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7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76화(76/320)
다소 위압적인 말투였지만, 페드로는 익숙하단 듯 고개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업무를 모두 마친 상태인 데다가 인연이 있는 분들이기에 잠시 마중을 나간 것이었습니다.”
“인연? 아, 이력서에 펜첼에서 무술 선생으로 있었다는 경력이 있더니, 그때 뭔가 있었나 보군. 설마, 저자가 네 제자냐?”
기사단장은 보란 듯이 검지로 유진을 가리켰다.
그에 금검이 발끈했다.
“이보시오. 보는 앞에서 삿대질이라니, 경우가 없는 것 아니오?”
기사단장은 픽 웃더니 검지를 내려 바닥을 가리켰다.
“오스틴에서는 오스틴 사람이 갑이올시다. 게다가 나는 당신들이 이곳에 온 목적의 책임자가 나이기도 하고 말이야. 삿대질 정도는 괜찮지 않소?”
“오스틴 사람이고 책임자면 누구든 하대해도 상관없다, 이 말이오?”
“됐고. 이곳에 와서 뭘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거요? 이미 당신네 주작 단원들은 사방팔방으로 퍼져서 1왕자님을 찾기에 바쁜데, 소득은 없더군.”
페드로가 유진을 변호했다.
“지금은 다를 겁니다. 유진 공자, 아니, 유진 기사님은 어릴 적부터 관찰력과 더불어 모든 능력이 좋았거든요.”
그에 금검이 옳다구나 하며 거들었다.
“그때, 아무도 못 찾던 내 금반지를 가문 정원에서 찾아내기도 했소. 뭐라고 했더라?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던가. 처음에는 귀신인 줄 알았소.”
“맞습니다. 저도 기억나네요.”
기사단장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깟 반지 하나 찾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페드로, 자네는 이 기사가 제자라고 두둔하는 건가? 하. 좋다. 펜첼에서 추가 인원이 온다는 건은 내가 아직 통과시키지 않았으니, 이렇게 해보지.”
기사단장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유진 일행에게 히죽 웃어 보였다.
“페드로 부단장, 자네가 제자의 관찰력을 높이 샀으니 당신에게 이 정도는 물어봐도 될 것 같군.”
“무엇입니까?”
“내가 오늘 하루 동안 뭘 했는지 맞춰보시게.”
“그게 무슨…… 단장님.”
기사단장은 이미 유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펜첼 최고의 천재라 불리며, 혈귀 유리마저도 제압했다고? 기고만장할 때군.’
패드로는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항의하려 했지만, 기사단장은 유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적어도 눈앞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하고 왔는지 정도는 맞출 줄 알아야 하지 않겠소? 유진 경?”
유진은 곧바로 되물었다.
“맞추는 건 좋은데, 맞추게 되면 제가 얻는 게 있어야 하겠죠?”
기사단장이 미간을 좁혔다.
“맞추면 당신들의 지원을 허용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유진 기사가 얻는 것이오.”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저희가 이곳에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오스틴 왕국의 왕께서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그야 그렇지만, 엄연히 수사권은 나에게 있-”
“수사권도 왕의 허락 아래 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왔을까요. 자꾸 딴말하지 말고, 내기나 하죠. 제가 기사단장님의 오늘을 전부 맞추면.”
“……맞추면?”
“이번 임무를 하는 동안 제 명령에 전적으로 복종하세요. 만약 제가 틀린다면 당장 돌아가겠습니다.”
금검과 아이칸, 페드로는 유진의 발언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승부사인가.
기사단장도 유진을 노려보다가 여유롭게 웃었다.
“좋소. 맞춰보시게.”
기사단장은 유진이 절대로 맞추지 못하리라는 확신이 있어 보였다.
아마 외양만으로는 드러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
유진의 눈동자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기사단장의 전투화 앞굽에 묻은 흙먼지.
그의 날숨에 따라 옷에 스쳐 풍기는 특이한 약초의 냄새.
머리카락이 약간 가라앉아 있는 점.
기사단장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특유의 서 있는 자세.
네 가지가 외양적 특징의 전부였다.
유진이 입을 열었다.
“신발 뒷굽이 아니라 앞굽에 흙이 묻은 걸 보니 지형이 비탈진 곳에 다녀왔군요. 옷에 벤 냄새는 약초 중에서도 ‘플라넨’ 냄새인데…… 비탈 지형이되 플라넨이 있는 곳은 오스틴 왕국에서도 아크네 언덕뿐이니 거기 다녀오신 거고.”
