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6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69화(69/320)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양의 원념이 유진의 손을 타고 들어왔다.
욜첸이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고, 혈석의 붉은빛이 사그라든다.
“……!”
유리의 표정이 당혹으로 물든 사이, 유진은 빈틈을 주지 않기 위해 더욱 빠르게 혈석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악이 가득 들어찬 원념이었다.
-끄아아아아아!
-죽여줘, 제발! 제발!
제인스의 원념을 흡수할 때보다도 훨씬 더 큰 목소리가 유진의 머릿속을 울렸다.
또한 이번에는 환청뿐만이 아니라 환각도 더해졌다.
푹! 푹! 푹!
악마의 얼굴을 한 자가 누구가를 칼로 수십 번도 넘게 찔러서 죽이는 장면.
검을 든 사내가 수없이 많은 민간인을 무심히 베고 찌르는 장면.
수백의 사람들이 이글거리는 불 속에서 살려달라며 몸부림치는 장면…….
유진의 머릿속이 뜨거워지며 뇌를 면도날로 헤집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치면 광기에 물들어 모두를 죽이는 괴물이 될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방금 욜첸을 탐욕으로 흡수해버리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커다란 압박이었다.
그만큼 혈석에 담긴 에너지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랬다.
“이잇……!”
유리마저도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는지, 다시 한번 도끼를 유진에게로 쏘아 보냈지만.
쾅!
유진의 주위로 혈석의 기운이 방어막을 만들며 막아냈다.
“마, 말도 안 돼!”
“유진! 괜찮냐? 어? 말 좀 해봐!”
뒤늦게 라울러도 유진의 방어에 합세하여 유진이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혈석의 기운은 이미 유진을 보호해낼 정도로 깊이 흡수되었으며, 심지어는.
우우웅!
묵색이었던 쿠란의 검에도 혈석의 원념이 스며들었는지, 검신이 피처럼 붉은 빛깔로 변했다.
“미친 자식이! 당장 그만두지 못해! 우리 사부도 못 한 일을 네놈 따위가!”
뭘 어떻게 했길래 저 꼬맹이가 완성되지도 않은 혈석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저런 식으로 원념을 흡수하는 방법이 있었다고?!’
본래 혈석의 흡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을 보았기에 유리는 제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게다가, 저걸 모두 흡수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원념의 힘을 거느리게 되는 건가!’
유리가 생각하는 대로, 유진은 어마어마한 힘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유리가 있는 힘을 다해 도끼를 던지고 또 던졌으나, 혈석의 방어막과 더불어 라울러가 죽을힘을 다해 유진을 보호했다.
그러나 유진도 마냥 안전하지는 않았다.
‘버틸 수가 있나……? 제기랄. 안될, 것, 같은데.’
너무도 많은 원념을 유진 혼자서 감당해 내기에는 무리인 것이다.
“유진! 유진. 유지인…….”
라울러가 애타게 유진을 부르는 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몸이 휘청거렸다.
물론.
유진도 이럴 상황이 만약에 있을 때를 대비해서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나와……! 보고만 있지 말고.’
혈석의 원념이 쿠란의 검으로 스며들어 갈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방법.
-에이잇! 잠도 못 자게 하는 거냐? 정말!
사자의 정령, 체첸의 목소리가 쿠란의 검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곧.
화아아!
뜨거운 불속에서 타는 것 같던 유진의 뇌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허어억……!”
곧바로 유진은 정신을 차렸고, 체첸이 투덜거리는 음성을 들어야 했다.
-없는 척 있었더니, 이젠 원념까지 밀어 넣어서 날 방해하는 거냐고! 이제 됐냐? 됐어?
‘조용히 해봐, 좀.’
정신을 차린 유진이 단박에 상황을 파악했다.
‘혈석의 원념이 몸에 흡수. 그리고 마찬가지로 커다란 원념이 있는 쿠란의 검과 반응하여 체첸이 깨어난 거야.’
제이드에게서 체첸을 선물 받은 이후 잠시나마 체첸의 소환을 연습했었다.
체첸은 쉽게 나오려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에서는 그도 별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혈석에 담겨 있는 무지막지한 원념들과 더불어, 욜첸의 영혼까지 탐욕으로 먹어버렸다.
게다가 체첸은 저주와 정신 마법의 대가였다.
‘묵광이 훨씬 더 맹렬하게 돌아가고, 신체는 쇳덩이처럼 단단해졌어. 심지어 정신도 명경지수를 쓴 것처럼 맑아.’
추가로.
“네놈……! 무슨 짓을 한 거야!”
