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4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49화(49/320)
다음 날.
유진은 숙소에서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던 중이었다.
“금검, 물.”
“여기 있소.”
“금검, 다리 좀 주물러 줄래.”
“……그럽시다.”
“금검, 물컵 좀 저리로.”
“에잇, 똥개 훈련이오?”
유진은 금검에게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다 시켰다. 그건 괜한 심술이 아니었다.
“아니, 진짜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힘들어.”
“……알겠소.”
금검은 투덜대면서도 유진이 해달라는 일은 다 들어줬다. 유진은 겉으로 보기에도 정말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왼손의 손목 부근에는 피멍이 시퍼렇게 들어 살짝만 닿아도 찌르듯이 아팠다.
온몸, 특히 왼손에 감당하기 힘든 양의 오러가 차올랐다가 사그라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벌떡!
유진이 일어났다.
“가야겠어.”
“그 몸 상태로 어디를 말이오?”
“하루를 빼 먹으면 다음 날 두 배를 더 해야 해.”
유진이 연무장으로 향하려는 것을 금검이 막아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다면서 무슨 수련을……! 가만히 있으시오! 내가 다 대신해줄 테니.”
그때였다.
똑똑.
“청소하러 왔습니다, 공자님.”
숙소 청소를 도맡은 한 하인이 문을 두드렸고, 금검이 문을 열어줬다.
“깨끗하게 부탁하오. 공자가 지금 아프니 공기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소…….”
금검은 진심으로 유진이 걱정되었는지 하인에게 진중히 부탁했다.
유진은 하인에게 말했다.
“저거, 동그란 거는 건드리지 말고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공자님!”
미스릴은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었다.
가주와의 대면 이후 뮬 삼촌에게 미스릴을 돌려주려 했지만, 뮬은 선물이라며 유진에게 미스릴을 통째로 줘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유진에게는 아주 좋은 일.
저것으로 무엇을 만들지 유진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미스릴 검? 마법을 이용할 수 있는 아티팩트? 흠……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어. 쉽사리 결정하기엔 너무 귀중한 물건이야.’
그러는 사이 하인은 청소를 마치고 유진에게 90도로 인사하며 자리를 비켰다.
“부디 몸 건강하십시오, 공자님!”
“아, 예.”
하인에게서 느껴지는 존경의 눈빛이 영 부담스럽다.
금검이 히죽 웃었다.
“인스 형제를 제압한 뒤부터는 아주 완전히 입지를 굳힌 모양새요, 공자.”
“그러면 다행이고.”
“펜첼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계자로서 어떤…… 상징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 같았소.”
“그건 좀 과한데.”
“정말이오! 시종들끼리 하는 말이 있단 말이오.”
“금검, 또 술집에 갔구나.”
“…….”
유진은 금검을 한 차례 쏘아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 되겠어. 몸이 찌뿌둥해서라도 훈련을 좀 더 해야겠다. 말리지 마.”
“어휴, 이 훈련에 미친 작자야! 좀 쉬란 말이오!”
손을 내저어 보인 유진이 금검을 뒤로한 채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마주친 펜첼의 가솔들은 한결같이 같은 반응이었다.
처음 유진이 방문했을 때와는 달리 그가 기특하다는 눈빛.
유진이 백호 기사단의 숙소 건물을 지나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시리우스가 이렇게 급격히 추락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인스 형제와의 검투가 끝난 후, 시리우스는 백호 기사단 전원과 함께 흑지와의 접경지역에 감찰을 임무로 파견될 예정이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전투 인원의 보충이었지만 사실상 좌천이나 다름없는 인사였다.
‘인스 형제는 어떤 선택을 하려나. 시리우스와 함께 갈지. 여기에 남을지 궁금하네.’
물론 시리우스가 강제로 데려간다면 녀석들도 갈 수밖에 없겠지만.
시리우스의 특성상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혹을 두 개나 달고 갈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었다.
시리우스가 전생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에 유진은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하는 사이 연무장에 도착했다.
그러자 라울러와 다른 훈련생들이 밝은 얼굴로 유진에게 다가왔다.
“야, 너 괜찮아? 상처는?”
“진짜로 너 오러 봉인을 해제한 거야……?”
“왼손 좀 봐……! 으윽, 아프겠다!”
유진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괜찮으니까 하던 거 마저 해. 에막스 교관님은 어디 계셔?”
“요즘 딱히 특별한 훈련은 안 하고 있어.”
“응? 왜?”
라울러가 히죽 웃는다.
“아마 우리 수준이 어느 정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야. 아유, 딱히 그런 것도 아닌데, 참…… 하하!”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하나도 안 겸손해 보인다.
“근데 너 아직 치료도 다 안 끝난 것 같은데, 설마 훈련하러 온 건 아니지? 그냥 우리 보러 온 거지?”
“겸사겸사.”
“크하하! 펜첼의 최고 수재가 우리를 보러온다, 이 말이군.”
라울러는 겸사겸사라는 말이 퍽 뿌듯한 것인지 크게 웃어 보였다.
