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4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41화(41/320)
유진의 몸이 회복되고 며칠 뒤, 오랜만에 연무장에 들어섰다.
라울러와 엘도라를 비롯한 또래 아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묘했다.
“…….”
“…….”
아무리 쉬는 시간이라지만, 적어도 한두 마디씩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쉬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런데 오늘 보니 완전히 정적 그 자체였으니.
이상함을 느낀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오러 봉인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공표되었을 테고, 그것 때문에 이런가? 그래서 뭔가 기가 죽었나?’
하지만 그건 아이들이 기가 죽을 일이 아니지 않나?
답이 안 나와 유진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분위기 왜 이래? 뭔 일 있어?”
“어, 유진!”
“유진!”
“??”
아이들이 유진을 밝은 표정으로 맞이하자 그는 오히려 더욱 의아함이 들었다.
“나 다 들었어! 너…… 진짜……!”
“대박이더라. 임무 해결에다가 첩자까지 잡아내고, 또 뭐였더라, 사람도 구했다면서?”
몇몇 아이들은 유진을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칭찬을 해댔고.
“고생했다, 유진.”
라울러는 유진의 어깨를 조용히 토닥였다.
아마 펜첼은 배신자로 인해 임무 와중 수치와도 같은 일이 있었으며 유진은 이를 막아냈다고 공표한 상황이기 때문일 터.
그뿐만이 아니라 유진은 임무 전에도 상급생들을 혼쭐내어 기초반 아이들을 보호한 데에서 위상이 높아진 까닭도 있어 보였다.
그리고 엘도라는.
저쪽 편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유진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거야 엘도라의 성격상 그럴법했는데, 유진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어리둥절했다.
“후우…….”
그녀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유진에게 다가가 격려와 인사를 건넬 여유가 없어서 다가오지 못한 듯했다.
유진은 엘도라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직접 가서 물어보려다가 관뒀다.
‘알아서 하겠지. 굳이 가서 물어봐봤자 해결될 일도 아닐 테고.’
정말 필요하다면 엘도라가 유진에게 와서 조언을 구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던 와중 유진이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제인스랑 아인스는 어디 갔어?”
“아, 인스, 걔네는…….”
유진이 라울러에게 물어보았지만, 라울러는 뭔가 이야기하기 껄끄러운지 말을 아꼈다.
‘뭐야……?’
무슨 일이 있긴 하다는 걸 직감한 유진이 이번에는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아이들은 시선을 피했다.
유진 딴에는 같이 오래 훈련을 했기에 두 녀석이 살짝 걱정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녀석들을 걱정하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에 유진은 스스로 놀라며 재차 물었다.
“그냥 말 해봐. 뭔데?”
유진이 재촉하자 라울러가 어쩔 수 없단 듯이 입을 열었다.
“걔네, 며칠 전부터 상태가 이상하더니 둘이서 갑자기 한판 붙고는 부상을 당해서 특별 회복실에 있어.”
“둘이 상태가 이상해?”
뭔가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늦은 저녁.
“후우, 후우.”
유진은 오랜만에 기초 체력 훈련과 더불어 검술 다지기에 열을 올렸다.
단 한 번도 이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고 오랫동안 쉰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오랜만에 하는 훈련은 유진에게 있어 머리를 비우고 명상을 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유진의 훈련에 아이들 역시 덩달아 사기가 올랐는지 함께 땀을 흘리며 검을 다뤘다.
훈련 교관인 에막스도 오늘은 자율 훈련이라 명한 날이니, 유진은 라울러에게도 창술에 대한 조언을 던지며 나름 뿌듯한 하루를 보냈다.
“전부 기마자세.”
유진은 마무리 훈련으로 엘도라를 포함한 아이들 전체를 마주 보고 기마자세를 시켰다.
이제 아이들에게 있어 에막스가 없을 때를 대신할 실질적인 리더는 유진이었다.
에막스가 무지막지한 훈련을 시키며 아이들의 신체적 성장을 도왔다면.
유진은 녀석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그 극악의 지옥훈련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 와중, 유진의 머릿속에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앞으로 3년 뒤까지 오러를 쓰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오러 봉인.
어떻게 보더라도 유진에게 있어서 커다란 패널티임이 분명했다.
-무려 3년간 오러 봉인이라니, 가주님이 엄한 벌을 내리셨군.
