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7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77화(77/320)
“뭐라고요?”
“거짓 증거라고요. 오스틴 왕국이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단체에 의뢰했는데, 이제야 증거가 늪지에서 발견됐다? 말이 안 되죠. 시선을 돌리기 위한 의도일 뿐입니다.”
“말도 안 되는!”
기사단장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 늪지에는 오스틴 왕국이 의뢰한 기사단이나 용병들이 수사를 위해 이미 수차례 오갔으니까.
하지만 유진의 말은 곧 기사단장이 적에게 속았다는 말을 한 셈이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고작 그거 하나만 보고 이렇게 중요한 증거를 무시할 수는 없소!”
“뭐, 어째서 지금 타이밍에 그게 발견된 건지는 알아봐야겠죠. 그거 잠시만 줘 보세요.”
“하, 그거야 내가 뛰어나기 때문…….”
기사단장이 변명을 내뱉는 사이, 유진은 기사단장이 꺼낸 신발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기사단장과 내기를 할 때도 그러했다.
신발에는 그 사람이 지나온 환경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심지어는 습관과 성격까지 말이다.
오스틴 왕국의 왕자라면 워낙 곱게 자랐을 것이기에 납치되기 전에는 신발에 흠집 하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잘하게 쌓인 흔적은 없는데, 깊은 흔적은 많아. 그사이에 눌어붙은 흙먼지도 밀도가 낮고. 그렇다는 건 최근에 급격히 더러워졌다는 말인데. 확실히 이건 일부러 만든 얼룩이야. 이것만 보면 안 돼.’
기사단장이 신발을 유심히 보고 있는 유진을 보며 코웃음 쳤다.
“당연히 그 근처를 수색해보면 될 걸 뭘 그리 유심히 보시오? 나 참, 일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군.”
금검이 나직이 말했다.
“방금 기사단장 나으리가 어디에 갔다 왔는지도 다 꿰뚫었잖소. 잠자코 계시면 알아서 유진 공자가 다 알아낼 것이오.”
“…….”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기사단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이번에 신발 흙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들이 묻은 밑창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약간의 오러를 사용.
묵광으로 인해 예민해진 후각에 냄새가 잡혔다.
‘이건…… 그냥 음식물 쓰레기 냄새인데.’
이러면 문제가 간단해진다.
‘하수구?’
유진의 표정에 뭔가가 스쳐 지나가자, 왕이 유진에게 물었다.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경?”
유진은 대답을 하려다가 멈칫했다.
‘기사단장은 멍청한 것에 불과할지 몰라도, 왕은 아직 믿을 수 없다. 우선은 숨겨야 해.’
유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좀 더 조사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서를 잡을 지점이 너무 적어서요.”
그러자 기사단장이 피식 웃으며 금검을 향해 이죽거렸다.
“다 꿰뚫기는, 개뿔이. 초능력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다 우연이었군.”
“이보시게. 단장 나으리!”
금검은 한마디 하려다가 왕을 힐긋 보며 ‘뭐라고 좀 해보라’라는 표정을 지었다.
“워낙 사기꾼 같은 자들이 많았던지라 어쩔 수 없이 태도가 냉담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소. 율리츠, 조금 더 신사답게 행동하게.”
“……알겠습니다.”
그제야 으르렁거리던 금검이 화를 거두고, 기사단장 율리츠도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면 우선 짐부터 놔두시고 수사를 시작하시겠습니까? 유진 기사님.”
“예, 그러죠. 저희 주작 기사단이 쓰던 곳에서 머물면 되겠죠?”
“안내해드리죠.”
유진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왕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아, 그리고. 방금 율리츠 단장님과 약속한 게 있는데, 다 보셨지요?”
왕은 잠시 고민하다가,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율리츠.”
“……예.”
“우선 유진 경과의 약속은 지키시게. 다만, 유진 경, 저희 기사단장에게 해가 되거나 그가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야, 뭐,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은 분한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지만, 그뿐이었다.
유진 일행은 왕에게 인사를 올리고, 기사단장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섰다.
페드로의 안내로 숙소로 가는 길.
