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7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71화(71/320)
“컥……!”
현무 단원들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대부분이 절명했다.
유리가 몸을 흠칫 떨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내가 구해지던, 잡혀가던 나의 입지가 불확실해진 건 확실하군. 죽음을 각오해야겠어.’
덜컥!
마차의 문이 열리고 달빛을 받으며 나타난 인물은, 다름 아닌 불칸.
그리고 상급전사 대여섯이었다.
2m가 넘어 보이는 체격에 치밀한 근육으로 가득 찬 몸.
등장만으로도 진한 살기가 온 땅에 퍼졌다.
그래서인지 앞에서 달리고 있던 말들이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다가 결국 그대로 쓰러졌다.
손 한번 대지 않고 말들의 숨통을 끊은 것.
더불어 바람도 그치며 흔들리던 산천초목이 조용해졌다.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불칸은 파이프에서 무거운 연기를 내뿜으며 유리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 속에는 경멸과 걱정이 동시에 담겨있었다.
유리는 강대한 기운을 내뿜는 불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죄송합니다, 불칸님. 이런 모습이나 보여드려서…… 임무는 실패했습니다.”
쯧.
가볍게 혀를 찬 불칸이 현무 단원의 시체를 치우며 의자에 앉았다.
“욜첸 녀석으로는 안심이 안 되어 너까지 보냈는데, 무슨 일인 거냐.”
“한 녀석에게 당했습니다.”
“설마 펜첼의 단장급들이라도 마주쳤나?”
“아닙니다. 유진. 유진 로베르입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불칸은 감정 없는 얼굴로 유리의 앞으로 다가와 구속구를 부쉈다.
그때, 간신히 목숨을 건진 현무 단원 하나가 얕은 숨소리를 냈다.
“네놈…… 은…….”
불칸의 시선이 천천히 돌아가 단원의 눈을 직시했다.
“음, 그래도 펜첼이다, 이건가.”
그 잠깐 사이에 오러 방벽을 둘러 살아남은 것이다.
불칸이 고개를 끄덕이며 숨이 멎어가는 현무 단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유진 로베르는 어디에 있지?”
현무 단원이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중지를 폈다.
“이거나…… 먹어…….”
콰즉!
현무 단원의 머리통을 쪼갠 불칸이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이동 관문으로 갔겠지. 어차피 한 번에 모든 일을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빠르게 회복되어야 하는 주작 단원들은 이동 관문을 타고 펜첼로 복귀했다.
하나 이동 관문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없었기에 유리와 몇몇 현무 단원은 따로 마차로 이동한 것이었다.
불칸이 입꼬리를 올렸다.
“네가 관심 가지던 그 펜첼의 천재 말이구나.”
“예. 정말, 대단하더군요.”
유리는 말을 내뱉으며 유진과 싸웠던 전투를 회상하는지 눈가에 열기를 가득 띠었다.
유리를 응시하던 불칸이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표정이구나. 몇을 상대한 거지?”
“……잔챙이가 한 마리 더 있긴 했습니다만, 사실상 유진 로베르 혼자였습니다.”
툭.
불칸이 파이프를 입에서 뗐다.
“유리, 네가 1대 1에서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불칸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태양신교라는 거대한 단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친 세 집단 중 하나가 바로 전사의 요람.
전사의 요람을 세운 이후 지금껏 수많은 고성급 기사와 마법사를 상대했었던 자가 바로 유리였다.
불칸의 압도적인 힘으로 전사의 요람이 번영하긴 했으나, 유리라는 오른팔이 없었다면 그 속도는 훨씬 늦춰졌을 것이다.
그 정도로 유리는 불칸의 신임을 한몸에 받는 강자였다.
그런데 유리가 당했다니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패착은 무엇이냐.”
“패착은…….”
유리가 흠칫 떨었다.
“오러에 이어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으며, 혈석을 알 수 없는 방식으로 흡수했습니다. 거기다가 문신화까지 베껴갔고요. 그때부터 전세가 기울었습니다.”
“하하!”
불칸은 혈석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들었음에도 대안이 있는지, 아쉬운 기색은커녕 호탕하게 웃었다.