인스 형제와 검투가 끝난 후에도 유진은 비슷한 일상을 유지하려 했다.
오로지 수련.
오히려 제이드의 시험을 하나 풀어내고 난 다음이었기에 조금 쉬어도 될 법했지만, 유진은 수련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게, 성장하는 재미를 근래에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봉인으로 막고 있던 오러의 양이 내가 가지고 있던 오러의 양과 비슷했다니, 이러니 내가 봉인을 풀기 어려웠지.’
물론 끝없는 시도로 오러의 댐에 미리 균열을 가게 해 놓았기에 봉인 해제에 성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스 형제와의 결투가 없었다면 이는 분명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 결투를 승낙해준 장본인이 제이드였으니.
‘제이드, 당신은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 겁니까.’
이 모든 게 제이드의 의도와 계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유진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유진이 제이드를 놀라게 한 점도 있을 터였다.
그건 바로.
‘아마도 제이드는 이 봉인을 뚫기 위해서는 내가 몇 년은 고생할 거로 생각했겠지.’
인스 형제와의 결투에서 유진이 한 방에 왼손의 봉인을 풀 거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었다.
또한.
1, 2개월도 아니고 몇 년 동안이나 유진에게 오려 봉인을 명한 이유도 충분히 예상이 갔다.
흑탑과의 분쟁이 문제였을 것.
이미 줄리아를 통해 마탑과 연결하고 있으니 흑탑에서도 이 일의 중심에는 유진이 있다는 것을 들었을 것이다.
‘오러 봉인이라는 처벌은 포장이고 실상은 흑탑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함도 있었겠지.’
현재 유진에게 펜첼은 어느 곳보다도 안전한 곳이었다.
어떠한 세력도 펜첼 안에 있는 유진을 해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그에 따라 유진은 오러를 맘 놓고 연공할 수 있다는 말.
유진이 오른팔의 봉인으로 시선을 돌렸다.
‘인스 형제와 싸우면서 오른손의 댐에도 균열이 많이 갔어.’
이번 봉인을 풀면 얼마나 강해질지 잔뜩 기대가 되었다.
“이제 자리로 돌아가, 나는 3층에서 혼자 수련할 거니까.”
“그래, 유진 로베르께서 혼자가 편하면 그렇게 하셔야지! 아, 근데 엘도라는 왜 저렇게 뚱한 표정으로 있는 거야? 한번 보러 오지.”
라울러가 엘도라를 보며 툴툴거렸다.
유진도 엘도라의 반응이 조금 의아했다.
‘전부터 날 쳐다보는 표정이 복잡하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가.’
할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
유진이 녀석들을 뒤로하고 연무장 3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6시간이 넘는 체력 훈련과 더불어 기본 검술을 닦고 또 닦는 과정을 거쳤다.
그사이 다른 훈련생들은 유진에게 ‘언제까지 할 거냐’라는 질문을 하려 3층에 올라왔다가, 연무장을 가득 메운 열기에 놀라 도로 내려가 버렸다.
유진이 뻘뻘 흘린 땀을 닦아내며 피멍이 든 왼손을 털며 심호흡을 내쉬던 차였다.
“유진 로베르, 여기 있었…… 어휴, 무슨…… 왜 이렇게 더워, 여기?”
에막스 교관이 찾아와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교관님.”
“너, 몸은 다 낫고 수련 중인 게냐?”
“뭐, 대충요. 몸이 뻐근해서 못 견디겠더라고요.”
“……지독하구나, 정말.”
에막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진을 내심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냉혹하고 딱딱하던 에막스 교관도 태도가 묘하게 바뀐 눈치였다.
유진도 그 시선을 느꼈지만, 모르는 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흠흠, 아, 클라크 경이 널 찾으신다. 여기는 내가 정리할 테니 어서 가보도록 해라.”
유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현무 기사단을 징계에 든 건으로 인하여 부르는 건가? 아니, 그러려면 진즉에 불러야 했어.’
유진은 클라크가 남 탓을 할 인물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혹여나 적대세력으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웬만한 정치싸움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금검이 말하고, 에막스가 보이는 태도만 보아도 유진은 이 펜첼에서 본인의 자리를 마련한 상태였으니까.
* * *
클라크의 집무실.
“반갑구나.”
클라크가 밝은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펜첼의 설산 햇빛에 거뭇하게 탄 얼굴이었다. 그 사이에 제이드가 명한 지옥훈련에 단단히 시달린 모양이었다.
유진은 약간 애매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클라크가 이렇게 제 집무실까지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타이밍상 무슨 일로 부른 건지 전혀 예상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클라크가 피곤한지 마른세수를 하며 자리를 권했다.
“앉아라, 혹여 너를 탓할 의도로 부른 건 아니니 오해 말고. 다만, 안 본 사이에 또 거하게 사고를 쳤더구나.”
하하!
유진의 의문을 풀어준 클라크가 호탕하게 웃었다.
