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6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67화(67/320)
“이 라울러가 창을 들었다? 이제 싹 다 뒤진 셈이야, 너네.”
라울러의 창이었다.
라울러는 개척 마을의 주민들 사이에서 대기하던 중 틈이 보이자마자 곧바로 창을 던진 것이었다.
컥.
하급전사는 그대로 절명했다.
“어떡해! 어디로 가!”
“엄마아……!”
당황한 마을 주민들은 우왕좌왕하며 눈치를 보다가 결국 뿔뿔이 흩어질 것 같았다.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 라울러의 임무였으니.
라울러가 콧수염을 떼버리고 크게 외쳤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 얘들아! 빨리! 형 말 들어!”
“형……!”
“라울러 형이다!”
이미 라울러에게 깊은 신뢰를 가진 아이들이 그의 말을 따라 얼른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자연스레 부모들도 아이의 뒤를 쫓았고.
절반 이상이 창고를 향하자 나머지 절반도 합류하는 모양새였다.
하나, 아직 창고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기사님……! 기사님은 어떻게!”
“형은요!”
마일스와 마일스의 어머니가 발을 동동 구르며 라울러의 안위를 걱정했다.
“창고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끝날 거에요.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무조건 창고 안에 있어야 해요. 아시겠죠? 마일스, 알겠지?”
“알겠어요……!”
마일스와 어머니까지 창고 안으로 대피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한 사람.
“유진 청년, 미안혀. 내 실수 때문에 이 지경이 됐어. 이 한마디는 하고 죽어야겠어라.”
마가렛 여사였다.
그녀는 유진에게 따로 상황을 듣지 않고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모두 파악한 모양이었다.
“죽기는 뭘 죽습니까. 일단 들어가세요.”
“가능하면은 모두 살아내면 좋겠구먼.”
“이 일이 끝나면 촌장과 배신자들 모두가 정당한 처벌을 받을 겁니다. 그건 기대하지 마세요.”
유진이 단호하게 말하자 마가렛은 순간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하긴, 아들이 벌 받을 거라는데 어떤 부모가 동요치 않을까.
하지만 마가렛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디야.”
유진이 마가렛을 등 떠밀어 창고로 보내고, 라울러가 찡긋 웃었다.
“임무 완수.”
“형한테는 믿고 맡긴다, 정말.”
유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울러의 말대로 주민들의 대피가 일사천리로 이루어진 셈이었다.
창고에 들어서지 못한 사람은 촌장과 그의 무리뿐.
“하, 죽이기 쉽게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몰아 넣어준 건은 저승에서 후하게 쳐줄 거다. 어이, 촌장! 이리와 봐.”
“예……!”
콱!
욜첸이 웃는 얼굴로 이를 갈며 촌장의 멱살을 붙잡아 공중에 떠올렸다.
“너부터 죽이고 네 친구들도 갈아마셔주마.”
“컥! 저는 아무것도 모른단 말이오……! 아, 제, 제게 방법이 있소!”
“방법? 제대로 된 방법이어야 할 거다.”
버둥거리던 촌장이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유진과 욜첸 사이를 번갈아 보았다.
“무슨 방법이냐면…….”
‘이미 욜첸, 저 개자식은 나를 죽일 셈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짧은 사이에 누구한테 붙어야 할지 고민을 했고, 결론을 정했다.
타다닷!
유진 쪽으로 부리나케 달려간 촌장이 유진 앞에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렸다.
“나는 절대 전사의 요람과 관계가 없소! 저들이 저를 개척 마을의 촌장인 점을 노리고 협박을 한 거요! 저희 어머니까지 볼모로 삼고 말이오!”
“허, 그러셨군.”
협박? 어머니? 죄다 거짓말이었다.
유진은 물론, 원래 촌장의 편에 있던 배신자들조차도 그의 추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네놈이, 저것들한테 붙었다, 이 말이지?”
촌장은 욜첸의 스산한 목소리에 움찔하다가, 재빨리 유진의 뒤쪽에 서서 몸을 웅크렸다.
유진이 이를 뿌득 갈며 촌장에게 조용히 말했다.
“일단 살려는 드리겠습니다. 이따 보죠.”
“가, 감사합니다!”
“감사할 건 없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벌을 받아야 하니까.”
“무슨……?”
탁!
