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6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65화(65/320)
마가렛의 집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라울러가 유진을 붙들고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야, 촌장님이 뭘 했길래 그래? 여사님한테 그런 질문은 왜 한 거야?”
“나중에 말해줄게, 지금은 아니야. 근데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중간에 깨서 코 고는 척하느라 혼났다.”
“어쨌든 오늘 얘기는 철저히 함구해야 해, 형.”
“아, 알겠어.”
유진이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라울러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근데 너 진짜 그 많은 기사단이랑 용병들한테 조회신청 해봤어? 전서구를 한 1000마리 보낸 거야? 그럴 시간이 있었나? 내가 너랑 계속 붙어 있었는데.”
“당연히 그럴 시간 없었지.”
“어? 그럼?”
“그냥 다 뻥이지, 원래 그렇게 하는 거야.”
“아니!”
“내가 여사님을 잡아서 고문을 할 수 있어, 협박을 할 수 있어, 뭘 할 수 있겠어? 그 방법이 최선이었지.”
라울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넌, 무슨, 사람 마음을 죄다 꿰는 것 같다. 무섭게…….”
라울러는 사람을 다루고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는 데에 말도 안 되는 재능을 보이는 유진에게서 또 한 번 놀랐다.
다만.
“형 마음은 내가 웬만하면 안 들여다볼게. 누굴 좋아한다거나, 그런 거.”
“미친.”
알아서는 안 될 것도 알고 있었다.
* * *
보름달이 뜬 밤.
끼이익…….
촌장의 집 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역시나 촌장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유진은 투명화 마법과 더불어 기척 제거를 사용하여 촌장과 일행을 따라갔다.
묵광의 사용까지는 무리가 없었으나.
‘투명화 마법을 쓰니 마력 소모가 심하군. 오래는 못 쓸 것 같아.’
또한 고려해야 할 점이 있었다.
‘전사의 요람에서 나오는 인원의 수준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지겠어.’
하급과 중급, 상급 중에서도 어떤 급이 나오느냐가 중요했다.
탓.
한참을 걸어 촌장이 멈춰선 숲속에서는 이미 누군가가 대기 중이었다.
바로.
“하하, 어서 오게, 잘 지냈나?”
전사의 요람에서 나온 걸로 추정되는 사내들이었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하나는 유난히 커다란 체구와 날카로운 눈동자를 가졌고.
열 명 정도 되는 다른 녀석들은 전사의 요람 기준으로 하급전사 정도, 보통 3성에서 4성 정도의 실력으로 파악됐다.
외적인 특징으로는 모두 민머리라는 것.
유진은 나무 뒤에서 기감을 확장하여 녀석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요, 욜첸님, 잘 지내셨습니까.”
“흐하하, 뭘 긴장을 하고 그러나. 우리가 몇 년을 같이 했는데.”
“하하……! 예!”
촌장은 유난히 긴장한 기색을 내보이며 욜첸이라 불리는 전사에게 굽실거렸다.
“좋아, 본론부터 이야기할까?”
“예! 현재 마을 인원은 100명을 웃돌고 있소이다.”
“드디어 할당량을 채웠구나. 그리고, 내가 줬던 아티팩트는 모두 사용했느냐?”
유진이 미간을 좁혔다.
‘아티팩트? 무슨 아티팩트를 말하는 거지?’
촌장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예, 그렇소. 곳곳에 설치해 뒀으니, 발동만 하면 전부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것이오.”
“좋아, 좋아. 잘했어.”
욜첸은 히죽 웃으며 촌장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그렇다면 이제 저희는…….”
“내일 우리가 갔을 때도 반겨주길 바란다. 너희가 사라지면 제물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마지막까지 마을 사람들을 중앙에 모아두어라. 그렇게만 한다면.”
욜첸의 목소리가 스산한 기운을 발했다.
“살려는 주겠다.”
“예……!”
유진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제물들이라 함은 마을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군.’
설마 그 덕망 높은 촌장이 그런 짓을 하려 하다니.
겁에 질릴 대로 질린 촌장과 일행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다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호, 혹시. 이런 질문이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제물들을 바치고 나면 뒤탈은 없겠지요……? 아무래도 이곳은 펜첼의 영역이다 보니 저희가 책임지기엔…….”
욜첸이 히죽 웃었다.
“하하. 촌장 나으리.”
그러다.
얼굴이 확 일그러뜨리고 촌장의 머리채를 잡아채더니, 칼을 꺼냈다.
스릉!
“헉!”
“우리 말을 믿지 못하면 계약은 끝이지. 아니면 어쩔 건가? 지금 당장 죽고 싶은 게냐?”
“그, 그게 아니라!”
“제물도 제대로 못 바치는 놈에게 우리가 하급전사 직위를 줄 수 있겠어? 응? 뒤탈은 알아서 해야지.”
“죄송합니다!”
하급전사들도 욜첸의 잔혹함을 알고 있는지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내가 누군지 알고 있지?”
“그, 그럼요! 전사의 요람의 후기지수로서 흑지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으며 ‘혈풍’이라 불리는……!”
