확실한 건, 놈들에게 확실히 경고를 해 놔야 한다는 거야. 나를 죽이려 하는 건 무리라는 걸.”
줄리아는 이곳, 비밀공간에 오면서 유진이 해준 말을 대략적으로 들었다.
줄리아는 자신을 도와준 유진을 신뢰하기도 했지만, 유진과 동병상련을 느껴 그를 전적으로 돕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재채기를 하면 그때 독을 뿌렸다는 의미야. 여기 해독제. 미리 먹어놔.”
“해독제까지 필요한 맹독이야……? 알겠어.”
줄리아와 유진이 해독제를 들이킨 후.
프스스!
그와 동시에 줄리아가 마법진을 발동, 물안개가 마법진으로부터 솟구치기 시작했다.
지하실 내부는 순식간에 안개 천지가 되었다.
유진은 다시 기감을 최대로 확장, 두 귀와 바람의 흐름을 느끼기 위해 눈을 조용히 감았다.
그리고 이내 느꼈다.
‘온다…… 음, 잠시만.’
오러는 숨겼는지 느껴지는 바가 없었지만, 놈의 기척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
놈은 분명 고도로 단련된, 단순한 기사가 아닌 암살자다.
암살자라는 녀석들의 특징이 그렇듯이, 기척을 숨기고 쥐도 새도 모르게 다가오는 걸 전문으로 하는 작자들이니.
유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두려움을 몰아냈다.
명경지수를 이용하려 하는 것이었다.
유진이라고 해서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누군가의 목숨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부우우…….
물안개가 가득한 지하실 내부에 공기의 흐름이 급속도로 바뀌었다.
그 말인즉슨.
‘왔다.’
암살자가 이곳에 침입했다는 말이었다.
쐐애액!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비도가 날아왔다.
채앵! 챙!
유진이 가까스로 비도를 쳐냈다.
날아온 비도는 총 2개, 투척 속도나 정확도로 보았을 때, 암살자의 수준은 최소 6성급이었다.
자칫했다면 곧바로 황천길을 건널 뻔했다.
“호오.”
암살자, 헤르켈은 의외라는 듯 비죽 웃으며 유진과 줄리아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무얼 하려 했기에 이런 음침한 곳에 제 발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나야 좋은 일이구나.”
“누구냐……! 왜 갑자기 공격이지?”
유진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여기까지 끌어들인 이유를 드러낼 순 없으니, 당연히 연기를 해야만 했다.
“아직도 네 운명을 자신이 모르고 있구나. 이번에는 실패할 일은 없으니, 웬만하면 편하게 가면 좋겠구나. 근데 여긴, 웬, 안개가 이렇게 많아?”
투덜거리던 암살자는 품에서 예리한 단검을 하나 꺼내더니, 오러를 내뿜기 시작했다.
우우웅!
일순 하얀빛으로 주위가 환해진다. 유진은 확신했다.
‘6성급이다. 내가 정면 상대해서 이기기엔 무리야.’
자신을 믿어야 하는 건 맞지만, 만용은 금물.
그게 올바른 판단이었다.
유진은 입술을 짓씹으며 시간을 더 끌었다.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목에 흉터를 보니 어릴 적 나를 죽이려 했던 그 자구나.”
“허…… 그걸 기억한다고?”
암살자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는지 불쾌한 안색과 함께 눈을 가느다랗게 좁혔다.
유진은 태양신교의 참모로 있으면서 많은 협상과 대화를 해왔다.
그러는 와중에 익힌 기술은, 바로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지연시키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약점과 심기를 점진적으로 건드리는 방법. 그리고 혹할 법한 거짓 제안을 하는 방법.
그럼으로써 상대방의 목적을 달성시키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유진이 피식 웃었다.
“헤르켈, 내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
유진이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헤르켈이 놀란 눈동자를 떴다.
“어떻게……!”
“우리 로베르의 정보력을 너무 쥐똥으로 보는 거 아닌가?”
