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5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58화(58/320)
소란스러운 술자리가 지나가고 다음 날, 유진은 조금 일찍 남관에 도착했다.
어제 릴리안에게 배운 삼염참을 더 연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유진이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누군가가 남관 1층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발란트였다.
우두둑, 우두둑.
유연한 몸을 이리저리 돌리는 모습.
유진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아무리 주작이 쇠퇴했다고는 해도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이 있기 마련이지.’
물론 릴리안의 이야기만 나오면 뭔가 선망이 가득 담긴 눈을 빛내는 게 조금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수준은 대략 6성 정도로 보였다.
유진이 글람푸스탄에서 처리했던 현무의 배신자도 6성에 이르는 기사였다.
하지만 발란트는 오러의 양만 놓고 봤을 때 6성이었지, 몸의 움직임이나 느껴지는 기세로 봤을 때, 6성 초반보다는 우위에 있어 보였다.
‘경험과 정신의 문제야. 주작은 정신이 꺾여있어서 그렇지, 분명 다른 세 기사단보다 훨씬 뛰어난 가능성을 지녔다.’
어제 술자리에서 보였던 패기만 해도 그랬다.
신입들이 들어와 사기가 오르니 백호와의 충돌에도 기가 죽기는커녕 더욱 기세가 사는 모습을 보였으니까.
“음? 유진 로베르.”
발란트는 몸을 풀다가 유진을 발견하고 눈에 이채를 띠었다.
속으로는 어제 백호 단원들을 붙잡던 유진의 움직임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싶은 안색이었지만.
“크흠, 그, 어제는 시끄러워서 말을 못 했는데, 독단적인 행동은 금물이다. 너희들의 책임자가 앞에 있을 땐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알겠나?”
‘궁금해 죽겠지만…… 참아야 한다. 선배로서 위엄을 보여야 해.’
선배로서 차마 그럴 수 없었는지 안 궁금한 척하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래…… 그래도 부지런한 건 인정한다.”
주작에 소집이 되고 술자리까지 참석한 바로 다음 날부터 훈련을 나온 유진이 은근히 기특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서로가 기특하다며 보고 있는 모양새.
유진이 대뜸 입을 열었다.
“선배님은 목표가 무엇입니까?”
“목표……?”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 발란트가 멈칫하다가, 이내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나야 당연히, 주작의 부흥이 목표지.”
“저와 같은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유진은 발란트가 확실히 앞뒤 꽉 막혀 있는 몇몇 기성 기사와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자기보다 한참 어린 녀석과 목표가 같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텐데, 그냥 툭 터 넣고 말을 할 줄 아네.’
여러모로 발란트는 괜찮은 구석이 보였다. 방금의 질문도 발란트의 면모를 떠보기 위함이었다.
“저희 어머니는 만나셨나요?”
“아, 전 단장님은…… 아직.”
릴리안이 펜첼에 잠시 들렀으니 발란트가 릴리안을 찾아가 만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나 보다.
발란트도 그 점이 아쉬웠는지 묘하게 씁쓸한 얼굴이었다.
유진은 왜 두 사람이 만나지 못했는지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저 사정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때, 연무장의 문이 열렸다.
“그래가지고…… 음? 뭐야.”
“발란트, 그리고…… 신입이구만.”
주작의 단원들이 들어왔고, 뒤따라 감스탄과 유진의 동기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어제 술자리에서 보인 만취한 모습은 싹 지운 채 멀쩡한 얼굴이었다.
“모두 모였나? 다들 술기운은 좀 가셨나?”
“폭탄주 덕분에 애 좀 먹었습니다. 후.”
“자네들이 자초한 일일세. 하하.”
호탕하게 웃어버린 감스탄은 이들을 한데 모아두고 아침 브리핑을 시작했다. 백호와의 충돌 따위는 없었던 일인 것처럼 말이다.
“밤사이 임무가 두 개 내려왔다네. 아마 신입 기사단원이 충원되어 우리에게 일감을 좀 더 준 모양이야.”
감스탄의 말에 따르면 임무는 두 개였다.
하나는 대륙 남부 왕국의 왕이 펜첼에 직접 보내온 호위 요청, 1주 뒤에 기성 주작 기사단원들이 맡을 임무였고.
하나는 글람푸스탄 개척마을에서 보내온 유물 전달과 마수 처치 임무, 2주 뒤에 신입 기사단원들이 맡을 임무였다.
