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8화(8/320)
유진과 금검이 마도 열차에서 내려 또 마차를 타고 이동하여 펜첼 가문의 땅에 발을 디뎠다.
휘이이잉!
내리자마자, 찬 바람과 차가운 눈이 볼을 때린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센 눈보라.
기온은 영하 아래로 한참 떨어져 맨살로 있다가는 동상에 걸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유진은 고개를 들어 펜첼가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화사하고 밝은 색상의 돌로 만들어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로베르가의 건물과 다르게.
펜첼가의 성은 어둡고 칙칙한 색의 돌로 만들어졌고, 생김새 또한 뾰족하고 높다랗게 만들어졌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스러운 느낌이 들 지경이다.
하지만 라울러는 이런 풍경이 익숙하단 듯 우산을 펼치며 펜첼가의 호위 기사에게 말했다.
“가주님은 이따 오시겠죠?”
“예. 오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일단 오늘은 쉬시고, 내일부터 일정이 시작될 겁니다.”
유진이 물었다.
“수련장이 어딥니까?”
“저쪽 건물입니다.”
대답을 하는 호위기사의 눈빛이 묘했다.
열차 안에서의 일도 그렇고, 오자마자 숙소를 찾는 게 아니라 수련장을 찾는 유진이 좋게 보였던 모양.
유진도 그 시선을 눈치챘으나 별 신경을 쓰진 않았다.
‘인정받아야 하는 인물은 따로 있어.’
바로 외조부인 제이드 펜첼이었다.
유진은 전생에서 마주했던 제이드의 모습을 떠올리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0성은 다르긴 해. 앞에 서 있는 것도 힘들 정도니까.’
제이드의 압도적인 위용은 세인들의 입에 워낙 많이 오르내려 입이 아플 지경이었지만, 유진처럼 직접 앞에서 마주한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유진은 알았다. 제이드라는 인물이 주는 무게감을 말이다.
하지만.
‘이번 생은 다르다. 그때의 유리 몸이 아니고, 그때의 약한 정신이 아니야. 펜첼에서 살아남아 크게 성장할 자격이 충분해.’
유진은 이 험하고 거친 환경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일 자신이 있었다.
“유진, 수련장에 갈 거냐? 내가 먼저 물어보려 했는데, 선수를 채가 버리네.”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라울러가 킬킬 웃으며 유진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알려주마. 이 형님이.”
“뭘?”
“‘검술’이란 것의 전체적인 맥락을 말이야.”
왠지 모르게 자꾸 아는 척 친한 척을 하려는 라울러의 모습이 유진은 조금 어색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라울러에게는 미워할 수 없는 천진함이 있었다.
“그래, 좋아. 알려줘.”
“으하하! 가자, 가자. 이 검술은 이란 건 말이야, 상체와 하체의 조화가 가장 중요하단 말이지. 그런데 다들 상체의 움직임만 강조하는데…….”
“가서 얘기해, 가서.”
“그럴까? 그래, 좋다!”
유진이 손사래를 치긴 했지만, 라울러는 핵심을 짚고 있었다. 과연 후에 8성급이 될 재목이긴 했다.
비록 창이 적성이지만, 검술에 대한 이해도 수준급으로 보였다.
그가 속으로 씨익 웃으며 라울러와 나란히 걸었다.
* * *
그 시각.
아인스 펜첼과 제인스 펜첼.
같은 14살의 나이, 같은 외모, 같은 건장한 체격을 가진 두 형제는 쌍둥이다.
두 형제는 펜첼가의 식당에 마주 앉아 닭가슴살 요리를 식탁 위에 대여섯 개 두고 우물거리고 있었다.
아인스가 접시에 코를 박은 채 물었다.
“형.”
“왜.”
“이동 관문 타면 근손실 오는 거 아니지? 나 약간 오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그랬다면 내 복근과 가슴이 이렇게 탄탄하지는 않겠지. 걱정 마.”
탁탁.
