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5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56화(56/320)
단련된 기성 기사들이라 하더라도 주로 병기를 다루는 오른손과 왼손이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진은 양손이 고루 발달한 상태였다.
‘허, 설마, 양손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건가.’
감스탄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설명은 여기까지다. 주작 기사단이 사용하는 검법과 보법, 그리고 여러 명이 모여 펼치는 검진은 차차 알려주겠다. 용건이 있는 사람은 남아라.”
라울러가 부단장에게 원하는 창의 모양새를 보고하는 사이.
인스 형제도 그 뒤에 섰다. 아마 검 제작을 부탁하려는 것 같았다.
유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시리우스라면 인스 형제에게 명검을 주는 것은 일도 아닐 텐데……. 정말 연을 끊었다는 건가.’
기뻐해야 하는 건가, 딱하게 여겨야 하는 건가.
엘도라는 클라크에게 받기로 한 명검이 있는지 유진과 함께 돌아섰다.
연무장을 나가 숙소로 돌아가려던 유진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조금 전까지 길 안내를 맡았던 발란트였다.
“크흠. 큼, 유진 로베르?”
“예, 선배님. 더 알려주실 게 있습니까?”
발란트는 선배님이라는 말 때문인지, 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자신 아래로 후배가 없었기에 선배 소리를 듣는 게 행복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내 얼굴을 굳히며 다소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앞으로 신입 5명의 사수는 자신이니 자잘한 보고사항들은 나에게 말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음…… 그리고, 그…….”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지 발란트가 입술을 달싹이자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선배님, 용건이 더 있으십니까?”
“그게…… 큼, 아니다! 내일 보자.”
유진은 뒤돌아서 가는 발란트를 보며 엘도라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왜 저러시는 줄 아냐?”
“모르겠는데…….”
어깨를 으쓱인 유진은 조금 전 감스탄의 설명을 되짚었다.
개인 장비.
개인 장비하니 떠오르는 물건이 있었으니, 미스릴이었다.
‘미스릴로 그걸 만들려면 뛰어난 마도구 제작가가 필요한데…….’
뮬에게 받았던 미스릴로 무엇을 만들지 1년이라는 긴 폐관 수련 시간 동안 고민했던 유진은 이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기로 했다.
* * *
그날 밤.
유진의 거처 근처에서 릴리안이 유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교지 전방으로 좌천을 당했기에 릴리안은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펜첼에 들를 수 있었다.
“우리 아들, 언제 다 키워서 혼자 다니게 하나, 했는데…….”
“아직 더 클 거에요.”
“기특하다, 유진.”
릴리안은 몇 년 사이에 훌쩍 커버린 유진을 보며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그동안 자주 보지도 못했으니 둘은 어색할 법도 했지만.
‘전생에서도 10년 넘게 떨어져 지낸 엄마라 그런가, 언제 봐도 반갑네.’
릴리안은 제 아들의 손을 꼭 잡고 펜첼의 넓고 커다란 산책로를 거닐었다.
“아버지는 잘 계시죠?”
“네 아빠? 맨날 투정이다. 언제 내 아들 보나, 하면서. 그 양반이 한번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둘의 앞에 펜첼의 광장이 나타났다.
드넓은 광장은 힘껏 달려나가고픈 욕구가 절로 들 만큼 쾌적하고 잘 닦여있었다.
“유진, 이제 이걸 알려줄 때가 된 것 같네. 따라와 보렴.”
릴리안이 발에 오러를 두르고 달려나갔다.
파앗!
매우 빠른 속도.
“……!”
유진은 저 기술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경신보!’
이는 전생에서도 고성급의 기사들이 전장을 가로질러 대군을 이끌 때 보던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제 어머니가 경신보를 밟는 것은 처음 보았다.
물론 경신보보다도 더 뛰어난 보법이 있었지만, 릴리안은 유진에게 기초적인 보법부터 알려주려는 의도 같았다.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
앞으로 가던 릴리안이 소리쳤다.
하지만.
타닷!
유진은 그간 오러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져 있었고, 폐관 수련을 하며 몸의 탁기가 모두 빠져나간 상태였다.
덕분에 유진은 릴리안의 발끝에서 퍼져나가는 오러의 흐름을 기민하게 느꼈고, 곧바로 따라 할 수 있었다.
