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8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89화(89/320)
펜첼가, 제이드의 집무실.
제이드가 가부좌를 튼 채 공중에서 명상을 하고 있던 와중이었다.
“오스틴 왕국의 국왕이 보내온 서신입니다.”
“읽어보아라.”
에막스가 제이드의 명에 따라 서신을 개봉하고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첫 장에는 유진의 활약상과 더불어 주작 기사단에 관한 칭찬이 주를 이뤘다.
“유진 경이 없었더라면 우리 오스틴 왕국은 이루 말하기 힘든 피해를 입었을 것이고…….”
티를 내지는 않지만, 에막스는 편지 건너편으로 제이드가 작게 웃고 있는 게 보였다.
첫 장에 빼곡히 적혀진 유진에 대한 찬사를 모두 읽은 뒤, 에막스가 한마디 했다.
“글람푸스탄에 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성과를 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지. 열심히 한 보람이 있는 게야.”
에막스 역시 자신의 제자가 이렇게 대성하여 활약을 보이고 다닌다는 게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두 번째 장은 이번 주작 기사단이 파견된 데에 관한 보상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요약하자면.”
에막스도 말을 이으면서도 속으로 헉 소리를 삼켰다.
“기존에 제시했던 보상금의 3배를 주겠다고 합니다. 이 정도는 해야 감사함이 드러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기존 보상금도 꽤 커다란 액수였는데, 이의 3배라면 펜첼의 가문 운영비의 반년 치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펜첼의 기사단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떵떵거려도 반년은 놀고먹을 수 있는 수준.
“유진 덕을 크게 보았구나. 파티라도 열어야겠어.”
3배가 됐건, 4배가 됐건.
제이드는 보상의 액수가 아니라 유진이 세운 공 자체에 상당히 흡족한 모습이었다.
“세 번째 편지는…… 음?”
에막스가 편지지를 넘기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편지장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제이드가 편지지를 건네받더니.
화르륵!
돌연 오른손에 작은 화염을 생성해내어 편지지에 가져다 댔다.
“엇……?”
에막스는 잠시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제이드의 의도를 알아챘다.
편지지는 타버리지 않고 얕게 그을리더니 검은 글씨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국왕이 내게 뭔가 비밀스런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꽤나 고전적인 방식인데, 오스틴은 아직 이 방법을 쓰는 모양이군.”
에막스가 알기론 오러 9성 이상의 무인이 일으키는 화염만이 저 종이를 그을릴 수 있었다.
편지지에 글씨가 모두 나타나자, 에막스는 시선을 바닥에 내리깐 채 제이드가 서신을 모두 읽기를 기다렸다.
공교롭게도 오스틴 왕국을 이끌고 다스리는 데에 일조하던 저의 부인이 첩자였습니다. 유진 경이 알아낸바, 왕자의 납치를 주도한 무리는 붉은 전갈이라는 암살자 집단이었습니다.
앞선 내용들은 대외적으로 공개가 된 내용이었으나, 이후 적힌 내용은 오스틴 내부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정보였다.
그리고 붉은 전갈은 태양신교에서 만들어진 집단이라고 합니다. 저의 부인은 그 붉은 전갈의 수장이었고요.
제이드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 역시도 태양신교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대륙 통일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넓혀왔으니까.
그리고 뒤이어진 내용에는 유진과 국왕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혈맹에 관한 글이 적혀있었다.
태양신교가 앞으로 이어나갈 행보가 의심스럽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교지인이라고 하지만, 태양신교가 정말 교지를 위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유진 경이 있는 펜첼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진 기사와는 이미 이야기를 마친 상태이고, 저희는 펜첼과 혈맹을 맺고 앞으로 태양신교에 대응하기 위해 협조할 의향이 있습니다.
와이번과 씨-서펜트는 얼마든지 지원하겠습니다.
씨-서펜트란 바다 괴물의 일종으로, 뛰어난 기동력과 그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자랑하는 일종의 마수였다.
그러나 제이드는 이 문제에 관해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혈맹이란 단순한 조약서 몇 장으로 체결되는 단순한 동맹이 아닌, 피를 이용하여 맺는 단단한 신뢰의 고리 같은 것이었으니.
정말 믿을 만한 나라나 인물이 있는 곳과만 맺어야 하는 것이다.