유진은 뒷목을 쳐서 촌장을 기절시켰다.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닐 거야. 전사의 요람과 관계된 정보를 다 털어놓아야 할 테니.”
유진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태양신교에게 토사구팽당한 이후 유진에게 배신이란 그가 가장 혐오하는 짓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욜첸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 혈풍을 배신했다는 걸 죽어서 후회할 거다.”
이미 분노에 눈이 멀어버린 욜첸은 유리가 세웠던 처음 계획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주작, 네놈들도 제물로 바치면 딱이겠군.”
욜첸은 가장 강한 기세를 보이는 기사, 바로 유진에게로 먼저 치달았다.
유진이 눈을 부릅떴다.
유진의 오러 수준은 6성급.
세월이 지나고 폐관 수련까지 하며 묵광은 4성급에 다다랐으니 그의 무위는 이미 제 스승들을 넘어설 정도였다.
하나, 그런 점을 욜첸은 알 리가 없었다.
“너 같은 놈이 나를 막아설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커다란 장검이 유진에게 쏜살같이 치달았다.
유진은 그 검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쁘지 않아. 근력 수준이나, 오러도 잘 배워둔 모양이야.”
하나 그뿐이었다.
까앙!
유진이 쿠란을 검을 쳐드는 행위만으로 욜첸의 일격을 손쉽게 막았다.
“감히 평가를 해!?”
욜첸이 버럭 화를 내며 검을 한번 빙글 돌리자, 검을 중심으로 작은 피바람이 감겼다.
“이것도 받아봐라!”
이후에 놈과 검을 맞댈 때마다 유진은 피바람이 닿는 손과 팔에 자잘한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한두 번 합을 주고받으면 몰라도, 싸움이 길어지면 상체 전체가 너덜너덜해질 것 같았다.
하나.
그것 또한 하나도 통하지 않았다.
“이게 다야?”
“무슨……!”
“문신화는 언제 꺼낼 생각이야?”
“미친 소리!”
캉! 카앙! 카앙!
유진은 큰 힘은 전혀 들이지 않고, 심지어는 한 손으로 쿠란의 검을 쥐고 욜첸을 상대하고 있었다.
피바람은 오러를 둘러 충분히 물려낼 수 있었다.
“건방진 자식이……!”
욜첸은 자존심이 퍽이나 상했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는 힘을 있는 대로 끌어쓰다가, 옆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급전사 셋은 어느새 라울러와 합을 겨루고 있었는데, 양상은 엇비슷해 보였다.
“하급! 그 창사놈은 무시하고 이놈을 집중공격해라! 그리고 한 놈은 그걸 발동해!”
“예……!”
“어딜 내빼려고!”
하급전사들은 라울러의 창술을 감당하랴, 제 상급자의 명령에 따르랴 정신이 없었다.
유진은 혀를 가볍게 찼다.
“난전은 내가 선호하는 전투가 아닌데.”
사실, 유진은 욜첸을 일격에 끝낼 수 있음에도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었다.
또한, 욜첸이 지시한 ‘그것’을 유진은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라울러 형! 지금이야!”
“좋아!”
신호를 받은 라울러가 하급전사 셋을 크게 밀쳐내더니, 공터 외곽으로 달려갔다.
“뭐, 뭣……? 설마!”
욜첸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얼굴을 와락 구겼다.
라울러가 오러를 창끝에 세밀하게 뭉치더니, 땅바닥의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쏘았다.
그러자.
팡팡팡팡팡!
마치 도미노를 쓰러트린 듯, 공터 외곽을 따라 작은 폭발음이 줄줄이 터지더니 매캐한 연기가 솟구쳐 올랐다.
바로, 촌장이 욜첸에게 명령을 받아 미리 설치해 둔 함정들이었다.
연기에는 독성이 가득하여 흡입하면 쉽게 정신을 잃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하! 함정을 간파했다, 이 말이냐. 그래봤자 너희들만 죽어 나갈 텐데!”
이미 욜첸과 하급전사들은 해독제를 먹은 상태였는지 기세등등했으나.
유진은 히죽 웃었다.
“마법 구조를 바꿔놓으면, 함정의 성격이 조금 변하지, 아마?”
“……!”
비릿한 웃음을 짓던 하급전사들과 욜첸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지더니,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쿨럭! 컥!”
“네놈이……! 마법진에 무슨 짓을 한 거냐……!”