“하, 알아봤자 그뿐…….”
“네 본거지가 흑지의 남동쪽 방향, 아인크베리길 306-17, 지하 3층에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 본거지를 총 4번을 옮겨 안착한 곳이 고작 그런 곳이라니,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
놀라 자빠질 것 같던 암살자의 눈이 다시 예리하게 빛났다.
“그래, 네놈 가문의 정보력은 인정하마. 우리 내부에 첩자가 있는 모양이군.”
“그런가? 그건 모르겠는데.”
“내가 너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러시던가.”
“목만 깔끔하게 가져가지.”
유진은 조금 더 시간을 끌어야 했다.
“이 반지를 내어줄 테니, 너는 이걸 가지고 멀리 떠나라. 이 반지는 최소한 100억의 가치를 지닌 물건이다.”
“100억……?”
암살자가 액수를 듣고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걸 어떻게 믿지? 그리고, 그 반지야 네 녀석을 죽이고 나면 어차피 내 차지인데 말이야.”
“내가 죽으면 이 반지는 먼지로 흩어져 사라지게 되어있다. 내가 그렇게 생각이 없어 보이나?”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믿지?”
“내 여동생을 걸고 맹세하지.”
암살자는 눈을 가느다랗게 좁히고 유진을 노려보았다.
“……너.”
“왜 그러지?”
“여동생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
암살자가 유진의 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여동생이 없지 않느냐 물었다.”
“…….”
“이 개자식이!”
“그렇다면 나의 누이를.”
“닥쳐!”
암살자가 유진의 말을 더 듣지 않고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말을 길게 늘어뜨린 덕분에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덕분에.
“이쪽입니다, 기사님!”
“……!”
그 사이 뒤쪽에서 현무기사단 단원이 나타났다.
그런데 단원 중에서도…….
‘빨리 와서 둘이 붙어라, 배신자야!’
펜첼의 배신자가 들어왔다.
* * *
현재로부터 약 30분 전.
모두가 잠든 시간, 입가에 흉터가 있는 기사단원이 불침번을 서는 시간대였다.
그 기사단원은 바로, 줄리아를 노리고 있는 펜첼의 배신자.
줄리아가 천막 바로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배신자에게 말했다.
“기사님, 혹시 잠시 중앙 신전에 들렀다 와도 될까요? 그곳에 저희 어머니의 유품을 두고 와서요.”
“어머니의 유품? 흠…….”
배신자는 이를 기회라 여겼다.
안 그래도 언제 줄리아를 처치해야 하나 고민하던 상황이었는데, 제 발로 걸어와 혼자 남겠다니.
그가 고민하는 척을 하자 줄리아가 입을 열었다.
“오늘 주변 탐색 결과도 아무 이상 없었고, 흑마법사도 죽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해요. 기사님이라면 어머니의 유품을 그 어두컴컴한 곳에 남기고 있을 수 있나요?”
“그거야 그렇지. 알겠다. 가능한 한 빨리 다녀오도록.”
“네, 가방 좀 챙겨갈게요.”
줄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유진이 있는 천막으로 걸어갔다.
‘이 정도 말했으면, 유진의 말대로 따라오겠지.’
줄리아는 유진이 시킨 대로 했다.
일부러 불침번을 서고 있는 배신자에게 외출하겠다고 말하도록 한 것.
-그렇게 하면 그 배신자가 못 이기는 척하면서 너를 보내줄 거야.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유진의 말대로 된 것이다.
줄리아는 뒤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배신자의 눈동자를 상상하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참, 왜 다들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인지.’
서러운 생각이 들었으나, 강인하게 이겨내야 했다.
그리고.
배신자가 주위를 한번 슥 훑어보며 추측했다.
‘아마도 청탑주가 준 물건…… 딸임을 증명하는 징표를 잃어버린 모양이군.’
‘혼자서 움직이는 이유는 자신이 흑지의 사람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일 거고.’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