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5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55화(55/320)
사람들이 술렁였다.
“흑룡의 피 이후로 정말 부자지간이 안 좋다고 하더니 정말로…….”
“아예 관계를 끊었다는 소문도 있어.”
모두가 인스 형제를 보며 안타깝다는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정작 인스 형제는 덤덤한 표정이었다.
“어차피 백호로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
백호의 부단장이 예상치 못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항상 마냥 애 같던 인스 형제들이 어느새 어른이 다 되어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니.
“……알겠다.”
부단장은 머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고, 인스 형제는 곧바로.
“또 주작!”
“주작에 뭐 있나, 오늘?”
주작 기사단쪽으로 걸어가 감스탄과 악수를 나눴다.
“크하하!”
“잘 왔네, 쌍둥이 형제!”
주작 기사단 단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나머지 세 기사단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아쉬움과 더불어 전혀 경쟁상대로 보지 않던 주작에 대한 시기가 담겨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데의 중심에는 단 한 사람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건 누구나가 알고 있었다.
유진.
“유진 공자가 주작에 복덩어리 역할을 한 셈이구먼.”
사람들도 유진에게 시선을 고정했고.
“유진 오빠가 없었더라면, 저희 오빠는 여지껏 맞지 않는 무기를 쥐고 엉뚱한 기사단에 들어가 생고생을 했을 거예요.”
아일러도 빙긋 미소지었으며.
“……아들.”
릴리안도 제 아들을 보며 감격에 찬 표정을 띄웠다.
유진의 말에는 묘한 신비함이 있었다.
앞으로 주작 기사단이 최정상으로 치고 올라올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아들, 내가 이루지 못한 일을 네가 이뤄줬으면 좋겠구나.’
* * *
펜첼 최강의 무인.
제이드는 기사단 지명식이 있을 시기에 대륙의 최상단의 북부 지역, ‘칼리스’에 있었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최근 흉흉해진 몬스터들의 준동으로 인해서였다.
칼리스의 특징은, 사무치게 시린 온도와 거센 바람이었다. 펜첼도 시린 칼바람이 불어온다고 하지만, 칼리스는 차원이 달랐다.
민간인은 애초에 들어오지도 않으며 제대로 된 방한 장비를 걸치더라도 몇 시간 만에 동사에 이를 정도로 혹독한 환경.
게다가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몬스터들은 강맹하기 그지없었기에 대륙에서도 최악의 금지를 뽑을 때 세 손가락 안에 꼽히기 일쑤였다.
물론 제이드는 달랐다.
후릅.
회색 벽돌로 튼튼하게 지어진 숙소 안에서 제이드가 뒷짐을 진 채 뜨거운 차를 홀짝였다.
북벽.
그 이명답게, 제이드는 자신의 직속 기사들인 북벽대와 함께 이곳을 정복하는 와중이었다.
“가주님, 지명식 정보를 전달드리겠습니다.”
펜첼에서부터 북벽대원이 제이드를 찾아왔다.
“우선, 가장 궁금해하실 유진 로베르 훈련생의 소식부터…….”
“주작에서는 많은 걸 배울 수 있겠지. 현명한 선택이다.”
북벽대원이 유진이 주작 기사단을 선택했다는 말을 하기 전에 제이드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에 북벽대원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 어떻게…….”
“그 아이라면 주작이 가장 어울리니까. 많은 경험과 성과를 올리기에는 적합할 것이다.”
제이드는 놀라지 않았으며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사자의 시험 때도 일부러 힘든 길을 선택하며 본인의 성장을 중시했던 녀석이니 말이다.
주작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과 성과를 보여주기 충분할 것이다.
‘유진의 생각과 가주님의 생각이 완벽히 일치한다. 과연…….’
북벽대원은 상념을 갈무리하고 마저 보고를 이었다.
“그리고 엘도라와 라울러, 인스 형제는…….”
“모두 주작을 택했겠군.”
“맞습니다.”
이 또한 얼추 그려지는 상황이었다.
유진이 주작을 택했다는 것에서 착안한 유추인 것이다.
다만.
“인스 형제는.”
“시리우스 경께서 인스 형제에게 했던 스카웃 제안을 물린다고 하셨습니다.”
“…….”
제이드의 입장에서 시리우스는 아주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흑룡의 피 사건은 그 줄타기에서 떨어진 대표적인 사건.
