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8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85화(85/320)
파스슷!
오러포를 상쇄하던 장미잎들이 공중분해 되었다.
그나마 오러포의 크기가 작아졌기에 유진은 옆으로 몸을 던져 피할 수 있었다.
근거리에서는 저 괴물 같은 집게발에 당할 수 있고, 원거리에서는 오러포가 폭발하는 양상이었으니.
‘이제 힘을 숨기고 자시고 할 때가 아니다……!’
-죄다 꺼내야 해! 가지고 있는 것 모두 다!
왕비는 성가시다는 듯 가볍게 혀를 차며 유진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싸움이 길어지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이 없지. 한 방에 보내야 너도 편안하고, 나도 즐겁지 않겠어?”
숨겨둔 수를 꺼내려는 게 분명했다.
유진이 거친 호흡을 고르며 왕비를 노려봤다.
-아마 주작 기사단의 지원이 있을 걸 의식하는 것 같다! 게다가 놈의 본래 목적은 왕을 움직여서 수호 신수의 독을 빼내는 것이니, 필살기를 꺼내려는 거다! 이번에는 반드시 버텨야 해……!
체첸의 예상이 맞았다.
왕비가 손을 앞으로 크게 한번 돌리자, 그녀의 등 뒤로 무언가 조그만 것들이 원형의 궤도를 따라 수놓아졌다.
9개의 비도였다.
그 모습을 본 유진의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건 체첸도 마찬가지였다.
-구각궤도(九角㧪刀)……! 태산도 허문다는 9개의 비도다! 닿는 순간 몸이 폭발해버릴 거라고!
하지만 유진은 애써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전생에서 구각궤도에 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특징이 생각난 것이다.
‘구각궤도는 전부 다가 최강의 위력을 지닌 게 아니다. 9개 중 단 하나만이 진짜 힘을 가졌어.’
그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 하나를 일컬어 ‘구각궤도 신살비(神殺匕)’라 불렀다.
신을 죽이는 비도.
거창한 이름만큼이나 그 강력함은 체첸이 표현한 대로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 하나만큼은 정말로 태산을 허물 만큼, 그 어떤 것도 막아낼 수 없는 위력이었다.
신살비는 애초에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을 재료로 만들어진 초월적인 아티팩트 중 하나였으니.
‘9개의 단검 중 신살비를 가려내서 그것만 피하면 승산이 있다.’
회피라면 유령곡예보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피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왕비에게 다가가 역습을 노릴 수도 있다.
다만.
‘잘못 가려내어 신살비에 닿는 순간 신체 어디 하나는 없어진다고 생각해야 해.’
그 짧은 순간 동안 여러 생각이 오갔다. 왕비는 유진에게 더 이상 여유를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죽어라.”
왕비가 손을 앞으로 가볍게 뻗자.
쐐액, 쐐액, 쐐액!
단검들이 유진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며 하나씩 쏘아졌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파공음이 비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번쩍거렸다.
‘한 번에 9개가 쏟아지는 게 아니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일렬로 하나씩 쏘아졌다. 그것도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야.’
그 말은.
‘기회는 단 한 번이다. 다른 비도를 막아내다가 신살비를 가려내 몸을 던져 피한다고 쳐도, 뒤쪽에 이어지는 비도들은 몸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어.’
신살비가 몇 번째에 오고 있는지만 알면 되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윽…… 제발……!
체첸도 눈을 질끈 감고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정신 마법이나 저주를 시전할 시간 자체가 없었다.
이제, 오로지 유진의 몫이었다.
믿을 건 지금까지 발달시켜온 기감과 민첩, 그리고 방어검술뿐이었다.
첫 번째 비도가 그의 미간을 뚫기 위해 날아온다.
저 조그만 쇳덩어리가 눈앞으로 드리우자 태양을 가릴 만큼 커다랗게 보인다.
신살비인가?
‘아니다.’
외부에서 떨어진 운석을 재료로 만들었다기엔 비도에서 느껴지는 오러와 기운이 익숙하다.
채앵!
쿠란의 검을 비틀어 쳐내 궤도를 빗겨낸다. 유진의 오른쪽 볼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친다.
만약 신살비였다면 궤도가 비틀어지기는커녕 유진은 미간을 꿰뚫렸을 것이다.
두 번째 비도가 쇄도한다.
저건 신살비인가?
눈 깜짝할 사이보다 짧은 순간 동안 유진의 아톰은 맹렬히 회전하고, 뇌 속은 판단을 위해 모든 에너지가 쓰이는 중.
방금 전과는 조금 더 진한 오러가 느껴진다.
그래서 신살비냐고?
공기를 찢는 소리가 다소 빠르게 들린다.
신살비 정도의 아티팩트라면, 파공음조차도 소멸시켜버릴 터.
‘아니다.’
다시 한번 검을 비튼다.
채애앵!
이번엔 비도가 왼쪽 뺨을 스친다.