부웅……!
어느샌가 유진은 경신보를 흉내내어 릴리안의 바로 뒤에 도착했다.
그에 릴리안이 점점 출력을 올렸음에도.
“내 아들, 대단한데!”
“후우!”
어떻게 해서든 따라오는 유진이 기특했다.
그렇게 모자간의 산책이라기엔 둘은 격하게 움직였다.
탓.
도중, 릴리안이 한적한 숲속에서 걸음을 멈춰 유진에게 대뜸 물었다.
“유진, 너는 주작 기사단을 고른 걸 후회하진 않니?”
“후우! 후회요? 없습니다.”
“그 녀석들, 너무 무른 것 같지 않았니? 기사라기보다는, 영지민들처럼 너무 순수하달까.”
“그런 면도 있긴 하지만, 전투할 때는 다르지 않나요? 제 역할은 할 것 같던데요. 적어도 제 성장에 도움이 되리란 건 확실해 보였어요.”
“음…….”
릴리안은 유진의 말을 들었지만, 그 점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작은 릴리안이 단장직에서 내려와 전력이 대폭 감소되었다.
유진은 그런 주작을 살리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뭐, 그야 중요한 점은 아니었다.
이미 유진은 선택을 했고, 자신의 결정에 후회가 없어 보였다.
“모두 좋은 사람들이고, 네 말대로 능력도 있는 녀석들이니 많이 배우되…… 네 말도 실현된다면 좋겠구나.”
“그래 봐야죠.”
“부단장인 감스탄은 정말 진국이니 믿어도 좋아.”
유진이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릴리안이 빙긋 웃었다.
“감스탄한테 내 아들이 밉보이면 안 되니까, 잠시 그 목검 좀 줘 볼래?”
“이거요?”
“선행 학습이라고 생각해.”
보법에 이어 또 뭘 보여줄까?
유진이 기대감이 섞인 표정으로 검을 건넸다.
목검을 받은 릴리안이 주작 기사단의 검법과 보법을 펼쳤다.
“주작이 괜히 주작이 아니란다. 합!”
릴리안이 대각선 위로 검을 크게 올려쳤다. 그러면서 뒷발로 땅을 강하게 구르자 앞으로 크게 나아갔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돌진검법이었다.
하지만.
“이건 삼염참의 첫 번째 검격, 일멸!”
다시 한번 돌진검법을 선보이던 릴리안의 검 끝에서 미묘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화륵!
시뻘건 불씨 하나가 붙었다.
곧이어 릴리안이 검을 위로 쳐들어 올리자.
파아앙!
큰 불꽃이 작렬하며 검끝의 궤도를 갈가리 찢었다.
삼염참(三炎斬)이었다.
“엇……?”
놀란 유진의 입이 벌어지는 차.
릴리안의 시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건 삼염참의 두 번째 검격, 이멸!”
이번에는 가로로 검을 그으며 발을 구른 릴리안의 검 끝에서 방금보다 더 큰 불씨가 맺히더니.
파아아앙!
조금 전의 불꽃보다 두 배는 큰 불꽃이 공기를 녹일 기세로 퍼져나갔다.
유진은 직감했다.
‘기술명이 삼염참이니, 마지막 세 번째 검격이 필살기였지.’
삼염참 역시도 전생의 기억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이나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검법인 줄은 몰랐다.
주작 기사단과 마주칠 일이 그닥 많지 않았으니 말이다.
릴리안이 마무리했다.
“이게 필살기란다, 유진.”
타앗!
릴리안이 달빛을 가릴 정도로 높게 날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아래로 떨어지며 검을 크게 내리쳤다.
정말,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졌다.
콰아앙!
커다란 불꽃의 파도가 릴리안의 전방으로 쏟아져 나가더니, 주위를 감싼 온 공기가 후끈해질 만큼 데워졌다.
릴리안과는 거리가 있던 유진조차도 쉽사리 온도의 변화를 느낄 정도였다.
‘기사단 중에서 주작 기사단은 전장의 꽃이라고 불린다더니 정말이구나.’
하나, 유진은 감탄만 하고 있지 않았다.
‘삼염참은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 사용하는 오러의 양이 다르다. 느껴지는 걸 보면 아마 사용하는 오러의 양이 너무 크거나 작으면 삼염참은 시전되지 않는 것 같아.’