제 아들이긴 하지만, 시리우스의 행동은 그렇게 이성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만약을 위해 준비해둔 것이 있지만…….’
제이드가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숙소 바깥에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제이드가 검을 챙기며 일어섰다.
“아, 이걸 깜빡했군. 성장한 자에게는 보상이 따라야겠지.”
그가 잠시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바로 손바닥만 한 유리병. 그 안에는 검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이걸 유진에게 건네주거라.”
“알겠습니다.”
제이드가 ‘보상’이라고 칭하는 물건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이게 뭐에 쓰는 물인지 북벽대원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참아냈다.
휘이이잉!
문을 열자 칼바람이 몰아친다.
사방에서 제이드의 숙소를 향해 달려오는 수십 마리의 거대 곰들.
은빛 털을 뽐내는 생김새를 가졌지만, 그 크기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커다란 마수들이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마치 하나의 성채와 같은 크기를 가진 대장 격 마수가 보였다.
제이드가 거대한 오러소드를 뽑아 놈들을 향해 걸어갔다.
* * *
지명식이 끝나고 하루가 지났다.
유진은 아직 훈련생으로 남은 동기들에게 다시 보자며 헤어지고는, 라울러를 포함한 일행과 한 곳으로 향했다.
주작 기사단의 본관이었다.
“따라오십시오.”
안내를 맡은 인물은 주작 기사단의 막내이자 유진 일행의 사수가 될 발란트였다.
유진은 발란트를 보며 신기한 인상을 받았다.
‘그때, 어머니의 안부를 물어볼 때는 영락없는 부끄럼쟁이더니, 지금은 되게 리더다운 모습이네.’
과연 펜첼의 기사단원이라는 건가.
발란트는 유진 일행을 이끌며 조용히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에는 묘한 책임감과 기세가 어려있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보던 라울러가 유진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훈련생 때보다 기사단이 직계와 방계 간의 차별이 더 심하다던데, 이거,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냐?”
훈련생은 다 같이 훈련을 겪으며 동지애가 생기지만, 기사단은 들어갈 때부터 위계질서가 있기에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했다.
“선택할 때는 대담하더니 막상 지금은 후회돼?”
“야, 후회는. 그냥…… 물어보는 거지…….”
라울러의 안색이 점점 안 좋아진다.
그 말을 들었는지, 발란트가 라울러를 흘깃 쳐다보았다.
“어느 정도 위계가 있긴 하겠지만,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아, 예……!”
라울러가 어쩔 줄 모르겠단 표정으로 머리를 꾸벅 숙이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벌써 안 좋은 이미지로 찍혔나 봐…… 하…….”
“형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득이야. 굳이 지금 그런 말을 왜 꺼내서.”
“꿰매버릴까. 이 뚫린 입! 입! 바늘 있냐?”
“그딴 거 없으니까 호들갑 좀 그만 떨어!”
탓.
어느새 도착한 주작 기사단 전용 숙소와 연무장이 보였다.
“음……!”
인스 형제가 건물 외관을 보며 감탄을 흘렸다.
가문의 지원이 제일 미약한 곳이라 하여 건물도 허름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깨끗했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
현수막이었다.
– (축) 주작 기사단 입단을 축하합니다. –
유진과 일행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현수막까지, 오…….”
“뭔가…… 느낌이…… 싸한데.”
입구에서부터 묘하게 들떠있는 느낌이랄까?
이들을 인도하던 발란트는 현수막이 부끄러운지 그저 헛기침만 하고 있다.
물론 환영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드르륵.
본관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자.
팡! 파방!
주작 기사단의 부단장을 비롯해 선임기사단원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이들을 맞이했다.
“모두 환영한다, 어서 들어와라!”
“그래,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신입이다! 신입!”
각자 희한한 디자인의 고깔모자를 쓰고 꽃종이를 날리며 난리법석이었다.
심지어는 눈시울이 붉어진 기사들도 간혹 보였다.
“드디어 우리에게도 신입이 들어왔어…….”
“주작에게도 이런 날이…….”
유진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그 어느 때보다도 누군가를 경계심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위, 위험하다……!’
뿌뿌뿌!
흥분한 기사단원들이 유진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날아오를.”
“잠깐만요.”
“준비는.”
“뭐, 뭘 날아올라……!”
“되었는가?”
그리곤 손수 고깔모자를 유진과 일행들에게 씌워주었다.
‘나…… 잘못 선택한 것 같다.’
