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4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42화(42/320)
라울러가 괴성을 지르는 제인스 앞에서 마음을 다잡았다.
‘확실히 이 녀석, 전부터 뭔가가 이상하다. 갑자기 폭력성이 늘어나더니, 지금은 전투 능력이 엄청나게 상승했어. 마치…… 무슨 약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하지만.
‘나도 그동안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유진의 지도를 받았고, 나 홀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 했어.’
라울러는 란, 나, 찰은 물론 팔천무극창의 오초식까지 수련해왔다.
그는 선배들에게 억울하게 얻어맞고 난 뒤에 그 일을 곱씹었다.
‘내가 강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유진이 나서서 큰 싸움을 벌일 일도 없었을 거야.’
라울러는 옆에서 제 싸움을 지켜보고 있을 유진을 잠시 의식했다.
분명 라울러보다 어리지만, 누구보다도 성숙하고 노련한 녀석.
그것이 유진이었으니.
‘나도 너처럼 되고 싶다. 아니, 창으로는 넘어서고 싶다.’
그 일념으로 라울러는 펜첼에서의 훈련 기간을 어떻게 해서든 소화해 냈다.
에막스의 질타를 감내해내고, 매일 밤 창을 놓지 않았다.
그 덕에 그의 실력은 급격히 상승했으며.
“죽여줄게, 라울러…….”
저 이상하리만치 강해진 제인스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대적할 수 있었다.
제인스가 광망을 내뿜으며 쇄도한다.
그에 라울러가 단단한 눈빛을 한 채 제인스를 직시했다.
* * *
반지의 진동에 유진이 제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어……? 설마.’
유진의 입이 벌어지던 찰나.
콰드득!
제인스의 검격을 정면으로 막아낸 라울러의 창이 두 동강 났다.
원래라면 여기서 대련은 멈춰야 했다.
하지만.
제인스는 이미 뭐에 홀린 듯, 라울러를 죽일 심산으로 무기를 잃은 채 쓰러진 라울러의 안면에 목검을 있는 힘껏 내리치려 했다.
저 공격은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유진이 직감한 것이었다.
물론 라울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미 아드레날린이 솟구칠 대로 솟구친 것인지, 라울러 역시 이성을 잃고 형형한 안광을 내뿜으며 부러진 창을 한 손으로 치켜세웠다.
저대로 뒀다가는 누구 하나는 죽거나 불구가 될 가능성이 컸다.
유진은 빠르게 판단했다.
이 싸움은 여기까지인 것으로.
화아악!
제인스의 목검이 라울러의 머리통을 향하고, 라울러의 목창이 제인스의 간을 향했다.
유진이 둘 사이로 달려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라울러의 팔천무극창 일초식이 폭발했다.
파아앙!
회전력을 받아 무게가 실릴 대로 실린 라울러의 목창이 제인스의 간을 직격한 것이다.
“커헉……!”
제인스의 안광이 사그라들더니, 그는 바닥에 거품을 물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하지만 라울러에게로 치닫던 목검은 그대로 라울러의 머리통을 향하고 있었다.
라울러가 방어해내지 못한 공격이었으니, 그 대신 유진이 목검을 강하게 걷어냈다.
분명 오러는 한 톨도 담기지 않은 방어였지만, 제인스의 공격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쾅!
제인스의 검과 유진의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묵광으로 만들어진 강성한 신체는 어디 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유진도 손목이 시큰거리는 아픔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사이에 이렇게 강해졌다고? 보는 거랑은 또 다르잖아.’
유진은 이 짧은 순간에 여러모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울러의 성장과 제인스의 힘까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연무장 사이, 다른 훈련생들이 입을 벌린 채 라울러를 쳐다보았다.
“저, 저거…… 방금, 뭐였냐……?”
“몰라…… 하여튼 엄청, 빨랐어……!”
여태껏 라울러가 창을 열심히 훈련하는 것은 보았지만 팔천무극창을 펼친 것은 처음이기에 놀란 것.
“후우, 후우, 후우.”
라울러는 상황이 종료된 것을 인지하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자신의 기술이 깔끔하게 적중한 것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친구를 이렇게 때려눕힌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스며든 표정이었다.
모두가 라울러에게 시선이 가 있는 동안 유진이 기절한 제인스에게 다가갔다.
간을 저렇게 세게 가격당했으니, 고통이 어마어마했을 터.
자칫하면 간이 파열될 수도 있었다.
“형, 살살 좀 하지.”
“후우, 나…… 잘한 거 맞냐……?”
“일단 기다려봐.”
유진이 제인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맥을 짚던 순간이었다.
-피, 피가 필요하다. 더 진한 원한이 담긴…… 피가 필요해…….
유진은 순간 어떠한 환청을 들었다.
화들짝 놀란 유진이 미간을 와락 찌푸리던 때, 이번에는 환각까지 보게 되었다.
화아악!
한 오크 부락의 정경이 보인다. 그리고 고대제국의 병사들에 의해 점령당한 오크 부락의 모습.
