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7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79화(79/320)
“질문하지 않기입니다. 다 알아서 하고 있으니 질문하지 마세요.”
“아, 알겠소…….”
기사단장은 오스틴에서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게 익숙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질문하지 않기라, 저자도 나와 비슷한 처지군. 하하!
체첸은 동병상련인 기사단장을 보며 킬킬 웃고 있었다.
‘너 은근히 즐기고 있던 거였어? 몰랐잖아. 말을 하지.’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게 맞는 건가? 크하하! 하하…….
유진은 체첸이 이제 정신줄을 놓은 게 아닌가 싶었으나 무시했다.
금검도 쿡쿡 웃으며 기사단장에게 말을 건넸다.
“집중하고 계신다는 증거요. 마음 상하지 않으셔도 되오.”
“큼큼, 그래.”
유진은 다시 고개를 돌려 길바닥을 천천히 훑었다.
가만 보니 뭔가, 가는 곳마다 냄새가 풀풀 풍기는 곳이었다.
기사단장은 유진이 뭘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금검에게 조용히 물었다.
“지금 유진 기사가 뭘 하는 것이오? 물론 뜻이 있겠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알아야 우리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금검은 엄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모르겠소.”
“…….”
“다만 말한 대로, 계획이 있을 테니 믿고 따라가 보십시다.”
거의 2시간을 가까이 걷기만 하던 와중.
탓.
유진 일행이 태양신교의 오스틴 지부 영토에 발을 들였다.
드넓은 광장.
그리고 높게 솟은 하얀색의 거대한 건축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태양신교가 원래 교지의 핵심 교단이긴 해도, 오스틴 지부는 유난히 더 커 보이는구려.”
“그러게.”
아이칸이 유진에게 물었다.
“유진, 너는 태양신교를 믿는가?”
사실 이 질문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교지에서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이상, 태양신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그만큼 태양신교는 무수한 신도와 더불어 강력한 군대를 거느리며 교지인들의 통치에 큰 역할을 했다.
“아무렴요. 꼭 한번 교황님을 뵙고싶을 정도인데요.”
“오, 그 정도라고?”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태양신교의 궁전을 향해 걸었다.
‘붉은 전갈과 오스틴 왕자의 실종. 그리고 유난히 커다란 태양신교의 오스틴 지부.’
‘왕성부터 태양신교까지 이어져 있는 하수도, 그리고 1왕자의 신발에서 나던 냄새.’
궁전을 올려다보던 유진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길바닥을 2시간 동안 관찰하는 동안 뭔가를 눈치챈 듯한 표정이었으나, 이내 얼굴을 원래대로 돌렸다.
“근데, 이곳에도 볼 일이 있는 거냐? 유진.”
“음, 아마도…….”
유진이 히죽 웃었다.
“이쪽에서 저한테 볼 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음?”
그게 무슨 말이냐며 물어보려던 참.
“아, 유진 기사님! 안 그래도 찾아뵈려던 참이었는데!”
궁전 안쪽에서 붉은 로브를 입은 사제 한 명이 종종걸음으로 달려 나왔다.
금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기사단장을 쳐다봤다.
“태양신교에 유진 공자가 올 거란 이야기를 했었소?”
“아니오, 안 했는데…….”
태양신교 사제는 유진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입을 열었다.
“오스틴 왕께서 저희 측에 유진 기사님의 수사를 협조해 달라 청하셨습니다. 어리둥절할 필요 없으십니다.”
“그렇군요.”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일행도 납득했다.
“1왕자님의 납치 건에 관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런데, 기사님, 시간 되시는지요?”
유진은 사제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본 적 없는 얼굴이다. 본 교단이 아닌 지부에 있던 인물이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이번 생에 새로 들어온 녀석일 수도 있어.’
뭐가 어찌 되었든 유진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올 게 왔군.’
“어디로 가면 됩니까?”
“기도실입니다. 따라오시지요.”
유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기사단장님, 잠시 다녀올 테니 여기에서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 금검.”
“말하시오, 공자.”
유진이 금검만 들리게끔 조용히 말했다.
‘큰 소리가 나면 바로 기도실로 쳐들어와. 뒷감당 생각하지 말고.’
‘……알겠소.’
금검은 대답을 하며 사제를 한번 힐긋 보았다.
딱히 별다른 특징이 있거나 살기가 느껴지지도 않았지만, 유진은 뭔가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게 뭘까.
금검은 침을 꿀꺽 삼키며 검을 어루만졌다.
* * *
유진과 사제가 기도실로 보이는 곳에 들어섰다.