* * *
주작 기사단의 다소 과한 입단식이 끝나고.
유진 일행은 주작 기사단의 연무장, 남관에 도착했다.
남관은 주작 기사단의 위치가 펜첼 본성을 기준으로 남쪽에 위치해 있기에 지어진 이름이었다.
처음 온 이들인 만큼, 지금부터는 발란트가 아닌 감스탄 부단장이 소개를 시켜주기로 했다.
“앞으로 수련은 이곳에서 하면 된다. 궁금한 점 있는가?”
“기존 기사단원들과 함께 사용합니까?”
“그렇다. 신입들이 수련을 하러 오면 잘 알려줄 거다. 우리는 하나의 기사단이니까.”
그가 유진 외에 다른 녀석들을 훑어보았다.
“자네들은 질문 없나?”
“어, 없습니다.”
여유로운 유진과 다르게 다른 동기들은 다소 얼은 듯한 모습이었다.
격한 환영식이 있었기 때문일까, 이곳에서부터는 정말로 제대로 된 기사로서의 생활을 하게 될 것이란 부담이 드는 모양이었다.
엘도라 또한 초반에는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막상 주작 기사단을 만나니 조금 긴장한 표정이다.
“첫날이니 훈련부터 하는 것보다, 앞으로 기사단으로서 무얼 갖추어야 하는지부터 차근차근히 알려주겠다.”
“예,”
“예전부터 그랬지만, 우리는 겸양과 유연함이 주된 무기이다.”
감스탄이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이었다.
“겸손한 자는 방심하지 않고, 유연하다면 부러지지 않지. 그것이 주작의 참된 태도이자 장점이다.”
유진은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가볍게 혀를 찼다.
‘겸손하려면 성과가 있어야 겸손을 할 수 있는 거고, 유연하기만 하면 늘 휘청거리기만 할 뿐이다. 주작이 갖춰야 할 건 자신감과 굳센 정신이야.’
벌써부터 고쳐야 할 점이 하나둘씩 보인다.
그들의 성과 부진에는 분명 릴리안의 부재가 있었겠지만.
‘겸양이 덕목이라는 이념과 더불어 단장 자리가 비어버리니 이는 겸손한 데에서 그치지 않고 완전히 기가 죽어버리는 거지.’
유진이 선언한 대로 앞으로 주작은 최고의 기사단이 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생각이 자연스레 들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이어진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알려준 감스탄이 장비에 대해서 설명했다.
“훈련생 때는 개인의 검을 소지하기 어렵지만, 기사단에서는 각자 검을 소지할 수 있다.”
절차는 부단장인 감스탄에게 보고를 올린다.
이후 펜첼 소속의 대장장이가 만들 수도 있으며 본래 가지고 있던 검을 보고한 후에 사용해도 되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방어구.
“임무에 따라서 복장의 자유도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작 기사단만의 복장이 있다.”
이 부분은 본인의 치수를 알려주면 개인별로 나눠줄 것이었다.
그 외에도 본인만의 장비가 있다면 전부 보고 후에 사용 가능.
설명을 듣던 라울러가 질문했다.
“그, 부단장님.”
“질문이 있나?”
“개인 장비로 창을 신청하거나 보고해도 됩니까?”
잠시 생각하던 감스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나는 병기에는 우위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루는 이가 중요한 것이지. 앞으로도 창을 수련한다면 나를 찾아와도 좋다. 나도 창을 꽤 다루는 편이니까.”
“감사합니다!”
라울러는 편견이 없는 부단장의 말에 꽤나 감격한 듯했다.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유진에게 배우는 것도 좋지만 나중에 부단장님께도 한번 조언을 구해봐야겠어.’
유진은 부단장이 말하는 ‘유연함’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당장 감스탄의 손만 봐도 그랬다.
‘검, 창, 활까지? 다양한 무기를 다뤄왔다는 게 눈에 보여.’
검을 다룰 때 생기는 굳은살.
창을 다룰 때 세지는 근육.
활을 다룰 때 남는 팔 안쪽의 흔적까지.
유진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무기를 직접 익혔기에 이러한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유진이 부단장을 보는 사이 부단장 또한 유진의 손을 보았다.
‘글람푸스탄 때 비도를 사용했다는 보고가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진짜였군.’
부단장 또한 유진이 다양한 무기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을 임무 보고와 훈련 교관이었던 에막스를 통해 들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응……? 왼손까지?’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