다만, 뭔가가 궁금한 표정이었다.
“놈이 마검사다, 이 말이구나. 어떤 마법을 사용하더냐.”
“분명…… 혈마법 계통이었습니다. 전에도 그런 마법을 쓰는 녀석은 흔치 않았지만 본 적이 있습니다.”
“혈석은 전투 와중에 흡수했겠지. 흡수하는 걸 보고만 있진 않았을 테고.”
“맞습니다.”
“어떤 문신으로 변모하더냐.”
“흑룡. 흑룡이었습니다.”
유리가 유진에게서 느껴졌던 그 충격적인 기세를 떠올리며 손을 쥐었다 폈다.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흑갑(黑鉀).
드래곤 하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패기.
그와 어울리는 가공할 만한 근력과 속도까지.
만약 정면으로 유진을 상대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숨이 붙어 있을 수 없었으리라.
모든 이야기를 들은 불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펜첼의 정보를 아는 녀석인데다가, 마검사다. 심지어는 극 최상위급 문신화인 흑룡 문신화를 사용한단 말이지.’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인재였다.
불칸은 속으로 무언가를 결정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곤 유리의 얼굴을 보았다.
유리는 온몸이 화룡의 불꽃에 녹아버렸기에 보기에 흉측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불칸이 일어서며 유리에게 물었다.
“두렵느냐?”
유리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의 표정은, 어떤 아이보다도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다시, 싸우고 싶습니다.”
피부가 녹아 제대로 늘어나지도 않았기에 입가가 찢어지며 핏물과 진물이 흘렀다.
혹자가 봤다면 괴기한 미소라며 기겁을 했을 광경이었건만.
크하하!
불칸은 유리의 광기에 이미 익숙한지 호탕하게 웃어버렸다.
유리가 중얼거렸다.
“제 겁니다, 그 녀석은. 불칸님이라고 하더라도, 그 녀석과의 싸움은 제 겁니다…….”
큭큭큭.
상체가 들썩일 때마다 유리의 온몸에서는 진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그 기운을 느낀 상급전사 여섯이 침을 꿀꺽 삼켰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정말 미친놈이 따로 없군…….’
‘저자와 싸우는 거야말로 정말 미친 짓이겠어.’
하급전사와는 격이 다른 존재들이 상급전사였지만, 그럼에도 유리의 광기와 힘에는 혀를 내둘렀다.
“욜첸은 죽었나?”
“유진에게 사살되었습니다.”
“안타깝군.”
영혼이라고는 한점도 담기지 않은 애도에 유리가 히죽 웃었다.
“실험체가 없어졌으니 안타까운 건 맞군요.”
“하하. 알고 있었구나.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제 역할은 다 하고 간 셈이니, 축복을 빌어줘야지.”
유리가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어떤 말씀이신지.”
“욜첸 덕분에 유진 로베르, 그 녀석이 인간이 혈석을 흡수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 아니더냐. 그것도 어린 나이라도 가능한 것까지 말이야.”
욜첸의 죽음은 아무래도 좋단 듯, 불칸은 오로지 혈석만을 관심사에 두는 모양이었다.
유리는 히죽 웃었다.
“이제 놈을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하느냐…….”
불칸이 돌연, 유리의 머리채를 잡아채더니, 그의 코앞으로 제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건.”
불칸의 두꺼운 음성이 유리의 귀를 진하게 울렸다.
“나의 오른팔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겠지?”
섬뜩한 미소가 유리의 시야를 가득 메운다.
유리는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고는 흠칫 떨었으나.
“큭큭…… 예. 그렇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녀석을 가져오겠습니다. 만약 제가 다시 실패한다면.”
유리의 얼굴에도 순수한 미소가 드리웠다.
“그땐 저를 으깨고 갈아주십시오.”
크하하!
유리와 불칸이 광기를 띤 얼굴로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상급전사들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며 오소소 돋는 소름을 애써 가라앉혀야 했다.
탁.
유리의 머리채를 놓은 불칸은 상급전사들을 시켜 유리를 호송했다.