그가 금검과 눈빛을 교환했다.
‘유진 공자는 정말 변함이 없으시군요. 절대 지지를 않으십니다.’
‘당연하지! 큭큭.’
유진이 수군대고 있는 페드로와 금검에게 말했다.
“금검, 가서 목욕물 좀 준비해 놔. 아이칸님은 따로 방 쓰시니까 불편한 점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알겠소.”
페드로가 히죽 웃었다.
‘금검 형님께도 여전하시군요.’
‘……그것도 그렇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금검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 * *
그날 밤.
유진은 아이칸의 방에 들러 그녀와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눈 쪽은 타원형이고, 마력은 타원형의 정점을 흐를 때 순간적으로 가속도가 붙는 원리가 있으니 이런 기능을 넣을 수도 있고, 아니면…….”
“하, 그 가속도를 이용해서 환각 마법을 껐다가, 켰다가 할 생각을 했다고?”
유진이 펜첼의 병실을 나온 이후 속도가 붙은 작업은 이제 완성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 알다가도 모를 이론이군. 현시대에서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마도구를 만들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어.”
여러 어렵고 복잡한 원리를 유진의 머리를 거치면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변모하는 것이었다.
“그냥 책 읽다 보니까 생각난 거예요. <마력에 대한 고찰> 같은 거요.”
“그 책을 쓴 녀석이 내 제자의 제자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나도 한 적이 없는데…….”
“어쨌든, 그렇다고요.”
“미친 재능이군, 정말.”
유진의 입장에서 아이칸의 이러한 반응은 사실 예상하던 바였다.
‘당연하지. 당대에 학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건데. 아무렇지 않으면 내가 섭섭하지.‘
마력의 가속도를 이용한 원리는 아무리 빨라도 10년은 뒤에 나올 최신 이론이었다.
전생에서는 태양신교에서도 이 원리를 이용한 보급형 마도구를 사용하여 흑지 궤멸에 지대한 도움을 받기도 했다.
후.
얼굴 모양의 마도구를 만지작거리며 작업을 이어가던 아이칸의 이마에 갑자기 땀방울이 맺혔다.
“끙…… 이게, 잘 안 되는데. 마력이 시원치가 않아.”
“제가 할게요.”
우우웅!
마력의 양이 부족한 것조차도 유진이 보조를 하자 아이칸은 손쉽게 모양을 그릴 수 있었다.
눈과 입까지는 완성이 되었으나.
코를 만들던 와중 아이칸의 마력이 돌연 뚝 끊겼다.
“후우.”
“괜찮으세요? 아이칸님?”
“괜찮…… 커억…….”
돌연 아이칸이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왜 그러세요? 아이칸님!”
“배낭, 배낭에…… 약병…….”
유진이 말뜻을 알아듣고 아이칸의 배낭에서 갈색 약병을 꺼내 아이칸의 입에 하얀색 약을 하나 물렸다.
그걸 삼키고 나서야 아이칸은 진정을 되찾고 한숨을 내뱉었다.
“추한 꼴을 보였구나.”
유진도 한숨 돌리고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병입니까?”
“내 업보지. 마도구에 미쳐 대륙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러 위기를 겪기 마련이야.”
“위기라면…….”
“고대 마법사들의 마궁을 제작하는 데에 마력을 되는대로 다 써대고, 그걸 노리는 암살자들을 상대하고 또 피해야 했으니까. 그런 일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꽤 컸던 것 같아.”
이야기를 듣던 유진은 아이칸이 릴리안에게 빚을 졌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곤 물었다.
“어머니도 그때 만난 거로군요.”
“그래. 릴리안이 나를 구했어. 그때 네 어머니의 모습은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발키리와 같았지.”
겉모습은 20대이지만 눈빛만큼은 마치 옛날을 회상하는 마가렛과 겹쳐 보였다.
아이칸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 뒤로는 오히려 내 아티팩트로도 릴리안의 목숨을 한 번 구했지. 하하, 그래도 빚은 빚인 거야.”
“병명이 뭔지는 모르시고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마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야. 빌어먹을, 큭큭.”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던 유진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마력이 줄어든다. 그런데 병명은 모르고, 암살자들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혹시?
