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8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83화(83/320)
핏자국이 중간에 끊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피를 완전히 지혈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장소를 옮기거나, 죽거나.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핏자국이 끊어진 경계라인이 너무 깔끔하다. 아니, 경계선에 틈이 있는데?’
유진은 분수대로 다가가 손으로 이곳저곳을 만져보았다.
별다른 건 없다는 생각이 들던 무렵.
이상하게도 분수대 아래쪽에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 있었다.
글람푸스탄에서 촌장의 비밀공간을 찾아낼 때와 비슷한 감각이 들었다.
없어도 될 것이 굳이 이상한 자리에 있다. 묘하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
혹시나 하여 유진이 오목한 곳에 오러를 불어넣었다. 이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오러는 분수대 겉을 맴돌다가 흩어질 것이었지만.
스스스!
예상과는 달리 오러가 오목한 공간에 뭉치며 소량씩 흡수하기 시작했다.
유진이 쿠란의 검을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체첸, 보고 있지? 넌 오래 살았으니까 이게 뭔지 알 거 아니야.’
-그래, 아마도…….
‘특정 양의 오러를 집어넣으면 입구가 열리는 구조 같은데, 그렇지?’
-알면서 왜 묻고 난리냐?
기감을 집중한다.
유진이 극소량의 오러를 조금씩 밀어 넣었고, 결국.
달칵!
열쇠고리가 젖혀지는 소리가 들리며 분수대의 겉에 사람 하나 정도가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얼핏 보니 길이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동시에 강대한 기운의 잔재가 입구에서부터 확 풍겨왔다.
‘여기가 아마도 수호 신수가 있는 공간이겠지. 이런 공간을 둬서 숨겨야 하는 건 수호 신수밖에 없어.’
-공간의 크기를 봐야 알겠지만, 이렇게 낯설고 거센 기운을 보니 뭔가 대단한 존재가 있는 것 같긴 하군.
이어 계단 아래로 핏자국과 더불어 오스틴 왕국 기사들의 시체 몇 구가 계단에 널브러져 있었다.
-상체와 하체가 지저분하게 분리되어 있다. 절단면을 보면 적어도 검이나 도끼는 아니야.
‘그래. 마치…… 거대한 가위 같은 것에 잘린 것 같은데. 아래에 있는 놈이 평범한 무기를 쓰는 것 같진 않네. 가슴팍이 부서진 흔적을 보니 무술로는 권법을 주로 쓰는 것 같고.’
-……관찰력 하나는 괜찮군. 인정하기 싫지만.
유진이 추측을 이었다.
‘여태껏 만난 붉은 전갈 암살자들과는 격이 달라.’
-이번에는 목숨을 소중히 여겨라. 저번처럼 문신화를 무리하게 시도했다가는, 정말 다시는 널 보지 않겠다.
‘네가 날 보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게. 넌 편하게 있어.’
-후…….
얕은 농담을 치긴 했지만, 유진은 본능적으로 상대의 기운을 예상하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방심하면 죽는다.’
보통 권법을 사용하는 자들을 상대할 때 초근접전은 불리하니 경계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상황이 조금 특수해. 이 아래로 내려가면 지원 같은 건 받을 수 없을 테니까.’
상념을 털어낸 유진이 벽을 짚으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중간중간마다 박힌 야명주가 시야를 밝힌다.
그런데.
‘오스틴 왕국 사람들이 만든 공간이 맞긴 한 건가? 왜 이렇게 돌이 단단한 것 같지?’
전생의 기억을 꺼내 보면, 오스틴 왕국에서 이렇게 단단하고 강도가 높은 돌은 구하기 힘들다.
대륙과 교류가 시작하기 전 오스틴 왕국의 기술력은 최하위 수준이었다.
때문에 건물 외벽의 강도도 약한 편.
그래서 유진은 방금 전 왕자가 갇혀있던 건물을 부술 때에도 검격의 세기를 조절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 벽의 강도나 밀도가 오스틴 왕국의 돌치고는 매우 단단하다.’
-그렇군. 뭔가 어색하긴 해. 마치 네 얼굴이 오스틴 1왕자인 게 어색한 것처럼 말이다.
‘이 지하 속에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데.’
오스틴 왕국 지하에 대한 의문은 잠시 뒤로 하고 유진이 속도를 냈다.
