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3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36화(36/320)
유진이 예언한 대로 모든 상황이 이어졌다.
덕분에 줄리아는 이제 유진이란 인물을 완전히 믿게 되었다.
그랬기에 유진을 전적으로 도와야 했지만, 지금은 물안개 마법을 유지하는 데에 힘을 써야 했기에 함께 합공을 하는 수는 없었다.
다만.
‘유진…… 정말, 멋있다.’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진의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줄리아는 유진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깊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줄리아는 확신했다. 유진이 저 기사를 이겨내고 이곳을 벗어나리라고 말이다.
그런데, 전투를 지켜보던 줄리아는 순간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암살자는 물론, 배신자와 유진이 흘린 피가 바닥에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물안개와 더불어 어두운 환경이었기에 잘 보이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봐도 정말 깨끗했다.
유진과 배신자가 살벌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줄리아는 어떤 방법으로든 유진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빛나는 물방울을 비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스으으…….
바닥에 흘렀던 피들이 전부 비밀공간의 맨 안쪽, ‘검은 문’을 향해 스멀스멀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도, 하늘을 향해 뭔가를 숭배하는 것 같던 이들의 손가락이 향하는 위쪽으로 말이다.
줄리아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 광경을 예의주시했다.
* * *
유진과 배신자의 검이 맞부딪힐 때마다 지하석실이 진동했다.
콰앙!
“흐읍……!”
“크으으……!”
오러를 머금은 검과 검이 맞닿아 쇠붙이에서 불똥이 튀었다.
유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과 오러, 체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분명히 이 펜첼의 배신자는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고, 체력도 소진된 상태일 텐데도 놈은 만만치 않았다.
‘단 하나라도 계획이 틀어져 녀석이 상처를 덜 입었다면, 정면승부에서는 승산이 없었을 것이다.’
그게 유진의 냉철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믿고 있는 구석이 있었다.
‘독안개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작용할 거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옳다.’
배신자의 대검에 비하면 훨씬 얇아 보이는 유진의 검이 배신자의 강맹한 공격을 연속해서 막아냈다.
검이 깨어지지 않을까 불안했지만, 우선 당장은 괜찮아 보였다.
배신자는 숨을 크게 쉬며 한 차례 뒤로 물러났다.
“너 따위 꼬마와 검을 호각으로 섞는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모욕이야.”
“너 같은 배신자 따위와 대화를 한다는 것도 치욕이라는 걸 알아줘라.”
“한 마디를 안 지는군.”
배신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심호흡을 크게 내쉬더니.
스으으으……!
순식간에 오러를 단전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유진은 배신자가 무얼 하려는지 눈치채고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 재빨리 공격에 들어갔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휘유우우웅!
돌풍과 함께 갈색의 기운이 배신자에게로 휘감기며 모여들더니, 그의 몸이 온통 갈색의 오러로 방어의 형태를 띠었다.
정팔각형의 모양이 서로 이어 붙여져 만들어진 보호 방벽이자, 거북이의 등껍데기였다.
“이제 나는 공격에만 집중하면 되겠구나. 열심히 두드려 보아라. 나의 상징 방어가 과연 부서지나.”
배신자의 상징검술이자, 일종의 방어술이었다.
놈에게 달려든 유진이 곧바로 검격을 날렸으나, 유진은 오히려 뒤로 튕겨 나가야 했다.
쾅!
벽에 등을 강하게 부딪힌 유진이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제기랄, 놈의 상징검술은 공격 반사다. 일정 수준 이하의 공격을 되돌려주는 기술이야.’
과연 현무 기사단의 단원이라는 걸까, 대단히 희귀하고 예상치 못한 효과였다.
“이리 와라, 유진 로베르.”
배신자가 승리를 확신한 듯 안면에 미소를 띤 채 유진에게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후우…….”
유진이 힘에 겨운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에는 깊은 검흔이 남았고, 체력은 다 닳아간다. 입가에서는 피가 자꾸 흘러나온다.
제아무리 묵광으로 강화된 오러를 사용한다고는 해도, 펜첼에서 이십여 년을 넘게 수련을 해온 정식 기사단원을 단신으로 처치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유진은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펜첼의 기사를 꺾고 죽겠다는 의지가 샘솟아 올랐다.