“사고라면 사고네요. 인스 형제가 다쳤으니까요.”
“그거야 심각하지 않다고 들었다. 그러니 너는 큰일을 해낸 거지.”
오러 봉인의 해제를 말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정말 유진에게 안 좋은 말을 하러 온 것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유진이 긴장을 풀고 있을 때, 클라크가 말했다.
“사실 용건은 딱히 없고, 혹시 우리 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지 않겠느냐?”
“예?”
“삼촌으로서 식사를 대접한 적도 없고, 항상 아쉬웠단다.”
유진은 내심 클라크의 속내를 알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엘도라의 표정도 그렇고, 클라크 삼촌이 이렇게 나오는 것도 그렇고, 뭔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 것 같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협상을 통해 본인 또한 얻어낼 것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로베르가의 피가 손끝부터 발끝까지 도는 게 느껴진다.
명검 수집가로 알려진 클라크의 집은 언젠가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유진이 괜한 의심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가면 될까요?”
“한, 일주일 뒤쯤?”
“네, 좋습니다.
* * *
일주일 뒤.
시리우스와 백호 기사단 전원, 그리고 인스 형제는 짐을 싸 들고 흑지의 접경지 근처에 다다르고 있었다.
제이드의 명을 받아 흑지의 접경지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는 길 내내 백호 기사단원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로 있어야만 했다.
“빨리빨리 안 움직여!”
“예……! 알겠습니다!”
“시원찮으면 목을 베어버릴 것이니 똑바로 움직이란 말이다!”
“예, 예!”
시리우스는 마차 안에서 화가 잔뜩 난 채로 마부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그가 화나 있는 까닭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빌어먹을 놈, 빌어먹을 놈들.’
한 놈은 유진을 말하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인스 형제를 말하는 것이었다.
시리우스는 유진이 인스 형제를 이기는 바람에 자신과 백호 기사단이 좌천당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유진이 한 것이라곤 시리우스의 아동학대를 밝힌 것뿐이었다.
그저 분을 못 이기는 이 상황을 유진에게 몰아 화풀이할 뿐.
인스 형제는 시리우스의 옆에 앉아있으면서 시리우스의 분노를 그대로 목격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보통 때라면 겁에 질린 얼굴이거나, 시리우스의 화를 감당하지 못하여 눈물을 흘려야 했음에도 말이다.
‘이 자식들, 분명 해독을 했는데도 다른 녀석들이 된 것 같잖아. 왜 이러지?’
시리우스는 인스 형제를 쏘아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아들이라고 데려오긴 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볼 때마다 불쾌했다.
줄기차게 달리던 마차가 서서히 멈춰 섰다.
“도착했습니다, 나으리!”
“짐이나 내려! ……아인스, 제인스, 너희도 내려라.”
시리우스가 두 형제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
“…….”
인스 형제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정면만 응시할 따름이었다.
“뭐 하는 거냐? 내리래도!”
시리우스가 다시 한번 윽박을 질렀다.
그때였다.
제인스의 입이 열렸다.
“아버지. 저희는.”
“너희는 뭐? 다 도착했으니 빨리 내-”
“저희는 돌아가겠습니다.”
시리우스가 멍한 표정으로 인스 형제를 응시하는 와중, 아인스도 용기를 내서 말했다.
“저희도…… 저희의 인생을 살고 싶어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네, 네놈들, 그 말을 주워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주워 담을 생각 없습니다.”
제인스가 형으로서 책임감을 느꼈는지 한 마디를 더했다.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이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저희는 저희 길을 가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아인스와 제인스가 마부에게 말했다.
“펜첼로 돌아가 주세요, 아저씨.”
“에? 아, 아니…… 그건…….”
마부는 평소와 달리 시리우스에게 말대꾸를 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인스 형제의 모습에 놀란 표정이 되었다.
‘공자님들이 달라지셨다. 시리우스 경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 하셨던 분들인데…….’
하지만 그렇다고 시리우스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차를 돌릴 수는 없는 노릇.
마부가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시리우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는 인스 형제를 베어버릴까 생각하다가.
이내 분을 삭였다.
“……너희는 오늘부터 아버지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는 말이냐?”
“…….”
두 형제는 아무 말을 않고 있다가.
시리우스를 향해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시리우스는 할 말을 잃은 얼굴로 인스 형제를 멍하니 바라보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마부에게 말했다.
“가라.”
“예……?”
“이 쓸모없는 놈들, 데리고 꺼지래도! 말귀를 못 알아먹나?”
“알겠습니다……!”
시리우스는 펜첼 쪽으로 돌아가는 마차의 뒷모습에 살기를 띤 눈동자를 떴다.
그리고.
인스 형제들은 마차 안에서 심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형, 앞으로 어떡하지?”
시리우스 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반항을 한 셈이었으니, 얼떨떨한 감정과 두려운 감정이 동시에 밀려들어 왔다.
“우선…….”
아인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유진이 아버지에게서, 아니, 흑룡의 피에서 우릴 구해줬으니 은혜를 갚자.”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