제인스가 웃옷을 걷고 제 근육을 찰싹찰싹 때린다.
그러자 아인스는 질 수 없단 듯 이두박근을 수축해 보였다.
“흐흐, 내 팔뚝은 어떻고?”
“명품이군. 으하하!”
서로 한참 웃으며 열심히 포크질을 해대던 아인스가 손을 멈췄다.
“형.”
“또 왜.”
“오늘 시험 보러 두 놈 온다며? 누구랬지?”
제인스가 킬킬 웃었다.
“듣기로 유진이라는 놈이랑, 라울러? 라는 놈이라던데.”
“이름부터 구리네. 딱 들어도 비실비실할 것 같아. 하긴, 방계 출신이 직계보다 열등한 거야 당연한 거니까.”
인스 형제가 자신의 핏줄에 이토록 자신만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들은 제이드의 직계 손자. 정확히는 제이드 둘째 아들의 아들인 것이었다.
“잠깐, 근데. 유진이라는 녀석, 혹시 걔 아냐? 아버지가 상인 출신인 놈.”
“어, 걔가 걘가?”
“그 집 나간 고모 아들에 있는 건 돈밖에 없다는 삼촌. 맞네.”
쯧…….
아인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다.
그에 반해 제인스는 눈을 빛냈다.
“잠깐.”
“왜? 좋은 생각 있어, 형?”
“가주님께 인상을 남기려면 서열 정리부터 해야 하지 않겠어? 여기는 강자존을 중요시 여기는 ‘무려’ 펜첼 가문이니까 말이야.”
무려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펜첼가 직계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던 아인스가 귀를 쫑긋 세웠다.
“근데 지금 이거, 대문 열리는 소리 아니야?”
“맞는 것 같아. 지금 왔나 본데? 두 녀석.”
돌연.
아인스가 식탁을 내리쳤다.
쾅!
“놈들은 나쁜 놈들이야.”
“깜짝아. 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아직?”
“들어와서 감히 우리에게 인사도 없었으니 말이야.”
방금 대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인사가 없어서 나쁜 놈이라니.
제인스는 아인스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오히려 히죽 웃었다.
동생인 아인스는 제인스보다 다혈질이었고, 그만큼 난폭했다. 그랬기에 동생이 두 방계를 알아서 손봐주리란 사실을 알았다.
또한 아인스는 누군가를 때려주고 싶을 때 어떻게서든 정당한 명분을 만들어내는 습관이 있었다.
그 점을 아는 제인스가 일부러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아. 맞는 말이야. 놈들은 천하의 나쁜 놈들이야. 감히 펜첼 최고의 유망주인 우리에게 인사도 안 하고 숙소로 들어가 쉬고 있다니.”
“그렇지? 응?”
“그럼, 그럼!”
숙소에 들어갔는지 어디에 갔는지 알지도 못했지만, 일단 화를 내야 했다.
드르륵!
벌떡 일어난 두 형제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밖으로 나섰다.
“혼내주자.”
“혼내주는 거야. 흠씬.”
아인스와 제인스의 입가에 장난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 * *
수련실.
유진은 펜첼가 호위기사의 안내를 받아 무기고에서 목검 두 자루와 목창 한 자루를 꺼내왔다.
“쓰시고 제자리에 집어넣으시면 됩니다.”
펜첼가의 호위기사의 말에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기사는 열차에서 유진이 드러낸 오러를 보고는 태도가 약간 달라져 있었다.
마냥 무시하지는 않는 듯한 느낌.
유진은 피식 웃었다.
‘역시 강자존이란 건가. 증명을 해 보여야만 나를 존중하겠다는 거겠지.’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명확해진 셈이었다.
금검은 유진의 허락하에 잠시 쉬겠다며 숙소에 먼저 들어갔다.
마도 열차를 타는 내내 멀미 때문에 다 죽어가기에 유진이 보다못해 쉬라고 한 것이었다.