“글람푸스탄은 3년 전 현무 기사단에 의해 안정을 찾았고, 지금은 영지민들이 다시 안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들을 보호해 달라는 요청이야.”
“글람푸스탄 쪽이 난이도가 더 낮은 모양이군요.”
“그래, 발란트?”
“예.”
감스탄이 발란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태까지 막내 생활을 하느라 수고했네. 주작 기사단에 온 지도 꽤 됐으니 이번에는 신입들을 이끌고 책임자로서 한번 임무에 나가보게나.”
“알겠습니다!”
발란트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위험한 일은 없겠…….”
“제가 신입들을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내겠습니다.”
감스탄이 속으로 작게 웃었다.
‘별로 위험한 임무는 아니지만, 책임감 하나는 제대로 되었군.’
이어 고개를 돌려 유진을 보았다.
“유진은 글람푸스탄에서 성과를 보인 적도 있으니 이번에도 잘 해보도록 해라. 다른 신입들도 마찬가지다. 알겠나?”
“예!”
“예.”
* * *
다음날.
백호 기사단에서 흑지의 접경지에 머무르고 있는 시리우스에게 전서구를 보냈다.
푸드덕.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매가 시리우스의 방 창문에 앉았다.
시리우스는 피곤함에 절은 얼굴로 전서구의 다리에 적힌 편지를 읽었다.
시리우스 경, 어제 백호와 주작 간의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하, 녀석들…… 성질 좀 죽이라니까.”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시리우스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 당연히 백호 단원들이 주작 단원을 일방적으로 공격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진 내용에 시리우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블라노프가 얻어맞아 회복 중입니다. 당시 자리에 있던 주요 인물들은 주작의 말단 기사인 발란트라는 녀석과 감스탄 부단장, 그리고 유진입니다.
시리우스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 핏덩어리 자식이, 이젠 아예 직접 무력까지 쓴다는 거지.’
시리우스는 무엇보다도 그 자리에 유진이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백호가 우습게 보였겠군.’
하하.
비릿한 웃음을 흘리던 시리우스가 종이를 한 장 집어 들고 글씨를 썼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반드시 복수해라. 그게 합법이든, 불법이든 좋다.
* * *
1주일 뒤.
주작 기사단의 숙소 앞에서 상위급 기사들이 감스탄을 필두로 도열해 있었다.
“클레어!”
“예!”
“우르칸!”
“예! 이상, 끝! 부단장님께 경례!”
척!
감스탄의 호명에 따라 대답한 기사들이 그에게 경례를 올리고 열을 맞춰 출입구로 걸어 나갔다.
대륙 남부 왕국의 왕이 펜첼에 직접 보내온 호위 요청 임무를 처리하기 위해 파견되는 것이었다.
“발란트, 1주일 안으로 우리가 돌아올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네. 무슨 일이 생기거든 최대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게.”
“알겠습니다, 부단장님.”
발란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뒤에 도열해 있던 유진과 동기들도 감스탄을 향해 경례했다.
감스탄 일행이 자리를 완전히 떠나고, 발란트와 유진 일행이 뒤돌던 때였다.
“발란트.”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못 끝낸 이야기 마저 해야지?”
“하, 우블라노프. 또 너희냐.”
“잔말 말고 따라와라. 네 잘난 후배님들도 다 데리고 와.”
일주일 전 유진과 술집에서 발란트에게 두들겨 맞고 달아난 백호 단원들이었다.
* * *
백호 기사단의 전용 연무장, 서관.
이곳에 백호 단원 셋과 유진 일행이 마주 섰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또 하자는 거냐? 일방적으로 시비 걸고, 두들겨 맞고 도망칠 땐 언제고, 이번에는 서관까지 불러서 뭘 하자고?”
“빌어먹을 주둥아리 다물어라. 그때는 술기운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뿐이다.”
“그러시겠지, 근데 지금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은데?”
발란트가 입을 열자 백호 단원들이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툭 내뱉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사과해라.”
“뭘? 무슨 사과?”
“다짜고짜 주먹질을 한 일에 대한 사과지, 무슨 사과겠냐?”
우블라노프가 팔짱을 끼며 발란트를 응시했다.
발란트가 머리를 긁적였다.
“하, 참…… 귀찮게 하네.”
발란트가 유진을 슥 돌아봤다.
‘그냥 대충 사과하고 넘어갈까?’ 하는 눈빛이었다. 감스탄도 없으니 상의할 인물은 유진이 가장 적합했다.