그들은 수많은 오크들 모두를 밧줄로 묶어놓은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거대한 몸집의 오크 족장이 무릎을 꿇고 포박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어, 시선이 부락의 입구 쪽으로 향한다. 강대한 기운을 가진 누군가가 등장하고 있었다.
바로, 폭군이었다.
폭군이 나타나자 고대제국의 병사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폭군의 입이 움직인다.
-시작하라.
-받들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오크 족장의 눈앞에서 고대제국의 병사들이 모든 오크들의 목을 차례차례 썰기 시작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오크들의 목이 바닥에 떨어진다.
처참했으며, 잔혹했다.
마지막 오크마저 목숨을 잃는 순간, 족장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오크들의 목숨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오크 족장은 구슬픈 신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모두 끝났습니다, 폭군이시여.
폭군은 그제서야 발걸음을 옮기더니, 옆에 서 있던 호위기사의 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서걱!
자신의 가족 모두를 죽인 폭군에 대한 분노와 절규로 눈물을 흘리던 족장의 목을 그대로 썰어버렸다.
억, 하는 단말마조차도 오크 족장에게는 사치였을까.
눈도 감지 못하고 떨어진 머리가 바닥을 굴렀다.
두 눈은 실핏줄마저 모두 터져버린 듯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에 반해, 폭군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오크 족장의 시체를 향해 다가가더니, 손을 뻗었다.
폭군의 고유 기술, ‘탐욕’을 펼치려는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툭-
환각이 끊기며 유진의 시야가 다시 제인스에게로 돌아왔다.
‘……광마 때와 비슷한 건가?’
이 타이밍에 자신에게 폭군의 기억이 보인 이유는 왼손에 끼워진 이 반지, 그리고 제인스의 상태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고민은 잠시.
제인스의 맥박을 짚던 유진이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걸 알아챘다.
‘맥박이 너무나 불규칙하다. 죽기 직전이야.’
제인스의 상태가 굉장히 위험해져 있었다.
그 이유는 라울러의 공격이라기보다는.
‘반지가 진동하는 걸 보니 무언가 좋지 못한 게 제인스의 몸에 들어가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부작용이 외상과 함께 발현된 거고. 맥박의 이상과 반지의 진동에 연관이 있는 걸 보면…… 원념이 서린 피와 연관된 무언가겠지.’
유진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그래서인지 반지가 탐욕을 권하고 있다. 제인스에게 탐욕을 쓰라고 하는 거야.’
하나, 탐욕은 위험한 기술이었다. 폭군이 죽어버린 오크 족장의 시체에 쓰려던 것인 만큼 말이다.
그러니 탐욕을 쓰되, 나쁜 기운만을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조절을 매우 세심히 해야만 했다.
할 수 있을까?
그러한 의심이 들었지만, 상황이 급박했다.
“크륵…… 크르르…….”
제인스가 게거품을 물며 서서히 죽어갔다.
탐욕을 시전했다가 죽든, 지금 이 자리에서 심장이 멎어 죽든 둘 중 하나라면 탐욕이라도 시전해 보는 게 맞는 선택이었다.
만약 탐욕으로 제인스의 증상이 심각해진다면 당장이라도 멈출 생각으로 유진이 제인스를 향해 탐욕을 펼쳤다.
‘먹어치워라.’
유진이 반지에 정신을 집중하며 임의로 지은 시전어를 되뇌자.
쑤우우욱!
제인스의 몸에서 유진의 손을 통해 무언가가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원념이 가득한 기운이었다.
생전 듣지 못한 악귀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죽여! 죽여! 죽여!
머릿속에 독이 퍼지듯 울리는 원념은 유진에게도 커다란 압박으로 다가왔다.
묵광 2성의 성취를 통해 얻은 정신 방벽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기절했을지 모를 혼탁한 기운이었다.
맥박에서 느껴지는 혈액의 끈적임이 유진의 발달한 기감에 잡혔다.
그가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하였다.
만약 이 탁기뿐만이 아닌 다른 알 수 없는 기운이 들어온다면 당장 시전을 멈춰야 했으니까.
그러나 그럴 일은 없었다.
“꺼어업……!”
제인스가 거친 날숨을 내뱉으며 눈을 떴다.
물론 아직 제정신은 아닌듯해 보였다.
그나마 유진이 탐욕을 시전하여 원념을 흡수한 탓인지 전보다 혼탁하긴 해도 그나마 맑아진 눈동자였다.
“후우, 괜찮냐……?”
정신이 없는 와중, 유진이 제인스의 뺨을 때리며 물었다.
제인스는 유진을 향해 실낱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뭐? 뭐라고?”
“아버지…… 에게서…… 동생을…… 구해줘…….”
마지막 기운을 짜냈던 걸까, 제인스는 그 말만을 내뱉고 다시 눈을 감았다.
다행히도 맥박은 정상적이었고, 숨도 정상적으로 쉬고 있었다. 잠에 든 것 같았다.
여기서 유진은 잠시 기이한 감각을 느꼈다.
스으으…….
제인스의 탁기를 흡수한 왼손에서 봉인되었던 오러가 약간 풀리는 느낌이 든 것이다.
‘뭐지? 마치 왼손을 막고 있던 댐에 균열이 간 느낌이야.’
