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8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84화(84/320)
왕비는 이번 계획에 들인 공이 컸던 모양이다.
오러를 형성하여 두 쪽으로 쩍 갈라진 왕비의 손은 마치 전갈의 집게 같았다.
그곳에서 형형히 드리우는 날카로운 기운이 말해주고 있었다.
‘저 공격에는 한 번이라도 당하면 죽는다. 페드로가 말했던 것처럼, 아마도 근접 공격에서 효과가 극대화되는 거겠지.’
저러한 형태의 오러로 만든 무기는 근접 공격에만 모든 걸 투자한 기술이었다.
-네가 가진 7성급의 오러로는 막지 못한다. 저년은 적어도 8성급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오러 수준에 비해 너무 강한 기세야. 정말로 태양신교에서 인체 개조 같은 거라도 받은 건가?’
계단을 내려오면서 보았던 오스틴 기사들의 시체 상태가 그러했던 것도 저 집게 손에 당했기 때문이었을 터.
붉은 전갈이라는 이름 또한 이 기술로 수많은 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했기에 지은 이명 같았다.
-어떻게 할 거냐? 처음부터 필살기를 전부 다 꺼내는 것보다는 전력을 파악해가면서 싸움을 지켜보는 게 낫지 않겠나?
‘맞아. 놈은 암살자인 만큼 숨겨둔 비기가 많을 거야.’
유진이 작전을 조금 더 짜보기 위해 시간을 끌었다.
“태양신교가 붉은 전갈의 뒤에 있다는 건 또 몰랐는데, 언제부터였나? 누굴 죽이기 위해 교황이 수호 신수의 독을 원했지?”
왕비는 히죽 웃을 뿐이었지만, 유진은 재차 물었다.
“마탑? 전사의 요람? 기록의 탑? 아니면…… 교지에 있는 명문 육가 중 최강인 펜첼?”
펜첼을 말하는 순간, 왕비의 숨이 잠깐 불규칙했다.
유진은 태양신교에서 수많은 죄인과 포로를 심문하면서 진실을 알아내는 데에 일가견이 있었다.
“하하. 그건 모르겠는데?”
“겁이 많구나. 어차피 네가 날 죽인다면 다 털어놓아도 될 정보인데도 숨기려 하는 걸 보니 말이야.”
알아챘다.
“제이드를 암살하기 위해서였군.”
“천하의 검룡이 말이 너무 긴데? 시간은 그쯤 끌어라.”
유진은 잠깐 사이에 말을 하면서 세운 전략은.
-뭔가 달리해야 할 게 있긴 한 것 같은데.
‘방금은 유령곡예보와 환검을 섞어 비집고 들어가는 각도를 달리했다면, 이번에는 속도와 공격 범위를 키워야겠지.’
-오러를 더 쓴다는 이야기군. 가능하겠나?
‘해봐야지.’
그는 글람푸스탄에서 혈석을 흡수했었기에 그 안에 담긴 원념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오러를 받아들였고, 매우 큰 오러 성취를 이루어냈다.
그것을 지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때였다.
슥!
어느새 유진의 바로 뒤에 나타난 왕비가 집게 손을 유진에게 처박으려 들었다.
유진이 오러를 내뿜는다.
화아악!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짙은 농도의 오러.
그 덕에 왕비가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유진은 한 가지를 염두에 두고 왕비를 상대하기로 했다.
‘근접전은 안 된다. 거리를 벌린 채로 싸워야 해.’
그러나 묘하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내 본능은 왜 자꾸 원거리보다 근거리가 낫다고 말하는 거지?’
알 수는 없었으나, 일단 양상을 지켜봐야 했다.
콰과과과!
유진이 왕비에게로 달려가는 와중 밟는 바닥이 죄다 패였다.
그의 사지에 오러가 얼마나 진하게 실린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
하지만.
쐐애액!
왕비가 두 집게 손을 교차했다가 앞으로 확 펼치자, 오러의 폭풍이 유진의 쇄도를 보란 듯이 밀어냈다.
“크윽……!”
