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5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54화(54/320)
유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부단장의 표정이 굳었다.
“……?”
“인원이 많은 건 장점이라기보다는 그저 특징 같은데요. 오히려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은 저에게 방해가 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는 제가 뭘 배우고 뭘 얻을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뒤에 장점을…….”
“최고의 장비야 뭐…… 저희 집이 로베르인데…… 뭐하러 어필을 한 건지 모르겠네요.”
부단장의 얼굴이 서서히 빨개졌다.
“마지막으로 명예, 그거는 저는 딱히 관심 없습니다. 제 인생 계획에 높은 명예는 없어서요. 딱히 구미가 당기진 않네요. 시리우스 경이 단장인 것 빼고는…… 또 있나요?”
부단장의 날카로운 눈매가 순식간에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민망함에 눈썹이 꿈틀댄다.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뮬이 선수를 챘다.
“청룡은 유진 로베르 훈련생이 세운 공을 기억하고 있다. 글람푸스탄부터 흑룡의 피까지. 그런 점을 바탕으로 청룡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말하지.”
“예.”
“우리가 인지하는 유진 로베르 훈련생은 명예보다는 자신의 뜻을 이루고 그 길에 있는 장애물을 넘어서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맞나?”
유진이 뮬의 질문을 들으면서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뮬 삼촌이 역시, 말을 잘해. 장난이 아니야.’
뮬은 먼저 유진의 특징을 상세히 짚으며 질문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었다.
이러한 화법은 설득이라는 목적의 초석을 다지는 좋은 방법이었다.
물론 유진은 이런 설득의 기술을 진즉 깨달았기에 뮬의 수가 모두 보였지만 말이다.
“맞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간단하게 말하지. 그런 면에서 우리 청룡은 흑지 침투에 초기를 걷고 있는 만큼, 유진 로베르 훈련생의 흥미를 채우고 무력적, 정신적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뮬은 아주 짧게 장점을 어필하고 자리에 앉았다.
깔끔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현시점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기사단이자 미래의 펜첼을 이끌어 가리라는 자신감과 패기가 엿보였다.
“최근 청룡이 가장 눈에 띄기는 하지.”
“뮬 경이 몇 년 사이에 저렇게 건강해지셔서 단장 자리를 굳건히 지킬 줄 누가 알았겠어?”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
유진은 뮬이 그사이에 펜첼인이 다 됐구나 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탑과의 연합은 청룡 기사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뮬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의 시선이 클라크에게로 돌아갔다.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과식을 하면 속이 불편하고, 체하기 마련임을 유진 훈련생은 알고 있을 것이다.”
클라크는 엉뚱한 주제로 시작해서 하나의 명료한 주장으로 끝맺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유진은 단박에 클라크의 특징을 꿰면서 옅게 웃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미소를 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현무는 유진 로베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
대연무장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 졌다.
유진도 클라크의 방향 전환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런 말로 좌중의 시선을 끄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촉발되는 참.
클라크가 빙그레 웃었다.
“다만, 유진 로베르라는 인간이 현무를 이용한다면, 펜첼 내부에서 일어나는 기초적인 사건의 처리부터 흑지의 침투에서 궤멸까지, 모든 과정을 밟게 될 것이다.”
좌중은 클라크가 처음에 꺼낸 과식에 대한 주제와 지금의 말이 무슨 연관인지 파악하지 못하다가,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먹이지 않는다. 기초부터 차근차근히, 하지만 모든 식사가 끝나 최고의 기사가 되는 그날까지 유진 훈련생을 책임지리라 약속한다.”
뮬과는 또 다르게 책임감이라는 능력을 뽐내는 클라크의 모습에 유진이 새삼스레 감탄했다.
‘비록 현무 기사단의 허점을 보긴 봤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되어있네.’
현무 단원들은 2년 전, 글람푸스탄에서 보였던 그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신중함과 예리함이 공존하는 눈빛.
뿌리부터 아주 깊어 절대로 뽑히지 않을 것 같은 기세의 단단함이 엿보였다.
“감사합니다.”
진심과 내용까지, 알찬 어필을 마친 클라크가 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 주작의 차례였다.