-3년간 성장할 수 있는 오러의 격을 생각하면 기사로서는 타격이 큰데.
시종들이나 호위 병사들 사이를 오가며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생각이었고, 다른 측면에서의 시각이 있었다.
클라크의 반응이었다.
클라크는 소식을 듣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유진에게 말을 건네기도 했다.
-네게 기회가 되겠구나. 넌…… 항상 기회를 잡고 있어, 가만 보면.
말은 그 뿐에서 그쳤지만, 클라크는 제이드가 내린 유진의 처벌을 어딘지 모르게 긍정적으로 보는 듯했다.
물론, 유진도 제이드의 뜻을 어느 정도는 유추하고 있었다.
유진을 포함한 모두가 기마자세를 취하고 눈을 감은 사이, 유진이 생각에 잠겼다.
‘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손해가 되는 처벌이 아니다. 그건 분명해. 그렇다면 이 처벌의 장점을 눈치채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차분해진 연무장 사이에서 유진의 마음이 깊게 가라앉았다.
명경지수를 이용해 자신의 내부를 관조했다.
‘두 손목과 발목에 새하얀 빛의 침이 날아왔었고, 나는 오러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
오러의 양이 줄어들거나 변질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오러를 쓸 때 트여야만 하는 마나 회로가 마치 댐으로 물길을 막은 듯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손목, 발목에 딱 4개의 댐이 있었다.
유진이 잠시 시도를 해보았다.
아톰을 회전한다.
묵광 3성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유진의 오러는 보통 기사가 오러 5성을 중후반의 힘을 펼치는 것과 같았다.
13살에 오러 5성, 이는 전무후무한 업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웅…….
아톰은 사지로 오러를 뿌려 보내다가 이내 회전을 멈추었다.
오러의 물결이 댐에 막히면서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댐을 무너뜨려 버리는 건 안 될까?’
묘하게 답답한 마음에 유진이 그런 생각을 해보았으나, 불가능해 보였다.
비유를 댐이라 하긴 했지만, 오러 자체는 물에 비유할 수가 없었으니.
댐에 오러가 닿자마자 공기가 되어 흐트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이 생소한 감각에 적응하는 일조차도 어려운 일이었다.
‘아마 이걸 뚫어 없애는 게 제이드의 뜻이 아닐까?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에 맞는 보상이 돌아올 것이었다.
그게 제이드가 직접 내리는 보상이던, 유진 스스로의 발전이던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상황을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순수한 근력과 민첩, 체력을 단련하여 신체적 그릇을 키워야 한다는 뜻일까?’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유진은 고개를 털어버리고는 명경지수의 마음을 다시 수련했다.
오러를 못쓰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실 유진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었다.
‘나에겐 줄리아라는 마법 천재가 있으니까.’
유진은 쉬는 며칠간 줄리아와 대화를 하면서 그녀가 가진 마법적 지식과 노하우를 이야기로 많이 들어놓은 상태였다.
그녀가 다룰 줄 아는 마법은 파이어 볼과 같은 과격한 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신기하고 유용한 마법도 많았다.
매일 밤 줄리아와 대화를 하다가 방에 돌아가 잠을 자려 하면 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마법은 재밌었다.
줄리아 역시도 자신이 유진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기쁜지 신나게 설명을 해줬으니, 서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러 봉인을 한 제이드도 유진이 마법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마탑과의 협상이 뮬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때가 오면 줄리아와는 헤어지게 될 것이었다.
‘헤어지기 전까지 최대한 배워놔야지.’
히죽.
유진은 마법을 배울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 채 기마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라울러와 엘도라, 그리고 수련생들은 혀를 내둘렀다.
‘기마자세를 하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수련광인거지……?’
‘무서운 녀석…… 이제는 수련광이 아니라 진심으로 미치고 있는 건가…… 후, 나도 미쳐버려야 하나?’
‘불광불급, 미쳐야 미친다. 그 말이 바로 저런 거구나! 근데 조금 무섭다…….’
유진이 천천히 눈을 뜨자 아이들은 황급히 눈을 감으며 유진의 얼굴을 못 본 체했다.
유진은 아이들이 왠지 모르게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많이 힘드냐?”
“히, 힘들다고 하면……?”
“1시간 더 시킬 거야……?”