눈이 따끔거리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 만큼 독성은 짙었다.
그나마 이들은 오러를 한껏 발휘해 연기를 물려냈기에 버틸 수 있었다.
물론, 독성의 구조를 특이하게 바꿔놓았기에 유진과 라울러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욜첸이 눈물 콧물을 다 뺐다.
‘함정을 미리 간파해놓은 데에 모자라, 마법진의 수식을 바꿔놓았다고……? 완전히 저 꼬맹이의 손바닥 위인 건가!’
함정만 발동하면 한결 문제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그걸 역이용당할 줄이야.
그러니 이제 진짜 위기에 처한 쪽은 욜첸 쪽이었다.
‘빌어먹을, 이래서는 안 돼! 어쩔 수 없다!’
욜첸이 뒤로 크게 물러서더니, 갑자기 제 팔뚝을 얕게 그어 피를 냈다.
이어 제 상의를 찢어 흐르는 피를 문신이 새겨진 가슴팍에 흩어 발랐다.
욜첸이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웃음지었다.
가슴팍에 새겨진 늑대 문신이 피로 물들자 붉게 빛나기 시작하면서…….
아우우!
욜첸의 온몸에 붉은 털이 수북이 나고, 발톱이 날카롭게 길어졌으며, 눈동자도 세로로 찢어진다.
주둥이 역시 길어지고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나 보였다.
몸에 새겨진 문신과 교감하여 몸이 바뀌는 기술.
문신화(文身化)였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일어난 변화.
분명 욜첸은 회심의 무기를 꺼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 진즉에 그걸 꺼냈어야지. 이제 좀 얘기가 되네.”
유진은 오히려 욜첸의 변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활짝 웃었다.
굳이 시간을 끌면서 기다린 보람이 생겼다.
* * *
“후우, 욜첸님이 들어갔으니 금방 끝난다! 빌어먹을, 조금만 더 버텨!”
“크윽……!”
하급전사 여섯은 발란트와 엘도라, 인스 형제를 상대하느라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뒤였다.
물론 발란트 일행도 상처가 없진 않았다.
퉤!
발란트가 입에 고인 핏물을 뱉어내며 놈들을 노려봤다.
“하, 살아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우습구나. 욜첸이 아무리 강해 봤자다.”
어차피.
“유진이 싹 다 쓸어버릴 거니까.”
하급전사들은 발란트와 엘도라, 인스 형제들의 전투력을 본 이상 저 말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었다.
발란트는 삼염참으로 진영을 흔들어놓고.
엘도라는 밖으로 도는 전사를 잡아 힘으로 찍어 눌렀으며.
인스 형제는 그간 갈고닦아온 합격술로 2인분보다 훨씬 더한 전력을 보였으니.
“개소리 마라!”
하급전사 여섯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발란트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 * *
‘전사의 요람만이 사용하는 비전, 문신화. 드디어 저걸 눈앞에서 보는군. 녀석은 과연 얼마나 강해질까?’
유진이 욜첸은 단숨에 끝내버리지 않고 전투를 조금 더 이어나간 이유.
아껴둔 함정을 사용하여 놈들을 궁지에 몰아넣은 이유.
바로 문신화의 사용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지금의 전사의 요람을 있게 해준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었다.
야생동물이나 신수, 마수 등.
전생에서 태양신교를 지휘할 때도 문신화로 강해진 전사들 덕분에 수천의 기사들이 애를 먹었다.
애초에 평범한 인간이 아닌 동물적인 감각을 탑재하는 기술이 문신화였으니,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유진은 저 뛰어난 기술을 베껴오려는 요량이었다.
‘직접 보니 어떤 원리로 문신화가 이루어지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외형을 입체적으로 잡아놓고 그 문신과 완벽히 일체화를 상상하며 몸을 재구성하는 거야.’
욜첸이 잠깐 사이에 사용한 오러의 움직임과 형태를 보고 알아챈 것이었다.
물론 일반인이 듣는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마법을 이미 많이 배워서 그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데.’
막상 원리를 깨우치고 나니 실망스러웠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욜첸은 제힘을 과시하듯 기운을 잔뜩 흘렸다.
화아악!
늑대의 포효가 들려오는 듯, 공기가 진하게 진동했다.
“유진……! 잠시만 기다려! 내가 도와줄게!”
라울러조차도 욜첸의 기세를 느끼고는 소리 질렀다.