“됐어, 됐어. 자식이 아부는. 내가 원하는 건 네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다.”
촌장은 일행의 뒷덜미를 잡더니 함께 머리를 땅에 박았다.
콱!
“명심하겠습니다!”
“프흐흐, 말귀는 잘 알아먹어서 좋군. 아무튼, 계획대로 진행하고, 내일 보자고.”
뒤를 돌아가려던 욜첸이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아, 그, 그 주작인가 조작인가 하는 녀석들은 내일 떠나는 게 맞겠지?”
“예!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간다고 합니다!”
“뭐, 그런 이름도 제대로 못 들어본 기사들 따위야 별거 아니지만, 워낙 우리 사부가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으면 하셔서 말이야.”
“믿으셔도 좋소이다!”
“그래, 너만 믿고 있을 테니 잘해 보자고. 일만 잘 마무리되면 하급전사 직위는 따 놓은 셈이니.”
그렇게 전사들이 자리를 떠나고, 촌장 일행이 심호흡을 내뱉었다.
“후우…….”
“촌장님, 저자들 믿어도 되겠죠?”
촌장이 버럭 짜증을 냈다.
“머릿수나 제대로 확인해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예……!”
“직위만 따면 나도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탈출이고, 너희들도 떵떵거리며 살 테니까.”
촌장 일행은 헤실헤실 웃다가 자리를 비웠다.
적막에 싸인 공간.
유진이 그간 의심해오던 추측을 정리했다.
‘마을을 부유하게 만든 이유는 결국 사람들을 모으기 위함이었어.’
그리고.
‘전사의 요람은 촌장이 모은 사람들을 제물로 바쳐서 뭔가를 얻으려 하는 것이고.’
유진이 품속에서 개척마을 창고에서 찾아낸 서적을 꺼내 마지막 문구를 다시 읽었다.
끝없이 흐르는 피가 그대에게 제왕의 축복을 주리라
고대 제국의 문자로 적혀있던 글이었지만 유진은 이제 모든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맥락상 확신하는 건.
‘이건 분명 상권일 테고 하권은 전사의 요람에 있겠지.’
책의 앞쪽에는 ‘주술’과 관련된 역사와 그에 관련된 준비물이 적혀있을 뿐, 직접적인 주문은 드러나 있지 않았다.
‘분명 구체적인 내용은 하권에 있을 거야. 그리고 하권은 전사의 요람 녀석들이 가지고 있을 거고.’
유진의 머릿속에 계획이 하나씩 오갔다.
‘그리고, 녀석들이 말했던 아티팩트가 무슨 아티팩트인지 알아내야 해. 들어보니 어떤, 함정 같은 게 아닐까. 혹시……?’
전부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짚이는 것이 하나 정도 있었다.
‘오늘 밤이 가기 전에 확인해보고 들어가야겠어.’
이번 임무는 겉으로는 쉬워 보였으나, 알고 보니 가장 어려운 임무였다.
주작을 부흥시킴과 더불어 제이드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이 고난을 이겨내야만 했다.
하지만.
‘다만 임무의 책임자는 선배인 발란트야.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더라도 선배가 과연 내 뜻을 따라줄까?’
일단, 부딪혀 봐야 했다.
* * *
숙소로 돌아가는 길.
유진은 촌장과 욜첸이 말했던 ‘아티팩트’를 알아내기 위해 마을에 기척을 숨기고 천천히 들어갔다.
달빛만이 어슴푸레 비추는 마을의 정경이 보이고, 모두 잠을 자고 있는지 불은 하나도 남김없이 꺼져 있었다.
‘마을 사람들을 모두 한 번에 처리하려는 것 같았어. 그렇다면, 한곳에 모아놓으려 할 테고, 그 주위에?’
촌장이 어디에 사람들을 모아놓느냐가 관건이었다.
물론 유진은 추측할 수 있었다.
‘저기밖에 없어.’
유물 창고 앞, 넓은 공터.
100명가량 되는 마을 사람들을 모으려면 저곳밖에 없었다.
유진이 그 공터 외곽을 걸었다.
‘함정이라면 무슨 함정일까? 발동하면서 바닥으로 빠져버리는 장치? 아니면, 가시가 솟아올라오는 장치일까? 뭐가 대량살상을 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이고 적은 투자가 필요할까?’
전생의 경험과 더불어 현생의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 추론을 이었다.
전사의 요람만의 특징.
제물로서 가져야만 하는 특징.
효율성, 투자 비용.
“아.”
결국, 알아냈다.
‘독이다.’
전사의 요람은 제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조용히 처리하길 원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괜한 증거나 흔적이 남지 않아야 하고.
많은 사람들을 죽이되 시체는 훼손하지 않으려면 ‘독’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다.
‘독, 독을 미리 뿌려놓았을 리는 없고, 일정량의 오러를 불어넣으면 독이 퍼져나가는 아티팩트를 사용한 게 분명하다. 공터 주위를 살펴야 해.’
유진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유진이 추론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마법적인 성격이 짙은 아티팩트일 터.
아톰의 겉을 회전하고 있는 고리에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자 마력이 체내를 돌면서 주위에 퍼진 마나가 몸으로 느껴졌다.