앞장서 있던 사제는 기도실 문이 닫히자 뒤돌아서 말했다.
“아, 제 이름도 소개를 안 했군요. 올리안이라 합니다. 태양신교에서는 5년간 공부했지요.”
“주로 포교와 설교가 역할이시겠군요.”
“오, 맞습니다. 몸담은 시간만 듣고 유추하시는 걸 보니 태양신교에 믿음이 상당하신 모양입니다. 반갑습니다.”
사제는 빙긋 웃는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유진은 그 손을 그저 물끄러미 보며 한 가지를 물었다.
“올리안 사제님.”
“예?”
“입단일이 어떻게 되십니까?”
“입단일이요? 어…… 5월 12일입니다만, 왜 그러시는지요?”
유진이 덤덤한 표정으로 툭, 말했다.
“5년 전 태양신교의 입단일은 5월 24일이었습니다.”
“아…….”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다가-
사제가 뻗고 있던 오른손에서 돌연 날카로운 단도가 튀어나오더니, 유진의 목으로 치달았다.
“죽어!”
유진은 반사적으로 보법을 밟아 뒤로 빠졌다.
동시에 사제를 향해 쿠란의 검을 휘둘렀다.
그에 사제의 얼굴이 검에 주욱 찢겼다.
그런데.
“오랜만이군. 목에 상처는 이제 좀 괜찮아?”
사제의 얼굴 가죽은 위장이었다.
고무 재질로 된 얼굴을 벗어낸 사제가 이를 으득 깨물며 유진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알았지?”
목에 지울 수 없는 진한 흉터가 남은 암살자.
유진의 암살에 두 번이나 실패한 전적이 있는 그의 이름은 헤르켈이었다.
헤르켈이 위장 가죽을 천천히 찢으며 바닥에 버렸다.
“그사이에 많이도 컸구나. 처음 봤을 때는 그저 갓난아이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다 컸어.”
“그래서 마음이 약해지나?”
“찌를 데도 많아지고, 썰어버릴 곳도 많아졌으니 아주 만족스러워.”
헤르켈이 오른손을 까닥이자 기도실의 기둥 뒤에서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붉은 전갈의 암살자였다.
“도망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소용없는 짓이니까.”
“오러 결계나 방음벽 같은 것을 쳐 놨겠군. 내 동료들이 들어오는 데에 애 좀 먹겠어.”
“오러 결계뿐만이 아니지. 이 공간 안에서는 네놈의 오러도 단 한 줌도 쓸 수 없을거다.”
암살자들을 제외하고 오로지 유진의 오러만 봉인하게끔 준비를 해 놓은 모양이었다.
유진도 잠시 제 오러를 펼치려 해보았으나.
우우웅…….
“진짜로 오러가 안 나오네. 준비를 많이 했어.”
유진이 뭐라고 하든 말든, 그들은 그와 긴 대화를 원치 않아 보였다.
쐐애액!
붉은 전갈의 암살자들이 유진을 향해 독이 묻은 단검을 쏘아 던졌다.
다각도에서 날아오는 단검들은 쳐내기가 매우 까다로웠다.
하지만.
유진은 양손에 어느새 쿠란의 검과 화룡검을 들어 단검들을 그림같이 쳐냈다.
까가강!
천장과 벽에 단검이 깊숙이 박혀버렸다.
오러도 봉인 당한 녀석이 어떻게?
설마 이 정도 수준일 줄은 상상하지 못한 암살자들이 멈칫하는 사이, 유진은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꽤 하는 놈들은 다 모인 것 같네. 근데 딱히 볼 건 없어 보여.”
생각보다 훨씬 여유로운 유진의 표정에 헤르켈은 가늘게 뜬 눈으로 머리를 굴렸다.
헤르켈도 그 사이에 6성에서 7성으로 성취를 이룬 상태였다.
그랬기에 손쉽게 유진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조금 더 힘을 써야 할 것 같았다.
헤르켈은 더욱 확실히 하기로 했다.
“실패는 곧 죽음이다. 알겠나?”
“예!”
대답을 듣자마자, 헤르켈이 사방에 켜져 있는 전등을 죄다 깨트려버렸다.
파즉, 파즈즉!
불똥이 튀며 기도실 안은 칠흑 같은 어둠이 되었다.
암살자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제아무리 오러 수준이 높은 녀석이라 하더라도, 시각이 차단된 환경에서 싸우는 건 절대로 익숙지 않을 것이었다.
물론 암흑 속 전투는 글람푸스탄 때에도 마찬가지였으니, 한 가지 장치를 더 걸어두었다.
지이잉.
