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6화(6/320)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유진도 12살이 되었다.
“유진, 생일 축하한다.”
“감사해요.”
“식기 전에 먹으렴.”
“네.”
달그락.
유진과 릴리안은 식사를 시작했다.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라고 하기에는 다소 딱딱한 분위기였지만, 둘 다 익숙한 듯한 모습이었다.
“생일인데 가지고 싶은 건 없니?”
“음, 뭐, 딱히요. 생각나면 말씀드릴게요.”
“아기 때는 딸랑이만 흔들어줘도 좋아하더니, 이제는 다 컸다 이거니. 호호.”
릴리안은 작게 웃으며 유진을 바라보았다.
정신적인 나이는 이미 30살이었기에 어머니에게 응석 부리기는 어려웠다.
릴리안은 그 사실까지는 몰랐지만, 유진의 원래 성격이 그런가 보다 하며 지낼 따름이었다.
스프를 뜨던 릴리안이 유진에게 물었다.
“오늘도 수련장에 들를 거니? 오늘 같은 날은 좀 쉬는 게 어때?”
유진은 걸어 다닐 수 있을 때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몰래 하던, 공식적으로 하던, 어쨌든 육체의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단 말이었다.
특히 5년 전 무술 스승을 구한 이후로는 더욱 열성이었다.
덕분에 유진은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더 단단한 근육과 장대한 기골을 갖춘 상태였다. 끝없는 단련과 묵광으로 인한 효과 덕분이었다.
전생에 가졌던 유리 몸은 그저 예전 일이 된 셈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만족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이왕 하는 거 꾸준히 해야죠.”
“휴, 근성 하나는 제 아빠랑 똑 닮았어. 그러려무나.”
무술 선생을 초빙하고, 수년간 고된 훈련을 마다하지 않은 까닭.
그것은 단 하나였다.
‘사자의 시험을 제대로 통과해야 해.’
북부, 펜첼가에서 이루어지는 혈통 증명식의 일환인 ‘사자의 시험’이었다.
5년 전에도 계획했던 것처럼, 이 시험을 통과하여야만 크라우드식 이도류를 전수받을 수 있을 테니까.
사실, 전생에서도 유진은 이 시험을 봤었다.
비록 당시에는 허약한 몸이었지만, 펜첼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훈련을 받는다면 뭔가가 달라지리란 생각에 도전했었다.
물론 제이드의 권유가 도전의 큰 이유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험을 보던 과정에서 유진은 크게 다쳤고, 그 결과 릴리안과 제이드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지게 된다.
하나, 이번 생에서 유진은 이 시험에 통과하여 펜첼가의 사람으로 인정받아 이도류를 배우는 것은 물론.
‘덤으로 어머니와 외조부의 관계를 되돌려 놓자. 펜첼가와의 사이가 멀어봤자 나에게 좋을 건 하나도 없다.’
펜첼가만이 가진 권력, 무력.
그곳에서 나올 유진에 대한 지원은 서로 사이가 가까울 때 나올 터이다.
유진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치고 나갈 채비를 했다.
* * *
마커슨과 세 사내가 수련장에 모여 유진을 기다리고 있다. 세 사내는 유진의 수련을 돕기 위해 고용된 무술 선생.
이들은 5년 전, 로베르 가문에 십여 명의 무술 선생들이 고용되었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선생들이었다.
유진의 스승으로 남고자 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흩어지고 남은 이들은 세 명뿐이었다.
이들은 그저 ‘무술 선생’이라는 직함이 아닌, 유진의 ‘유일한 스승’이 되고 싶어 매일 저들끼리 경쟁을 하곤 했다.
오늘도 그러했다.
마커슨이 그들을 차례차례 훑었다.
첫째, ‘금검’.
긴 흑발을 풀어헤치고 머리띠를 두른 그는 외양과 어울리게 자유분방한 성격의 기사였다.
처음에 로베르 가문에 들어올 때도 돈을 보고 온 것이었으나.
유진의 빛나는 재능을 눈앞에서 목도한 뒤 처음으로 제자를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벌써 5년이 되었다.
하지만 유진은 거듭된 금검의 제안을 물리는 중.
실력은 7성 기사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성격은 조금 모났지만 검술의 수준이 높고 자유로운 훈련 방식이 유진 공자님께 잘 맞았지.’
금검은 유진이 가장 따랐던 무술 선생이었다. 그래서인지 금검도 유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마커슨이 시선을 옆에 있던 사내로 살짝 돌렸다.
둘째, ‘궁귀’였다.
매서운 눈매의 궁귀는 금검과 출신이 비슷했다. 특급 용병이었으며 유진의 재능에 마음을 빼앗겼다.
마수 사냥 전문가로 박학다식하며, 유진의 침착함과 똑똑한 머리는 마수 사냥에 특화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궁귀 또한 5년간 로베르가에 머무르며 유진을 눈독 들이는 중이었다. 덕분에 금검과 유진을 두고 투닥거리는 중.
실력은 6성 후반.
‘마수 사냥에만 조금 치중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만큼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한 방어술이나 빠른 보법은 유진 도련님을 각성케 하기 충분했어.’