탓.
땅을 밟으니 주변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어마어마하게 큰 공동이 유진을 압도했다. 크기만 비교하자면 펜첼의 지하 시험장보다 훨씬 커 보였다.
그와 더불어 더욱 강해진 기운에 그가 사주경계를 강화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쾅!
커다란 소음이 저 멀리에서 들려왔다.
“커헉…….”
얕게 들리는 신음소리, 페드로의 목소리였다.
유진이 쿠란의 검을 손에 든 채 그곳으로 달려갔고, 마주친 인물은.
피를 흘리며 비틀거리는 오스틴 국왕과 페드로.
그리고 서슬 퍼런 눈빛을 빛내는 왕비였다.
‘역시, 왕비가 범인이었어. 동시에 붉은 전갈의 수장이겠지.’
“아들아……! 어떻게 여기에!”
1왕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유진을 발견한 왕이 눈을 크게 떴다.
왕비 또한 유진을 발견하고는 흠칫했다.
본래라면 자신의 부하인 붉은 전갈 단원이 옆에 있어야 하는데, 아무도 없었으니 당황한 눈치였다.
하나.
“아들……! 살아 있었구나, 이 애미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왕비는 자연스레 연기를 시작했다.
물론 그녀의 얼굴과 가슴팍에 흥건한 핏자국은 감출 수 없었다.
그에 유진은 능청스럽게 1왕자의 목소리로 왕비를 만류했다.
“어, 어머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머니가 아버지를 해하려 하다니요! 그만두십시오!”
왕비는 왕자에게서 묘하게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의심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꾸몄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아버지가 수호 신수를 팔아넘기려 했다. 나는 그걸 막아야 했고 말이야.”
“무, 무슨! 이 괴물아, 어디서 되도 않는 거짓말을 치는 거냐!”
왕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왕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두 연기다. 네 아버지야말로 흉악한 계획을 가지고 오스틴과 수호 신수를 제멋대로 처리하려 했어! 이 애미를 믿으렴. 응?”
유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말입니까, 아버지? 혹시, 저를 그 못된 놈들에게 보내버린 것도 수호 신수를 팔아넘기는 계획의 일부였던 겁니까?”
“아니다, 아들아! 아니야! 네 어머니의 탈을 쓴 이 괴물이 바로 이 모든 일의 주범이다! 그 암살자 집단의 우두머리야! 믿어다오!”
서로가 서로를 거짓말이라고 몰아세우는 광경.
유진은 왕을 믿지 못하는 눈빛을 내보이며 왕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를 믿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은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리 오렴, 아들아. 수호 신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네가 있어야 해. 당장 저 국가의 역적을 죽이고 돌아가자.”
“예, 어머니…….”
유진은 한껏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왕비의 손을 잡았다.
이어 곧바로 왕비의 목을 잘라버리려던-
그때.
“그런데, 아들.”
“……예, 어머니.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너, 왼손잡이 아니었니?”
왕비는 유진의 오른쪽 허리춤에 달려 있는 검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
“…….”
아주 잠깐의 정적 이후.
팟!
유진이 옆으로 보법을 밟으며 왕비의 목을 향해 쿠란의 검을 휘둘렀다.
뒤늦게 눈치를 챈 왕비가 황급히 몸을 뒤틀었으나.
프직!
왕비의 어깨에 깊은 자상이 남았다.
그와 동시에 유진이 원래 얼굴로 모습을 바꾸며 화룡검을 꺼내 들었다.
“이, 얌체 같은 자식이……!”
왕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유진의 감쪽같은 위장술에 속아 공격을 허용한 것이다.
체첸이 조금 전 왕비의 반응 속도와 민첩성을 보고 수준을 파악했다.
-움직임을 보니 적어도 네 수준이거나, 그 위다. 네가 속임수까지 써서 선공을 펼쳤는데, 치명타는 피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아직 힘을 다 꺼낸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숨기고 있는 커다란 수가 하나 있어.’
묵광으로 다져진 예리한 감각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왕비는 피가 흘러내리는 어깨를 신경도 쓰지 않고 내뱉었다.
“네놈이 유진이구나. 굳이 직접 듣지 않아도 알겠어. 헤르켈이 3번이나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야.”
