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4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44화(44/320)
유진과 금검이 산 중턱에서 다시 펜첼의 영지로 내려가는 길.
금검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인스, 제인스. 그 녀석들도 다른 자식들이랑 다를 바가 없구려. 아비에게 혼나고 훌쩍이는 모양새는 생각도 하지 못했소.”
호위기사는 자리를 비우기 전 한마디를 더했었다.
인스 공자들은 겉만 튼튼하지, 속은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여린 아이들이라고.
시리우스에게 혼난 날이면 제품에서 우느라 밤을 지새웠다고 말이다.
“그러겠지. 더군다나 아버지가 그 모양이면…….”
“녀석들을 보면서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많이 생각했는데 조금 불쌍하긴 하오.”
“시리우스 삼촌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사람이야. 자식들마저 자신이 가주가 되기 위한 도구였던 거지.”
유진은 문득 로베르 가문이 있을 남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쩐지 가족이 보고 싶어지는 밤이었다.
* * *
며칠 뒤, 펜첼의 훈련생에게는 얼마 없는 안식의 날.
하지만 유진은 훈련을 하기 위해 연무장 2층에서 준비를 하고@연무장 2층에서 훈련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검술 훈련이 아닌.
“줄리아. 그다음 마법은 뭐야?”
마법훈련을 위해서였다.
유진은 기대감이 어린 눈동자로 줄리아를 바라보았다.
“이런 날은 좀 쉬어도 되지 않아? 오늘이 일 년에 며칠 없는 안식의 날이라며.”
“그런 거 필요 없어. 난 이게 더 재밌으니까.”
전생의 유진이었으면 모를까, 지금의 유진은 오러든 마력이든 모두 다룰 수 있는 상태다.
완전히 새 삶을 살 기회가 주어졌는데, 침대에 자빠져 누워 잘 궁리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이 상황에서 곤란해진 사람은 유진이 아닌 줄리아였다.
“기, 기다려봐. 너는…… 좀 무서울 정도다.”
유진은 완전기억 덕분에 줄리아가 한 모든 말과 행동을 기억했다.
다시 말해 복잡한 마법의 원리와 시전 방법 등도 까먹지 않고 복기할 수 있었다는 말이며, 유진의 마법 실력은 수직상승하고 있었다.
그 탓에 줄리아는 유진에게 알려줄 마법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탁.
줄리아는 자신의 마법 수첩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뭘…… 더…… 알려줘야 하지?”
줄리아는 아버지가 마탑주이며, 그의 밑에서 자랐다.
그랬기에 마법적 실력은 물론이고 선천적인 마력도 격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런데 유진은 그보다도 더 뛰어난 실력과 마력의 질을 가지고 있었으니.
‘아버지…… 제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면 유진은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실력이겠죠?’
그녀는 만약 마탑에 무사히 도착하게 되면 아버지에게 더욱 열심히 마법을 배우리라 속으로 결심했다.
줄리아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가 배우고자 마법이 따로 있었다.
“줄리아, 혹시나 해서 말인데.”
“알, 알려줄 거 있어, 잠시만 기다려봐.”
“결계 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어?”
줄리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번쩍 떴다.
“결계 마법! 그게 있었구나! 나 그거 잘해. 이렇게, 이렇게, 반구 모양으로도 할 수 있고, 조그맣게도 할 수 있고…….”
결계 마법.
청, 적, 흑, 백으로 나누어진 마탑등 중에서도 결계는 청탑의 주특기 마법이자 중급 난이도에 속하는 마법이었다.
그 대답에 유진도 놀란 눈치였다.
‘난이도가 꽤 높아서 지금 나이에서는 배우는 것조차 어려울 텐데, 결계 마법을 다룰 줄 안다고?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결계 마법을 배워둔다면.
‘어쩌면 인스 형제와 관련된 문제도 해결하고, 펜첼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겠어.’
새삼 줄리아의 능력에 대해 감탄과 기대를 하던 유진이 신난 그녀를 진정시켰다.
“요렇게! 요만한 구 안에 무언가를 넣으면 웬만한 중급 기사가 와도 그걸 꺼낼 수가 없단 말씀이야.”
“알겠으니까 차근차근히 알려줘, 선생님. 나 완전 기대돼.”
“선생님이라? 그거 참 듣기 좋은 말이네. 말 잘 들으면 더 많이 알려줄게. 누나이자 선생님인 줄리아에게 존댓말도 좀 써보고. 응?”
“……네. 선생님.”
유진이 마지못해 빛나는 눈동자를 연기했다.
‘줄리아가 알고 보니 성격이 되게 밝아. 장난기도 있고. 전부터 누나 소리를 듣고 싶어 하더니 내가 좀 맞춰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늘 갑의 위치에서만 있던 유진이었지만, 줄리아처럼 어리고 순수한 녀석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 없이 당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도 나름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도 들고 하니, 마음이 평화로워지기도 했고 말이다.
줄리아는 흡족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흠흠, 자, 너는 머리가 좋으니까 속성으로 알려줄게. 그래도 되지?”
“일단 들어보고.”
“들어보고?”
“들어보고……요.”