유진도 괜히 일을 키워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뭐, 이 녀석들을 꺾어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싸워주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뒤이어진 우블라노프의 말에 발란트와 유진이 코웃음을 쳤다.
“대충 사과하고 끝낼 생각 마라. 무릎 꿇고, 제대로 사과해.”
“개소리를 정상인처럼 하시네, 미친 겁니까?”
유진이 내뱉은 말이었다.
그에 우블라노프가 발끈하며 살기를 꺼냈다.
화악!
“내가 제대로 오러를 꺼내면 너희 모두 다 일검에 죽여버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나?”
하지만 유진 일행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뒤돌아섰다.
“우린 갑니다. 자꾸 왔다 갔다 하게 해…… 짜증 나게. 갑시다, 선배님.”
그때.
우블라노프가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펼쳐 발란트에게 던졌다.
휙-
“정식 대련 허가서다. 가주님께 직접 결재받았다. 거부 시 처벌이 있을 것이다.”
“……대련 허가서? 별…… 너네 진짜 많이 쌓였구나?”
유진이 피식 웃었다.
‘대련 허가서까지 들고 왔다는 건 대련 결과에 따라서 상벌을 정확하게 따지겠다는 거네. 발란트 말대로 그동안 억하심정이 많았나 봐.’
발란트의 말을 들어보니 실제로 훈련생 시절 우블라노프는 발란트에 밀려 항상 2등을 차지했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발란트에게 안면을 타격당하고 치아가 날아갔던 우블라노프가 웃었다. 그러면서 제 앞니를 가리켰다.
“이거, 보이냐?”
한 앞니의 색이 묘하게 달랐다.
“너희 덕분에 인공 치아까지 붙였단 말이지.”
“그때 박살 난 이 주워가라고 감스탄 경께서 말했잖아. 자랑할 걸 자랑해라, 등신아.”
“등신? 이, 개새……!”
“됐고!”
발란트가 대련 허가서를 받아들어 읽었다.
“백호 기사단과 주작 기사단의 3:3 대련을 허가한다…… 패배한 기사단은 승리한 기사단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한 달간 근신에 처한다…….”
“별도 조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말로 그렇게 적혀있었다.
“계집애처럼 도망칠 거냐?”
자신만만한 우블라노프 일행.
때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감스탄이 빠진 때를 노리고 이때 온 거였다.
다만 약간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별도 조항이 희한하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라니.’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머리를 털어버리고 입을 열었다.
“이걸로는 좀 재미가 없는데, 조건을 하나 걸죠.”
“……무슨 조건?”
“승리한 쪽이 상대편 기사단의 임무 선택권을 빼앗아 오는 거로요.”
백호 단원들은 잠시 서로 이야기를 하더니, 흔쾌히 유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다. 그렇게 하지.”
감스탄도 없는 마당에 자신들이 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유진이 이러한 제안을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임무 선택권이 있으면 전생의 기억을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곳에 가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특히나 최근 백호의 임무는 흑지와 관련된 것이 많았고, 유진이 눈여겨 봐둔 임무가 따로 있었다.
물론 그 임무가 무엇인지는 뮬과 클라크의 도움으로 캐낸 것이었다.
“유진, 그렇게 해도 되겠나……?”
발란트의 물음에 그가 유진과 잠시 귓속말로 대화했다.
‘임무 선택권이 얼마나 좋은 보상인지는 아실 테고, 3대 3이면 저와 선배님, 그리고 엘도라가 나서면 됩니다.’
‘그래, 하지만 승리할 가능성도 생각을 해 봐야…….’
‘보아하니 우블라노프 선배는 오러의 수준이 대단하긴 한데, 효율적으로 쓰지는 못해요.’
‘그걸 어떻게 아나?’
‘약점이 있거든요, 왼쪽 다리. 저기를 공략하면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고요. 나머지 두 명도 뭐…… 약점이 보이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너, 그걸 어떻게.’
발란트는 유진의 눈썰미에 감탄을 삼켰다.
정말로 우블라노프는 발란트와 훈련 도중 왼쪽 다리를 크게 다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감스탄이 분명 무슨 일이 생기면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대련 기한은 금일 자정까지다. 질질 끌지 말고 지금 시작할까?”
우두둑.
놈들이 손목을 꺾으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유진과 발란트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그렇게 맞고 싶으면 양껏 두들겨 패줄게.”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