주작기사단장은 아직도 공석이었기에 부단장이 일어섰다.
그는 나이가 지긋한 노기사로, 나이로는 릴리안보다 많고 실력이 떨어지지만.
‘경험과 현명함이 무기인 사람이었지. 어머니의 결혼으로 인한 단장 직위 포기를 존중하고 마지막까지 단장 자리를 비워둘 정도로 의리도 있고.’
유진이 주작의 부단장을 응시했다.
푸근한 인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송곳 같은 판단력이 있어 보였다. 유진의 눈에는 그게 보였다.
그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작은 최약체요.”
좌중이 적막에 잠겼다.
최약체라는 말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면서도 한심하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어필하랬더니, 주작 아니랄까 봐 약한 모습부터 보이는군.”
“쉿! 조용히 하게……!”
유진은 그 말들을 무시하며 노기사의 말에 귀 기울였다.
“인원도 기사단 중 가장 적으며, 단장 자리도 공석이오. 하지만.”
그의 눈빛이 단단하게 빛났다.
“이러한 편제로 인해서 주작 기사단은 다양한 임무에 협업을 하고 있소.”
“우리는 청룡의 성장 가능성을 지녔고, 백호의 강맹함을 속에 감추고 있으며, 현무의 책임감을 지니고 있소이다. 닦이지 않은 원석이라 볼 수 있지.”
자기들 스스로를 저평가하는 듯했으나, 그 뒤에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노기사가 릴리안이 있는 좌석에 시선을 한 번 던졌다.
“우리 주작은 머지않아 대륙 최고의 기사단이 될 것이오.”
그 말을 누구는 비웃고, 누구는 고개를 저었지만.
유진은 노기사 부단장의 말에서 한 줄기 빛을 보았다.
“한 곳에 매몰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원한다면, 주작으로 오시오.”
유진도 주작 기사단이 최약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임무달성률도 가장 낮고 무력 수준도 다른 기사단에 비해 뒤처졌다.
게다가 주작 단원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좋게 말하면 자유롭게, 나쁘게 말하면 껄렁껄렁한 태도였다.
‘그럼에도 고민은 해 봐야겠지.’
유진은 노기사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옆 아이들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았다.
엘도라, 라울러, 인스 형제가 기사단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기 바빴다.
기사단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굳이 물은 이유는.
‘잘 들었지? 참고해라, 얘들아.’
유진이 정보를 얻고자 함도 있었지만, 이는 동기들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각자에게 어울리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 무조건 멋있어 보이는 데만 고수하지 말고.’
릴리안과 라울러의 동생, 금검…….
모든 이들이 유진의 선택을 기다렸다.
“유진 로베르 훈련생은 이제 기사단을 선택하십시오.”
에막스의 요청에, 유진이 입을 열었다.
“주작 기사단을 선택하겠습니다.”
“……!”
“그리고 이 자리에서 선언하려고 합니다. 저는 주작 기사단을 3년 안에 네 기사단 중 최강의 기사단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유진의 대담한 발언에 다시 한번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주작? 주작이라고 했어?”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게다가 3년 만에 주작을 최고로 만들어 놓겠다고?”
클라크도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내 여동생의 아들 아니랄까 봐, 하하.’
* * *
유진의 선택 이후 다소 진정된 분위기가 되었다.
주작 기사단 단원들은 유진의 선택에 뛸 듯이 반가웠으나 내색하지 않고 미소를 삼켰다.
그가 선언 후 자리에 앉자 엘도라와 라울러, 그리고 인스 형제가 차례대로 일어섰다.
“엘도라 펜첼 훈련생은 기사단을 선택해 주시길 바랍니다.”
에막스의 지시에 따라 엘도라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나는 현무야. 현무를 택해야 해.’
분명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유진과 기사단장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나서 묘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유진의 배려가 엘도라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녀도 유진과 마찬가지로 네 기사단 모두에게 스카웃 제의를 받았기에 선택권이 넓은 상황.
‘아버지의 아래에서 실속있고 편하게 기사단 생활을 하느냐, 아니면…….’