“좋아! 결계의 가장 기초는 영역을 구성하는 거야.”
보통 결계라 함은 많은 이들이 ‘마법 방벽’을 떠올린다.
안쪽과 바깥쪽이 모두 보이지만, 바깥에서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드는 투명한 벽.
혹은 그 반대로 안쪽에서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는 게 마법 방벽이었다.
“결계가 일정 영역을 보호하거나 가두는 것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유진은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학생의 입장으로 줄리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용병들이 자주 쓰는 알람 마법이나 탐지 마법 또한 결계 마법의 일종이지.”
줄리아가 발을 한번 굴렀다.
탓.
“예를 들어 이 발을 중심으로 영역을 정해두고 그 안에 조건을 넣는 거야. 예를 들면 4m 안에 생물체가 접근하면 소리가 울린다. 내가 지정한 영역 안에서 마나가 있는 물체를 찾는다.”
“어, 잠시만, 그러면 혹시.”
“짚이는 게 있어? 내가 썼던 마법 중에서도 결계 마법이 있는데.”
“글람푸스탄에서 썼던 안개 마법도 일종의 결계를 이용한 거였구나!”
“맞아! 요 녀석, 아주 총명한데?”
줄리아는 유진의 이해력에 놀라면서 유진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줄리아는 장난스레 말하긴 했지만 유진의 직관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안개가 그 비밀공간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고 안개의 밀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거지?”
“맞아, 우리 예쁜 유진 학생.”
줄리아가 이번에는 유진의 볼을 양손으로 꾸욱 누르다가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뭐야? 꾹 참고 당해줬더니.”
“입술을 그렇게 내밀면 어떻게 해.”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더 알려주세요. 선생님.”
줄리아는 약간 발그레해진 얼굴로 무언가를 찾겠다며 나갔다.
“어디가?”
“잠시만 있어 봐.”
그러곤 금방 돌아와 보여준 것은, 빨간 풍선과 바늘이었다.
줄리아가 풍선을 푸우푸우 불더니 빵빵해진 풍선을 손 위에 올렸다.
무어라 중얼거리던 줄리아의 손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손바닥을 중심으로 풍선을 둘러싸는 투명한 구체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내.
지이잉……!
풍선은 제 몸집보다 조금 더 큰 황금빛 결계 안에 갇힌 신세가 되어있었다.
“이 정도가 아주 간단한 결계 마법이야. 어때? 멋있지?”
“오…….”
유진은 태양신교의 참모 시절에도 마법사는 꽤 보았으나, 이렇게 눈앞에서 결계를 구축하는 건 처음 보았기에 신기하단 듯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결계 마법의 원리는 아마도 공기 중에 부유하는 마나를 분자 형태로 재결합하여 형상화하는 거 같다. 육각형이 형태 유지에 가장 안정적인 구조이기 때문에 육각형을 이어 붙인 모양새이고.’
유진은 애초에 지능이 뛰어나고 관찰력이 좋아 웬만한 셈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으나, 지금과 같이 원리를 깨우치는 건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묵광 3성의 주요 효과, ‘구조의 이해’.
그 덕분이 가장 컸다.
유진은 묵광을 만들 때부터 이 능력은 마법을 배우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구조의 이해, 마법의 구조를 보는 능력. 이거…… 쓸만한데.’
간혹 마법의 신에게 재능을 선사 받은 이들이 가지고 있다는 이 능력은 가히 사기적이었다.
머릿속으로 상상해야만 하는 마법의 발현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펼치려는 마법을 전보다 훨씬 쉽게 시전할 수 있다는 걸 말했으니까.
줄리아가 함께 가져온 바늘로 결계를 쿡쿡 찔렀다.
“풍선이 절대 안 터지지? 웬만한 2성급 기사가 오러를 두른 검으로 내리쳐도 일격에는 부서지지 않는 수준이야.”
할 말을 잃은 듯 보이는 유진을 보며 줄리아가 뿌듯하단 듯 히죽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자, 이 결계의 원리와 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해줄게. 좀 어려우니까 잘 듣고 이해해봐. 일단, 공기-”
유진은 방금 스스로 정리했던 원리를 그대로 줄리아에게 말했다.
“공기에 부유하는 마나를 육각형의 형태로 형상화한다. 육각형이어야 하는 이유는 육각형이 결계를 유지하기 가장 수월한 형태이기 때문. 맞아?”
“어, 어…… 맞아……. 너, 뭐냐?”
줄리아가 황당한 표정으로 유진을 쳐다보던 중.
아직 놀라기는 이르단 듯 유진이 풍선을 둘러싼 결계 중 한 곳을 바늘로 콕 찔렀다.
그러자.
팡!
형태를 견고히 유지하던 결계가 황금빛을 발하며 공기 중에 흩어지며 풍선도 함께 터져버렸다.
줄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터져버린 풍선을 황망히 쳐다보았다.
“어떻게……! 오러라도 쓴 거야? 아니, 검으로 내리쳐도 이건 안 터지는데……?”
“오러?”
“마, 맞다. 너 오러도 봉인됐잖아!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아니, 애초에 결계의 핵을 보고 찌른 거야, 아니면 그냥 우연인 거야?”