기껏 혈맹을 맺었다가 득이 되기는커녕 손해를 입거나 배신을 당한다면 가문이 흔들릴 수도 있다.
물론 펜첼이 그 정도로 뿌리가 얕은 가문은 아니지만, 경계해서 나쁠 건 없었다.
‘클라크, 뮬과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군.’
다만 제이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붉은 전갈은 흑지 소속의 암살자 집단이다. 그런데 그 녀석들이 알고 보니 태양신교의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모든 건 유진 경을 통해 알게 된 사실입니다.
‘유진은 어떻게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걸까. 펜첼을 벗어나는 일이라곤 임무 때밖에 없는데, 어떻게?’
제이드가 불에 그을린 편지지를 더 강한 화염으로 태워버리고 중얼거렸다.
“유진이 오면 나눌 이야기가 생겼군.”
* * *
주작 기사단과 오스틴 왕국의 의뢰를 받았던 모험가들이 행진한다.
비록 아직 왕성이 모두 복구되지는 않았어도, 국왕과 왕자의 주도하에 꽤나 성대한 축하연이 펼쳐졌다.
거리에는 시민들이 오스틴 왕국에서 임무를 위해 힘썼던 이들을 위해 꽃잎을 뿌리며 축하하고.
길에는 어디서 공수했는지 모를 길고 긴 레드 카펫이 출구를 향해 주욱 이어져 있었다.
그 레드 카펫을 걷는 이들은 주작 기사단과 유진 일행이었다.
“어디야? 어디에 있어? 검룡 말이야!”
“저기, 가운데에 걸어가는 키 크고, 잘생긴 청년!”
“아니, 저렇게 앳돼 보이는 청년이 검룡이라 불리기까지 한다고? 왕자님까지 구하고?”
“그렇다니까.”
수도 내에서는 이미 검룡이 오스틴 왕국을 구했다는 소식이 다 퍼졌기에 사람들은 유진을 찾느라 바빴다.
“몸은 아주 그냥, 근육질인데 얼굴은 순 애기가 따로 없네……?”
“기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들리게 크게 말해봐! 쳐다봐주실 수도 있잖아!”
금검과 아이칸은 거리를 조금 두고 유진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아이칸님도 화재 진압에 큰 공을 세웠는데, 유진 공자만 축하받는 것 같소. 서운하지 않으시오?”
금검이 아이칸에게 툭 물어봤다.
보통 이렇게 장난을 걸면 아이칸은 ‘이렇게 환대받는 건 지겨울 정도로 많이 받아봤다.’라는 식으로 받아칠 거였는데.
아이칸은 어쩐 일인지 금검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이칸님, 괜찮으시오?”
“…….”
“내가 뭐 잘못했소이까……?”
아이칸은 일부러 대답을 하지 않는 게 아니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소?”
금검의 시선이 아이칸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녀는 유진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아이칸이 어젯밤 유진과 나눈 대화를 회상했다.
-아이칸님,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정말이냐? 무슨 방법이더냐?
-수호 신수의 눈물입니다. 같이 연구해보고, 괜찮다 싶으면 먹어보시죠.
-수, 수호 신수의 정기 말이냐?
그는 아이칸에게 대뜸 수호 신수의 눈물이 담긴 병을 내민 것이다.
그녀는 3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았기에 당연히 수호 신수의 눈물이 뭘 뜻하는지 알았다.
‘수호 신수의 눈물, 다시 말해 정기. 이건 그 어떤 경로로도 구할 수 없는 희귀 재료다. 그런데 이걸 기꺼이 나를 위해 사용하겠다니.’
아이칸은 솔직히 조금 혼란스러웠다.
‘나를 얼마나 봤기에 그런 보물을 쉽사리 내주겠다는 건지. 물론 그 정도로 신뢰가 쌓이긴 했다만, 이걸 받아도 될까?’
아이칸과 금검의 시선을 받고 있는 유진에게 체첸이 한마디 했다.
-저기, 저 요정이 너를 보면서 뭔가 엄청 고민하는 눈치인데?
유진은 어깨를 으쓱이곤 대답했다.
‘뭐, 너도 봤겠지만, 수호 신수의 눈물을 대뜸 내밀었으니 의아하겠지. 그냥 선물 같은 명목으로 주기에는 너무 귀한 물건이니까.’
-정말로 아깝지 않은 것이냐? 두고두고 쓰면 더 좋을 텐데.