볼이 약간 베였다. 묘하게 비릿한 냄새가 베인 볼에서부터 느껴졌다. 아마도 비도마다 독이 묻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신경 쓸 시간이 없다.
피가 흘러내리기도 전에 세 번째 비도가 눈앞을 가득 메웠다.
비도에서 거친 살기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것이?
신살비라면 산들바람보다도 부드러운 살기를 흩날릴 것이다. 그래야 상대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것이니까.
‘그러니 아니다.’
카앙!
다시 비도가 오른쪽 볼을 스친다.
지금까지는 예상이 맞았다.
그다음 비도는?
‘이것도 아니야.’
채앵!
그다음 비도는…….
‘이건.’
다섯 번째 비도였다.
이것을 포함해 뒤쪽에 남은 비도는 5개.
기감을 최대한으로 확장해 본다.
그런데, 기운이 애매하다.
살기도 미미하다.
그렇다고 오러가 많이 담기지도, 익숙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신살비인가?
벌써 신살비가 등장할까?
아니, 이쯤에 등장하는 게 맞나?
물론 순서로는 언제 등장해도 이상할 게 없다.
다만, 목숨이 걸린 상황인 만큼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건……!’
신살비가 아니라면, 검을 비틀었을 때 궤도가 틀어져 막아낼 수 있을 것이고.
신살비라면, 검을 비틀었을 때 유진은 이미 죽어있을 것이다.
만약 이게 신살비라 판단하고 몸을 날려 피했는데, 사실 그 뒤의 것들 중에 신살비가 있다면.
그러해도 죽음이다.
머리가 터져버릴 만큼 무수한 고민이 그 짧은 찰나 동안 스쳤고, 유진이 판단했다.
‘신살비다.’
확실했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이것이 신살비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
평소였다면 몸을 날리던, 고개를 비틀던 하여 피해낼 수 있을 터인데.
이상하게도 몸이 굉장히 뻣뻣했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검을 비틀거나 신경을 집중하는 데에 문제가 없었는데…….
‘빌어먹을, 독 때문이다.’
두 번째 비도가 뺨을 스치며 낸 상처 사이로 들어간 독이 몸을 경직시킨 것이다.
묵광으로 다져진 육신임에도 불구하고 유진이 당황할 정도라면, 필시 이 독은.
‘태양신교에서 수급받은 독일 거다. 아마도 멸류독(滅類毒).’
인류를 멸한다는 뜻의 멸류독은 태양신교가 흑지의 주요 강자들을 암살하기 위해 극비로 생산해 극소수의 고성급 기사에게만 공급하던 맹독이었다.
이런 점을 보아하니 붉은 전갈의 수장은 태양신교에서 굉장히 높은 위치에 있는 모양.
이대로 신살비에 당하여 몸이 터져버리고 죽을 운명이었다.
전생과 더불어 짧았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체첸이 비명을 질렀다.
-죽으면 안 된다, 이 머저리야!!
그런데.
유진은 마냥 겁에 질린 표정이 아니었다.
사실, 그의 주마등에는 지난날을 후회하거나 슬퍼하는 장면이 담겨 있지 않았다.
다만.
그간 수없이 많이 쌓은 덕업과 더불어 심지어는 스승에게도 가르침을 선물해온 유진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한 번쯤은 돌아오는 게 있었다.
“공자님……!”
페드로.
어느새 정신을 차린 그가 몸을 날려 신살비를 막아냈다.
콰아앙!
그와 동시에 페드로의 오른쪽 어깨부터 팔까지 모두 터져나가며 보기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
“조금만 참고 있어, 페드로……!”
페드로 덕분에 구사일생한 유진은 나머지 비도를 쳐내고는 숨을 골랐다.
그 광경을 보던 왕비의 눈이 크게 뜨였다.
‘구각궤도를 모두 쳐냈다고? 독에 이미 당한 것 같았는데도……?’
신살비를 피해낸 건 페드로의 덕이 컸다고 해도, 이쯤 되니 그녀 역시 약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유진의 말도 안 되는 신체 능력과 의지에 절로 기함을 토해냈다.
‘나는 태양신교의 인체 개조에 더해 특수 제작된 맹독까지 받아 지금 수준에 올랐다고 치지만, 저 꼬마 녀석은 도대체 지금껏 무슨 짓을 해 온 거야……!?’
하지만, 남은 힘이야 충분했다.
‘이제 독이 온몸에 퍼져 두 번은 막지 못할 것이다. 다시 한번…….’
왕비가 신살비를 회수한 이후, 다시 공격하려던 그때였다.
“나막스탈스여! 선한 자에게 축복을 내리시고, 악한 자에게는 천벌을 주소서……!”
오스틴 국왕이 온 힘을 쥐어짜 내서 주문을 외웠다.
수호 신수, 나막스탈스를 부르는 소환주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스스스……!
공동 저편에서 푸른빛의 광망이 눈부시게 쏟아져 나오더니, 빛의 입자가 커다란 뱀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하 공동이 크게 떨리고,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드리운다.