궁귀 역시도 금검만큼이나 뛰어난 실력이었다. 금검과는 또 다른 특성과 장점을 유진에게 전수했었다.
마지막, 셋째는 ‘투귀’였다.
두툼한 입술에 까무잡잡한 피부, 매우 과묵한 성격이 특징인 투귀는 평생 체술만을 단련하며 고행의 길을 걸었다.
제 딸아이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로베르 가문에 왔었고, 지금이야 딸은 많이 나아 건강해졌다.
하지만 유진의 재능과 은혜에 고마워하며 유진의 옆에 있기를 자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심 자신의 체술을 이어가며 자신의 딸과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로베르 가문에서 머문 지 5년 차. 실력은 7성 기사와 맞먹었다.
‘말이 없어도 너무 없는 점이 참으로 답답한 친구지만, 그만큼 우직하고 정석적인 훈련 방식은 유진 공자님이 흔들리지 않게 도와줬다.’
유진이 눈여겨보던 대로, 세 선생은 자신의 위치에서 유진에게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도움이 된 셈이었다.
그만큼 이들은 5년간 유진과 그토록 이나 험하게 부대끼며 훈련을 함께했다.
세 사내는 각자 팔짱을 끼고 오매불망 유진의 등장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수업은 뭘로 해야 할까? 우리 공자님께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게…… 가만있자-”
금검이 중얼거리자.
“오늘은 내가 공자님을 모실 건데 무슨 말씀이시오? 헛수고를 하고 계시는군.”
궁귀가 반박했고.
“……크흠!”
투귀는 헛기침을 하며 묵묵히 유진을 기다렸다.
마커슨은 그들을 흘겨보며 고래를 절레절레 저었다.
‘처음에는 돈만 보고 온 줄 알았더니, 이젠 공자님을 제자로 들이겠다고 제 팔이라도 내놓을 기세라니. 허.’
물론 유진 공자님이 그만큼 뛰어나긴 해.
저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짓던 마커슨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금검, 자네는 계약 기간이 끝난 지 한참 되지 않았소? 왜 여기에서 계속 원한 깊은 망령마냥 떠도는 것이오?”
마커슨은 알면서도 괜히 물었다. 이 상황 자체가 재밌기도 한 것이다.
그러자 금검이 허리에 양손을 척 올린다.
“원한은! 사람, 말을 해도. 그거야, 그, 공자님께 아직 가르칠 게 한참 남았으니 그러오. 본디 수련이란 건! 뒤를 배우면 앞을 다시 가다듬고, 앞을 가다듬으면 뒤를 다시…….”
“알겠소. 알겠소. 궁귀, 자네도 마찬가지인 걸로 아는데?”
궁귀가 턱을 매만졌다.
“마수는 어디에나 있고, 언제나 나타날 수 있소. 새로운 마수는 매년 발견되니, 나, 궁귀야말로 유진 공자의 옆에 있어야 할 적자가 아니겠소?”
금검이 역정을 냈다.
“마수, 그 까짓거 그냥 대충 찢어발기면 되는 걸 무슨 옆에서 쫄래쫄래 따라다닐 생각이나 하쇼?”
“그 입 다무시오, 무식함이 묻을 것 같으니.”
“무식함? 자네 같은 헛똑똑이보다 무식하고 강한 내가 백만 배는 낫지.”
“어허, 이 작자가 근데 말을……!”
공자를 차지하겠다고 투닥거리는 둘을 보며 마커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투귀는…….
“……내게는 뜻이 있소. 기사단장 양반도 알 것이오.”
선수를 채 버렸다.
그러나 마커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뜻인데…… 모르는데…….’
그때였다.
-끼이익.
유진이 수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마자 세 사내는 반색하며 유진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선생의 위치에 있는 자존심상 ‘달려’가지는 않았지만, 오러까지 실려 바삐 움직이는 두 다리는 그들의 소망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유진 공자! 오늘은 이 금검의 특급 비술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여기 옆에 쫄랑대는 얼치기 두 녀석과는 비교가 안 되는, 아주 강력한-”
“닥치게, 금검. 유진 공자께 필요한 건 생동감 넘치는 실전 훈련이오. 내 오늘 잡아 온 마수 한 마리가 있는데, 그놈을 상대로 실전 훈련을-”
“둘 다 등신이오. 내가 낫습니다.”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잠깐, 잠깐, 선생님들.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저도 말 좀.”
“그래, 말해보시게나! 오늘 훈련은 누구와 함께인가?”
“현명한 선택은 일생을 바꾸기도 하오.”
“둘 다 등신이오. 내가 낫습니다.”
유진이 씁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북부에 갈 겁니다. 이제 선생님들을 보기 힘들어졌어요.”
“……!”
“……!”
“…….”
금검과 궁귀, 투귀가 충격을 받고 굳어버렸다.
유진도 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기에 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사무치게 아쉽고 서운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통보해서 미안해요, 선생님들.”
“아…….”
말을 잇지 못하던 세 선생은 애써 괜찮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금검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듯 말을 더듬거렸다.
“잠시만, 이, 이 기술을 보고도 유진 공자가 북부에 가고 싶을까? 응? 하하……!”