강대한 오러와 오러가 부딪히자 눈부신 빛무리가 사방에 쏟아지면서 두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
이는 잠깐의 간극이 생긴 것, 승패가 갈릴 수도 있는 긴 시간이었다,
‘오러가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빛…… 왕비도 잠깐 방어태세를 취하는 걸 보니 눈이 부시긴 한 것 같다.’
한 가지 묘수가 떠오른다.
오러의 마찰로 인한 발광이 일어나는 걸 이용해야 했다.
‘빛이 나는 그 순간에 오러와 함께 크라우드식 이도류와 펜첼의 기본 검술, 그리고 환검까지 섞는다.’
무겁고 강한 중검류의 기술에 더해 한 번에 여러 번의 공격을 할 수 있는 환검을 합치는 것이다.
일종의 필살기.
글람푸스탄에서 유리와 힘든 싸움을 벌인 이후, 매일 머릿속에 그려온 ‘기술의 융합’이었다.
유진이 한 번 더 오러를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포기는 없다, 이런 건가?”
오러가 다시 충돌하고, 하얀빛이 터지던 순간.
쉭!
유진이 사각으로 점프하여 왕비의 다친 어깨에 검격을 날렸다.
오러로 빛나는 수십 개의 궤도가 공중에 그려지며 공기가 갈가리 찢긴다.
금검에게서 배웠던 백월참은 물론 최근에 습득한 크라우드식 이도류까지를 합친 기술이었다.
꽈과과과광!
수십 개의 검격이 겹치며 굉음이 연속해서 울렸다. 돌가루로 인한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검에서 느껴지는 진동을 보니 분명 왕비에게 공격이 들어간 건 확실했다.
하나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왕비에게 삼염참의 마지막 기술, 삼멸을 날린다.
콰과과과과!
그곳에 만약 바위가 있었다면 가루가 되고도 남았을 정도의 거센 공격이었다.
실제로.
쿠구구궁…….
공동 외벽에 커다란 자국이 생기면서 주변이 강하게 떨리기까지 했다.
자칫하면 공동 전체가 가라앉아 모두가 매몰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제법이구나.”
왕비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 * *
감스탄을 비롯한 주작 기사단이 뒤늦게 수도 정문에 도착했다.
“부단장님, 앞으로 계속 가야 합니다!”
“후우, 더 들어가지.”
그들은 수도 근처에서 개인 용병들과 자유 기사들도 만나 합류를 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합류한 이들 중에 붉은 전갈 놈들이 숨어있는 것 같다. 묘하게 느껴지는 살기가 있어.’
유진에게서 전서구를 받고 붉은 전갈의 일당들이 이 사건의 원흉임을 알아낸 뒤였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주작 단원들도 그 점을 느끼고 바짝 긴장하고 있었으나, 자칫하면 뒤를 내줄 수도 있었다.
오러를 최대치로 뿜어내며 달리느라 꽤 많은 진력을 소모한 상태였으니까.
유진이 지금 어디에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누구 하나라도 얼빠진 상태로 있다가는 모두가 붉은 전갈에 당할 수도 있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돌연, 감스탄의 눈에서 섬뜩한 안광이 빛났다.
“모두 동작 그만!”
감스탄의 고함이 천둥 번개가 친 듯 하늘을 울렸다.
수도의 중앙로를 가르던 모두가 화들짝 놀라 발길을 멈추고 감스탄을 쳐다보았다.
“무, 무슨 일입니까? 주작 부단장님.”
번듯하게 생긴 용병 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스탄은 그 용병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름도 안 물어봤군. 자네, 이름이 뭐지?”
“이름이요? 이름은 갑자기 왜…….”
쾅!
감스탄이 반문하던 용병의 머리를 후려쳐 기절시켰다.
“무, 무슨……!”
“왜 이러십니까, 미친 겁니까!”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용병들과 자유 기사들이 기겁하며 검을 꺼냈다.
하지만 감스탄은 평온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 전갈 놈들아, 내 말 잘 들어라. 네놈들이 감쪽같이 우리 사이에 숨어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무, 무슨……!”
“무, 무슨 같은 어설픈 연기는 집어치워라. 어차피 모두 죽어서 돌아갈 것이니.”
누가 붉은 전갈이고, 누가 선한 인물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감스탄이 이들을 분간해내는 방법은 간단명료했다.