결계의 핵.
바로 결계 마법의 특징으로, 일종의 취약점이라고 생각하면 편했다.
아무리 단단한 결계라고 하더라도 결계의 핵을 정확하게 찾아 힘을 가하면 결계가 깨어지는 원리였다.
이 역시 구조의 이해 덕분에 발달한 시각으로 꿰뚫어 볼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한 거냐고!”
“학생이자 동생한테 존댓말도 좀 써보고 해봐. 그럼 알려줄게.”
“하, 학생님…… 알려줘……요…….”
“그건 곤란해.”
유진은 줄리아에게 전부 설명할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설명해준다 해도 믿지 않을 터였고.
유진은 그냥 뭔가 거기를 건드리면 결계가 사라질 것 같았다고 둘러댔다.
“말도 안 돼…….”
줄리아는 진짜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유진을 쳐다본다.
유진의 말을 믿지 않는 줄리아는 자신의 결계가 왜 깨졌는지 고민에 빠진 눈치였다.
하지만 유진도 마냥 이 구조의 이해를 맹신할 수는 없었다.
‘줄리아가 워낙 기본적인 결계를 펼쳐서 물리력으로 깬 거지. 더 강력한 결계를 친다면 오러를 사용해야 해.’
유진의 생각에 구조의 이해에 제일 중요한 점은 마법사의 마법을 오러를 통해 간섭할 수 있다는 것.
물론 5성의 오러로 6성급 마법을 간섭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동일한 실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었다.
‘이 결계 마법을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고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진은 흐뭇한 미소를 숨길 수가 없어 잠시 입꼬리를 올렸다.
‘이왕 오러 봉인이 된 기간에 마법적 능력을 최대한 많이 끌어올려야겠어.’
어쩌면 제이드가 명한 오러 봉인이 되려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반지의 비밀을 품과 더불어 마법을 계발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줄리아는 골똘히 생각을 해보다가 유진의 미소를 보며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잘생기긴 정말 잘생겼단 말이지.’
이 녀석도 같은 마음일까?
그때, 금검이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소이다. 계속 바쁘셨는지 이제야 서신을 확인하고 늦게 답장을 주어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소.”
유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탑과의 소통으로 한창 바쁜 모양이네.’
이해를 마친 유진이 금검에게 물었다.
“언제쯤 만날 수 있으시대?”
“오늘은 안식의 날이니, 오늘도 괜찮다고는 하셨으나 공자도 쉬어야 할 테니 한, 일주일 뒤도 괜찮다고…….”
“지금 가자.”
* * *
펜첼 가문에서도 외딴 섬처럼 존재하는 뮬의 거처.
검술명가 첫째 아들의 거처인지 연금술사의 거처인지 구분이 안 가는 어지러운 공간이 펼쳐져 보였다.
유진은 안식의 날인 만큼 금검의 동행을 전제로 특별히 외출을 허가받고 뮬의 거처에 찾아왔다.
일단 방에 들어가 있으라는 말에 들어와 있던 둘은 방을 둘러보며 묘한 아늑함에 휩싸였다.
“책이 주는 안락함이 있지…….”
전생에 책에 파묻혀 십 년을 넘게 살았던 유진은 뮬의 방이 이 지경인 이유와 그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았다.
“오오, 저 책은 아주 두껍군. 흉기로도 쓰일 수 있겠소.”
금검은 신기한지 건드려보려 하지만 유진이 조심하라며 핀잔을 주던 와중이었다.
“반갑다. 유진. 아니지 조금 더 편하게 조카라고 불러도 되려나?”
“네, 반갑습니다. 첫째 삼촌. 저도 삼촌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녀석.”
뮬은 그 사이에 활력이 생겼는지 전보다 더 나아진 얼굴로 유진을 맞이했다.
아마도 약초 지대에서 들었던 유진의 조언대로 연구를 진행해보았을 것이고, 결과가 나쁘지 않았을 터다.
“유진, 내 조카. 네 성격이야 이 삼촌이 잘 알고 있으니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하마. 우선, 그때 네 조언대로 연구 재료를 달리해 보았어.”
유진이 말없이 빙그레 웃자 뮬 삼촌도 따라 빙긋 웃었다.
“결과가 아주 좋더구나. 진전이 생겼어. 감사 인사만큼은 하고 싶었다.”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에요.”
“말로 때우기는 아쉽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
유진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요. 갚으셔야죠.”
“그래, 좋다. 뭐든지 말해 보아라. 오늘 그 은혜, 확실히 갚을 테니 말이다.”
뮬은 환한 얼굴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유진은 다소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삼촌.”
“다 들어주마.”
“혹시 펜첼에서 흑룡의 피를 연구한 적이 있습니까?”
뮬의 표정이 일순 바싹 굳었다.
“……그건 왜 물어보는 거냐?”
방금 보이던 밝은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한없이 무겁되 어떻게 보면 무섭기까지 한 표정이었다.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하셨잖아요. 진심으로 궁금한 점입니다.”
“…….”
잠시 망설이던 뮬이 입을 열었다.
“그건, 펜첼의 실수이자 깊은 상처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