유리가 소리친 덕분에 유진은 자신의 찢어진 옷 사이로 어깨 쪽에 문신 하나가 새겨진 것을 깨달았다.
‘흑룡’의 문신이었다.
아마 욜첸을 탐욕으로 흡수하면서쿠란의 검과 융화가 되어 문신이 새겨진 모양이었다.
‘이걸 이용한다면, 유리와의 전투 양상을 뒤집을 수도 있다!’
물론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으니, 시간이 필요했다.
“라울러 형.”
“말만 해!”
“마을 사람들을 지켜.”
간단히 지시를 내리고는 유진이 유리에게로 곧장 달려들었다.
팟!
유리는 유진의 기세가 혈석을 흡수하기 이전과 격이 달라졌다는 걸 직감하고는 자신의 오러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분명히 강해졌다……!’
혈석을 통째로 빼앗겨버렸고, 욜첸도 죽었다.
누가 봐도 유리는 임무에 실패한 셈이었다.
하지만.
유리는 오히려 상황이 편해졌다고 생각했다.
“크하하! 그러면 이제 네놈만 잡아가면 되는 것이구나!”
혈석은 매개체일 뿐. 혈석을 머금은 인간의 육체를 가져가면 제 상급자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 분명했다.
도끼를 고쳐잡은 유리와 유진이 부딪쳤다.
조금 전과는 아예 다른 수준의 굉음이 울렸다.
꽈앙!
유리는 사자의 모습으로 문신화를 시전한 데다가 오러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웬만한 수준의 고성급 기사 몇은 썰어버릴 만큼이었다.
하나.
유진도 혈석을 흡수하며 아톰을 최대치로 회전했기에, 싸움은 호각이었다.
유진이 검을 아래로 찌른다.
하지만 이는 눈속임이다.
유리도 그걸 눈치채고는 무시하며 유진의 머리통을 노리고 도끼를 내려찍었으나.
이 또한 유리의 눈속임.
유진이 몸을 비틀면 곧바로 도끼를 가로로 쓸어 두 동강을 낼 심산이었다.
“그만 좀 꼬지 그래?”
유진은 이마저도 예측하고는 유리의 발치까지 몸을 파고들었다.
콱!
도끼의 사정거리를 벗어난 유진이 화룡검을 단검으로 만든 뒤, 유리의 목으로 찔러넣었다.
유리는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많지 않았다.
하여, 손바닥을 이용했다.
크직!
유리의 손바닥이 유진의 단검에 꿰뚫렸다.
그럼에도 유리는 웃었다.
“크하하! 빠르구나, 빨라!”
마치 싸움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픈 광인의 모습이었다.
유진은 순간 이 사내의 정신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미쳐있다는 걸 직감했다.
그 말인즉슨, 이런 놈과의 싸움은 피하는 게 상책이란 말.
하나 유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혈석을 흡수했는지 말해라! 그렇다면 자리를 비켜주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말이야.”
“영업 비밀.”
“그러면 죽이는 수밖에 없겠군.”
유리는 입을 다문 유진을 노려보며 추측했다.
‘이미 펜첼에서 우리가 혈석을 제작하고 있단 걸 알고 있었나?’
그게 맞다면.
‘혈석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함정을 판 걸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욜첸이 저렇게 쉽게 노출되었을 리가 없어. 아니, 분명 그자가 우리의 뒤를 봐주고 있을 텐데?’
가만 보니, 저 꼬맹이가 단번에 혈석을 흡수한 것만 봐도 그랬다.
“펜첼에서 함정을 판 거군. 빌어먹을 것들. 우리 전사의 요람이 죄 개 호구로 보이는 모양인데, 반드시 네놈은…….”
유리는 싸우는 도중에도 뭐라고 말을 계속했다.
유진은 유리가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딱히 고쳐주진 않았다.
그 와중에 유리의 도끼를 받아내면서 느꼈다.
‘혈석의 힘을 끌어온 덕분에 지금 당장은 이 자식을 상대하는 게 가능하다.’
하나 문제가 있었다.
‘이 원념을 사용하는 게 익숙지도 않고, 정신이 점점 망가지고 있어.’
체첸의 도움으로 심각한 수준의 환각과 환청이 잠시 사그라들었지만.
꽝!
유리의 일격에 유진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또다시 원념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웅웅 울린다.
아무리 봐도 오랫동안 혈석의 기운을 쓸 수는 없어 보였다.
그나마 하급전사 셋은 이미 쓸어버린 지 오래였지만, 유리를 이기려면 마지막으로 돌파구가 하나 더 필요했다.
그리고 유진은 곧 생각해냈다.
‘체첸!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하지?’