금검이 갑자기 수련장 한가운데로 뛰어가더니 검술 하나를 선보였다.
쉭, 쉬이익……!
검의 잔상이 초승달 모양을 그린다. 백 개의 초승달이 허공에 잔상을 남기며 눈이 부실 듯 빛난다.
“금월백참(金月百斬), 일격에 백 명을 벨 수 있다는 나의 비술입니다! 북부에 가는 것보다 이게 더……!”
금검의 금월백참을 목도한 궁귀와 투귀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니, 그건 비전이라고 하지 않았소? 아예 다 드러내기로 작정한 거요?”
“오오…….”
금월백참은 유진이 제자가 되면 가르쳐주려고 준비해두었던 금검이 꽁꽁 숨겨온 필살기이자 매우 고난도에 속하는 비기였다.
하지만.
유진은 군말 없이 금검의 옆으로 가 서서 곧바로 금월백참을 선보였다.
쉭, 쉬이익……!
정확히 같은 파공음이 들려왔다.
물론 7성급의 경지에 다다른 금검이 선보인 만큼의 위력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유진은 보고 따라 하는 데에는 대륙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금월백참을 따라 하는 유진의 동작은 금검과는 묘하게 달랐다.
상체의 움직임은 금검의 검술이 녹아들어 자유롭고 변칙적이어서 금검의 금월백참과 판박이였으나.
자세히 보면 하체와 보법은 궁귀의 발놀림이 섞여 금검보다도 훨씬 쾌활하고 가벼웠다.
그랬기에 상체와 하체의 조화가 자칫 틀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척-
유진이 금월백참을 마치고 바로 섰을 때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는 투귀의 정석적인 훈련이 만들어낸 코어의 발달 덕분이었다.
유진이 5년 전에 생각했던, 세 선생의 특징이 한데 어우러진 유진만의 독자적인 자세와 무술 양식이 그의 몸에 녹아 들어있는 것이었다.
“……아.”
금검이 할 말을 잃었고, 궁귀과 투귀도 망연자실하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의 작은 유진 공자가…… 떠난다니…….”
사실, 궁귀와 투귀는 이미 유진에게 가르칠 게 다 떨어진 상황이었으니.
유진이 세 선생을 스윽 훑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는…… 더 높이 올라가야 하거든요.’
유진은 이들과의 정을 떼어내려는 듯, 일부러 허리를 크게 숙여 인사를 건넸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매몰차게 나가버렸다.
세 사내, 그리고 마커슨은 유진이 일부러 저렇게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속내를 알 것 같았다.
유진이 떠난 수련장.
금검과 궁귀, 투귀는 머리를 맞댔다.
“어떡하지?”
“어떡하오?”
“……흠.”
금검이 입을 열었다.
“이대로 유진 공자를 북부에 뺏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다들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 공자는 우리가 키운 것이나 다름없소. 펜첼 가문에 가더라도 우리의 제자인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러니 우리가 공자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오.”
“그렇소. 동의하는 바요.”
하지만.
아무리 그들의 이름값이 있다곤 해도 펜첼 가문에 셋 다 우르르 몰려가는 것은 무리였다.
무언가 방법이 없는지 세 명이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와중.
옆에서 그들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마커슨이 간단한 조언을 건넸다.
“사자의 시험에는 응시자와 응시자를 보조해줄 시종의 자격으로 한 명이 추가로 갈 수 있소이다.”
시종이라니.
가진 바 실력이 남다르기에 그들로서는 무척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지만…….
“……공자를 위해서라면, 시종이라도 어쩌면 괜찮을지도.”
세 명이 눈빛이 동시에 번뜩 빛났다.
“한 명을 정해봅시다.”
“선정 기준은?”
“평소처럼.”
마지막까지 두 발로 땅에 서 있는 자가 승자인 걸로.
그날 로베르 가문의 연무장에서는 거친 폭음이 들렸다.
* * *
리처드와 릴리안, 유진이 거실에 설치된 마도 난로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예상하셨겠지만, 북부의 외가로 가고 싶습니다. 사자의 시험을 치르고 싶어요.”
“…….”
릴리안은 아무 말도 없이 차를 홀짝였다.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수련하던 유진을 보아왔기에 이는 예상하던 바였다.
그러나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괜찮겠니?”
“네. 제가 원해서 가는 것인데요.”
릴리안은 유진의 어깨를 감싸며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몰아붙이는 건지, 부모 된 마음으로서 가끔은 안쓰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유진은 미소지었다.
“더 훌륭한 사람이 돼서 올게요.”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일주일 뒤에 사자의 시험이 있단다. 이건 알고 이 시기에 그 말을 하는 거 맞니?”
“네, 알고 있었어요. 만약 안 된다고 하시면 몰래라도 가려고 했어요.”
리처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가출하려는 건 다행히 무산됐구나. 다행이야.”
릴리안이 리처드의 팔뚝을 팍 꼬집었다.
“이이가 지금 뭐라는 거야?”
“아이구, 말실수, 말실수.”
전생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전생과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다르다.’
유진의 신체와 마음가짐이었다.
그렇게 유진의 북부행이 결정되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