그에 더해.
‘펜첼의 기초 검술의 마지막인 일격다흔과 상징검술을 삼염참과 섞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경신보와 유령곡예보를 섞어도 괜찮을 것 같고.’
배우는 거야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접 두 눈으로 주작 기사단의 전 단장이 펼치는 삼염참을 본 이상, 유진의 머릿속은 폭풍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이제 끝났나 싶던 참.
릴리안이 빙긋 웃으며 유진을 불렀다.
“이리 와보렴, 아들.”
작은 불씨가 군데군데 피어오르는 바닥을 밟아가며 유진이 릴리안의 옆에 섰다.
그때, 돌연.
쾅!
릴리안이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닥에 제 검을 강하게 내리꽂았다.
그와 동시에 검을 중심으로 강한 열풍이 사방으로 퍼졌다.
흠칫한 유진이 뒤로 한 걸음을 물러서자, 릴리안이 툭 말했다.
“이 검을 뽑아보렴.”
유진이 이 상황을 파악했다.
‘시험이다. 이 검을 뽑는다면 나에게 무언가 보상이 주어질 게 분명해.’
바닥에 꽂힌 릴리안의 검에서는 강한 불길이 솟구쳐 나오며 손잡이까지 활활 타고 있었다.
그런데 저 검을 뽑아보라니, 조금 가혹해 보일 수 있었지만.
유진은 검의 손잡이를 곧바로 붙잡았다.
“할 수 있겠지?”
“……예.”
릴리안은 제 아들을 믿는지 그저 유진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었다.
검에서 피어오르는 수백 도의 열기는 유진의 단련된 오러로 막아내었으나.
“흡!”
힘과 오러를 아무리 섞어도 검을 잡아 빼보아도 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릴리안이 유진을 가만히 응시했다.
역시 어려운 건가.
아니, 어쩌면 조언 하나만 건네면 유진이 성공할 수도 있다.
“유진, 검과 교감을…….”
교감이고 뭐고, 유진은 릴리안의 말을 들을 새가 없었다.
덜그럭.
힘을 주다 보니 검이 묘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분명 힘만으로는 뽑힐 것 같지 않았는데?
유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을 더 세게 쥐었다.
묵광으로 상승한 오러가 아톰을 맹렬히 회전한다.
1년간의 폐관 수련을 하면서 익힌 것 중 하나는, 오러의 집중이었다.
우우우웅!
오러가 유진의 양손에 뭉쳐지면서 엄청난 근력이 발휘되었다.
오러 6성, 묵광 4성을 달성한 유진은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오러의 집중을 이용하여 8성의 힘을 낼 수도 있었다.
잠시, 아주 잠시지만 말이다.
‘될 것 같다. 뽑을 수 있어!’
릴리안이 조언을 건네다가 흠칫하여 유진을 응시했다.
힘으로 뽑으려 하다니, 설마 그게 되겠나 싶었다.
릴리안이 땅에 꽂은 검은 릴리안이 주작기사단장으로 있을 때 쓰던 검.
-그 검을 뽑으려면 검에 서려 있는 화룡(火龍)과 대화를 해야 한다. 교감을 나눠야 한다는 말이지. 그게 정상적인 방법이야.
검의 제작자가 했던 말이었다.
화르르륵!
힘을 조금 더 주자 검에서 더욱 강한 불길이 일더니, 이어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쿠오오!
거대한 화염이 검에서부터 솟아올랐다.
그것도 그냥 화염이 아닌…….
‘화룡’이었다.
화룡은 유진의 주변을 휘돌며 몸을 감쌌다.
사뭇 성스러워 보이는 화룡의 위엄에 유진은 가쁜 호흡을 내쉬며 화룡을 응시했다.
“유, 유진! 너…… 그걸 그냥 힘으로 뽑았다고……?”
화악!
화룡은 제 자리는 여기가 아니라는 듯, 다시 릴리안의 검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고는 검신 속으로 순식간에 녹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검은 불꽃처럼 타오르더니 유진의 손목으로 이동했다.
“마, 말도 안 돼.”
유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후우, 어머니, 이건.”
“정말로, 화룡의 선택을 받았구나.”
유진의 오른쪽 손목에는 어느새 붉은빛의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