그때, 엘도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 클라크가 슬며시 웃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귓가에 전음이 들려왔다.
-딸, 마음 가는대로 해.
클라크의 전음을 듣고 움찔한 엘도라는, 선택했다.
“저는…….”
그녀가 클라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역시, 아버지 아래에서 배우는 게 낫겠지.”
“이변은 없구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와중.
엘도라는 클라크의 앞에 서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고는, 방향을 틀었다.
주작 기사단이 있는 쪽으로.
“어……?”
“뭐, 뭐야?”
장내가 크게 소란스러워졌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작의 노기사 부단장에게로 가 악수를 청했다.
그 역시도 엘도라의 선택이 의외였는지 약간 당황한 눈치였다.
엘도라에게 스카웃 제의를 하긴 했지만, 솔직히 가능성이 없을 걸 알았기에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엘도라에게는 제의만 했지 따로 선물을 보내지도 않았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감스탄 부단장님.”
“어…… 어째서…….”
주작의 부단장, 감스탄은 엘도라의 선택이 아직도 얼떨떨한지 악수를 받으면서도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빙긋.
엘도라는 나중에 말하자는 듯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옆으로 도열해 있던 주작 단원들도 서로를 쳐다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유진이 주작에 들어왔다는 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사단 선택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이기에 충분한 고려를 해야 했다.
그런데 엘도라가 주작을 택했다?
“유진에 엘도라까지, 신참 복 터졌구만!”
“하하!”
일단 기뻐할 일이었다.
주작 단원들이 이제는 흘러나오는 미소를 주체할 수 없어 입꼬리를 올리던 와중이었다.
“라울러 펜첼 훈련생은 기사단을 선택-”
라울러는 에막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발걸음을 옮겼다.
관중석에 나란히 앉아있던 릴리안과 라울러의 여동생, 아일러도 그 모습을 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일러, 오빠는 어디로 갈 것 같니?”
“오빠는 청룡과 현무, 주작에게서 제안을 받았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직계와 방계의 차별이 가장 적은 청룡일 가능성이 가장 높겠죠.”
“역시 그렇겠지?”
“하지만.”
아일러가 빙긋 웃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고, 오빠는 주작 기사단을 선택할 거예요.”
“응? 이유가 뭘까?”
“오빠는 항상 유진 공자님과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했었거든요.”
그 말마따나.
라울러의 방향은 청룡이 아닌, 주작을 향하고 있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주작 단원들은 연속으로 세 번이나 선택을 받자 되려 당황한 안색으로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다.
“이거, 뭐, 몰래 이벤트 같은 건가?”
“장난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들 입장에서 라울러의 선택이 더욱 반가운 이유가 있었다.
감스탄의 말대로 주작은 다양한 임무에 협업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대행할 때가 많고, 생소한 지역에 투입되거나 신분을 감춰야 하는 일도 많은 것이다.
“저 친구, 창을 쓴다고 하던데, 맞지?”
“그래, 창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잖아.”
그런데 라울러는 검과 창을 모두 쓸 수 있는 유연함이 있으니, 이 점을 활용하여 펜첼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여러 작전에 투입될 여지가 많은 것이다.
주작 기사단은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보통 다른 기사단 같으면 선택을 받아도 품위를 지키려 덤덤한 척을 하거나 신참을 모질게 굴릴 생각에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를 굴리곤 하는데.
“감스탄 부단장님, 저희 경사 났습니다.”
“나도 기쁜 건 매한가지이나, 일단 모두 자중하게.”
“예……!”
주작은 밝게 웃으며 순수히 기뻐하고 있었다.
유진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잘 선택한 것 같다. 겉치레에 신경 쓰기보다 솔직한 사람들이 진국이니까.’
그리고 마지막.
인스 형제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서로 다른 기사단을 갈 수도 있지만 합격술이 유명한 인스 형제이기에 같이 가는 것을 허락한 상태.
그런데 인스 형제가 들어서자 백호 기사단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유진이 갸웃거리는 와중, 인스 형제가 발을 떼던 때였다.
“단장님의 명으로 저희 백호 기사단은 인스 형제에게 했던 스카웃 제안을 철회하겠습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