혼자 달빛 아래에 남은 불칸은 허공을 향해 나직이 내뱉었다.
“장로, 거기 있는가?”
분명 아무도 없었지만.
순간 공간이 쩌억 갈라지더니 회색 로브를 입은 노인이 나타나 대답했다.
“부르셨습니까, 불칸이시여.”
노인에게서는 참으로 희한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느껴지는 바로는 분명 강대한 오러를 가질법했지만, 근력은 하나도 없었으며.
마법사라고 하기엔 느껴지는 마력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일반인이라고는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이번에 태양신교에서 보내왔던 내용, 어떻게 생각하는가?”
불칸이 장로라 칭하는 노인에게 의견을 묻는 정도라면, 어떠한 지혜나 혜안이 있는 것이 분명했으니까.
“펜첼 함락에 대한 건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태양신교는 믿을 수 없는 놈들입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제안이지요. 하지만…….”
장로가 빙긋 웃었다.
“이미 결정은 내리신 모양이군요.”
“그 의뢰 맡기로 하지.”
장로의 눈이 살짝 크게 뜨였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은연중에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바란단 말이지. 만약 펜첼이라는 집이 사라지면 그 녀석은 어떨까?”
“그 아이 때문이시군요.”
애초부터 불칸은 오러 10성을 달성함과 동시에 교지를 흑지의 땅으로 흡수하여 대륙을 통일하려는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바로 유진이 된 셈이었으니.
“생각이 바뀌실 법도 합니다.”
“게다가 우리가 일을 저질러도 펜첼이 가질 복수의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태양신교가 되어줄 거 아닌가.”
불칸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계획이 잡힌 상태였다.
장로 역시 불칸의 치밀함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는 어떻게 회유하실 생각입니까? 제가 힘을 써볼까요?”
“말로 안 되면 힘으로라도 데려와서 세뇌시키면 되지 않겠나?”
장로는 불칸의 표정에서 유리를 처음 만났을 때의 희열이 이는 것을 보았다.
“태양신교의 의뢰에다 마탑주의 변화, 펜첼의 천재까지……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는 것 같구만.”
불칸은 뭐가 그리 좋은지 크게 웃었다.
* * *
전사의 요람과의 싸움이 끝나고 며칠이 흘렀다.
이동 관문을 통해 주작 기사단 발란트와 유진, 그리고 동기들이 펜첼에 돌아왔다.
대부분이 얕고 깊은 부상을 골고루 얻은 상태였기에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3인실인 병실에는 발란트와 라울러, 그리고 유진이 누워있다.
“유리, 그 개자식을 놓치다니…….”
“그러니까요…….”
“현무 단원들도 꽤 죽었고. 하, 이게 뭔 일이래.”
발란트와 라울러는 얼마 전 유리의 탈출 소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죽을 각오로 도왔는데도 유진은 저렇게 다치고, 선배까지 여기 누워있게 하다니, 잠도 잘 안 옵니다.”
“……잘 자던데?”
“기력은 보충해야 나중에 복수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전사의 요람 짓이 분명하고, 아마 수장인 불칸이 직접 나선 게 아닐까, 하는 게 추측이라더군.”
말을 하면서도 발란트는 몸을 흠칫 떨었다.
“불칸…… 그놈은 도대체 어떤 수준이길래 흑지에서 교지로 그렇게 쉽게 넘어와서 현무 단원까지 다 쓸어버릴 수 있는 거야?”
듣던 라울러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물었다.
“근데, 인질 호송이 그렇게 쉽게 간파당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심지어는 기척까지 모두 죽이고 비밀 경로로 이동했다고 했잖아요?”
발란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도 사실 의심 가는 게 있어.”
“뭡니까?”
“유진! 너도 들어봐. 어떻게 생각되는지.”
“예…… 뭔데요?”
그가 유진을 한번 힐긋 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무에는 배신자가 전에 한 번 발각된 적 있었잖아.”
“그렇죠.”
“그놈은 끽해봐야 간부급도 안 되는 녀석이었지. 근데 이번엔 달라.”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