“아니, 뭘 1시간을 더 시켜.”
유진이 빙긋 웃었다.
“6시간은 해야지.”
‘미친 게 맞다!’
‘사자의 정령님이 제대로 보신 거구나!’
그때였다.
드르륵!
연무장의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나타났다.
바로 제인스였다.
녀석은 그 다친 사이에 운동을 더 한 것인지, 더 커다래진 몸이었다.
거기까지는 건강미로 보아줄 수 있었으나.
‘쟤 눈이 왜 저러지?’
유진이 제인스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마치 뭔가에 쓰인 듯, 혼탁하고 초점이 흐린 듯한 느낌.
유진이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녀석한테 문제가 생겼구나.’
그 출처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놈은 정상이 아니었다.
유진이 기마자세를 풀자 라울러가 제인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제인스, 몸은 괜찮냐? 아인스는 어디에 있어?”
라울러는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제인스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마치, 사나운 고양이를 어르고 달랠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고양이라고 비유하기엔 제인스는 너무도 커다랬다.
“아인스으? 어. 아인스으.”
제인스는 우물거리는 발음을 하며 라울러를 쳐다보다가…….
돌연.
콱!
라울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뭐, 뭐……! 왜 이래?”
“네가 뭔데 아인스를 찾아……? 그 새끼가 뭐가 예뻐서?”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물어본……!”
“동생 새끼는 말만 안 듣고, 맨날 나만 혼나잖아. 너는 그런 거 모르지.”
팍!
라울러는 제인스를 있는 힘껏 밀쳐내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우, 씨……! 너, 전부터 좀 이상하더니 왜 그러냐? 가만히 있는 애들 얼굴에 침을 뱉질 않나, 대련하다가 애 다리를 부러뜨리질 않나. 미쳤어?”
“닥쳐…… 처맞고 병신 되기 싫으면…….”
라울러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해봐.”
“뭐……?”
“해보라고, 이 새끼야. 자, 검 줄 테니까, 나 병신으로 만들어 봐.”
라울러는 창을 잡고, 제인스는 검을 움켜쥐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소란으로 아이들이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유진은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인스 형제에게 뭔가 변화가 생겼고, 라울러가 그걸 감당해내고 있었군. 그리고 지금 상황이 된 거고.’
제인스는 그나마 아인스보다도 성숙하고 사리 분별이 되는 녀석이었다.
그런 제인스가 저런 행동을 보인다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자세히 들어봐야 알겠지만, 유진은 우선 라울러를 믿었다.
창을 제대로 다루기 시작한 라울러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상태.
유진은 당장 싸움을 중재하기보다, 이 상황을 라울러의 성장 기회로 보았다.
척!
라울러와 제인스가 동시에 전투 자세를 취했다.
‘지금부터는 대련’이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기에 분위기는 묘하게 살벌해져 있었다.
물론 지켜보는 아이들과 더불어 유진이 있었기에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말이다.
쐐액!
화가 잔뜩 난 라울러가 곧장 선공을 취했다.
유진은 순간 감탄했다.
‘찰의 속도를 보니 그 잠깐 사이에 훈련되게 열심히 했나 본데. 손목 힘이 장난이 아니야.’
유진이 그러한 평을 내릴 정도라면 라울러는 분명 크게 성장했음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타악-!
제인스는 그 빨랐던 찰을 코웃음 치며 튕겨냈다. 그것도 한 손으로 목검을 든 채로.
그리고 이어 라울러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더니, 그의 복부를 비어있던 손으로 가격했다.
간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노려서.
빡!
“커억……!”
라울러는 헛숨을 내뱉으며 뒤로 보법을 밟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는지,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가득 물들어 있었다.
“……?”
유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공방에 유진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제인스가 저렇게 빨랐다고? 힘은 그렇다 쳐도, 민첩이 말이 안 되는데?’
그것도 그랬거니와, 제인스는 뭔가가 이상했다.
“지면, 안…… 돼. 지는 것은, 수치…… 죽……여…….”
자꾸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며 라울러를 몰아치고 있었다.
쾅! 쾅! 쾅! 쾅!
제인스가 라울러의 머리를 쪼개려 든다.
마치 공을 힘껏 던질 때의 동작처럼, 한 손으로 목검을 뒤로 크게 젖힌 뒤 아래로 내려찍는 모양새였다.