아마 이러한 독기가 아무런 오러도, 힘도 없던 유진이 전생에서 태양신교의 2인자까지 올라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물론, 유진은 전생처럼 악다구니만으로 승부하지는 않았다.
까득.
유진이 입안에 숨겨놓았던 캡슐을 깨물었다.
되도록 쓸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숨겨둔 비밀 약물, ‘각성제’였다.
복용하게 되면 거의 하루 정도 아무것도 못 할 정도의 커다란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
곧.
화아악!
어둠으로 가득 차 있던 주변이 갑자기 밝아지고, 활력이 샘솟아 올랐다. 실제로 주위가 밝아진 건 아니었지만 유진이 그렇게 느낀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벌떡 일어선 유진이 명경지수의 마음을 곧바로 사용.
척!
자세를 취한 유진이 곧바로 머릿속에 장미의 형상을 떠올리더니, 그만의 상징검술을 구현해냈다.
상징검술의 구현이 굉장히 빨라진 것이었다.
커다랗고 새빨간 장미가 유진의 몸에 겹쳐 나타났다.
장미의 꽃잎이 흐드러지게 휘날리며 사방을 뒤덮는다.
줄리아는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마주했다.
저 아이의 능력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궁금증을 넘어 의아함이 들었다.
“호오…….”
심지어는 배신자도 입가에 난 흉터를 혀로 한번 쓸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지만, 너는 대단한 녀석이다. 계획성부터, 상황을 파훼하는 기지, 그리고 오러의 수준과 상징검술을 구사해내는 실력까지 말이다.”
“고맙다고 하면 되나?”
“그냥…….”
배신자가 검을 꽉 움켜쥐었다.
“죽으면 된다.”
유진과 배신자가 동시에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앙!
유진은 온 힘을 다해 배신자의 보호 방벽을 깨부수기 위해 검격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유진의 검이 치달을 때.
배신자는 분명 이 거북이의 등껍데기가 부서지지 않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묘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공격이 들어오면 이 방벽도 부서질 수 있다. 녀석의 공격은 상징검술이야. 만용을 부렸다가는 곤란해질 수도 있다.’
배신자는 고작 이 어린아이에게 목숨의 위협을 느낀다는 사실이 불쾌하기 그지없었으나, 그런 점은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휘익!
결국 배신자가 유진의 검격을 막기 위해 검을 가로로 쳐들었다.
콰아앙!
검과 검이 맞닿자 커다란 굉음이 울렸다.
밖에 있는 현무 단원들은 이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이 비밀공간은 모든 오러와 소음, 마력의 흐름이 새어 나오지 않게 차단된 공간이니까.
그런데도 혹여나 밖으로 소리가 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커다란 충격음이었다.
덕분에 배신자와 유진은 서로 뒤로 튕겨날 수밖에 없었다.
쾅!
배신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금 공격은 나의 상징 방어가 공격을 반사해내는 수준을 넘어섰다. 저 녀석이 저 개 같은 장미 검술을 쓰는 이상 방어에도 신경 써야 해.’
만약 배신자가 방금 유진의 일격을 막지 않았다면 배신자의 상징 방어는 깨어졌을 터.
배신자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린 유진이 기회를 잡은 사자처럼 곧바로 달려들었다.
“네가 날 만만하게 보고 있구나.”
약이 바짝 오른 듯 배신자의 눈빛에 광기가 물들기 시작했다.
그의 기세가 매서워질수록 전투를 지켜보던 줄리아의 안색은 어두워져 갔다.
혹시.
혹시나 유진이 저 무지막지한 기사를 감당해내지 못한다면?
줄리아는 본인이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채 다시 ‘검은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던 문이 빨갛게 물들고 있다.
쾅! 쾅! 쾅! 쾅!
유진이 입술이 다 터지도록 힘을 다해 배신자에게 검격을 가했지만, 배신자는 오히려 여유를 보이기까지 했다.
“설계해 뒀던 독안개도 물거품이 되고, 상징검술도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이제 어쩔 테냐?”
어쩔 거냐고?
유진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었다.
배신자와 20합 가까이 검을 섞으며 알아낸 사실이 있었으니까.
배신자는 특정 부위를 공격할 때, 그곳에 기운을 집중해서 방어력을 급격히 높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 점을 알아챈 유진은 한 가지 파훼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두 곳 이상을 빠르게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타닷.