분명 지금의 성취로는 문신화를 사용한 욜첸과의 싸움이 힘들 터인데도 전투 의지를 드러낸다.
마을 사람들을 구하고 유진을 돕겠다는 강인한 정신이 엿보였다.
하나 그와는 조금 다르게.
“네가 그렇게 나오니, 나도 굳이 힘을 아낄 필요가 없겠네. 재밌겠어.”
유진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하하! 여유로운 척은. 네놈이 나를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함정에 당하여 콧물을 질질 흘릴 때는 금세 잊었는지, 욜첸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유진은 욜첸의 말을 무시하며 왼쪽 손목에 끼워진 팔찌를 톡 건드렸다.
그러자마자.
화르륵!
유진의 손목에 화룡검이 쥐어졌다.
이도류를 시전할 심산이었다.
“……!”
애초에 화룡검 자체가 요정족인 아이칸이 만든 매우 희귀한 물건이었으니, 욜첸은 저 화염으로 이루어진 검을 보며 놀라야만 했다.
“화염으로 만들어진 검?”
척!
유진이 이도류의 기본자세를 취했다. 굳이 이도류의 충격파를 꺼낼 필요도 없었다.
유진의 눈빛이 형형히 빛나고, 그의 왼손에 쥐어진 화염검은 그만큼이나 밝게 빛났다.
욜첸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직감했다.
‘문신화가 풀리기 전에 저 녀석을 끝장내야 한다. 게다가 펜첼이 오고있다고 하니……!’
늑대로 외양을 변모한 욜첸은 더 이상 검을 쓰지 않고 제 발톱을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보며 유진이 히죽 웃었다.
‘크라우드식 이도류도 연습해야 하고, 동시에 어머니에게 배운 삼염참까지도 섞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야. 상대가 저 정도 수준이라면 딱 제격이고 말이야.’
지금까지 여러 기술들을 배우고 아티팩트도 얻었으니, 이제 실전에서 응용할 차례였다.
캉! 카앙! 까아앙!
욜첸의 발톱이 쿠란의 검만큼이나 단단했다면, 유진의 반응 속도는 늑대보다 빨랐다.
“크윽……!”
하나.
결론적으로 다친 것은 욜첸이었다.
문신화를 했음에도 전투의 양상은 유진에게 한참 기울어져 있었다.
화룡검의 불꽃은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욜첸의 발톱을 휘감는 피바람도 죄다 증발시켜버렸다.
이도류로 화룡검을 함께 사용하니 쿠란의 검만 사용했을 때와의 전투력이 배로 늘어난 듯했다.
심지어 공격의 다채로움에서도 밀리고 있었다.
욜첸의 발톱은 다섯 개.
덕분에 공격 범위가 넓으니 유진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전투여야만 했다.
하지만 유진은 한술 더 떴다.
유진은 두 개의 검으로 삼염참을 쓰면서도, 펜첼에서 배운 일격다흔을 융합시켰다.
그 덕분에 딱 한 번 검을 휘둘러도, 뜨거운 화염을 머금은 궤적이 10개씩이나 그려졌다.
유진은 지난 2년간 죽기를 각오하고 훈련에 임했고, 폐관 수련까지 했으니 이러한 기술의 융합은 식은 죽 먹기였다.
“썅! 이런 개 같은 기술이 다 있어……!”
하나, 여기서 욜첸이 가장 화가 나는 건 다른데에 있었다.
“이 빌어먹을 놈! 갖고 놀지 말고 제대로 해라!”
“들켰네.”
유진이 자신의 힘을 모두 꺼내지 않고 조절하고 있다는 점.
발란트 일행 정도면 하급전사들을 충분히 상대할 테니, 급하게 욜첸을 쓰러트릴 이유도 없었거니와.
오히려 혹시 있을지 모를 전사의 요람 지원군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아껴두고 있었다.
물론 근거도 있었다.
유진의 확장된 기감에 어떠한 강대한 존재가 이쪽으로 빠르게 오고 있는 것이었다.
“카아아아악! 카아악!”
욜첸이 오러를 뿜어내 몸에 들러붙은 화염을 떼어내며 분해 죽겠다는 듯 악을 쓴다.
‘어째서 사부나 대사형이 생각나는 거지? 아주 조금만 더 찌르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느새 더 높이 올라가 있다. 제기랄!’
