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6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62화(62/320)
유진이 한쪽 무릎을 꿇고 책 하나를 집어 들었다.
책을 펼치니 발란트의 말대로 고대 제국어가 빼곡히 적혀져 있어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물론 유진은 고대 제국어를 어느 정도 읽을 능력이 있었지만 너무 긴 문장들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잠깐이라도 누군가에게 학습을 받으면 모를까.
‘처음은 왕에 대한 경배로 이루어진 글이고…….’
전사, 피, 그리고 막대한 힘.
군데군데 보이는 단어들만을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고대 제국어를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군.’
애를 써 조금 더 보니 ‘주술을 부리려면 문신이 필요하다’ 정도의 내용이 있는 것 같은데.
마지막 페이지까지 주욱 훑었지만, 문신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아마도 상권과 하권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주술.
평범한 이들도 손쉽게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때는 교지에서도 주술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태양신교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주술의 사용은 금지되었고 이제는 흑지에서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술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전사의 요람’이라는 세력이었다.
이렇게 단어와 단어의 조합으로 내용을 대략 유추하긴 했지만, 이 이상은 해석이 어려웠다.
아예 이어진 내용이 없으니 말이다.
‘이건 기억해두었다가 하권을 찾게 되면 이용해봐야겠어.’
발란트가 유진을 한참 기다리다가 소리쳤다.
“유진! 어서 나와! 마을에서 도와줄 일이 배정되었다.”
발란트는 유물 확인 이후 펜첼에 보고를 올렸고, 유진과 그의 동기들은 발란트의 지시에 따라 업무가 나뉘었다.
유물을 수거해가며 펜첼에서는 보답으로 잔류 마수 처치 이외에도 마을을 위해 일주일간 다른 일도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발란트가 유물 보관함 앞쪽 공터에 모두를 모아놓고 지시를 내렸다.
“자…… 음…….”
발란트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말을 끌며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스 형제는…… 마을 외부를 돌며 잔류 마수 처치.”
“좋았어, 모두 찢어발겨 주지.”
“예!”
“유진과 엘도라는…… 옹벽 유지 보수.”
“……?”
뭔가 엇나간 듯한 역할 분배라는 생각에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발란트 선배님, 좀, 이상한데요.”
“흠흠, 뭐가 말인가?”
발란트가 고개를 들자 유진이 말을 이었다.
“역할 분배 상 가장 위험한 임무에 가장 강한 인물을 넣는 게 맞다고 생각돼서요. 뭐, 인스 형들이 나쁘단 건 아니지만.”
전력상 유진과 엘도라가 가장 강하다는 건 동기들이나, 발란트도 모두 인정한 사실이었다.
유진이 인스 형제에게 눈을 찡긋했다. 맘 상하지 말란 의미였다.
그 말에 인스 형제도 동시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유진의 말이 맞습니다.”
발란트도 나름의 항변을 해보았다.
“내가 임무를 분배할 때 고려한 건 효율성이다. 유진과 엘도라는 오러 수준이 높다고 알고 있으니, 마을의 안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인 옹벽 수리에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
“제가 마을에 오기 전 미리 알아본바, 옹벽의 상태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엄청난 오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잔류 마수 처리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나요? 옹벽이 백만 년간 마을을 지켜줄 것도 아니라면, 원인 먼저 제거해야 할 것 같은데.”
발란트는 유진의 날카로운 지적에 할 말을 잃었다.
“그렇……군.”
동시에 자존심이 조금 상하기도 했다.
선배로서, 그리고 임무의 책임자로서 나름 머리를 굴린다고 굴려서 역할 분배를 한 것인데, 초장부터 틀어진 셈이니 말이다.
하나, 유진도 그 속내를 이해하고는 한 마디를 더 얹었다.
“물론 제 의견에 불과하니, 선배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이쯤 달래주니 발란트도 못 이기는 척 유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녀석, 내 체면 살려주려고 저 말을 덧붙인 거군.’
왠지 모르게 유진의 말에는 뼈가 있으면서도 배려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끄덕인 발란트가 임무를 재지정했다.
“좋다. 유진과 엘도라는 잔류 마수 처치, 인스 형제는 옹벽 보수, 그리고.”
라울러가 기대 가득한 눈으로 발란트를 쳐다보았다.
“라울러는 마을 아이들과 놀아주기이다. 이상.”
라울러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마, 마을 아이들과 놀아주기가 제 임무라고요?”
“그래, 왜 그러지? 문제라도 있나?”
“아니…… 뭔가…… 맡길 임무가 없어서 억지로 만든 임무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발란트가 고개를 저었다.