“어…….”
“상체가 앞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고 목소리가 허스키하신 편으로 보아 성격이 급하시군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왕성에서 흙먼지도 털지 않은 채 머리에 땀까지 흘려가며 이곳에 왔다는 건 급하게 보고할 게 있었다는 의미 같군요.”
“…….”
기사단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대로 간파당한 모양이다.
“음, 뭘 보고하려 했을까요? 아, 지금 시국이라면 분명 왕자의 실종과 관련된 거겠네요. 뭐, 왕자의 소지품이라도 하나 찾으신 모양이군요. 그게 뭘까…… 음, 신발? 정도인 것 같네요. 약간 구린 냄새가 나요.”
“…….”
“…….”
기사단장은 할 말을 잃고 우두커니 유진만 바라보았고, 다른 이들은 저들끼리 속닥거렸다.
“냄새가 나? 약초 냄새, 발 꼬랑내? 같은 거.”
“전혀 안 나는데…….”
“허,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이제는 얼굴에 핏기마저 사라진 기사단장이 유진에게 더듬거리며 말했다.
“말도 안 돼! 이건 사기다. 어떻게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아낼 수 있지? 아, 페드로. 네가 알려준 것이냐? 네가 내 뒤를 밟았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업무 수행하던 도중 밖으로 나간 것인데요. 목격자가 다섯은 넘을 겁니다.”
“그렇다면 네놈! 네놈이 감히 나를 상대로 사기를 쳐? 어디에 빨대라도 꽂아둔 것이냐?”
“네놈? 기사단장, 차라리 거짓말이라도 하지 그래? 꼴사납게 방방 뛰지 말고.”
“뭐라! 이 버르장머리 없는……!”
그때, 옆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장으로서 약속을 했다면 지켜야겠지.”
기사단장만큼이나 커다란 체구에 격식 있는 걸음걸이의 사내는 바로 오스틴 왕국의 국왕이었다.
“폐하!”
페드로가 먼저 한쪽 무릎을 꿇었고, 화를 내려던 기사단장도 황급히 예를 갖추었다.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아이칸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아이칸님. 펜첼의 일원들과 같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뭐, 놀랄 것까지야. 그간 잘 지냈는가.”
“예. 저희가 그렇게 붙잡아두려 해도 혼자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이 좋다던 분이 일행까지 있으시다니 놀랄 수밖에요.”
왕은 뛰어난 마도구 장인인 아이칸에게 여러 번 영입제안을 했던 것으로 보였다.
“유진 공자와 동행해야 하는 이유가 생겨서 말이야.”
아이칸은 유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국왕은 유진에게로 시선을 옮기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혈귀 유리를 잡았다던 검룡 유진 로베르시군요. 글람푸스탄의 영웅으로 그 위명을 똑똑히 들었습니다.”
국왕의 칭찬을 듣던 와중.
우웅!
유진은 잠시 오른쪽 허리춤의 쿠란의 검이 미약하게 진동하는 걸 느꼈다.
‘이게 왜…… 응? 설마.’
지난 글람푸스탄 이후 모든 힘을 쏟아낸 덕분에 가수면 중이던 사자의 정령이 목소리를 냈다.
-검룡? 거어어어엄룡? 하!
체첸의 굵은 목소리가 유진의 머릿속을 울렸다.
-그 무지막지한 녀석을 잡아낸 업적은 나, 체첸님이 아니었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었거늘! 어찌 네가 그런 별호로 불려야 하는 거냐!
체첸은 일어나자마자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내가 문신화를 그만두라고 했을 때 그만뒀으면 됐을 텐데, 구태여 그렇게 고집을 부려서 나까지 잠에 들게 하더니, 웬 엉뚱한 녀석이 검룡 대접을 받고 있구나! 으휴, 내 신세야!
체첸은 본래 유진에게 이렇게 막무가내로 화를 내지 못했으나, 정말로 죽을 뻔한 유진에게 호통을 치고 싶었나 보다.
물론 유진은 듣지 않았다.
‘말했잖아.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니까.’
-네놈은 임무가 먼저냐, 목숨이 먼저냐? 이, 이 사리 분별 못 하는…….
‘나하고 평생 같이하고 싶은가 보지? 조용히 해, 이제.’
-……아무튼,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검룡이라. 이 체첸이 힘을 쓴다면 어울리는 별호이긴 하네.