무슨 주먹만 한 손도끼를 다루는 것처럼, 너무나 가볍게 휘두르는 것이었다.
라울러는 창을 위로 쳐올려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유진은 그걸 막아내는 라울러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살기가 담긴 공격이었으니까.
제인스는 정말로 라울러를 죽이려는 듯 방금 전까지 흐리멍덩하던 눈빛을 바꿔 붉은 기가 돌면서 어마어마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연쇄 살인마가 살인을 저지르기 직전의 표정이 저럴까, 싶었다.
그에 반해.
“미친……! 너, 진짜……!”
라울러는 제인스가 오로지 공격만을 위한 자세를 취했기에 빈틈을 보았지만, 제대로 공격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부상에서 회복하여 돌아온 녀석을 또 다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엘도라가 둘 사이를 가로막으려 몸을 일으켰다.
“그만해! 목숨을 건 결투도 아니고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러나 유진이 엘도라의 손목을 붙잡았다.
“엘도라, 잠시만. 아직 일러.”
“이르기는 뭐가……!”
“위험해지면 내가 막을 테니까, 일단 지켜봐.”
엘도라는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달싹이다가, 이내 유진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라울러가 성장할 기회라고 보는 거구나.’
분명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둘은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었으니 각성의 기회라 볼 수도 있었다.
엘도라도 둘의 전투를 다시 한번 유심히 응시했다.
‘그 사이에 라울러도 엄청나게 성장했구나. 그래서 싸움에서 저런 기세가 보이는 거야.’
분명 엘도라도 훈련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녀석들의 성장세를 보면 나는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어. 특히 라울러의 창술에는 뭔가, 숨겨진 한 수가 더 있는 느낌이야.’
엘도라의 추측대로, 라울러도 방법이 있어 보였다.
쾅!
제인스의 커다란 공격을 한차례 막아낸 라울러가 곧바로 사각으로 빠졌다.
그러더니 유진의 눈에 익숙한 동작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유진은 그것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팔천무극창, 일초식이다. 어느새 저걸 연습해서?’
유진이 라울러에게 전수한 기술인 팔천무극창을 가감 없이 펼치고 있었다.
부웅! 부우웅!
라울러는 제인스가 오른손잡이인 것을 파악한 뒤, 침착하게 반대 방향인 왼쪽으로 돌며 창을 바닥부터 쓸어 올리듯이 휘둘렀다.
라울러는 제인스의 공격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에 따라 오른손잡이를 상대하는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자, 기동력이 빠른 상대의 발을 묶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을 택한 것이다.
그게 팔천무극창 일초식의 한 형태였으니까.
‘허, 라울러…… 도대체 얼마나 성장한 거야. 아마 실전에서 일초식을 사용하는 건 처음 같은데, 저 정도면 나쁘지 않아. 아니, 아주 괜찮다.’
유진조차도 라울러의 전투 감각을 인정할 정도였다.
그러자 광기에 젖어있던 제인스도 호흡을 골라야만 했다.
까드득.
이를 깨무는 제인스의 눈에서 시뻘건 광망이 토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제인스가 라울러를 노려보며 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성가시잖아……. 라울러.”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제인스와 라울러가 격돌했다.
라울러가 제인스의 발을 묶고 전투가 불편하게끔 견제를 하는 모양새였다면.
제인스는 오로지 라울러를 찢어발기겠다는 일념으로 맹공을 펼쳤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싸움이 막상막하로 흘러갔다.
제인스도 다리에 여러 차례 타격을 허용하며 피가 흘러내리고, 라울러는 팔과 어깨에 피멍이 들 정도로 타박상을 입었다.
전투 양상이 너무 치열하여 이대로 가만둔다면 누구 하나가 정말 크게 다칠 것 같았다.
유진은 잠시 고민했다.
‘말려야 하나? 아니면, 각성의 기회로 봐야 하나.’
창과 검이 부딪히며 나는 소리 덕분에 귀가 아플 지경이 됐을 때쯤.
“으아아아아아!”
제인스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기괴한 괴성을 질렀다.
그의 눈에서 시뻘건 광망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
유진이 이상함을 느끼던 차였다.
우우웅……!
유진은 자신의 손에 있던 폭군의 반지가 얕게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