“밖에서는 마수들과 인간이 싸우고 있고,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는 옹벽은 부서질지 몰라 수리를 하고 있는, 그 불안한 와중에 가장 공포스러운 이들이 누구겠는가?”
“그, 그야, 아이들입니다.”
“그들은 이 마을의 미래이자 후대이다. 그러니 라울러, 너는 이 마을의 미래를 책임지는 임무를 맡은 바와 같지.”
“아하! 그렇게 생각하니 이거 엄청난 임무였네요. 알겠습니다!”
그냥 할 게 없어서 맡긴 게 분명했지만 라울러는 발란트에게 설득되었다.
“모두 이동!”
지시에 따라 유진 일행이 흩어졌다.
발란트는 유물들을 일일이 확인하며 이름표와 명단을 작성.
인스 형제는 마수의 공격으로 금이 가거나 상처가 난 곳에 특수 제작된 시멘트를 채워 넣었다.
그 와중에 둘은 상의를 탈의하고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역시 펜첼의 기사단 분들은 몸이 좋구나!”
“별거 아닙니다, 하하.”
“힘쓰는 일이라면 저희에게 맡기세요.”
그 시선이 뿌듯한지 인스 형제는 날씨가 덥다며 은근히 몸에 물을 뿌리며 제 근육을 과시하기도 했다.
유진과 엘도라는 마을 입구로 나가는 길에 인스 형제를 보며 혀를 찼다.
“으휴, 쟤네는 정말 한결같네. 차라리 좋은 건가.”
유진도 인스 형제가 조금 우습긴 했지만, 기특하다는 생각이 더 컸다.
‘제 아빠 일 때문에 엇나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전생과 비교하면 완전히 사람 다 됐지.’
전생에 본 그들은 완전히 미친 살인광이었는데, 지금은 마을 사람들을 돕고 제 업적을 차근차근히 쌓아나가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라울러는…….
“끼하핫!”
“형 따라잡는 애는 보상으로 초콜릿 한 개 준다!”
“라울러 형 너무 빨라! 양쪽에서 포위해!”
“하하! 느려, 느려!”
마을의 아이들이 불안감에 떨 일이 없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놀아주고 있었다.
그가 여동생과 자라면서 쌓은 놀아주기 기술이 여기서 진면목을 보이는 것 같았다.
엘도라도 라울러의 저런 모습은 처음 보는지 피식거리고 있다.
탓.
유진과 엘도라가 마을의 입구에 도착.
“잔류 마수 처치 건으로 밖으로 나가시는 겁니까?”
“예.”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보초병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다만…….”
“……?”
“조심하십시오. 밤이 되면, 마수가 아닌…… 어떤 불길한 기운을 흘리는 녀석들이 마을 근처를 배회하더군요.”
불길한 기운을 흘리는 녀석들.
그게 누군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을 들으니 유진은 묘하게 이 마을의 촌장이 떠올랐다.
‘그 녀석들이 촌장과 관련이 있을까? 아니, 그건 억측일 수도 있어.’
일단 그놈들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으니, 섣부른 의심은 금물이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유진과 엘도라가 보초병을 지나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공기 자체가 달라졌다. 마을의 경계선을 기점으로 스산한 공기가 그들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둘은 미동도 없는 표정이었다. 지난 몇 년간 성장한 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진, 어떻게 정찰하면 되겠어?”
엘도라가 의견을 묻자 유진이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마을의 옹벽이 원형으로 둘러 이루어져 있으니까, 너는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정찰해. 나는 시계방향으로 돌 테니까. 그러다가 만나면 같이 복귀하자.”
“좋아. 그러면 구역이 총 네 개 정도 되겠네?”
“그렇지. 4분의 1씩.”
“이따 봐.”
스릉!
엘도라가 진지한 표정으로 검을 빼 들며 왼쪽으로 달려나갔고, 유진은 엘도라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웃었다.
‘이제 엘도라는 완전히 성숙해졌구나. 느껴지는 기운만 봐도 많이 달라졌어.’
유진이 가늠하기에, 엘도라는 상징검술까지도 습득한 것 같았다.
오랜 폐관 수련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그중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인물은 단연 엘도라였다.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정신적 성장과 더불어 무력적 성장까지도 이뤘으니 말이다.
유진은 오른쪽으로 달렸다.
다만, 그 방법이 엘도라와는 조금 달랐다.
부웅!
유진은 발에 날개라도 단 듯 매우 빠른 속도로 지면을 달렸다.
그저 말만 날개가 단 것 같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발과 지면 사이가 약간 떠 있었다.
경신법이었다.
아직 경신법의 극한까지는 시전할 수 없었지만, 릴리안이 경신법을 쓰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본 이후에 유진은 경신법을 실전에서도 사용했다.
덕분에.
‘여기에는 마수랄 게 없군.’