“잠시 손 좀 내밀어 주시겠습니까? 제가 이런 쪽에 나름 아는 게 있어서.”
“그래? 좋다. 왠지 너라면 뭔가 알아낼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하하!”
유쾌하게 웃는 아이칸에게 손을 받아든 유진이 집중했다.
푸르고 가느다란 손가락.
중간중간에 굳은살이 박였지만, 웬만한 20대 여성의 손과 다를 바가 없이 고왔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마력의 흐름이 어딘가 특정 부분에서 자꾸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느려지는 것이다.
‘잠시만. 이거, 혹시.’
묵광 3성, 마법 구조의 이해를 탑재한 유진은, 순간적으로 직감했다.
‘침이잖아. 내가 아기 때 찔릴 뻔했던 그 암살자의 침과 같은 기운이 느껴져.’
유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마가렛에게서 배운 것이 하나 떠올랐다.
‘독을 독으로 제압하는 방법이 있다. 이게 아이칸에게 먹힐 수도 있겠어.’
* * *
다음 날.
율리츠 기사단장은 유진의 숙소 앞에서 성이 난 얼굴로 있었다.
옆에는 페드로가 덤덤한 표정으로 서 있다.
“페드로, 자네는 내 마음을 알고 있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왕께서 말씀하신 대로, 1왕자님이 없어지신 이후, 나는 그간 수많은 기사단과 용병을 초빙했잖나.”
“그러셨죠. 터무니없는 놈들도 있었고, 나름 조직적인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건 하나일세.”
기사단장이 이를 꽉 물었다.
“우리 1왕자님을 진심으로 찾아주겠다는 놈은 단 한 명도 없었어. 죄다 돈만 받고 적당히 하려 했지, 제 능력을 100퍼센트 발휘하려는 놈은 없었단 말이야.”
“음……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유진 기사도 마찬가지라고 보네.”
페드로가 유진을 변호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미 기사단장은 자신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모습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안녕하십니까, 단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숙소에서 나온 유진 일행이 작은 미소와 함께 율리츠에게 인사했지만, 그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 있소.”
“뭡니까?”
“내기는 없었던 걸로 할 것이외다. 그깟 구두로 이야기한 걸로 내가 누군가의 지시에 완전 복종해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듣던 유진이 히죽 웃었다.
“그깟 구두 내기라…….”
“그것을 떠나서, 나는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요. 이만 가겠소.”
기사단장은 통보하듯이 말을 전하고는 등을 돌리던 때였다.
“율리츠 단장님, 그럼 이렇게 하시죠.”
“……뭘?”
“가장 큰 이유가 그런 것이라면, 제가 기사단장님을 꺾으면 좀 말을 들어 처먹을 용의가 생기실까요?”
“뭣?”
율리츠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네가 나를 이겨? 네가?”
자존심이 상한 듯, 율리츠가 유진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콱!
유진의 멱살을 붙잡았다.
“이렇게 나오시면 초빙 기사단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하겠습니다.”
“모욕으로 간주? 그래, 간주 한번 많이 해 봐라! 맨손으로도 네놈은 이길 수 있을 것…….”
유진이 멱살을 쥔 기사단장의 손을 반대로 꺾었다.
우드득!
“크악!”
가공할만한 힘과 순발력에 기사단장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여기서 끝나면 다행이었겠으나.
스릉!
“이 빌어먹을 기사 놈이 감히!”
잡힌 손을 내뺀 율리츠가 기어코 검을 빼 들었다.
동시에 막중한 오러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면서 유진을 밀쳐냈다.
“오스틴 왕국에서! 오스틴의 기사단장이 웬 얼치기 한 놈 밑에서 설설 기어라! 이 말을 들으라는 거냐!”
“왕께서 지시한 거지, 제가 억지 부리는 게 아닌데요?”
“기사단장의 권한이다, 이 빌어먹-”
얘기를 다 듣지 않고 유진이 기사단장에게 와락 달려들었다.
“왕 위에 기사단장이라, 버릇이 없어도 너무 없군.”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