-글쎄다, 한 3년 정도? 하하.
‘죽을 만큼 맞고 싶지 않으면 제대로 말해.’
-……지금도 간단한 정신 안정은 도와줄 수 있다.
체첸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실토했고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신.’
이걸 이용해야 했다.
그리고 유진은 유리의 몸에서 느껴지는 오러의 파동과 혈액의 흐름을 관찰했다.
전사의 요람이 문신화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전생에 수많은 정보를 습득했기에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었다.
다만 방법을 아는 것과 문신화의 발현에 필요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어떻게 할 수 있지? 내가 문신을 얻었다는 건, 자격 자체는 충족했다는 거야. 그러니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는 건데……!’
유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억울한 원념이 가득 깃든 혈석을 흡수한 몸.
흑룡의 문신이 새겨진 어깨.
그리고.
‘화룡검을 쥐었을 때 느꼈던 용족의 영혼!’
세 가지를 조합하자, 문신화의 발현에 필요한 감각이 눈을 떴다.
* * *
유물 창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유진과 유리의 싸움을 덜덜 떨며 지켜보았다.
“우리 지금 빨리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마, 맞아! 저 기사님이 언제까지 버틸지도 모르는데, 지금이라도!”
“그러자고!”
그러나 마일스와 마일스의 어머니가 그들을 만류했다.
“기사님이 여기에 있으라고 했잖아요! 라울러 기사님도 그래서 우리를 지키고 있고요!”
“그거야 그렇지만……! 우리도 살아야 하잖아!”
사람들이 제가 먼저라며 밖으로 빠져나가던 와중이었다.
“다들 동작 그만허지?”
마가렛이 나타나 사람들을 가로막았다.
“지금 나가겠다고? 나가서 뭣하게?”
“여사님! 비키세요! 시간 없-”
현자라 불리는 마가렛에게도 사람들은 급한 마음에 그녀를 밀치고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들은 뒤이어진 그녀의 말에 걸음을 멈췄다.
“멍청해도 이리 멍청할 수가 없다니께. 대갈통이 아주 텅! 텅! 비었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에게 마가렛이 일갈했다.
“밖에 어느 미친놈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는데, 밖으로 쳐 나가면 잘도 살아남겠다잉! 그라제?”
“아……!”
“아……! 는, 개뿔이, 엊그제까지 마수들이 드글거려서 여기까지 기사님들이 온 거 아녀?”
“맞습니다…….”
“내 말들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거는 단 하나여. 기다리는 거.”
누굴 기다려야 하는지 굳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우리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 쓰고 지키려 했던 사람이, 지금 저기에 있잖여.”
“유진 기사님!”
마가렛은 뒤로 돌아서서 중얼거렸다.
“지금 제일 밖으로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니께, 요란 떨지 말고 기도나 혀…….”
제 아들이 기절해서 누워있는 모습.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괴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유진.
마가렛이 그 둘을 번갈아 보며 기도했다.
‘청년, 제발, 사람들을 지켜줘……!’
* * *
문신화의 발현을 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었다.
욜첸이 했던 것처럼 제 문신에 피를 묻혀서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이 있지만.
‘그건 우선 문신에 새겨진 영혼과의 소통이 된 이후에나 쓸 수 있는 방법이야. 지금은 안 돼.’
유리가 약 올리듯 물었다.
“설마, 지금 문신화를 시도하려는 건 아니겠지?”
채앵!
검과 도끼를 맞댄 유진과 유리가 짧게 대화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하하! 전사의 요람에서 나고 자란 이 혈귀조차도 1년이 넘게 걸린 일을 네놈이? 개나 소나 다 쓰겠구만! 크하하하!”
아주 우습기 짝이 없다는 듯 웃는 유리가 한 마디를 더했다.
“네가 펜첼에서 제일가는 천재라고 하는 건 들었다. 그랬으니 나의 사저도 저 꼴이 됐겠지. 하지만.”
유리가 도끼를 놓는다.
“그건 무리다.”
동시에 유리가 피처럼 붉으며, 두껍고 날카로운 발톱을 꺼냈다.
유진이 알아챘다.
‘필살기다!’
사자의 발톱.
지금의 혈귀, 유리를 만든 궁극기였다.
부웅!
유리의 눈동자가 시뻘건 광망을 토해낸다. 아래로 내리찍는 발톱에서는 불길한 기운이 솟아난다.
유진은 저 공격을 지금의 성취로는 감당해 낼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았다.
콰과과과과!
“잘 가거라!”
유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사자의 발톱을 휘두르던 때.
‘지금이야, 체첸!’
-좋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