그 사이 금검과 아이칸도 검룡이라는 별호에 관해 수군댔다.
‘욜첸이나 유리 같은 놈들도 별호가 있었는데, 공자도 당연히 가질 때가 됐지. 암.’
‘이 녀석은 마도구 장인이 될 녀석인데 왜 검룡같은 별호로 알려지는 거야?’
‘마도구 장인이라니요? 그건 안 될 말이오.’
‘너도 제이드랑 같은 팀인가? 으휴, 왜 다들 유진의 진짜 재능을 몰라보는 건지.’
“이럴 게 아니라 내 집무실에서 마저 이야기를 하지.”
유진은 국왕을 따라가며 기사단장에게 조용히 말했다.
‘약속은 지키시길 바랍니다.’
‘…….’
국왕의 집무실에 도착한 유진 일행은 주변을 살폈다.
왕의 집무실이라고 하기에는 소박한 느낌.
서류가 잔뜩 쌓인 큰 책상과 그 앞에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듯한 기다란 소파와 차와 간단한 다과들이 있다.
“오스틴은 다른 것보다 이 쿠키가 제일 맛있단 말이야.”
자연스럽게 아이칸이 소파에 앉으며 쿠키에 손을 뻗었다.
기사단장은 그런 아이칸을 불편한 표정으로 응시했으나.
“뭘 보나? 기사단장 양반.”
“…….”
별말은 할 수 없었다.
아이칸이 집어 든 쿠키의 색은 풀을 연상하는 초록빛을 띠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초콜릿이 박혀있었다.
유진은 그 쿠키를 물끄러미 보다가 하나 집어 들었다.
체첸이 기겁했다.
-으으, 저건 그 미각이 상실한 녀석들이나 먹는다는 민트 초코잖아.
‘민트 초코를 싫어하는 모양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그건 돈 줘도 안 먹는다.
‘참고해서 말 안 들을 때 잔뜩 먹여줄게.’
-싸이코 같은…….
“다들 바쁘신 몸들인 것을 아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국왕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왕자의 실종은 약 한 달 전에 발생했으며 아직까지 납치범들로부터는 아무런 요구가 없었다고 한다.
가만히 듣던 금검이 질문했다.
“그, 외람되는 질문이지만, 한 달이나 지났는데 살아 있다는 보장을 어떻게 하오?”
기사단장이 한심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임무지에 오면서 기본적인 것도 알아보지 않았소?”
금검이 어깨만 으쓱이자 기사단장이 설명했다.
“오스틴 왕가는 대대로 태어나자마자 오스틴 왕국을 지키는 수호 신수님과 영적인 계약을 맺소이다.”
“아, 그런데?”
“계약자가 죽으면 수호 신수님이 피가 섞인 눈물을 흘리고, 하루 동안 잠이 드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 반응이 없었으니, 1왕자님은 어딘가에 살아계신 것이오.”
유진은 수호 신수 같은 존재야 이미 알고 있던 정보였기에 크게 내색하지 않고 질문했다.
“그리고 계약자의 감정에 따라 반응도 하며, 그 위치까지도 특정지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진 경께서는 잘 알고 계시군요.”
오스틴 왕은 다른 귀족이나 왕 답지 않게 모두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이 특징 같았다.
‘아무리 살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토록이나 침착하고 친절한 것을 보니 현군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것 같네.’
하지만.
동시에 유진의 눈에는 한 줄기의 의심이 서렸다.
‘혹은 이 상황을 자신이 통제하고 있는 걸 수도.’
현생의 삶까지 해서 45년을 살아온 유진은 잘 알고 있었다.
친절과 미소 뒤에는 여러 가지 감정을 숨길 수 있다는 걸.
섬이라는 지형 덕에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힘든 오스틴 왕국에서 누군가를 납치한다는 것은 내부의 공모자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의심이 자연스레 든 것이다.
‘일단 하나씩 파고들어야겠지.’
그때, 기사단장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다가 흠칫, 유진의 눈치를 봤다.
“……?”
국왕이 기사단장을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제야 천천히 꺼낸다.
비닐에 싸인 웬 신발이었다.
“늪지에서 왕자님의 신발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납치범이 그 늪지 근처에 터를 잡은 게 분명합니다.”
기사단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감 넘치게 설명했다.
하지만.
“거짓 증거네요.”
유진이 단박에 말을 잘랐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