유진은 생전 수호 신수의 등장을 직접 본 적이 없었으나, 이번에 확실히 체감했다.
‘과연 수호 신수라 불릴 존재의 기세다. 저 존재가 가진 힘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형체를 갖춘 나막스탈스의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귀가 아프도록 시끄럽더니,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구나. 당신인가?」
이는 오로지 유진에게만 들리는 뇌파였다.
유진과 왕비가 화들짝 놀라 나막스탈스를 쳐다보았다.
“나막스탈스……! 드디어 나왔구나! 하하하!”
왕비가 귀청이 떨어지게 웃는다.
그녀는 수호 신수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하는 것 같았다.
유진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나막스탈스가 결국 나왔다. 하지만 무조건 내 편에 서리란 확신은 없어.’
그러니.
‘나막스탈스가 나를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내가 나막스탈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 방법은 어렵지 않아.’
나막스탈스는 경계 가득한 눈빛을 하는 유진을 향해 히죽 웃었다.
「신중한 자로군. 동시에 특이한 사내야…… 흥미롭군.」
유진이 시야 안에 왕비와 나막스탈스를 동시에 둔 채로 물었다.
“나의 편에 설 것입니까? 아니면, 저 여자를 도울 것입니까?”
수호 신수는 동문서답했다.
「그런 걸 몸 안에 두고도 제정신으로 살아 있다니, 하하하!」
아무래도 평생을 추앙받고 대접받아온 존재인 만큼,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성격인 듯했다.
그런데.
“……?”
그런 걸 몸 안에 뒀다니.
‘내 몸 안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꿰뚫어 보고 있는 건가?’
왕비가 틈을 주지 않고 다시 구각궤도를 소환한다.
“저 수호 신수에 기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오스틴 왕가의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말이야.”
아홉 개의 단검이 다시 왕비의 등뒤에 드리웠다.
그 말에 유진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특별한 능력, 그게 내게 있다면?”
“……?”
나막스탈스도 빙긋 웃었다.
「왕가에만 있는 지배의 재능이 있는 자로구나. 사연이 많아 보인다만……. 원하는 힘이 있다면 내게 말해라.」
유진이 원하는 대로, 나막스탈스가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 셈이었다.
유진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답했다.
‘지금 이 상황을 파훼할 힘이 필요합니다. 제 몸과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신 것 같으니,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는 데에 일조해주십시오.’
「그대가 지배의 능력을 가진 이상, 그대와 나는 상생하는 관계이다. 당연히 그래야지.」
수호 신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비가 더욱 강한 기세를 뿜어내며 비도를 쏘아냈다.
그도 모자라 땅을 박차 유진에게 쇄도한다.
이번에는 절대로 유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유진이 심장에 기감을 집중했다.
드래곤 하트.
비록 붉은 전갈의 수장에게까지는 패기가 통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마지막 필살기가 남아있었다.
문신화였다.
두근!
박동이 한 차례 크게 뛰더니, 유진의 피부에 단단한 흑색의 비늘이 돋아났다.
분명 독성이 체내에 스며들었지만, 문신화를 통해 강화된 오러의 수준이 맹독을 가까스로 밀어내고 있었다.
더불어 혈마법을 다룸에 따라 유진의 머릿속에 수가 하나 떠올랐다.
‘그걸 이용한다면……!’
구각궤도가 유진의 지척까지 왔을 때.
카가가가가가강!
헛수인 평범한 비도를 모두 쳐내고, 7번째 비도에 시선을 집중한다.
문신화를 쓴 이후부터 동체 시력과 감각이 수십 배는 강화되었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신살비였다.
막아낼 수 없는 공격이 있다면, 피해야 한다.
그게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나막스탈스가 유진에게 울림을 주었다.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는 걸 도와달라고 했지?」
대답할 틈은 없었다. 빠르게 스며들어오는 뇌파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대의 힘은 뛰어나다. 재능이 있는 데에 더해 의지까지 충만해. 항상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어 왔겠지. 하지만…….」
뒷말을 들은 유진의 눈이 크게 뜨였다.
「무의식에 녹아들어 있는 기술이 하나 있군. 함께하는 동료들에게서도 배울 점은 있다네. 막을 수는 없어도, 되돌려줄 수는 있지 않겠나?」
함께하는 동료, 그리고 되돌려 준다?
유진은 이렇게 결정적인 상황에서 그 녀석이 떠오를 줄은 몰랐다.
‘엘도라의 역전검!’
나막스탈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며듦에 따라, 정체를 알 수 없는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아마도 나막스탈스가 유진에게 깨달음을 주는 과정에서 발현된 기운같았다.
유진의 아톰에서 오러가 아닌 마력이 솟구쳤다.
폭군의 반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마력이 신살비를 휘감는다.
‘신살비의 궤도를 뒤틀어 놈에게 돌려준다!’
오로지 역전검의 기술만이 아닌.
‘혈마법을 이용해서.’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