아마도 혈마법과 제인스의 탁기가 관련이 있었고, 그 결과 오러 봉인에 영향이 간 모양이었다.
한 가지 힌트가 보인 셈이었다.
‘반지의 비밀은 제이드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오러 봉인도 제이드가 내게 내린 형벌이야. 그렇다면…….’
제이드의 깊은 뜻이 조금이나마 엿보이는 것 같았다.
심호흡을 쉬어낸 유진이 진땀을 닦던 와중이었다.
드르륵!
“제인스님에게서 손을 떼라! 유진 로베르.”
갑자기 문을 열고 나타난 한 사내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유진에게 외쳤다.
유진은 사내의 왼쪽 가슴에 달린 상징표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녀석은 시리우스가 이끌고 있는 백호의 기사단원이었다.
웬 백호 기사단 단원이 나타난 것일까?
유진은 제인스에게서 천천히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호 기사단 단원께서 훈련생의 연무장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이 녀석의 호위기사는 어디 가고요.”
“그 손부터 떼라 말하였다.”
“제가 손 뗐으면 얘는 죽었습니다. 뭘 좀 알고 말하시죠. 왜 호위기사가 안 오고 여기까지 행차하셨냐 물었습니다.”
보통이라면 제인스와 아인스를 보조할 호위기사가 왔어야 했다.
그런데 백호단원이 직접 훈련생의 훈련시간에 이곳까지 찾아온 것은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나 악동 같던 인스 형제도 자신들의 호위 기사에게는 퍽 친절하게 대했기에 더욱 이상했다.
사이가 틀어졌거나, 호위기사를 바꾼 것은 아닐 테고 말이다.
백호단원은 유진이 물러서지 않자, 말없이 제인스에게 다가와 그를 업어버렸다.
“뭐하는…….”
“나중에 이야기하지. 건방진 꼬마야.”
그는 그대로 제인스를 업고 나가버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유진?”
아이들의 의문사가 연발 터져 나오는 와중, 유진은 조용히 이 상황을 정리했다.
미래에 인간도살자로 악명을 날렸던 인스 형제의 과거가 방금 전 라울러의 싸움과 겹쳐 보였다.
이성을 잃고 살육을 행하려던 모습.
유진은 펜첼에 와서도 인스 형제를 보며 의구심이 들었던 점이 있었다.
전생의 악명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았던 인스 형제의 행동들은 크게 유난스럽지 않았으니까.
녀석들은 기껏해야 심술을 좀 부리고, 근육을 뽐내느라 가슴을 활짝 펼쳐 보이는 기행을 보이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방금 전 싸움을 생각해보면, 과거의 전력이 이해가 되었다.
인스 형제는 분명히 무언가에 홀려있었다. 몸속에 있던 탁기도 이상했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시리우스가 인스 형제에게 무언가를 먹인 게 아닐까.’
녀석들은 먹어봤자 단백질 보충제나 와구와구 처먹는 수준이었으니 의심되는 인물은 그들의 아버지인 시리우스뿐이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물질이 가득한 피, 원념이 가득한 목소리, 광기에 물든 점까지.
‘인스 형제는…… 학대당하고 있다.’
어렴풋이나마 그러한 사실을 유추했다.
그리고.
‘시리우스 삼촌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겠어.’
인스 형제를 양지로 끌어내며, 시리우스에게도 시원한 일격을 날릴 기회였다.
그 사이 아이들은 유진이 제인스의 탁기를 흡수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나 좀 쉬자, 후.”
유진은 손을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톰이 유난히 뻐근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유진의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감돌았다.
‘폭군이 다른 녀석들의 기운을 흡수해온 것처럼, 나도 인스 형제의 기운을 흡수했어. 한꺼번에 몇 마리 새를 잡을지 기대되는데.’
* * *
그날 밤.
펜첼에서도 최소한의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은 호위기사들과 시종들만이 찾는 공간이기도 했다.
은은한 주광 빛 조명 아래, 잘 손질된 나무로 된 바닥.
몇몇 호위기사들이 어둑어둑한 주점의 그림자 아래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곳에 금검과 유진이 발을 들였다.
“크하하! 공자, 드디어 술이라는 것에 눈을 뜨신 거요?”
“술은 안 마실 거고-”
“예예, 다들 말은 그렇게 합디다. 하나, 이 술이란 것은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술술 들어가오. 괜히 술이 아닌 것이오.”
“알겠으니까 그 입술 좀 다물어 주라. 술술 맞기 싫으면.”
“용병계 최고의 주당, 금검에게 술을 배우시는 건 두고두고 안줏거리가 될 영광일 거요. 오늘은 안주가 필요 없겠구려!”
“확! 그냥.”
호들갑을 떠는 금검을 무시한 채 유진이 그림자 사이사이에 시선을 두었다.
갈색 수염이 덥수룩하며, 몸이 무지막지하게 좋은 기사가 실연에 빠진 듯 수심이 깊은 표정으로 홀로 앉아있었다.
그 얼굴은 유진에게는 너무나 익숙했다. 몇 개월간 저 모습을 매일 아침 봐왔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인스 형제의 호위기사.’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