욜첸은 늘 대사형을 넘어서 사부까지 뛰어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유진에게서 그러한 느낌을 받으니 자연스레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혈석이 완성된 상태였다면 사부는 물론 이런 조무래기 따위는 상대도 안 될 텐데!’
유진이 욜첸의 눈동자를 직시하다가, 눈치챘다.
“생각이 많아 보이네.”
“……!”
“네놈들이 사람들을 모아서 무슨 짓거리를 하려는 줄 알겠어.”
유진이 자신의 반지를 잠시 짚었다.
우우웅!
욜첸과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폭군의 반지가 진동했다.
유진이 글람푸스탄에 온 이후 고대 제국어를 배우며 읽었던 고서의 내용.
그리고 인신 공양을 준비하는 듯한 분위기 등을 고려한 결과가 있었다.
“네 안주머니에 있는 무언가. 넌 그걸 아주 신경 쓰고 있네. 돌멩이 같은 거. 그렇지?”
욜첸이 숨을 몰아쉬며 유진을 노려봤다. 굳이 부정할 이유도,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가, 간파한 척은!”
“그 돌멩이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걸까. 보나 마나 전사의 요람에서 만든 하찮은 물건이겠지.”
이제는 대놓고 유진이 무시하자 욜첸이 이를 뿌득 갈았다.
“이 ‘혈석’에 수백 년의 연구와 수많은 제물을 바쳤다. 네놈이 뭘 아느냐?”
‘사람을 제물로 바쳐 힘을 얻으려고 하는 녀석들은 언제나 있었지.’
전생의 태양신교 또한 원한석(怨恨石)이라는 것을 실험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비인륜적인 실험은 유진의 주도로 금방 폐기되고 말았지만.
그런데 설마 전사의 요람이 그런 것을 만들어내는 줄은 몰랐다.
전생에서도 알아내지 못했던 전사의 요람의 비밀.
혈석이라는 물건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그들의 위상에 금이 가기에 밝히지 않았을 터였다.
“뭐, 아무래도 좋다. 네놈들이 개자식이고, 머지않아 싹 다 쓸어버려야 할 이유가 추가된 셈일 뿐이니까.”
스스스!
말을 마친 유진에게서 스산한 기운이 솟아올랐다.
이는 단순한 오러가 아니었다.
“문신화의 원리도 알아냈고, 왜 이런 짓거리를 하는지도 알아냈으니. 너는 쓸모를 다 했어.”
“무, 뭣……!”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기운이 유진의 반지에서 흘러나오더니, 바닥을 타고 욜첸에게로 빠르게 기어갔다.
욜첸은 저런 기운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마치 수억 마리의 바퀴벌레가 파도를 이루어 욜첸을 먹어치우러 달려오는 모양새였으니.
“으아앗!”
욜첸이 식겁하여 피바람과 오러를 흩뿌려 검은 연기를 공격했으나, 허사였다.
“아, 안돼……!”
결국 욜첸의 발에 닿은 연기는 천천히 욜첸을 타고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고통이 전해지며 혈액이 천천히 유진에게로 빨려 들어갔다.
방금 전까지 악착같이 방어해 내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주르륵…….
노란 물이 욜첸의 바지를 적셨다.
공포.
제 목숨이 곧 떨어질 거라는 그 공포는 문신화를 한 욜첸이든 뭐든 간에 오줌을 지리게 만들었다.
‘함정부터, 절대적인 무력, 게다가 이 정체 모를 기운은……! 내가 이길 수 없다!’
문신화고 뭐고 힘의 차이를 절감한 욜첸이 제 다리를 미친 듯이 털어내고 악을 지르며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제발, 제발, 제발 살려줘……! 제발!”
유진이 피식 웃었다.
‘줄리아에게 마법을 익히면서 폭군의 기운을 다스리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군.’
‘탐욕’이었다.
라울러가 이 모습을 보고 있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티팩트의 효과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니.
검은 연기가 욜첸의 피를 빼앗던 와중.
쐐애액!
무언가가 날아오며 만들어진 거친 파공음이 공기를 찢으며 치달아-
유진의 머리를 쪼개려 달려들었다.
꽈앙!
흠칫한 유진이 혈마법을 거두어들이고 재빨리 검을 들어 막았다.
날아온 건 그의 상반신만 한 커다란 양날 도끼였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