혼신의 힘을 다해 합을 주고받던 유진이 잠시 뒤로 물러섰다.
마지막 일격을 위해서였다.
시간은 끌지 않았다.
화아악!
장미잎을 흐드러지게 뿜어낸 유진이 오러를 최대로 끌어모았다.
이어 놈의 머리와 다리를 빠르게 연타할 생각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순서는 머리, 그리고 다리.
결론적으로 다리를 잘라버릴 요량이었다.
꽃잎이 산개할수록 그 위력이 강하다는 의미였고, 지금 유진의 공격은 나이트급 좀비를 상대할 때보다도 더 많은 힘이 실려있었다.
그리고 두 사내가 부딪혔을 때.
꽈아앙!
거친 폭음과 함께 두 조각, 세 조각으로 잘린 꽃잎들이 휘날렸다.
“한 번에 두 군데를 공격한다? 하하. 내가 나의 약점을 모를 것 같으냐? 나를 무시해도 너무 무시하는군.”
배신자가 멀쩡한 모습으로 비죽 웃었다.
유진은 처음으로 머릿속 생각을 간파당했다는 사실에 입술을 짓씹었다.
그 모습이 퍽이나 재밌었는지, 배신자가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
“그게 네 필살기였군. 나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더 볼 건 없는 것 같구나. 그것도 그렇지만…….”
타앗.
가볍게 뛰어오른 배신자가 공중에서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네 검, 곧 부러질 것 같은데?”
“……!”
아래로 내려친 배신자의 검이 유진의 검과 부딪혔다.
그러자마자.
쾅……!
오러를 머금은 유진의 검이 하얀 빛을 내뿜으며 두 조각나 버렸다.
유진은 등을 대고 바닥에 쓰러졌고, 그 모습을 배신자가 내려다보았다.
그는 더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아 보였다.
“죽어라.”
쐐애액!
검이, 유진의 단전에 내리꽂혔다.
아니.
원래는 그래야만 했다.
유진의 왼손에서 엄청난 크기의 파이어 볼이 솟구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클라크를 비롯한 현무 기사단 일행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도, 도대체……!”
“그어어어.”
“그어어어어!”
사방에서 수없이 많은 좀비들이 튀어나오고 있었으니까.
한창 잠을 자고 있던 현무 기사단원들은 재빨리 자신들의 무기를 챙겨 대형을 갖추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살벌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저 좀비 놈들을 우선 물려내야 했다.
그런데 놈들의 복장이 특이했다.
보통 좀비란 살아있던 사람을 네크로맨시 마법으로 되살려 형성된 개체로, 옷차림이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놈들은 희한하게도 고대 제국인의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우우우웅!
글람푸스탄 전체가 마치 우는 듯한 공명음을 내며 흔들린다.
당장이라도 불길한 일이 닥쳐올 것 같은 분위기.
“불침번은 어디로 갔는데 보고도 안 하고 있어?”
“행방이 묘연합니다. 일단 상황부터 정리하고 찾아보겠습니다.”
“후, 저놈들, 숫자가 말도 안 되게 많다. 괜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이대로 달아나는 방법과 놈들을 싹 쓸어버리는 방법도 있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대로 도망친다면 당장이야 피곤할 일이 없겠지만, 나중에 이 징그러운 녀석들이 펜첼의 영토까지 당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후자를 택한다. 모두 전투 준비.”
“충!”
하지만 그때, 클라크의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카인, 카인!”
“예! 클라크 경.”
“유진과 줄리아 양을 보았느냐? 천막에 기척이 있더냐?”
카인은 재빨리 유진의 천막을 확인해 보고 와서 클라크에게 보고했다.
“어, 없습니다. 이미 달아난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나가 있던 것인지…….”
클라크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
‘이 좀비 떼들의 등장, 그 중심에는 유진이 있다.’
다만, 일부러 등장시킨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뭔가.
의도치 않게 사자의 콧털을 건드려 사자가 깨어난 느낌.
클라크가 임무에 나서기 전, 가주 제이드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유진이 임무에서 독단적인 행동을 한 번 할 것이다. 그때…… 한 번 정도 눈감아주어라.
우두두두두……!
좀비들의 발소리가 수없이 울린다.
클라크의 눈에서 녹색의 광채가 치솟아 올랐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