“전부 기절시키고 나서, 천천히 처리하도록 하지. 그게 싫다면 먼저 덤벼라.”
모두가 감스탄의 드센 기세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을 치자.
“좋다. 내가 먼저 움직이지.”
그의 검이 섬광을 뿌리며 공중을 날랐다.
주작 기사단의 비기 중 하나, 삼염참. 그것을 넘어선 육염참(六炎斬)이 펼쳐졌다.
일검(一劍)마다 모두가 기절하기 시작했다.
* * *
왕비의 어깻죽지가 찢어지고, 뱃가죽에도 베인 상처가 가득했다. 팔과 다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 유진의 공격에 피해를 입은 것.
하지만 이상하게도 왕비는 너무나 여유로웠다.
유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내가 이 자리에 어떻게 올라온 줄 아느냐? 조그만 소년아.”
“…….”
대답하지 않는다.
놈은 대륙에서 가장 악랄한 암살자 집단의 수장이다. 개수작에 단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죽는 걸 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약점이 하나쯤은 있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인 거고 말이야. 그렇지?”
“…….”
“그런데 그 약점이 아주 작고, 찾기 힘든 것이라면?”
“…….”
“인간의 범위에서 멀어진다고 볼 수 있겠지. 아마, 이게 교황님이 내게 주신 축복이 아닐까?”
하하하!
섬뜩한 광소를 터뜨리던 왕비가 돌연 표정을 싹 바꿨다.
동시에 왕비의 몸 곳곳에 난 상처가 순식간에 새살로 채워졌다.
“……!”
체첸도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자가 회복이라니, 미친, 유진 로베르. 도망가라. 저런 놈은 오러 수준을 봐서는 의미가 없다. 놈은 불사의 몸이란 말이다!
유진은 체첸의 말을 의식적으로 무시하고는 오러를 잔뜩 끌어올렸다.
체첸의 말대로, 자가 회복은 전설의 흑마법사들이나 부여할 수 있는 사이한 기술이었다.
왕비가 말한 데에서 추측컨대, 아마도 태양신교에서 이루어진 비밀 연구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 같았다.
그러니 이번 싸움의 방식은 둘 중 하나여야 했다.
짧게 몰아쳐서 일격에 왕비의 숨통을 끊거나.
자기 회복이 발현되지 못할 만큼 싸움을 길게 끌어 체력전에서 이기거나.
물론.
‘전자를 택해야겠지.’
유진이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상대한 모든 적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적이었지만, 침착한 마음을 가져야 했다.
명경지수의 마음을 발현한다.
호수처럼 잔잔해진 마음 위에 떨어지는 꽃잎 하나.
장미였다.
눈을 뜬다.
어느새 유진의 등 뒤에 생겨난 커다란 장미의 모습.
그리고 쿠란의 검이 움직임에 따라 장미잎이 흩날렸다.
-싸우면 안 된다고, 이 머저리 같은 자식아! 도망쳐야 한다! 차라리 공동을 무너뜨리고 땅 위를 뚫고 탈출하는 게 더 안전해!
체첸이 기를 쓰고 말리지만, 무시한다.
“나를 죽이려면, 영혼까지 없애야 할 거다, 유진 로베르.”
왕비가 순식간에 두 손에 무시무시한 기운의 오러포를 만들어 유진에게 쏘아냈다.
빛과 같은 속도.
그에 유진도 불에 데인 것처럼 반응했다.
쉬쉭!
장미검을 발현, 오러포에 정면으로 검격을 날린다.
하나하나가 강철처럼 단단하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붉은 장미잎들이 쿠란의 검에서부터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어느새 유진의 지척까지 다다른 커다란 오러포가 장미의 폭풍에 휘감겼다.
꽈드드드득!
오러포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장미 방패를 꾸역꾸역 비집으며 유진을 죽이려 달려들었다.
“크으읍……!”
유진이 오러를 있는 대로 다 쏟아부어 장미잎을 쏘아냈다.
-빌어먹을! 유진 로베르! 내가 나서겠다! 장미검술은 오러 소모가 너무 심해! 나라도 도와야……!
‘조금만, 기다려, 봐!’
유진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애써 다잡았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