“예상은 했지만, 오스틴 왕국의 왕비가 붉은 전갈의 수장이었다니, 놀라운데.”
“얼굴을 내 아들로 감쪽같이 바꾸는 것도 놀랍긴 마찬가지구나.”
왕비가 비릿하게 웃었다.
“아마도 네가 내 아들을 어딘가에 숨겨두고 왔겠지. 그런데 어쩌나? 저 모지리 남편이 살아 있으니 문제 될 게 없는데.”
말을 듣고 유추해보니, 역시 왕비가 노리는 건 수호 신수인 것 같았다.
“유진 공자님! 조심해야 합니다! 놈과 절대로 가까이 붙지 마세요! 100에 가까운 기사들이 손도 못 쓰고 죽었……!”
왕비가 왼편은 쳐다보지도 않고 왼손을 들더니 페드로에게 오러포를 쏴버렸다.
오러포는 오러를 탄처럼 날리는 기술로, 오러를 매우 짙은 농도로 응집하여 대포처럼 쏘아내는 고성급의 기술.
꽈아앙!
굉음과 함께 거대한 빛을 뿜어내던 오러포가 페드로의 가슴팍에 적중했다.
“컥……!”
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페드로 역시도 6성급에서 7성급을 오가는 고수였는데, 이 정도로 쉽게 처리하다니.
“공자님…… 절대로…… 가까이 붙지…….”
그는 그대로 기절했다.
유진이 가느다랗게 뜬 눈으로 왕비를 노려보았다.
쿠구구구-!
왕비가 서서히 자신의 힘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지막지한 양의 오러가 그녀의 주위로 퍼져나가고, 그 넓은 공동이 진동하며 돌가루가 비산했다.
그와 동시에.
“굳이 내가 나서게 한 점은 높이 사마. 하지만.”
붉은 전갈의 수장이자 왕비.
‘레베카’가 고막이 찢어질 만큼 커다란 고함을 질렀다.
“살아서 나갈 생각은 마라!”
쿠우웅!
그와 동시에 공기 분자 하나하나가 무거운 쇳덩이라도 된 건지, 유진이 그 무게에 짓눌려 한쪽 무릎을 꿇었다.
“크윽……!”
한편, 아예 바닥에 배를 대고 엎어져 버린 국왕이 유진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유진 경……! 혼자서는 안 되오! 내가 시간을 끌 테니 주작의 지원군을 데리고 오게나! 아니, 그것도 부족할 수도…….”
그러나.
유진이 꿇었던 무릎을 다시 짚고 일어서며 나직이 내뱉었다.
“시간을 끌기엔 너무 힘들어 보이시는데, 좀 쉬고 계시죠.”
“……?”
화르륵!
유진이 화룡검을 소환하며 이를 으득 깨물었다.
“네놈 덕분에 내가 꽤 오랫동안 고생을 했었거든?”
“암살에 모두 실패했는데 무슨 말이지? 약 올리는 건가?”
“그런 게 있어. 빌어먹을 자식아.”
전생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지만, 더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었다.
쾅!
유진 역시도 강대한 오러를 내뿜으며 바닥을 세게 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왕비의 눈앞에 도달한 유진이 쿠란의 검을 예리한 각도로 뒤틀어 휘두른다.
그것도 두 개의 검.
C자와 U자, 그리고 X자를 교차하며 휘두르는 검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곡선을 그렸다.
‘유령곡예보와 어릴 적부터 닦아온 환검을 섞는다. 궤도의 한계를 보법으로 보완하여 예상치 못하는 각도로 비집는다.’
지금까지 배운 검술과 보법, 여러 비기를 한데에 망라하여 최선의 전투능력을 보일 생각이었다.
그 광경을 보던 체첸도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런 검술은 난생처음 보는군. 도대체 궤도가 몇 개야……?
하지만.
“음, 쓸만하구나.”
왕비는 마치 검의 궤적을 미리 수백 번이라도 보고 피한 적이 있는 것처럼, 가볍게 비웃으며 고개를 젖혔다.
모두 피해낸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왕비가 그동안 참아온 게 많았는지, 씹어 내뱉듯 말했다.
“내가, 10년이 넘게 준비해 온 이 일을, 결국 네놈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단 말이지!”
왕비의 손에 보라색의 진한 독기가 물들며 쩍 벌어졌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