사방에서 푸른빛의 마법 화살이 생겨나더니, 오로지 유진만을 노리고 조준하기 시작했다.
붉은 전갈에 일조하는 마법사를 초빙하여 미리 설치해 둔 함정이었다.
“죽여라!”
헤르켈이 일갈하자 모든 암살자들이 일제히 유진에게 치달았다.
동시에 마법 화살이 유진에게로 쏘아졌다.
그런데.
“……?!”
유진의 기척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느껴지는 기운과 미묘한 소음만으로 적의 위치를 손쉽게 파악해왔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마법 화살조차도 작동하지 않고 요지부동이었다.
“무, 무슨……?”
“사주 경계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녀석들이 긴장감을 바짝 올리고 오러 방벽을 두르던 차였다.
“맛있겠는데.”
스산한 목소리가 퍼짐과 동시에 암살자 하나의 기척이 사그라들었다.
“3번! 3번! 대답해라!”
헤르켈이 소리를 질렀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어.
“너도 쓸만해 보여.”
조그만 음성이 들리고 나서 5번 암살자의 기척도 사라졌다.
“5번! 미친……!”
“도, 도대체……! 헤르켈님! 괜찮으십니까?!”
“어디냐! 어디야!”
암살자들이 서서히 공포감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제 동료들이 어둠 속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한 명씩 없어지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헤르켈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지? 마법 화살조차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기척을 단 한 줌조차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게 가능한가?’
가능한 경우가 있긴 했다.
‘마법? 마법을 쓰는 건가?’
그 사이.
“너는 몇 번이야? 1번?”
유진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림과 함께 암살자들이 계속 사라졌다.
“으아아아아!”
이제는 완전히 패닉에 빠진 암살자들은 허공에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결국, 헤르켈과 그의 부하 한 명만 남게 되었고.
이번에는 유진의 오른손에 작은 화염 구체가 떠올랐다.
어둠 속 공간이 불꽃으로 인해 조금 밝아진 사이, 그가 헤르켈의 부하에게 파이어 볼을 쏘았다.
쾅!
“으아악! 으아아아!”
순식간에 온몸이 화염으로 휩싸인 암살자는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헤르켈은 입술이 터질 만큼 세게 깨물었다.
‘마검사라니, 오러 봉인은 완전히 헛수고가 된 거잖아! 이 녀석을 상대하려면 단장님 급은 와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암살자는 잠시간 발악을 하다가 결국 잿더미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어둠.
헤르켈의 손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으로 온몸이 흥건히 젖어가던 때였다.
“이제 도망가면 돼. 헤르켈.”
헤르켈의 귓가에 유진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렸다.
“허억……!”
소름이 쫘아악 돋아올라 온다.
이 녀석은 상대할 수 없다.
헤르켈이 곧바로 비상 탈출을 시도했다.
기도실 중앙에 있던 특이한 모양의 조각상에 일정량의 오러를 불어넣자, 외부로 통하는 문이 생겨났다.
유진은 놈을 굳이 붙잡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피를 헤르켈의 귓등에 묻혀놓았으니까.
‘혈마법을 평소에 공부해 놓길 잘했어. 이럴 때 쓰이다니.’
* * *
헤르켈이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가느라 열린 문 사이로 빛이 흘러들어왔다.
유진은 묵광 4성의 효과, 기척 제거를 거두어들이고 주위를 둘러봤다.
온몸의 피가 죄다 빨려 가루만 남은 암살자 여섯만이 남아있다.
모두 유진의 혈마법에 의해 흡수당한 붉은 전갈 암살자들의 잔해였다.
‘추종향을 묻혀놓은 그 녀석, 헤르켈만 살려두면 분명 왕자가 있는 곳으로 도망칠 것이다. 그러면 붉은 전갈도 처리하고, 동시에 임무도 성공할 수 있어.’
그가 헤르켈을 굳이 도망치게끔 놓아준 이유였다.
후.
유진이 숨을 몰아쉬었다.
암살자들을 손쉽게 처리하긴 했지만, 그로서도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문신화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도 없었네.’
유진은 새삼 폭군의 반지와 연동한 혈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지 깨달았다.
쾅!
“공자님 여기 계시오?! 아, 아니……!”
금검과 기사단장이 문을 부수고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괜찮소? 다친 데는 없소이까?”
“왕자 납치범들의 꼬리를 잡은 것 같아.”
유진은 가볍게 말하며 조각상 뒤쪽에 열린 조그만 문을 가리켰다.
“당장 잡아야 하오! 내가 따라가겠-”
기사단장이 당장 쫓아가려 했지만,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