‘여기도 없고.’
‘이곳은 마수의 흔적은 있지만 이미 달아난 뒤다.’
유진은 마수가 있을 만한 지역 대부분을 엄청난 속도로 정찰할 수 있었다.
이미 펜첼 측이 왔다 간 이후여서인지 마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찰 도중마다 글람푸스탄 근처에 서식할 만한 마수가 싫어하는 향을 중간중간에 뿌리기를 반복했고.
마을의 외곽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4분의 3 정도를 수색했을 때쯤이었다.
“어……? 유진! 너, 뭔, 유진 로베르!”
엘도라가 반쯤 날아다니는 유진을 발견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너 뭐야? 왜 날아다녀?”
엘도라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입을 벌리고 유진을 쳐다보았다.
“아, 이거.”
엘도라도 아마 경신법을 쓸 수야 있겠지만, 설마 유진이 그 기술을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듯했다.
애초에 경신법이란 기술 자체가 배우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물론 거기까지야 유진이라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무슨 속도가……!”
엘도라는 경신법의 속도를 보고 놀란 것이었다.
웬만한 경신법은 오러를 발에 실어 접지력과 근력을 더해 치고 나가는 것보다 살짝 더 빠른 속도지만, 유진의 경신법은 궤를 달리했으니 말이다.
설명하기가 귀찮았던 유진은 엘도라에게 간단히 둘러대었다.
“어머니한테 배웠어. 일단 복귀가 먼저니까 나중에 말해줄게.”
“신비주의는 여전하구나. 알겠어.”
엘도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유진의 뒷모습을 보았다.
‘내가 4개 영역 중 하나를 돌 때 이 녀석은 3개를 돌았다. 정말, 괴물 같은 녀석이네.’
오랜만에 유진의 힘을 다시 체감한 엘도라는 전보다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시기나 질투심이 들지는 않았다.
다만.
‘나도 저걸 습득하겠어.’
엘도라가 비장한 표정을 하며 멀어지는 유진의 뒷모습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녀도 당장 경신법을 극한의 속도까지 올려놓아 유진을 따라잡아 보고 싶었다.
쉬이익!
그러나 쉽지 않았다.
“어엇……!”
쾅!
허공을 밟던 엘도라는 중심이 무너지며 나무에 머리통을 그대로 받아버렸다.
“뭐, 뭐야……?”
유진이 흠칫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무리한 시도를 한 대가로 엘도라는 머리에 주먹만 한 혹을 기념품으로 가져야만 했다.
* * *
정찰을 끝내고 발란트와 유진 일행 모두가 유물 창고 앞에 모였다.
“유진과 엘도라는 별일 없었나?”
“예, 별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마수는 이미 모두 처치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 고생했다. 그리고 아인스, 제인스는 옹벽 보수였지? 잘 처리했나?”
“예, 훌쩍, 메꿔야 하는 곳은 모두 메꿨고, 자잘한, 훌쩍, 곳은 주민들이 스스로 보수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훌쩍.”
“그래…… 근데 너희들, 감기 걸렸어?”
“아, 아닙니다. 그냥, 좀, 코가 간지럽네요.”
“웃통 벗고 작업해서 그런 거 아니고?”
“아닙니다, 엣취!”
“쯧.”
발란트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라울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라울러는.”
“예! 말씀하신 대로 개척 마을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그래, 잘했다. 상황 보고는 완료되었고, 해산해라. 각자 숙소로.”
“예!”
라울러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기가 다 빨린 얼굴이었음에도 헤헤 웃고있었다.
유진은 보면 볼수록 참 순수한 녀석이라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라울러가 유진의 옆을 따라 걸었다.
“유진, 너한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왔어.”
“나한테 도움? 그게 뭔데?”
라울러가 유진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여기 촌장님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렇지.”
“그야, 뭐.”
라울러는 촌장의 집에서 나눴던 대화에서 이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네가 그러니 나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꼬마애들한테 촌장님 주변 얘기를 좀 물어봤거든.”
“애들이 촌장님 관련한 얘기를 알아?”
“잘 모르기도 하고, 노느라 물어볼 시간도 없었는데, 몇 개는 알아냈어.”
라울러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여기 있는 이들은 본래 글람푸스탄 근처에서 가족 단위로 살았는데 촌장이 오면서 이들을 한데 모은 것이고.
그리고 촌장의 어머니가 있는데 이곳에서 ‘현자’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아주 박학다식하다.
그리고 그녀는 뭔가 알 수 없는 언어를 가끔 말에 섞기에 아이들은 그녀를 조금 무서워한다, 그녀의 이름은 ‘마가렛’이라고 한다.
말을 전부 들은 유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내일 그분께 가보자.”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