펜첼가의 호위기사도 업무를 보겠다며 나갔고, 수련장에는 그렇게 유진과 라울러만이 남았다.
라울러가 목검을 집어 들어 자세를 취했다.
“기본자세부터 보여줄게. 자…….”
라울러가 먼저 뭔가를 선보이려 했지만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우리 재밌는 거 하자.”
“재밌는 거? 어떤 거.”
“대련하자.”
라울러가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대련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아니, 물론 나는 괜찮은데 네가 다칠까 봐서 하는 이야기야. 우리는 사자의 시험도 앞두고 있고…….”
라울러가 뭐라 뭐라 떠드는 사이 유진은 의문을 품었다.
‘뭐가 어떻게 잘못됐길래 검술로는 경지에 이르지 못한 걸까.’
어쩌면 지금이 이 어린 꼬마의 미래가 결정되는 순간일 수도 있었다.
유진이 목창을 들었다.
“진짜 하자고? 대련을?”
유진이 표정을 진지하게 꾸몄다.
“형. 검 잘 다룬댔지?”
“뭐, 우리 가문이 명문 검가이니 그거야 당연하지.”
“내가 어떤 무기를 들어도 형은 막을 수 있겠지? 창을 들어도 말이야.”
“하하! 유진. 재밌는 농담이네. 너는 펜첼가의 직계에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어떻게 창으로 나를 이길 수 있겠어?”
“질문은 내가 했어.”
유진이 장난이 아니란 게 표정에서 보이자 라울러가 검을 천천히 들었다.
유진이 창을 든 채로 라울러에게로 걸어갔다.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 볼까.’
따로 대련의 시작을 알리지는 않고, 그가 라울러에게로 목창을 툭툭 찔러 넣기 시작했다.
탁, 탁.
라울러도 이내 진지해진 표정으로 검을 움직여 수비했다.
유진이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기본기는.’
그가 속도와 강도를 높였다.
쉭, 쉬익! 쉬이익!
단계를 나누듯,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공격의 난이도.
그러자 라울러의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음!”
생각보다 유진의 실력이 훨씬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라울러의 팔에도 힘이 조금 더 들어갔다.
찔러오는 창을 막기만 하다가, 반격까지 넣는다. 위로 들어 창을 쳐내고, 그 사이를 노려 보법을 밟아 전진.
유진이 빠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데 유진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유진은 라울러가 전력을 다하는 것이 아닌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유진의 전력을 파악하듯, 약간씩만 힘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름 노련한 구석도 있군. 그러면 이제 슬슬…….’
유진이 속으로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검은 좋은 무기야. 보편적이고, 공격과 방어 모두에 균형 잡힌 능력을 보여주지.”
“후우! 갑자기 뭔 소리야!”
라울러가 호흡을 내뱉으며 유진에게로 목검을 찔러넣었다.
빨랐다. 14살 나이답지 않은 속도.
하나.
타악!
유진이 창을 반시계방향으로 돌려막으며 내뱉었다.
“이게 ‘란(攔)’이야.”
“뭣?”
다시 한번 찔러오는 라울러의 검.
그에 유진이 창을 시계방향으로 돌려막았다.
“이게 ‘나(拿)’고.”
“무슨……!”
인상을 콱 찌푸리는 라울러에게 유진이 쏜살같이 창을 찔렀다.
“이게 ‘찰(扎)’!”
쐐애액!
목창의 뾰족한 부분이 라울러의 목젖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헉……!”
라울러가 헛숨을 들이키며 그대로 굳었다.
짧은 대련은 유진의 승리였다. 찰나의 순간에 결과가 난 것이다.
물론 유진에게는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후우, 후우…….”
잔뜩 숨이 차 있는 라울러와 다르게 유진은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형을 이긴 게 아니라, 창이 검을 이긴 것 같네.”
라울러의 자존심을 지켜주되, 그의 관심을 창으로 돌리기 위해 한 말이었다.
“그런……건가.”