‘영약을 많이 먹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귀한 것일수록 과감하게 써야 해. 아껴봤자 똥 되거든.’
체첸이 의아하다는 말투로 물었다.
-아무리 그렇다지만, 네가 그냥 남 좋으라고 그 귀한 걸 주지는 않을 것 같은데.
‘당연하지.’
유진은 단순히 아이칸을 위해서 수호 신수의 눈물을 넘기는 게 아니었다.
‘이 영약은 오러를 급증시켜주거나 무력의 향상보다는 치료약으로서의 성능이 훨씬 좋아. 그러니 아이칸님을 돕고 마도구 제작을 계속 맡기는 게 모두에게 더 이득이지.’
-역시나, 순수한 호의가 아니었구나! 다 계획이 있었어.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
‘그런 건 아니고.’
체첸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내심 유진의 계획성에 감탄했다.
-마치 앞길을 훤히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유진은 이 기분 좋은 날만큼은 체첸을 괴롭히지 않기로 했기에 작은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옆에서 함께 걷고 있던 국왕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번 임무로 오스틴에 와서 기사께서 되도록 많은 수확을 거두었기를 바랍니다. 미천한 왕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확이야 많았죠.”
그가 이번 임무에서 얻은 결과들을 정리해 보았다.
‘그간 얻은 많은 검술들을 섞고 융합해보며 검술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었다. 그 결과 위력의 향상이 어마어마했어.’
넓은 공격 범위와 위력을 고루 갖춘 환검(幻劍).
다소 느리지만 그만큼 매우 강력한 힘을 중점으로 삼은 중검(重劍).
빠른 속도와 눈을 현혹게 하여 상대를 몰아붙이는 데에 초점을 맞춘 쾌검(快劍).
오러의 소모가 크지만, 중검만큼 강력하고 환검만큼 범위가 넓은 유검(流劍)까지.
이로써 머릿속이 정리되며 각 상황에 맞춰 검술을 달리할 생각이었다.
또한.
‘붉은 전갈을 모두 소탕했다. 전생에 그렇게 어렵게 힘들게 살았던 나에 대한 복수를 마쳤어.’
언제, 어디서 누가 나타나 자신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인 피로감을 은근히 많이 축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위협이 없을 테니 이는 정신적으로 커다란 안정감을 주었다.
추가로.
-신살비는 잘 넣어두었느냐?
‘응. 네가 말 안 들을 때 잘 써먹으려고 고이 모셔뒀지.’
-오늘은 왠지 얌전하다 싶더라니…….
신살비의 획득은 유진에게 중요한 한 수가 된 셈이었다.
지하 공동에서 마주했던 신살비의 위력을 기억하면 소름이 오소소 돋을 지경이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어릴 적 나의 비밀. 광마에 관한 단서를 찾았다.’
뿌부부!
거대한 관악기의 소리가 하늘을 울린다.
주작 기사단과 유진 일행의 축하 일정이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 * *
교황전.
태양신교에서도 제일 높은 위치에 있으며 신과 가장 가깝게 만들어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수호 신수의 독을 탈취하는 데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쥐죽은 듯이 조용한 교황전 안에서 추기경의 목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사뭇 담담하게 느껴지는 목소리 안에는 사무치게 두렵고도 긴장된 기색이 묻어있었다.
붉은색과 황금으로 수놓아진 커다란 의자 위에는 백발의 남자가 등을 깊숙이 파묻고 앉아 있다.
“붉은 전갈은?”
고저가 없는 음성.
누군가가 들으면 매우 우울하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가 들으면 매우 피곤한 상태라고도 할 수 있었다.
하나, 추기경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모두 죽었습니다.”
“포로로 잡혀간 이들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렇습니다.”
“자폭 마법을 시전해라.”
태양신교의 교황.
그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붉은 전갈과 관련이 있는 자들, 붉은 전갈의 소문을 들은 자들, 놈들의 친척과 외가까지도 전부 묻어버려.”
추기경이 무릎을 꿇은 채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간부급인 사제들도 다수 있습니다. 그래도 진행할까요?”
교황이 조용히 대답했다.
“추기경.”
“예, 교황이시여.”
“쓸모를 다 한 노견은 어떻게 하라고 하였지?”
“……삶아 먹어서도, 정을 주어서도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교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묻어라. 티 나지 않게.”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