이 정도 추론과 능력을 펼치고 나니, 함정은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법진.”
공터의 외곽에 일정한 간격으로 특이한 모양의 마법진이 배치되어 있었다.
아마 마법진을 설치해주는 스탬프 아티팩트 같은 걸 사용한 모양이었다.
유진은 그 마법진을 제거하기 위해 손을 뻗다가, 돌연 씨익 웃었다.
“잠깐만.”
이거, 역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유진이 묵광 3성의 부가 효과, 마법의 이해 기능을 꺼내 들었다.
* * *
다음 날 이른 새벽.
주작 기사단이 떠날 준비를 했다.
그들이 숙소 문을 열고 나오자 개척마을 주민들도 벌써 나와 있었다.
“기사님들, 이제 가시는 건가요?”
“예, 어느 정도 정리가 됐으니 이제 가야겠죠.”
발란트가 미소를 짓자 마을 주민들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오늘도 흰옷이네요. 특별한 날인가 봅니다.”
“아유, 그럼요! 우리 기사님들이 떠나시는 날인데 이보다 더 특별한 날이 있을까요.”
그때 라울러가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혀엉……!”
“라울러 형…… 언제 또 와요?”
“모르겠네, 또 올게. 그때까지 밥 많이 먹고 잘 지내고 있어, 울지 말고! 에이.”
조그만 아이들이 라울러의 다리에 엉겨 붙어 칭얼대고.
“기사님들, 덕분에 마을이 더욱 안전해졌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할 일을 했을 뿐입, 으읍.”
함께 옹벽을 보수하던 아저씨들은 인스 형제와 포옹을 나눴다.
그리고.
“에, 엘도라 기사님, 그간 감사했습니다. 부디 잘 지내시길…….”
“네, 안녕히 계세요.”
마을의 미래가 될 청년들은 엘도라를 아련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마을 사람들은 진심으로 주작 기사단에게 감사를 표했고, 녀석들도 그새 정이 들었는지 아쉬운 기색이 보였다.
물론 그들은 마지막으로 유진과 발란트에게도 거듭 인사를 건넸다.
“단장님도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유진 기사님도요.”
“단장은 아니고요, 그냥, 팀장 정도입니다.”
“아! 집에 북어 말린 게 좀 있는데 이거라도 좀 챙겨드릴까요? 이게 끓이면 국물이-”
“아닙니다, 괜찮아요. 하하.”
“아유, 아쉬워서 어째. 뭐라도 드려야 하는데…….”
다만.
항상 앞장서서 기사단에게 예를 표하던 촌장은 정작 이때는 멀찌감치 서서 이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발란트도 그 점이 이상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들어올 때는 그렇게 법석이더니, 떠날 때는 마중을 안 나오시는군…….”
어두운 밤중에 약간의 소란이 오가고, 기사단이 마을에서 빠져나갔을 때.
유진이 발란트에게 조용히 말했다.
“선배님.”
“응, 왜. 북어 말린 걸 그냥 가져올 걸 그랬나 싶은데. 너도 그 생각이 났나?”
“그게 아니라.”
유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을이 위험합니다.”
“……뭐라고?”
유진이 상황을 침착하게 설명했다.
개척 마을의 촌장은 전사의 요람과 거래했고 이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있다…….
유진의 설명에 따라 발란트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화했다.
“그게 정말이야?”
“제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 정보들은 언제 알았지?”
“어제 촌장의 뒤를 밟아 전사들을 두 눈으로 보고 확신했습니다.”
“의심 자체는 오래되었다는 말이군. 왠지, 촌장이 마지막에 좀 이상하더니.”
얼추 얘기를 엿들은 동료들도 서로 눈치를 보았다.
“…….”
발란트가 유진을 가만히 응시하는 걸 보니 화가 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또한 유진의 행동은 발란트의 눈에는 독단행동이자 월권이라 볼 수 있으니, 책임을 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탁.
발란트가 유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더니.
“혼자서 고민이 많았겠군. 수고했다.”
오히려 유진을 따듯하게 위로했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선배로서 충고 하나 하지. 우리는 같은 주작 기사단이다. 앞으로는 상황을 공유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너의 동기들을 봐라. 저들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건 아닐 테고.”
라울러.
인스 형제.
엘도라까지.
이들은 그 어렵다는 사자의 시험과 더불어 3년간의 혹독한 훈련을 버텨내고 이곳까지 온 인물들이다.
그리고 유진이야말로 이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장본인이었으니.
“믿죠. 누구보다.”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면 저희도 일단 준비하고 있으면 되겠죠?”
“전사의 요람이라면…… 후우.”
동기들은 여태까지 들은 유진의 설명으로도 충분했는지, 이미 몸을 풀고 있었다.
발란트가 긴장감을 머금은 표정으로 유진에게 물었다.
“그래서, 계획이 있나? 아니면 아직인가?”
전생 동안 평생 해온 것이 무엇이었던가?
유진에게 이러한 상황에서 계획을 짜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일은 질리도록 많이 해본 일이었다.
“당연히 있습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