라울러는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놀랍기도 한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라울러의 머릿속에는 방금 찰나의 시간동안 일어났던 일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이게 ‘란(攔)’이야.
-이게 ‘나(拿)’고.
-이게 ‘찰(扎)’!
“방금 란, 나, 찰이라고 했어?”
“응.”
“…….”
라울러가 지금 당장 주무기를 창으로 바꾸지는 않겠지만, 알 수 있었다.
‘오늘이 라울러에게 깨달음을 주는 날이었으면 좋겠군.’
라울러의 머릿속에 창이라는 무기가 각인되었다는 걸 말이다.
그때였다.
덜컥!
수련장의 문이 확 열리더니 두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들의 얼굴을 분명 열두어 살 정도 돼 보일 정도로 앳됐지만, 딱 붙은 옷 위로 드러나는 근육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인스가 유진과 라울러를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지금 되게 기분이 안 좋아.”
제인스가 거들었다.
“그건 바로 너희들 때문이야.”
라울러가 이마에 땀을 닦으며 물었다.
“……너희, 누군데 다짜고짜 반말이야? 너희도 우리 또래 같은데. 기분이 안 좋은 건 또 뭔 말이고.”
본인도 첫 만남에 유진에게 반말을 한 주제에, 라울러는 그걸 그새 잊은 듯 항의를 하고 나섰다.
그러자 아인스가 크게 웃었다.
“한 놈은 방계에, 한 놈은 척 봐도 꼬마 녀석이구만.”
제인스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다가 처맞는 수가 있어, 너네.”
아인스와 제인스는 미묘하게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인스는 정말로 이를 갈며 화가 나 있었고, 제인스는 이를 갈며 화가 난 척을 하고 있었다.
유진이 상황을 파악했다.
‘아인스와 제인스 형제. 오랜만에 다시 보는군.’
전생에서도 사자의 시험을 보러 온 또래 아이들을 괴롭히며 기를 죽였었다.
물론 그중에 유진은 없었다.
되짚어보면, 아마 괴롭힐 가치도 없는 녀석으로 봤던 것 같았다.
‘쌍둥이 살인광, 인스 형제.’
전생을 기억해보면 인스 형제는 양손 대검을 한 손으로 나뭇가지 휘두르듯 다루며 수많은 기사는 물론, 죄 없는 양민들까지 ‘처형’이라는 명목으로 죽였었다.
그래서 ‘살인광’이었다.
펜첼가의 미치광이들.
“네가 방계 라울러고, 너는…….”
제인스가 말했다.
“그 집 나간 고모 아들 아냐? 돈밖에 모른다는 한심한 집안의…….”
제인스와 아인스는 무엇이 그리 만족스러운지 서로 키득대기 바빴다.
“인사해라. 우리는 아인스.”
“그리고 제인스다.”
마치 악당이 제 소개를 할 때처럼, 인스 형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가슴을 펼쳐 보였다.
막상 다가오니 이 두 형제의 덩치가 생각보다 훨씬 산만했다.
다짜고짜 인사를 하라는 요구에도 쉽게 거절하지 못할 만큼.
라울러가 두 형제의 혈통이 펜첼가의 직계임을 짐작하고 입을 다물었다. 쉽사리 항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사해, 어서!”
아인스가 빽 소리를 질렀다.
수련장 내부가 쩌렁쩌렁 울린다. 귀가 아플 지경이다.
라울러가 이를 뿌득 갈다가, 이내 유진의 눈치를 살짝 보고는 고개를 숙이려 했다.
“아, 안녕…….”
하나.
말의 방향을 확 바꿨다.
“안녕 못 하게 해줄까? 이 근육 돼지들아?”
“뭐……?”
유진이 당황하지 않고 거들었다.
“라울러 형.”
“왜.”
“아군으로 만들까, 아니면 시종으로 만들까.”
두 형제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사이.
“이 자식들이 둘이서 뭐라고 하는…….”
유진이 내뱉었다.
“시종으로 만들어야겠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